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종류의 책을 한 번씩 읽고 배움을 얻으려 한다. 역사 지식을 매력적으로 전달하고 각인되게 하는 일. 그냥 교양 상식으로 알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역사에서 뭔가를 곱씹게 하고 때로는 가슴속에서 뜨뜻한 피가 끓게 만드는 일.그 어려운 일을 출중하게 잘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사람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많이 배웠다. 때로는 정교하고 자세한 설명 보다, 조금은 거칠지라도 마음을 움직여서 나중에 자꾸 찾아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설명이 필요하다. 물론 큰 틀에서 사실 관계에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그걸 잘 해내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칠 때 잘 해내고 싶다.**고구려가 곧 고려라는 이야기, 성리학의 긍정적 의미에 대한 저자의 의미 있는 항변이 무척 재미있게 잘 읽혔다. 그리고 이 논의가 근현대의 질곡을 거치며 저자가 설명하고 싶은 ‘한국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큰 줄기의 이야기로 나아가는 흐름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민족주의를 믿지 않고, ‘한국인의 독특한 특성‘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의 관점에는 마음이 움직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