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너의 기억이
이정하 지음, 김기환.한정선 사진 / 책이있는마을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이정하 시인의 포토에세이집이다.


하진의 소설과 일본 추리소설에 미쳐있던 -혹은 지쳐있는?-  나에게 잠시 잠깐의 짧은 휴식처럼 다가온 책이었다.


사진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이국적인 사진들보다는 감성적인 이정하 시인의 문장에 한번 더 시선이 가고 한번 더 마음이 움직였다.


특히, 다음의 문장이 가슴에 콕콕 아로새겨졌다.



잘 지낸다고 했다.

사는 게 다 그런 거라고...

특별한 일 없다고 그대는 또 내게 잘 지내라고 했다.

그러겠노라고 덤덤히 대답은 했지만,

나는 곧 쓴웃음을 지었다.


당신이야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내가 어찌 당신없이 잘 지내겠느냐고.....

당신은 사랑했다고 했고, 나는 사랑한다고 했다.

당신은 내게 안녕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내 사랑은, 내 그리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므로......


                                                         -이정하 포토에세이집 <불쑥 너의 기억이> 中-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사랑이란 상대와 나의 마음이 같은 시공간을 배경으로 해서 펼쳐져야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애타는 짝사랑이거나 슬픈 이별로 귀결되고 만다.


아프지만 이 또한 스스로도 어찌하지 못하는 것이기에 그냥 묵묵히 이겨내는 수 밖에는...

그래도 그래도 안된다면...?아무리 애를 써도 잊혀지지 않는다면...?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저 그냥 또 다시 묵묵히 견뎌내는 수밖에는 별 도리가 없는것이다.



상대의 사랑은 이미 과거 시제가 되어버렸건만, 내 사랑은 아직 현재진행형인 것을...

'이미'와 '아직'이라는 어감의 차이만큼 내 사랑과 그 사랑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거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시간조차도 멈추게 하는사랑을 어찌 이길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그렇지만...


시간에 굴복한 사랑이 있는 것처럼 시간을 극복한 사랑도 있지 않을까.

이 세상 어느 한 모퉁이에는 말이다.


당신은 사랑했다고 했고, 나는 사랑한다고 했다. 당신은 내게 안녕이라고 했지만 나
는 그러지 못했다. 내 사랑은, 내 그리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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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사랑을 품고 있는 사람은 나이를 먹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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