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존 버거 지음, 김우룡 옮김 / 열화당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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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따라가다 보면 눈에 사진이 그려진다. 책 제목 그대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언제부터인가 긴 벽이 지붕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불룩하게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기둥들도 휘었다. 습기 먹은 안개는 오래된 모르타르를 먼지로 풍화시키면서 어디든지 스며들었다. 문짝들도 더 이상 아귀가 맞지 않았다. 수리하면 집은 살릴 수 있겠지만 돈이 많이 들 것이다.˝

오래된 동네의 낡은 집은 이런 느낌이어야만 할 것 같다. 이 책은 이렇듯 저자가 어떤 대상을 묘사하는 글로 채워져있다. 사진을 찍고서 남긴 스케치랄까, 촬영 대상에 대한 감상문이랄까. 아무튼 사진을 잘 찍고 잘 남기는 사람은 이토록 세상을 치밀하고도 섬세하게 관찰하고 남기는구나 싶었다. 뒤로 갈수록 흡입력이 대단해진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다 보면 어느새 책이 끝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처음에는 이 책이 재미없어서 정말 혼났다. 천천히 그리고 낱낱이 이어지는 묘사가 내게는 다소 버거웠다. 아무래도 내가 묘사형 인간이기보다는 설명형 인간에 가까워서 그런가 보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런 것일까? 그래서 내 사진에는 무언가 반짝반짝하는 느낌이 없는 것일지도. 가끔 이렇게 관찰하고 묘사하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그걸 배워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배워보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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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스님 新 금강경강의 어플 경전강의 시리즈 1
무비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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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바빴다. 결혼도 하고, 놀러도 다니고, 새 학기를 맞아 일도 참 열심히 했다. 웃고 울고 즐거웠다가 화도 냈다가.

삶의 속도가 빨라진만큼 휩쓸리기도 쉬워졌다. 이럴 때일수록 중심을 잃지 말아야겠다 싶어, 10년 전에 사놓고는 읽지 않았던 불교 서적을 하나 꺼내 읽어봤다. 나이 좀 먹어서야 알게 되었다. 나처럼 감정적으로 헐떡대면서 사는 사람에게 불교 철학은 그저... 보약이다.

가볍게 살아라.
그저 밥 두 숟가락 떠주고 잊어버리는 것처럼 살아라. 그 누구도 밥 두 숟가락 떠주고 자랑하지는 않는다.

나는 누구이고, 너는 누구이며, 내가 무엇을 했고, 얼마나 많이 이루고 배웠는지 따위에 집착하면 사는 게 무거워지고 무서워진다.
모든 것은 눈에 보이는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흐릿한 시력과 부족한 인식 능력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나도, 당신도, 눈 앞에 펼쳐진 세상 그 무엇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허깨비에 불과한 것들을 부여잡고 질척대지 말자. 그렇게 애처롭게 멍청히 살지 말고 깃털처럼 가볍게 살아라. 그렇게 부디 ‘똑똑하게‘ 살아라.

착하게 살라는 것도 아니고, 욕망을 통제하면서 살라는 것도 아니다. 부처는 무엇보다도 똑똑하게 살 것을 주문했다. 그게 참 와닿는달까. 심호흡 크게 하고 나도 똑똑하게 보고 지혜롭게 살아보기로 다짐해본다.

어렵게 생각했던 금강경을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쉽지만 가볍지 않게 핵심을 짚는다. 옛스러운 말투와 어휘가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그렇게 참기 힘들 정도는 아니다. 사람 좋은 할아버지가 옆에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해주는 느낌이다. 불교 철학에 가볍게 접근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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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하지 말라 -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
송길영 지음 / 북스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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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력 있는 책이다. 앉은 자리에서 책의 대부분을 읽어 치웠다. 지금 어떤 게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무척 재미있다. 이 모든 내용의 기반에는 ‘데이터‘가 있다.

하지만 전체 페이지의 3분의 2를 지난 시점에서, 더는 견디지 못하고 책장을 덮어 버렸다.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저자가 이런저런 데이터를 긁어모아 ‘해석‘한 현재와 ‘예측‘한 미래가 우울하고 섬뜩하기 이를 데 없다.

일거수 일투족을 하나하나 감시 당하는 사람들이, 일터에서, 아니 일터와 집의 구분과 노동과 여가의 구분조차 흐리멍텅해진 이상한 현실 속에서 일의 과정 전체에 대한 검증을 매 순간 요구 당하며 살아야 하는 그런 시대.
사회에서 요구하는 규칙에 숨도 못 쉬고 순한 양처럼 순응하면서 살아가지만,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지금과 한 시간 후가 달라질 수도 있는 엄청한 변화 속에서 부초처럼 힘없이 흔들리는 삶.

