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 반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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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그러니까, 감정이입의 이야기다.


저자와 치매 걸린 어머니의 이야기이자, 위기에 빠졌다가 생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약한 사람들이 서로 돕고 일으켜주는 이야기이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친절함과 이해에 대한 이야기이며, 자아의 감옥에 갇히지 않고 다른 사람과 기꺼이 연결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과 세계를 상상하고 그 안으로 뛰어드는 자세를 가진 사람에게 허락된 이야기이며, 결국 이 모든 건 감정이입에 대한 이야기다. 이는 저자의 이야기이면서, 저자가 쓴 책을 읽고 생각-‘나는 타인의 상황과 삶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고, 내 사랑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져든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의 고백대로 이 책의 이야기는 일목요연하게 정리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이야기의 맥락이 이리 가지치고 저리 도랑을 친다. 하지만 결국 감정이입과 친절, 사랑, 나만의 완결된 세계를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와 모험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좋았다. 왜 좋았는지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다만 이 책을 읽는 시간 내내 좀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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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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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있지만 보지 못하고 듣고 있지만 듣지 못하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게 막던 벽을 홀연히 깨고 나오는 이야기들.


역자 해설이 없었다면 오롯이 이해 못하고 넘어갈 뻔했던, 저자의 화법이 조금은 어렵게 느껴졌던 단편집이다. 정말 읽히지 않다가도 또 어떤 순간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문장과 문장에 흠뻑 빠져드는 신기한 경험을 선사해 주기도 했다.


아무튼 좋은 소설들이다. 뭔가 직접 던지는 메시지는 없지만 다 읽고 나면 이유 모를 뜨끈한 기분과 잔잔한 용기가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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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1Q84 1~3 세트 - 전3권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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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이야기였다. 이로써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을 거의 다 읽었다.

발간 당시 크게 화제가 되었던 책이었다. 나는 또 고집스럽게 남들이 다 읽는 책이라는 이유로 안 읽었더랬다. 이런 이상한 고집은 어디에서 왔나 모르겠다. 이제서야 읽고 난 감상은, 음, ˝그거 참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네요˝.

뭐랄까,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다는 줄거리인 것 같다. 20년의 세월을 서로 그리워하던 남녀가 해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우주적 환상 활극이랄까.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함께 한다는 건 사소하지만 사소한 일이 아니다. 각자 자기가 익숙하게 젖어들어 살던 세계를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함께 새로운 세계를 빚어가야 할 일이다. 세계를 바꿔 타는 과정은 쉽지 않다. 셀 수 없이 많은 혼돈을 견뎌내야 하고 내적인 위기와 의문을 거쳐야만 한다.

하나이던 달이 두 개가 되었다. 논리와 기존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그 세계로 모험을 떠났다가 주인공들은 드디어 만난다. 그리고 원래 세계로 돌아온다. 달은 다시 하나가 되었고 모든 게 제 자리로 돌아온 듯하지만, 예전의 그 세상과는 뭔가 미묘하게 다르다. 그렇다. 둘이 함께 살아가야 할 세계는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어딘가인 것이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건 자기만의 고집스러운 세계관을 선뜻 포기하고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행위가 아닐까? 맞다. 그 과정에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고, 그 결과물을 긍정하고 믿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있고, 진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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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기사단장 죽이기 - 전2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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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살다가 한두 번쯤 삐끗한다. 삐끗해서 한참을 엇나가다가 다시 제 궤도로 느지막이 돌아오기도 한다. 소설의 주인공도 그렇다.



그냥저냥 살아가던 일상에 위기가 찾아오고 더 이상 지금까지 살던 대로 살아갈 수가 없게 된 주인공. 이리저리 헤매 다니다 이런저런 비일상적인 일에 엮인다.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흐름에 몸을 맡기던 주인공은 옆길로 샌 나날들 가운데 사람들을 만나고 사건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는 예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다. 그것은 일종의 변신이기도 하고, 성장이기도 하다.



우리는 살다가 언젠가 삐끗해서 넘어지거나 옆길로 새게 된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그것 또한 삶이다. 일상적이지 않은 그 길을 걷는 시간도 나를 크게 할 것이니. 괜찮다. 괜찮다. 그러니까 용기를 내고, ‘믿는 힘‘을 가지라.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이 다 그렇듯 소설을 읽는 동안에 줄거리도 줄거리지만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묘사와 찰진 감정 표현 때문에 즐겁다. 이 소설에서는 유난히 이 표현이 특히 뭔가... 좀 이색적이었다.

˝가슴도 거의 부풀지 않았다. 꼭 실패한 팬케이크처럼.˝



어이 소설가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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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하는 제국 - 11개의 미국, 그 라이벌들의 각축전
콜린 우다드 지음, 정유진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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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히고 재미도 있다. 얼마간은 밑줄도 그어가면서 읽었더랬다. 그런데 감동은 잘 모르겠다. 미국의 역사에 관심 있어서 책을 들었는데 11개의 왕국이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 한 편을 읽고 끝난 느낌이다.


미국의 기원을 다원적으로 설명한 부분은 무척 읽을 만했다. 청교도와 스코틀랜드 접경지대로부터 온 황야의 싸움꾼들, 그리고 카리브해의 노예 농장주들이 분명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이 얽히고설켜서 미국이라는 세계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분명히 설득력이 있지만. 이 틀을 가지고 현대 미국의 정치와 외교를 설명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인들이 자기 뿌리를 강하게 의식하고 살아가지도 않고, 현대 미국을 구성원들이 내부적으로 강한 소속감과 동질성을 가진 여러 개 부족이 할거하는 부족 연합 국가 같은 것으로 이야기해서도 안 될 것이다. 현대 한국의 경상도와 전라도 사이 지역감정을 신라와 백제의 대립에 빗대서 설명하지는 않지 않나? 간혹 술 한잔하고 그러는 사람도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만약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그런 이야기를 하고 든다면 그것이야말로 역사가 아니라 판타지가 될 것이다.


조심할지어다. 설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과 설명을 할 수는 있는 것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이 책으로 미국사에 관심을 들이게 되었으니 시간 될 때 제대로 역사를 다룬 책을 찾아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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