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의 조건
사이토 다카시 지음, 정현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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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역자 서문에서 말하듯 ˝요약력˝에 대한 내용을 눈여겨보면 좋을 것이다.

내용을 핵심적인 20%와 나머지 80%로 나누는 안목과 능력을 키우고 싶다. 본 내용에 들어가기 전에 이 책이 뭘 중요하게 다루고 있을지를 미리 생각해 보라는, 그렇게 핵심 키워드 몇 가지를 골라서 항상 염두에 둔 상태로 책을 한 번 읽어보라는, 그렇게 하면 책의 중요한 내용이 자석에 달라붙듯 나무에 매달리듯 할 거라는 저자의 제언이 무척 값지다.

또한 책을 꼭 처음부터 끝까지 우직하게 다 읽어야 한다는 고집을 버리라는 내용도 반가웠다. 책 한 권을 남김없이 다 읽어 내려고 하지 말고 중요한 20%를 찾아서 빠르게 취하는 방법으로 독서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한 번에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어내버릴 수 있는 능력도 생길 것이라는 내용인데. 내가 딱, 한 번에 두세 권의 책을 꼭 왔다 갔다 하면서 읽는 편이라 이 부분의 내용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래도 되나?‘ 싶었던 게 ‘이렇게 하는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이 바뀌었달까.



요약을 하는 능력, 뭔가를 잘하고 뭔가에 통달한 사람을 보고 명시적 지식뿐만 아니라 암묵적 지식을 훔쳐서 내 것으로 만드는 능력과 욕심, 이런 것들이 사람을 한 분야에서 탁월한 위치에 오르게 한다는 말인데. 그런데 이 책은 요약력을 강조하는 책인데도 내용을 요약하기 어렵다. 내용의 구조가 어지럽게 파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쓴 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아쉬운 점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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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으로 읽는 한국 현대사
김호기.박태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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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주요 사항을 주요 쟁점이 되어왔던 주제들을 중심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현대사 개설서에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는 내용이 나오고, 2000년대부터 2010년대의 내용도 상당히 다루어 흥미로운 책이다. 역사 교사로서 전공 지식을 보충하기 위해 읽기 좋은 책이었다. 현대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읽기에도 좋다. 각 장마다 지나치게 길지 않은 분량으로 서술하여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나는 아래 내용들을 특히 재미있게 읽었다.



신탁통치 논쟁 뒤에 숨은 미국과 소련의 숨겨진 의도 : 미국과 소련은 한반도를 대충 수습하여 던져놓고 발을 빼고 싶어 했다는데.

대한민국 정부의 합법성에 대한 객관적 사실 : 유엔이 인정한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것은 사실은 말이야, 당시 유엔이 결정한대로 총선거를 실제로 실시했던 38선 남쪽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라는 것이지. 이건 차후 북한이 혹시라도 붕괴할 때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한국 정부는 오로지 남한 지역에 대한 합법성만 갖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통치권이나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사실.

박정희의 민주 공화당의 성격 : 의외의 인물들이 많았다. 익히 알려진 대로 군부와 구 자유당 세력이 대다수였지만, 좌익 출신과 혁신 계열 인사들도 포진해있었다. 뭐 그렇다 한들 공화당 자체의 성격은, 글쎄...

베트남 파병 군인들의 전투 수당 문제 : 전쟁터로 끌고 가놓고 수당을 제대로 안 주고 강제 저축을 시킨 나라라니!

1971년 대선의 정책 대결과 김대중의 대중경제론, 그리고 김대중 정부의 시장 경제와 민주주의의 병행 발전 :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그저 신자유주의 정권인 줄만 알고 살았는데. 그게 아니라 제3의 길에 가까운 그것이었다니. 사실 그것도 신자유주의를 사민주의와 절충한 것이기는 하다만.

87년 체제(민주화의 시간)와 97년 체제(세계화의 시간) : 민주화의 환희의 시간은 짧았고, 세계화가 가져다준 무한 경쟁의 지옥은 길었다.

햇볕정책의 오랜 방향성: 햇볕정책은 사실 70년대 박정희 정부 때부터 지속된 움직임이었다.

NLL을 여태껏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 NLL은 정전 협정에서 얘기된 바 없고, 게다가 정전 협정은 다른 문제도 많았다지. 북한 쪽 말도 전혀 일리가 없는 건 아니라는 거. 게다가 7.7 선언과 남북기본합의서, 10.4 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지만, 우리 손으로 그것을 내던져버렸다. 그래서 NLL 문제는 여태 표류 중.

전시작전 통제권 환수 문제의 문제점 : 노무현 정부는 사실 한국에서의 방위 부담을 줄이려던 미국의 의도에 성급하게 걸려들었던 것. 모든 게 실패로 돌아가면서 우리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나올 때마다 미국에 끌려다니는 신세가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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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붓다 - 신화와 설화를 걷어낸 율장 속 붓다의 참모습
이중표 지음 / 불광출판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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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가 깨달음을 얻고 가르침을 펼친 이야기를 담은 초기 불경을 번역한 책이다. 각 장의 앞머리마다 간단한 해제도 붙어 있어서 어떤 내용이 나오는지 간략하게 알 수 있다.



단언컨대 이 책을 읽으면 손에서 놓기 쉽지 않을 것이다. 생각 외로 재미있으니까. 부처의 일대기이다 보니까 별일이 다 일어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람 사는 이야기다 보니까 인간적이기도 하다. 부처가 자기 가르침을 널리 펼치기 위해 전략적으로 경쟁 상대를 골라서 차근차근 격파해나가면서 ‘법륜‘을 굴리는 모습은 성장형 소설이나 게임 스토리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모두가 부처를 사랑하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부처를 시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게다가 부처의 제자 가운데 부처를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세력을 모으고 쿠데타를 일으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세상에 쿠데타라니. 물론 ‘내란범‘은 실패하며 피를 토하고 죽지만. 그래. 내란범은 벌받아야지.



