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붓다 - 신화와 설화를 걷어낸 율장 속 붓다의 참모습
이중표 지음 / 불광출판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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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가 깨달음을 얻고 가르침을 펼친 이야기를 담은 초기 불경을 번역한 책이다. 각 장의 앞머리마다 간단한 해제도 붙어 있어서 어떤 내용이 나오는지 간략하게 알 수 있다.



단언컨대 이 책을 읽으면 손에서 놓기 쉽지 않을 것이다. 생각 외로 재미있으니까. 부처의 일대기이다 보니까 별일이 다 일어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람 사는 이야기다 보니까 인간적이기도 하다. 부처가 자기 가르침을 널리 펼치기 위해 전략적으로 경쟁 상대를 골라서 차근차근 격파해나가면서 ‘법륜‘을 굴리는 모습은 성장형 소설이나 게임 스토리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모두가 부처를 사랑하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부처를 시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게다가 부처의 제자 가운데 부처를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세력을 모으고 쿠데타를 일으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세상에 쿠데타라니. 물론 ‘내란범‘은 실패하며 피를 토하고 죽지만. 그래. 내란범은 벌받아야지.



부처가 한적한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고 사람들 사이로 내려오는 여정은 어쩌면 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는 차라투스트라의 여정과 닮아 보이기도 한다. 숫타니파타 같은 경전에서 사람들을 향해 우아하고 유유하게 가르침을 펴는 뭐랄까 인간 그 이상의 존재 같은 부처의 모습도 좋지만, 이 책의 인간적인 부처-때로는 고뇌하고, 고민하고, 미워도 하고, 싸우기도 하는-도 매력적이다. 제목처럼 신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부처를 만날 수 있어서 신선하다. 인간은 인간이지만 탁월한 인간으로서의 부처.



번역 문장도 무척 유려해서 잘 읽힌다. 앞으로 불교 관련 책을 읽고 싶어지면 이 사람이 쓴 책을 먼저 찾아보게 될 것 같다.



다만 진입 장벽이 조금 있다. 갑자기 용왕이 솟아 나오고 사천왕이 뛰어나온다던가 하는 신화적인 내용이 나오기도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니까. 초기 불경은 대개 암송해서 구전으로 전하던 것을 후대에 글로 옮긴 것이다. 그렇다 보니 글말에 익숙한 우리가 보기에는 처음에 이게 뭐야 싶은 부분들도 다소 있다. 이를테면 같은 말을 또 하고 또 하고 한다든지. 적응이 잘 안되는 그런 요소에 익숙해지면 그때부터 재미가 붙기 시작한다. 재미를 붙여서 읽다 보면 불교의 가르침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불경이란 부처의 이야기면서, 부처가 가르친 이야기니까.



나는 특히 이 구절 두 개가 참 좋았다. 이걸로 불교를 다 이해했다고 퉁치면 절대로 안 되는 거겠지만, 뭐랄까 그동안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불교의 가르침의 요체가 다 담긴 것 같다.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다가 마음이 어지러워질 때마다 꺼내보고 싶다.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나 아닌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갈 수 있다.˝

˝비구들이여, 이렇게 보는 배움이 많은 거룩한 제자는 몸의 형색이나, 느끼는 마음, 생각하는 마음, 유위를 조작하는 행위들, 분별하는 마음에 싫증을 낸다오. 그는 싫증을 내기 때문에 욕탐을 버리고, 욕탐을 버리기 때문에 해탈하며, ‘나는 해탈했다‘라고 안다오.˝



그래. 나도 싫증 좀 내보고 싶다. 그런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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