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 - 무의미한 삶을 지탱하는 10가지 깨달음
마이클 노턴 지음, 홍한결 옮김 / 부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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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의 저자 마이클 노턴은 삶은 특별한 한순간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커피를 내리는 행위, 출근 전 듣는 익숙한 노래, 퇴근길에 들르는 편의점.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습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이 각각의 행위는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는 특별한 의식, 즉 '리추얼'이 될 수 있다.

겉보기에 같아 보일 수 있지만, 습관과 리추얼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습관이 '무엇을 하느냐'에 초점을 둔다면, 리추얼은 '어떻게 하느냐'에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한다. 예컨대 매일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습관일 수 있다. 하지만 커피를 내리는 순서, 사용하는 도구, 마시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정해져 있다면, 그것은 리추얼이다. 단순한 반복에 감정과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습관에 불과했던 평범한 행위는 나를 돌보는 의식으로 바뀐다. 결국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같은 행위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있다.

삶이 허무하다고 느낄 때, 우리는 무언가 더 대단하고 특별한 이벤트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당신이 이미 반복하고 있는 그 사소한 행동들 속에 삶의 본질이 숨어져 있다. 반복은 결코 무의미하거나 지루한 게 아니다. 우리가 인생의 모든 순간에 감정과 의미를 부여하고 그 하나하나에 몰입하게 된 순간, 달리 말해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우친 순간, 삶은 그 자체로 더없이 특별하고 아름답게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은 삶 전반을 관통하는 사랑과 회복, 연결의 한 방식으로서 리추얼의 진가를 생생하게 증명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던 행동들 속에서 마음을 돌보는 법을 발견하게 해준다. 결국 나를 지키고, 관계를 이어주고, 상실을 견디고, 일상 속 기쁨을 회복하게 만드는 건 거청한 변화가 아니라, 바로 그 작고 조용한 반복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저자는 리추얼은 실컷 울어도 좋다는 허락일 수도 있고, 분노를 발산할 기회일 수도, 경외감과 신비감을 느끼는 계기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리추얼이 인간이 가진 폭넓은 감정 레퍼토리를 소환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도구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리추얼을 통해 즐거움과 신비감과 평온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개인 위생 관리, 집안일, 매일 하는 운동 같은 평범한 활동을 자동화된 경험에서 생동하는 경험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기분을 바꾸거나 북돋으려면 영화를 보든 산책을 하든 좋아하는 음악을 틀든 무언가를 해야 한다. 이때 리추얼이 요긴한 역할을 한다. 리추얼의 역할이 '감정 유발제'라고 생각해도 좋다. 특정한 일련의 행위가 특정한 감정과 연관되면, 그 일련의 행위로 이루어진 리추얼을 통해 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마치 빵을 구울 때 이스트나 천연발효종이 촉매 역할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저자는 개인의 고유한 리추얼 시그니처, 즉 리추얼의 방식은 삶의 목적과 싶이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개인의 정체성과 소유감에 관련된 리추얼의 측면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매일 달리기를 하는 것은 습관일지라도, 달리기 애호가라는 나의 정체성을 확인해주는 것은 신발끈을 묶는 나만의 방식이다. 나와 배우자가 매일 같은 시간에 저녁을 먹는 것은 습관일 수 있지만, 우리가 커플임을 확실히 해주는 것은 도예 수업에서 함께 만든 접시를 사용하는 행위다. 우리 가족이 매년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이는 것이 습관이라면, 우리를 가족으로 묶어주는 것은 조니 마티스의 앨범을 턴테이블로 듣는 리추얼이다."

저자는 케이크든, 별것 아닌 CD 보관함이든, 집에서 빚은 맥주든, 공을 들일수록 애정이 더 많이 간다고 말한다. 누구나 일상 속의 지극히 평범한 장면을 치르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 저자는 그렇게 세월에 걸쳐 나만의 것이 된 행위가 바로 우리의 리추얼 시그니처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자신의 리추얼을 통해 주변 환경에 나름의 정성을 들이고, 동시에 더욱 풍요롭고 깊이 있는 삶을 경험하게 된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저자는 애도 리추얼은 단순히 슬픔을 이겨내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기억하고 추모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런 리추얼을 통해 우리는 떠나간 이에게 마음을 모으고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이야기한다.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멈추고 잠시 머문다. 그리고 기억하고, 기린다. 애도 리추얼이 제대로 효과를 낼 때, 그 과정은 대로 마법처럼 느껴진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아무리 힘겨운 상실을 마주했을 대도 리추얼은 우리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마법을 선사하는 힘이 있다."

저자는 집단 간 갈등을 치유하는 리추얼은 보통 공통의 정체성을 빚어내는 데 초점을 두지만,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먼저 각 집단의 개별 정체성을 인정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리추얼이라는 일정한 행위를 모두 함께 수행함으로써 바로 그 존중과 이해의 마음을 전하는 동시에 새 출발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비단 국가나 기업 등 집단 간의 갈등 뿐 아니라 가족 내의 오랜 균열을 치유하려 할 때도 마찬가지라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리추얼은 공동의 노력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수 있다. 그러나 리추얼은 자신과 다른 리추얼을 가진 이들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어 사람들을 갈라놓을 수도 있다. 다행히도, 갈등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나면 리추얼이 화해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리추얼은 이해를 촉진하며, 그 목적을 위해 리추얼 자체가 당사자들 간에 진심을 나누고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과정을 포함하기도 한다. 결혼과 재혼, 일반 가정과 재혼 가정, 기업 간 인수 합병, 국가 간 평화 구축의 과정에서, 화해의 리추얼은 새로운 장을 열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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