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1Q84 1~3 세트 - 전3권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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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이야기였다. 이로써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을 거의 다 읽었다.

발간 당시 크게 화제가 되었던 책이었다. 나는 또 고집스럽게 남들이 다 읽는 책이라는 이유로 안 읽었더랬다. 이런 이상한 고집은 어디에서 왔나 모르겠다. 이제서야 읽고 난 감상은, 음, ˝그거 참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네요˝.

뭐랄까,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다는 줄거리인 것 같다. 20년의 세월을 서로 그리워하던 남녀가 해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우주적 환상 활극이랄까.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함께 한다는 건 사소하지만 사소한 일이 아니다. 각자 자기가 익숙하게 젖어들어 살던 세계를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함께 새로운 세계를 빚어가야 할 일이다. 세계를 바꿔 타는 과정은 쉽지 않다. 셀 수 없이 많은 혼돈을 견뎌내야 하고 내적인 위기와 의문을 거쳐야만 한다.

하나이던 달이 두 개가 되었다. 논리와 기존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그 세계로 모험을 떠났다가 주인공들은 드디어 만난다. 그리고 원래 세계로 돌아온다. 달은 다시 하나가 되었고 모든 게 제 자리로 돌아온 듯하지만, 예전의 그 세상과는 뭔가 미묘하게 다르다. 그렇다. 둘이 함께 살아가야 할 세계는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어딘가인 것이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건 자기만의 고집스러운 세계관을 선뜻 포기하고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행위가 아닐까? 맞다. 그 과정에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고, 그 결과물을 긍정하고 믿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있고, 진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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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기사단장 죽이기 - 전2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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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살다가 한두 번쯤 삐끗한다. 삐끗해서 한참을 엇나가다가 다시 제 궤도로 느지막이 돌아오기도 한다. 소설의 주인공도 그렇다.



그냥저냥 살아가던 일상에 위기가 찾아오고 더 이상 지금까지 살던 대로 살아갈 수가 없게 된 주인공. 이리저리 헤매 다니다 이런저런 비일상적인 일에 엮인다.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흐름에 몸을 맡기던 주인공은 옆길로 샌 나날들 가운데 사람들을 만나고 사건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는 예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다. 그것은 일종의 변신이기도 하고, 성장이기도 하다.



우리는 살다가 언젠가 삐끗해서 넘어지거나 옆길로 새게 된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그것 또한 삶이다. 일상적이지 않은 그 길을 걷는 시간도 나를 크게 할 것이니. 괜찮다. 괜찮다. 그러니까 용기를 내고, ‘믿는 힘‘을 가지라.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이 다 그렇듯 소설을 읽는 동안에 줄거리도 줄거리지만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묘사와 찰진 감정 표현 때문에 즐겁다. 이 소설에서는 유난히 이 표현이 특히 뭔가... 좀 이색적이었다.

˝가슴도 거의 부풀지 않았다. 꼭 실패한 팬케이크처럼.˝



어이 소설가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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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하는 제국 - 11개의 미국, 그 라이벌들의 각축전
콜린 우다드 지음, 정유진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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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히고 재미도 있다. 얼마간은 밑줄도 그어가면서 읽었더랬다. 그런데 감동은 잘 모르겠다. 미국의 역사에 관심 있어서 책을 들었는데 11개의 왕국이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 한 편을 읽고 끝난 느낌이다.


미국의 기원을 다원적으로 설명한 부분은 무척 읽을 만했다. 청교도와 스코틀랜드 접경지대로부터 온 황야의 싸움꾼들, 그리고 카리브해의 노예 농장주들이 분명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이 얽히고설켜서 미국이라는 세계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분명히 설득력이 있지만. 이 틀을 가지고 현대 미국의 정치와 외교를 설명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인들이 자기 뿌리를 강하게 의식하고 살아가지도 않고, 현대 미국을 구성원들이 내부적으로 강한 소속감과 동질성을 가진 여러 개 부족이 할거하는 부족 연합 국가 같은 것으로 이야기해서도 안 될 것이다. 현대 한국의 경상도와 전라도 사이 지역감정을 신라와 백제의 대립에 빗대서 설명하지는 않지 않나? 간혹 술 한잔하고 그러는 사람도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만약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그런 이야기를 하고 든다면 그것이야말로 역사가 아니라 판타지가 될 것이다.


