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바빴다. 결혼도 하고, 놀러도 다니고, 새 학기를 맞아 일도 참 열심히 했다. 웃고 울고 즐거웠다가 화도 냈다가.삶의 속도가 빨라진만큼 휩쓸리기도 쉬워졌다. 이럴 때일수록 중심을 잃지 말아야겠다 싶어, 10년 전에 사놓고는 읽지 않았던 불교 서적을 하나 꺼내 읽어봤다. 나이 좀 먹어서야 알게 되었다. 나처럼 감정적으로 헐떡대면서 사는 사람에게 불교 철학은 그저... 보약이다.가볍게 살아라.그저 밥 두 숟가락 떠주고 잊어버리는 것처럼 살아라. 그 누구도 밥 두 숟가락 떠주고 자랑하지는 않는다.나는 누구이고, 너는 누구이며, 내가 무엇을 했고, 얼마나 많이 이루고 배웠는지 따위에 집착하면 사는 게 무거워지고 무서워진다.모든 것은 눈에 보이는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흐릿한 시력과 부족한 인식 능력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나도, 당신도, 눈 앞에 펼쳐진 세상 그 무엇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허깨비에 불과한 것들을 부여잡고 질척대지 말자. 그렇게 애처롭게 멍청히 살지 말고 깃털처럼 가볍게 살아라. 그렇게 부디 ‘똑똑하게‘ 살아라.착하게 살라는 것도 아니고, 욕망을 통제하면서 살라는 것도 아니다. 부처는 무엇보다도 똑똑하게 살 것을 주문했다. 그게 참 와닿는달까. 심호흡 크게 하고 나도 똑똑하게 보고 지혜롭게 살아보기로 다짐해본다.어렵게 생각했던 금강경을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쉽지만 가볍지 않게 핵심을 짚는다. 옛스러운 말투와 어휘가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그렇게 참기 힘들 정도는 아니다. 사람 좋은 할아버지가 옆에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해주는 느낌이다. 불교 철학에 가볍게 접근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