부처가 한적한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고 사람들 사이로 내려오는 여정은 어쩌면 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는 차라투스트라의 여정과 닮아 보이기도 한다. 숫타니파타 같은 경전에서 사람들을 향해 우아하고 유유하게 가르침을 펴는 뭐랄까 인간 그 이상의 존재 같은 부처의 모습도 좋지만, 이 책의 인간적인 부처-때로는 고뇌하고, 고민하고, 미워도 하고, 싸우기도 하는-도 매력적이다. 제목처럼 신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부처를 만날 수 있어서 신선하다. 인간은 인간이지만 탁월한 인간으로서의 부처.



번역 문장도 무척 유려해서 잘 읽힌다. 앞으로 불교 관련 책을 읽고 싶어지면 이 사람이 쓴 책을 먼저 찾아보게 될 것 같다.



다만 진입 장벽이 조금 있다. 갑자기 용왕이 솟아 나오고 사천왕이 뛰어나온다던가 하는 신화적인 내용이 나오기도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니까. 초기 불경은 대개 암송해서 구전으로 전하던 것을 후대에 글로 옮긴 것이다. 그렇다 보니 글말에 익숙한 우리가 보기에는 처음에 이게 뭐야 싶은 부분들도 다소 있다. 이를테면 같은 말을 또 하고 또 하고 한다든지. 적응이 잘 안되는 그런 요소에 익숙해지면 그때부터 재미가 붙기 시작한다. 재미를 붙여서 읽다 보면 불교의 가르침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불경이란 부처의 이야기면서, 부처가 가르친 이야기니까.



나는 특히 이 구절 두 개가 참 좋았다. 이걸로 불교를 다 이해했다고 퉁치면 절대로 안 되는 거겠지만, 뭐랄까 그동안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불교의 가르침의 요체가 다 담긴 것 같다.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다가 마음이 어지러워질 때마다 꺼내보고 싶다.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나 아닌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갈 수 있다.˝

˝비구들이여, 이렇게 보는 배움이 많은 거룩한 제자는 몸의 형색이나, 느끼는 마음, 생각하는 마음, 유위를 조작하는 행위들, 분별하는 마음에 싫증을 낸다오. 그는 싫증을 내기 때문에 욕탐을 버리고, 욕탐을 버리기 때문에 해탈하며, ‘나는 해탈했다‘라고 안다오.˝



그래. 나도 싫증 좀 내보고 싶다. 그런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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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사 60년
서중석 지음 / 역사비평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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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되고 나서 한동안 펴지 않았던 책이다. 요즘 세월이 세월인지라 문득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펴보았다.



그래. 그랬던 거야.

이번 쿠데타는 1961년에도 있었고, 1979년과 1980년에도 있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나쁜 역사는 반복된다. 권력을 위임받은 자는 그 권력이 원래 자기 것이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그러고는 기회만 되면 권력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선출된 일 자체가 역사의 후퇴였다. 쿠데타는 언제든 터질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는 역시다.

오늘의 탄핵 시위는 1960년에도, 1979년과 1980년에도, 1987년에도, 2002년에도, 그리고 2016년에도 있었다. 깨어나서 떨쳐 일어난 사람들은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한국의 현대사는 나라를 훔친 자들과 원래 주인이 다투는 현장이다. 훔치려는 자들이 많았던 만큼 싸움도 많았고, 셀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이 피를 흘렸다. 그러나 결국 주인이 이기는 싸움이다. 도둑은 때려잡혔다. 이번에도 역시 그럴 것이다.



작은 책이다. 그러나 들어있어야 할 내용은 다 들었다. 앞으로 매년 현대사 수업을 하기 전에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



** 예전 책이다 보니 옛날 서평을 보면 이 책을 두고 ˝좌편향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그 사이에 세월이 흘렀고, 이제는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자명한 사실이자 당연한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이 책을 두고 사상 편향 운운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없을 수는 없겠지만. 사실 그런 부류의 사람들과 그런 식의 사고방식이 오늘의 쿠데타를 터지게 만든 원인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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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탄생 - 한국사를 넘어선 한국인의 역사, 개정증보판
홍대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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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류의 책을 한 번씩 읽고 배움을 얻으려 한다. 역사 지식을 매력적으로 전달하고 각인되게 하는 일. 그냥 교양 상식으로 알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역사에서 뭔가를 곱씹게 하고 때로는 가슴속에서 뜨뜻한 피가 끓게 만드는 일.

그 어려운 일을 출중하게 잘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사람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많이 배웠다. 때로는 정교하고 자세한 설명 보다, 조금은 거칠지라도 마음을 움직여서 나중에 자꾸 찾아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설명이 필요하다. 물론 큰 틀에서 사실 관계에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그걸 잘 해내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칠 때 잘 해내고 싶다.



**

고구려가 곧 고려라는 이야기, 성리학의 긍정적 의미에 대한 저자의 의미 있는 항변이 무척 재미있게 잘 읽혔다. 그리고 이 논의가 근현대의 질곡을 거치며 저자가 설명하고 싶은 ‘한국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큰 줄기의 이야기로 나아가는 흐름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민족주의를 믿지 않고, ‘한국인의 독특한 특성‘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의 관점에는 마음이 움직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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