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새삼스레 시작한 공부가 아직은 재미나고, 설레고 학창시절로 돌아 간 듯한 기분을 가져다 준다. 이건 판데믹이 가져 다 준 또 다른 기회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해 보자...
* 여름날 긴긴 저녁 도심의 고요를, 특히 하루의 가장 북적이는 시간과 대조를 이루어 더욱 고요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사랑한다. p15*인생에서 원했던 것은 너무나 적었건만 그마저도 주어지지 않았다. 한줄기 햇살, 가까운들판, 한줌의 평온과 한 쪽의 빵,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로 인해 괴로워 하지 않기, 다른 이들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다른 이들로부터 아무것도 요구받지 않기.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거부 당했다. 동냥 주는 것을거절하는 이가 동정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지 외투 주머니 단추를 풀기 귀찮아서 그러듯이. 결국 내가 원한 것들은 내게 주어지지 않았다. p19* 무능하고 예민한 나는 나쁘든 좋든, 고귀하든 천하든, 난폭하고 강렬한 충동은 다룰 수 있지만 내 영혼의 본질로 파고들어 지속되는 감정과 계속 이어지는 정서에는 속수무책이다. 내 안의 모든 것은 항상 다른 무엇이 되려 한다. 영혼은 칭얼거리는 어린아이를 못 견디듯 스스로를 못 견디고, 불안은 점점 커지면서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나는 모든 것에 흥미를 느끼지만 무엇에도 붙들려 있지 않다. 모든 일에 반응하지만 늘 꿈꾸는 상태다. p 25* 물을 다 마셨는데도 잔의 밑바닥에 녹지 않고 남아 있는 찌꺼기처럼 나는 모든 표현의 밑바닥에서 무가치한 존재로살아간다. p28* 완성을 미루고만 있는 우리의 작품이 형편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예 시작하지도 않은 작품은 그보다 더 형편없다. 무엇인가를 만든다면 적어도 남는 있게 된다. 호라하지만 그래도 존재한다. 다리를 저는 내 이웃의 정원에 놓인 하나뿐인 화분에 핀 조그마한 식물처럼. 그 화분은 내 이웃에게 기쁨을 주며, 때로는 나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내가 쓰는 글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나의 글 덕분에 상처받은 슬픈 영혼이 잠시 시름을 잊을 수도 있으리라. 그것으로 충분하고, 혹시 충분하지 않다 해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 인생사 모든 것이 다 그러하듯... p29
한 자 한 자 또박 또박 읽었다...(보통은 눈으로 빠르게 읽는게 보통인데...)일부러 한 자 한자 또박 또박 읽은게 아니라, 나도 모르게 어느 새 그렇게 읽고 있었다..˝숨그네˝ 소련의 강제 수용소로 전쟁 포로처럼 끌려 간 루마니아에 거주하고 17세에서 45세의 남녀 독일인들의 이야기다..수용소 생활이 생생하게 보여지는, ˝가슴이 시리다˝라는 말이 느껴지는 ....˝너는 돌아올거야˝라는 할머니의 한 마디를 지푸라기 삼아서 5년간의 수용소 생활을 버텨 낸 ˝레오˝는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묵묵한 사람˝이 되었고, 수용소 밖의 삶을 살아간다..이들은 조용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이였다.. 이념도 사상도 없이 그저 평범한 나처럼.. 우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