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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늙어버린 여름 - 늙음에 대한 시적이고 우아한, 타협적이지 않은 자기 성찰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지음, 양영란 옮김 / 김영사 / 2021년 9월
평점 :
이자벨 드 크르티브롱의 " 내가 늙어버린 여름" (서평단 참여 도서)
지금도 그 순간이 생생하게 생각난다. 황당함과 당황스러움이 한꺼번에 몰려 오던 순간.. 내가 처음으로 "이제 나도 늙는구나" 하고 자각하던 순간..
(난 40대 초반에 노안이 시작되었다. 얼마 전 다녀 온 안과에서 의사가 말하길 지금 내눈의 상태는 80대 노인의 상태란다.. 이 말을 하는 의사의 표정이 어지간히 딱하다는 듯 했다.. ㅠㅠ)
물론 그 이후로 다른 늙음의 징후들이 생기고 있지만 더는 당황스럽지도 황당해 하지도 않는다.(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자포자기한건지도 모르겠다.ㅋㅋ)
"내가 늙어버린 여름"은 프랑스 출신의 여성 학자가 어느 여름, 예고없이 찾아 온 것같은 "늙음"을 마주하면서 느끼는 단상들에 당황스러워 하고, 불쾌해하기도하며, 그러면서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담겨있다. 아직 그녀만큼 늙은 것은 아니더라도 그녀가 들려주는 늙어감의 과정이 나의 것과 너무나 비슷해서 읽는 내내 웃기도하고 고개를 끄덕대기도 했다..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은 여행자이자 페미니스트, 학자, 이중 문화 지식인으로 프랑스 출신이지만 미국으로 이민해 두 개의 문화적 배경 속에서 자랐다.
이자벨은 늙음에서 맞닥뜨리는 불쾌함, 당황스러움을 유머스럽게 때로는 도발적으로 이야기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것들이다.. 복잡하게 만들어야 하는 비밀번호들(다 외우기도 어렵고 사실 거의 불가능.. 결국 어딘가에 적어두게 된다),
여행은 티켓팅부터 비행기 탑승 과정에서 생기는 복잡한 절차를 버거워하고 느려진 행동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본의 아니게 불편하게 하는등의 문제로 더는 흥분되는 일이기보다 이런저런 걱정이 앞설 수 밖에 없는 일이 되고 친구들과의 대화는 사회, 정치문제를 논하는 것에서 온갖 영양제와 전문의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는 것으로 그 주제가 옮겨 간것등이다.
늙음은 분명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쉽게 받아들이 또한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늙음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늙음을 준비하는지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등등 ..
결코 혼자만의 일이 아니니 내 곁에서 나와 같이 늙어가고 있는.. 그 경험을 먼저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일거다.
그런 의미에서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의 "내가 늙어버린 여름"은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고 하겠다.
이자벨은 죽음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우리의 종착점이 될 죽음에 대해 자주 잊고 사는 우리에게 죽음 또한 깊이 생각해보고 준비해야 될 것 중의 하나라고....
누구든 자신이 막 늙어가고 있음을 자각한 사람이라면 위안을 얻기 위해서든 누군가의 공감이 필요해서든 이자벨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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