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이야기였다. 이로써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을 거의 다 읽었다.발간 당시 크게 화제가 되었던 책이었다. 나는 또 고집스럽게 남들이 다 읽는 책이라는 이유로 안 읽었더랬다. 이런 이상한 고집은 어디에서 왔나 모르겠다. 이제서야 읽고 난 감상은, 음, ˝그거 참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네요˝.뭐랄까,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다는 줄거리인 것 같다. 20년의 세월을 서로 그리워하던 남녀가 해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우주적 환상 활극이랄까.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사람과 사람이 만나 함께 한다는 건 사소하지만 사소한 일이 아니다. 각자 자기가 익숙하게 젖어들어 살던 세계를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함께 새로운 세계를 빚어가야 할 일이다. 세계를 바꿔 타는 과정은 쉽지 않다. 셀 수 없이 많은 혼돈을 견뎌내야 하고 내적인 위기와 의문을 거쳐야만 한다.하나이던 달이 두 개가 되었다. 논리와 기존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그 세계로 모험을 떠났다가 주인공들은 드디어 만난다. 그리고 원래 세계로 돌아온다. 달은 다시 하나가 되었고 모든 게 제 자리로 돌아온 듯하지만, 예전의 그 세상과는 뭔가 미묘하게 다르다. 그렇다. 둘이 함께 살아가야 할 세계는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어딘가인 것이다.어쩌면 사랑이라는 건 자기만의 고집스러운 세계관을 선뜻 포기하고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행위가 아닐까? 맞다. 그 과정에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고, 그 결과물을 긍정하고 믿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있고, 진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