조심할지어다. 설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과 설명을 할 수는 있는 것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이 책으로 미국사에 관심을 들이게 되었으니 시간 될 때 제대로 역사를 다룬 책을 찾아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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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무엇인가 - 진정한 나를 깨우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철학 에세이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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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걸린 것처럼 그런 적 있을 것이다. 진정한 나는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계속 되묻는. 나도 그랬다. 하지만 부질없었다. 진정한 나, 변하지 않는 본질로서의 나, 누가 뭐래도 단단하게 정해진 나 같은 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이 책은 진정한 자아를 찾다가 포기해버린, 그렇지만 아예 시원하게 포기해버리지는 못하고 찝찝하고 아쉬운 마음을 뒤에 남겨둔 나 같은 어정쩡한 사람들을 달래준다. 저자가 말하는 ‘분인주의‘라는 것은 ˝애초에 그런 건 없어~˝라고 명쾌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사상이다.

사람은 혼자서 살아가지 않는다. 누군가와 만나고 친해지고 싸우고 헤어진다. 그러면서 인연을 맺은 상대에 맞춰진 나름대로의 인격을 저마다 만드는데, 그게 저자가 말하는 ˝분인˝이다. 사람이라는 것은 하나의 변치 않는 모습으로 정해진 알맹이가 아니라 여러 가지 분인을 얼굴 뒤에 품은, 누구를 만나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가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변할 수 있는 다채로운 내면을 가진 하나의 우주다. 그렇게 사람은 사람과 만나 분인을 만들고 스스로를 쌓아 올린다. 반대로 인연을 맺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어 그의 내면에 나에게 맞춰진 분인을 만든다.

그렇게 사람은 상대에 맞게 ‘맞춤 인격‘을 만든다. 다중 인격 아니냐고? 그런 거 아니다. 오히려 사람과 가까워지면서 그에 맞춰서 내면이 그의 향기에 진하게 배여가는 모습에 가깝다. 상대에 잘 맞춰진 인격을 가지게 되었다는 그와 소중한 관계에 접어들었다는 증거다. 반대로 그런 분인 하나쯤 가지지 않고 누구에게나 똑같이 대하는 사람은 모든 관계를 얄팍하게 가져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람은 혼자가 아니다. 혼자서 살지 않고, 스스로의 내면 안에서도 혼자가 아니다. 그러니까 단일하고 본질적인 진정한 자아 같은 건 허상일 뿐이다. 그런 거 안 찾아도 된다. 있지도 않은 것이니까.

내 안에서 자아와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이 이 책을 읽고 뭔가 상당히 많이 바뀐 것 같다. 무엇보다도 마음이 좀 후련해졌다.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주었으니 좋은 책이다.

소설가가 쓴 가벼운 수필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는데, 그보다는 뭔가 본격적이고 체계적인 책이다. 무거운 수필이라기보다는 가벼운 철학 책에 가깝다고 하겠다. 사람이 분인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상대와 가까워지는 과정과 연결 지어 착착 ‘빌드 업‘하는 대목을 읽을 때는 책을 손에서 뗄 수 없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사랑을 분인으로 설명한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애(사랑)는 ‘그 사람과 있을 때의 내 분인이 좋은‘ 상태를 뜻한다.˝

˝사랑이란 상대의 존재가 당신 자신을 사랑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당신의 존재로 말미암아 상대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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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잘해줘도 당신 곁에 남지 않는다 - 가짜 관계에 끌려다니지 않고 내가 행복한 진짜 관계를 맺는 법
전미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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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기대하지 않고 본 책이다. 인간관계에 대한 책은 안 그래도 넘쳐나기에 이 책 또한 엇비슷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정신과 의사가 썼다니까 뭔가 다르겠지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고민 끝에 골라 읽었는데, 결과적으로 잘 한 일인 것 같다.


이 책이 말하는 바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너무 애쓰지 마세요˝ 정도가 되겠다. 세상에는 진짜 관계와 가짜 관계가 있는데, 내가 굳이 수고롭게 마음으로 애써야 하는 관계는 가짜 관계다. 진짜 관계는 나를 살찌우지만 가짜 관계는 갈수록 나를 병들게 한다. 그러니까 가짜 관계는 멀리하고 진짜 관계로 삶을 채우라는 이야기.


이렇게만 쓰면 책에 나오는 말들이 죄다 너무 뻔한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저자가 의사로서 일하면서 얻은 날카로운 통찰을 바탕으로 구체적 사례를 짚어주는 문장들을 읽다가보면 어느 순간 가슴을 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 내가 이토록 쓸데없이 애쓰면서 살아왔구나.˝


나 역시 인간관계가 어렵기에 이런 책을 찾아 읽었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서 다짐했다.
‘어려우면 관두자. 어려우면 가짜야. 진짜는 이미 내 곁에 있어. 그들에게 마음 깊이 고마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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