그런 변화가 좋든 싫든 어쨌든 세상이 변하는 거니까 나는 그냥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아니, 기민하게 반응하고 남보다 앞서서 적응하고 스스로를 ‘현행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외마디 고함이라도 질러볼 여지 따위 전혀 안 보이는. 그런 짓하는 쓸모없는 인간 따위는 되지 말고 부디 ‘현명한 사람‘이 되시라고 권유하는 책이라서, 끝까지 들고 읽기가 참 거북한 책이다.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이런 세상이 정말 온다면 나는 단 하루도 살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데이터는 말 그대로 건조한 데이터일 뿐, 그걸 어떻게 해석하고 이끌어가는가는 또다른 차원의, 이를테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치적인 사연‘이 존재하는 일일 것이다. 이 책에서 데이터를 갖고 보여주는 현재와 미래 또한 이 책을 쓴 저자의 해석일 따름이다. 나는 그의 해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그가 그려내고 어쩌면 ‘만들고 싶어 할‘ 세상의 모습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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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디스크탈출증으로 치료 받고 호전 되었다가 최근에 다시 허리가 아프길래 찾아 읽게 된 책이다.

왜 빨리 읽어보지 않았나 후회된다. 몇 년 전에 허리를 살짝 삐끗했을 때부터 디스크 판정을 받았을 때까지 겪은 과정이 눈앞을 스친다.

‘아! 살짝 삐끗했던 그 때 이미 디스크 손상이 생겼던 거였어!‘

가볍든 무겁든 모든 허리 통증은 디스크 손상 증상이라는 설명이 충격적이다. 디스크라는 게 이렇게 연약한 물건인 줄 알았으면 어렸을 때부터 소중하게 다뤘을 텐데.

허리 통증과 디스크 질환을 깊게 다루지만, 저자의 유쾌하고 친근한 말투 덕분에 요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역시 고수는 설명을 어렵게 하지 않는구나. 나는 앞으로 허리가 아파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강력 추천할 것이다.

‘척추위생‘을 다루는 2권도 구매 예약해놓았다. 이제 가슴과 허리를 움츠리지 않고, 날갯짓 하듯 활짝 펴고 다녀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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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체력은 탐내지 않는다 - 다른 사람 말고 내 몸에 맞는 적정 운동 안내서
이우제 지음 / 원더박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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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허리를 다쳤다. 무너져내린 몸의 기둥.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넌 가엾은 내 허리. 이 기회에 내 몸을 돌아봤다. 어떻게 살아왔나 나는.


운동과 친하지 못했지만 관심은 많았다. 잠깐씩이지만 합기도, 태껸, 복싱을 배워봤고, 한동안 꾸준히 헬스클럽에서 쇠질을 해본 기억도 있다. 되도록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홈트레이닝을 하는 습관을 들였고 요즘엔 요가를 배워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다고 하는 운동을 해도 답답했다. 뻣뻣하기만 하고 똑바로 서있지도 못하는 느낌. 어딘가 비틀어진 것 같은, 자세를 잘 잡지 못하는 몸. 운동할수록 망가지는 것 같은 찝찝함.


표지가 웃겨서. 제목이 그럴싸해서. 두께도 얇겠다 그냥 무심코 집은 책. 그런데 이 작은 책 한 권이 내게 큰 걸 가르쳐줬다. 책 저자는 퍼스널 트레이너에 요가 지도자다. 무엇보다도 '허리 디스크를 앓아본 사람'이라는 이력에 눈이 갔다. 무턱대고 운동 뽐뿌부터 넣는 책은 아닐 것 같다는 느낌.


이 책은 숨 쉬는 법부터 알려준다. '잘 쉬는 숨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가슴과 배 경계의 가로막이 움직이는 원리를 배우며 내가 그동안 얼마나 얄팍하게 숨 쉬고 살았는지 깨달았다. 숨쉬기 다음에는 똑바로 서기. 그다음에는 힘차면서도 편안하게 걷기.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구성으로 되어있다. 나중에는 케틀 벨 스윙 같은 중량 운동도 소개한다. 하지만 원칙이 있다. 기본이 안 되면 함부로 아무 운동이나 뛰어들면 안 된다는 것. 숨도 잘 못 쉬는 사람이 무거운 걸 들거나 어려운 동작을 취하면 안 된다는 것.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준비 과정 자체가 무척 중요한 운동이라는 것.

저녁에 퇴근하고 간단하게 스트레칭한 다음에 이 책에서 소개한 운동을 했다. 두 발바닥을 바닥에 제대로 딛고, 골반 위치를 잡고, 눈을 감고 가슴-배-허리를 휘감는 호흡을 느꼈다. 한참을 그러고 서있으니, 뿌리 깊은 나무처럼 땅 위에 내 몸이 단단하게 잘 서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에 젖어들었다. 서있는 게 이렇게 든든하면서도 편할 수 있다니. 아. 건강하다는 건 이런 느낌이겠구나.


몸에도 기본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나는 이렇게 내 몸의 기본과 만났다. 책을 펴자마자 '곧 죽어도 운동!'을 외치는 여느 운동 책과는 다르다. 무엇보다도 숨 잘 쉬고, 튼튼하게 잘 서고, 낭창낭창 걸어 다닐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게, 나처럼 자기 몸을 두고 어쩔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가장 절실한 운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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