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존 버거 지음, 김우룡 옮김 / 열화당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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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따라가다 보면 눈에 사진이 그려진다. 책 제목 그대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언제부터인가 긴 벽이 지붕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불룩하게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기둥들도 휘었다. 습기 먹은 안개는 오래된 모르타르를 먼지로 풍화시키면서 어디든지 스며들었다. 문짝들도 더 이상 아귀가 맞지 않았다. 수리하면 집은 살릴 수 있겠지만 돈이 많이 들 것이다.˝

오래된 동네의 낡은 집은 이런 느낌이어야만 할 것 같다. 이 책은 이렇듯 저자가 어떤 대상을 묘사하는 글로 채워져있다. 사진을 찍고서 남긴 스케치랄까, 촬영 대상에 대한 감상문이랄까. 아무튼 사진을 잘 찍고 잘 남기는 사람은 이토록 세상을 치밀하고도 섬세하게 관찰하고 남기는구나 싶었다. 뒤로 갈수록 흡입력이 대단해진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다 보면 어느새 책이 끝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처음에는 이 책이 재미없어서 정말 혼났다. 천천히 그리고 낱낱이 이어지는 묘사가 내게는 다소 버거웠다. 아무래도 내가 묘사형 인간이기보다는 설명형 인간에 가까워서 그런가 보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런 것일까? 그래서 내 사진에는 무언가 반짝반짝하는 느낌이 없는 것일지도. 가끔 이렇게 관찰하고 묘사하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그걸 배워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배워보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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