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읽히고 재미도 있다. 얼마간은 밑줄도 그어가면서 읽었더랬다. 그런데 감동은 잘 모르겠다. 미국의 역사에 관심 있어서 책을 들었는데 11개의 왕국이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 한 편을 읽고 끝난 느낌이다.미국의 기원을 다원적으로 설명한 부분은 무척 읽을 만했다. 청교도와 스코틀랜드 접경지대로부터 온 황야의 싸움꾼들, 그리고 카리브해의 노예 농장주들이 분명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이 얽히고설켜서 미국이라는 세계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분명히 설득력이 있지만. 이 틀을 가지고 현대 미국의 정치와 외교를 설명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인들이 자기 뿌리를 강하게 의식하고 살아가지도 않고, 현대 미국을 구성원들이 내부적으로 강한 소속감과 동질성을 가진 여러 개 부족이 할거하는 부족 연합 국가 같은 것으로 이야기해서도 안 될 것이다. 현대 한국의 경상도와 전라도 사이 지역감정을 신라와 백제의 대립에 빗대서 설명하지는 않지 않나? 간혹 술 한잔하고 그러는 사람도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만약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그런 이야기를 하고 든다면 그것이야말로 역사가 아니라 판타지가 될 것이다.조심할지어다. 설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과 설명을 할 수는 있는 것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이 책으로 미국사에 관심을 들이게 되었으니 시간 될 때 제대로 역사를 다룬 책을 찾아서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