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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은 따뜻하다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쥘리 마로 지음, 정혜용 옮김 / 미메시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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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은 따뜻하다, 2

쥘리 마로의 <파란색은 따뜻하다 (원제: Le bleu est une couleur chaude)>는 그래픽노블이다. 그래픽노블은 만화와 소설의 중간 단계에 해당되는 새로운 쟝르라고 하는데 나에게는 상당히 낯설었다.

 

올해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Blue is the Warmest Color(한국명: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바로 쥘리 마로의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하여 만든 것이란다. .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서 국내에서도 화제를 불러모았던 작품인데, 의도와는 달리 파격적인 동성애 장면등으로 작품이 담아내고 있는 주제가 가려진 것 같아 아쉽다.  

 

작품은 클라망틴을 떠나본 후 그녀의 유언에 따라 엠마가 그녀의 일기를 읽으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을 취한다.

일기는 1994년 10월12일 열다섯 생일날을 맞은 클라망틴이 외할머니로부터 일기장을 선물받으면서 시작된다.

 

고등학교에 막 입학한 사춘기 소녀의 재기발랄함과 호기심이 잔뜩 묻어난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같은 학교 3학년 남학생인 토마와 만나러 가는 날. 클라망틴은 머리를 온통 파란색으로 물들인 여성과 마주친다. 그리고 그날 밤부터 클라망틴은 스스로도 받아들일수 없는 혼란스러운 감정에 휩싸이고 만다.

 

짓궂은 동성급우의 악의적인 키스가 발단이 되어 본의 아니게 레즈비언이라는 오해를 친구들로부터 받자 클라망틴은 거칠게 화를 낸다. 친구들에게 쏟아지는 그녀의 분노는 자기 자신으로 향하는 분노에 다름 아니었다. '남과 다르다는 걸 인식하지만 받아들이는 건 별개의 문제'라는 그녀의 독백이야말로 모든 성적소수자들이 첫번째로 마주하는 '장벽'이 아닐까 싶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난 이듬해 여름.

게이인 친구 발랑탕과 함께 가게 된 게이바에서 나와 우연히 찾아간 레즈바에서 클라망틴은 파란머리 여성과 두번째로 만나게 된다. 

파란머리의 여자는 자신을 엠마라고 소개한다.

그로부터 몇 일뒤.

엠마는 클라망틴의 학교 앞으로 그녀를 찾아하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깊은 호감을 확인하면서도 클라망틴은 엠마가 친구들 앞에 나타난 것에 대해 화를 내고 만다.

이로 인해 결국 엠마로부터 연락이 끊기자, 클라망틴은 초조, 불안해하다가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인 발랑탕을 찾아가 한바탕 울음을 쏟는다.

이 장면을 보면서, '사랑 앞에서 우물쭈물하고 가슴 아파하는 건 이성애자나 동성애자나 똑같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 없었던 클라망틴이 엠마의 집으로 찾아가면서, 두 사람의 사랑은 걷잡을 수없이 깊어진다. 그러나 사랑이 깊어가면 갈수록 엠마의 파트너인 사빈의 존재가 두번째 '장벽'으로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에서 엠마의 모습은 상당히 이기적으로 보였다. 사랑을 위해 모든 걸 감당하기로 한 클라망틴에 비해 엠마는 아무것도 포기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엠마에게 클라망틴은 갈망과 열정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형용할 길 없는 깊은 공허감에 빠진다. 

결국 클라망틴의 가족에게 두 사람의 관계가 발각(?)되면서 집에서 쫒겨난 클라망틴은 갑작스럽게 엠마와 함께 살게 된다.

 

그 사이 세월은 흐르고 흘러 클라망틴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성장한다. 

그러던 어느날.

공적인 가치관을 중시 여기는 엠마로 인해 상처받고 갈등하던 클라망틴은 우연히 직장 남자동료와 '실수'를 저지르게 되고... 분노한 엠마에 의해 거리로 쫒겨난다. 친구 발랑탕이 실연의 아픔으로 힘겨워하는 클라망틴을 보살피지만 왠지 그녀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폐동맥고혈압증을 앓고 있던 클라망틴은 남몰래 약물치료를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발랑탕의 중재로 다시 재외한 클라망틴과 엠마...

서로를 향한 깊은 사랑을 재확인한 것도 잠시, 클라망틴은 엠마의 곁을 영원히 떠나고 만다. 그러나 사랑만큼은 남겨둔 채...

 

내가 가지고 가는 건 나의 가장 아름다웠던 추억들, 대부분 너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야...

우리의 웃음, 우리의 사랑... 네 시선에 깃든 파란색,

온몸으로 부딛칠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그러면서도 널 사랑했던 청소년기,

그 시절 밤마다 내게 찾아들던 네 머리카락의 파란색.

나는 떠나고 너는 남는 지금, 제발, 부탁이야... 넌 살아야 해.

네게 남은 그 소중한 삶을 오롯이 살아. 그리고 마지막 침상에 누워 있는 지금의 나처럼,

후회하지도 말고, 너 자신과도 화해해.

네가 내게 주었던 삶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을 거야.

엠마...

영원한 사랑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지,

사랑은 무척 추상적이고 감지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이야.

사랑은 우리에게 달려있어.

그걸 느끼고 겪는 건 우리니까.

만약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랑도 존재하지 않겠지.

