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지 말라 -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
송길영 지음 / 북스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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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력 있는 책이다. 앉은 자리에서 책의 대부분을 읽어 치웠다. 지금 어떤 게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무척 재미있다. 이 모든 내용의 기반에는 ‘데이터‘가 있다.

하지만 전체 페이지의 3분의 2를 지난 시점에서, 더는 견디지 못하고 책장을 덮어 버렸다.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저자가 이런저런 데이터를 긁어모아 ‘해석‘한 현재와 ‘예측‘한 미래가 우울하고 섬뜩하기 이를 데 없다.

일거수 일투족을 하나하나 감시 당하는 사람들이, 일터에서, 아니 일터와 집의 구분과 노동과 여가의 구분조차 흐리멍텅해진 이상한 현실 속에서 일의 과정 전체에 대한 검증을 매 순간 요구 당하며 살아야 하는 그런 시대.
사회에서 요구하는 규칙에 숨도 못 쉬고 순한 양처럼 순응하면서 살아가지만,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지금과 한 시간 후가 달라질 수도 있는 엄청한 변화 속에서 부초처럼 힘없이 흔들리는 삶.

그런 변화가 좋든 싫든 어쨌든 세상이 변하는 거니까 나는 그냥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아니, 기민하게 반응하고 남보다 앞서서 적응하고 스스로를 ‘현행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외마디 고함이라도 질러볼 여지 따위 전혀 안 보이는. 그런 짓하는 쓸모없는 인간 따위는 되지 말고 부디 ‘현명한 사람‘이 되시라고 권유하는 책이라서, 끝까지 들고 읽기가 참 거북한 책이다.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이런 세상이 정말 온다면 나는 단 하루도 살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데이터는 말 그대로 건조한 데이터일 뿐, 그걸 어떻게 해석하고 이끌어가는가는 또다른 차원의, 이를테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치적인 사연‘이 존재하는 일일 것이다. 이 책에서 데이터를 갖고 보여주는 현재와 미래 또한 이 책을 쓴 저자의 해석일 따름이다. 나는 그의 해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그가 그려내고 어쩌면 ‘만들고 싶어 할‘ 세상의 모습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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