그런데 우리는 끊임없이 변하잖아.

그러니 사랑도 그럴 수밖에 없어.

사랑은 불타오르고, 수명을 다하고, 산산조각나고, 우리를 조각내고, 다시 살아나...

그러니까 우리를 다시 살려내,

사랑은 아마도 영원하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우리를,

사랑은 우리를 영원하게 만들어...

우리가 깨워 불러낸 사랑은 우리의 죽음을 넘어 계속해서 자신의 길을 간단다. 

 

 -쥘리 마로, <파란색은 따뜻하다>p154~155 中-

 

 

클라망틴...

그녀는 이렇게 떠나갔다....

엠마를 남겨둔 채...

자신의 사랑만은 그녀 곁에 남겨둔 채...

 

<가장 따뜻한 색, 블루

한편, 직접 보지 못한 영화는 원작과는 다소 다른 것 같다.

영화의 줄거리는 인터넷상에 공개된 예고편과 조각 영상들 그리고 개인블로그인 http://qwepoi2004.blog.me/60201578016 을 참조했다.

 

일단은 클라망틴의 이름이 아델로 바뀌었고, 그녀의 절친인 게이 발랑탕이 등장하지 않거나 비중이 크지 않은 것 같다. 

학교를 졸업한 클라망틴(아니, '아델'이지..)은 유치원선생님이 되었고, 화가가 된 엠마를 내조한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엠마는 아델을 홀로 남겨두고....

엠마가 없는 빈공간 속에서 아델은 홀로 공허함을 달래다가 돌발적으로 직장의 남자동료와 '바람'을 피우게 된다.

결국, 이 일로 인해 엠마에게 쫒겨난 아델...

엠마를 잃은 아니 사랑을 잃은 아델은 정처없이 거리를 헤매인다.

시간은 쉴새없이 흐르고 또 흘러,,, 아델은 초등학교 교사가 되고 엠마는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

하지만 여전히 엠마를 잊지 못하는 아델....

마지막 희망을 품고 푸른색 원피스 차림으로 찾아간 엠마의 전시회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엠마와 그녀의 품에 안겨 있는 새로운 애인의 웃음 뿐.

 

아델은 이제 완벽히 혼자다.

쓸쓸히 뒤돌아서서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사랑이 머물다 떠나간 자리의 스산함 그 자체다.

 

클라망틴의 죽음으로 끝나는 원작에 비해, 영화는 다소 희망적이다.

사랑이 떠나간 아델의 그 자리엔 언젠가는 새로운 사랑이 피어날 것이므로...

.

.

.

이성애자인 나에겐 분명 소화하기 힘든 작품이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한가지는,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스티븐 스필버그가 말했다시피 '동성애가 아닌 보편적 사랑을 이야기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동성애에 편견을 갖고 있건 아니건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라면 강렬한 첫만남, 끌림, 떨림, 질투, 열정, 이별 등등...보편적인 사랑의 감성에 빠져들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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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너의 기억이
이정하 지음, 김기환.한정선 사진 / 책이있는마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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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하 시인의 포토에세이집이다.


하진의 소설과 일본 추리소설에 미쳐있던 -혹은 지쳐있는?-  나에게 잠시 잠깐의 짧은 휴식처럼 다가온 책이었다.


사진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이국적인 사진들보다는 감성적인 이정하 시인의 문장에 한번 더 시선이 가고 한번 더 마음이 움직였다.


특히, 다음의 문장이 가슴에 콕콕 아로새겨졌다.



잘 지낸다고 했다.

사는 게 다 그런 거라고...

특별한 일 없다고 그대는 또 내게 잘 지내라고 했다.

그러겠노라고 덤덤히 대답은 했지만,

나는 곧 쓴웃음을 지었다.


당신이야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내가 어찌 당신없이 잘 지내겠느냐고.....

당신은 사랑했다고 했고, 나는 사랑한다고 했다.

당신은 내게 안녕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내 사랑은, 내 그리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므로......


                                                         -이정하 포토에세이집 <불쑥 너의 기억이> 中-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사랑이란 상대와 나의 마음이 같은 시공간을 배경으로 해서 펼쳐져야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애타는 짝사랑이거나 슬픈 이별로 귀결되고 만다.


아프지만 이 또한 스스로도 어찌하지 못하는 것이기에 그냥 묵묵히 이겨내는 수 밖에는...

그래도 그래도 안된다면...?아무리 애를 써도 잊혀지지 않는다면...?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저 그냥 또 다시 묵묵히 견뎌내는 수밖에는 별 도리가 없는것이다.



상대의 사랑은 이미 과거 시제가 되어버렸건만, 내 사랑은 아직 현재진행형인 것을...

'이미'와 '아직'이라는 어감의 차이만큼 내 사랑과 그 사랑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거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시간조차도 멈추게 하는사랑을 어찌 이길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그렇지만...


시간에 굴복한 사랑이 있는 것처럼 시간을 극복한 사랑도 있지 않을까.

이 세상 어느 한 모퉁이에는 말이다.


당신은 사랑했다고 했고, 나는 사랑한다고 했다. 당신은 내게 안녕이라고 했지만 나
는 그러지 못했다. 내 사랑은, 내 그리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므로......

.

 

.

.

언제나 사랑을 품고 있는 사람은 나이를 먹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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