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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문 용어사전 - 아날로그부터 디지털까지, 체계적으로 익히다
조용훈 지음 / 월간사진출판사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역사를 좋아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있다. 어릴 때 티비에서 판관 포청천을 해줬는데 그게 참 재밌었다.
마침 집에 학습 백과가 빼곡히 꽂혀있었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몇 시간을 나오지 않고 백과사전을 뒤적이며 중국사 부분에서 포청천과 송나라를 찾아 읽었다. 그렇게 역사를 좋아하게 되었다. 정신 차려보니 역사 교사를 하고 있다.
그때는 그랬다. 유행이었을까? 우리 집에도 친구들 집에도 학습 백과 세트가 꼭 있었다. 빼곡한 2단 편집이지만 흥미로운 내용들이 줄줄이 '올 컬러' 사진과 함께 들어간. 모든 아이들이 부모가 사놓은 학습 백과를 좋아한 건 아니었겠지만, 나는 틈만 나면 두꺼운 사전에 깊이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나이 들면서 어린이 학습 백과사전을 보지 않게 되었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종종 그런 책이 그리웠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에 대한 내용들이 '그런 식으로'-적당히 크고 두꺼운, 못 보던 게 줄줄이 이어지는, 올 컬러 사진이 들어간, 2단 편집의- 투박한 매력을 가진 책.
그런 책이 얼마 전에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펼쳐봤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사진-를 다룬 내용이 '배부르게' 들어간 사전.
개념과 용어, 기법, 장비의 설명이 끝없이 들어가 있다. 차린 게 많은데 먹을 것도 많다. 책의 글쓴이는 대체로 내용을 알기 쉽게, 그리고 자세하게 설명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서 사진을 몇 년 찍어오면서도 잘 모르던 플래시 동조의 개념을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와 리플렉스 카메라에 그렇게 많은 세부 분류가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 사실 이런저런 사진 책이나 블로그에 흩어져있는 내용들이지만 한 군데에 모아놓고 보니 깊게 읽게 된다. 이런 걸 '편집부'나 '공저'가 아니라 글쓴이 혼자서 모아서 썼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다.
아마도 글쓴이는 이 책을 프로 사진가나 아마추어 사진을 오랫동안 진지하게 찍어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쓴 것 같다. 사진 작업을 하다가 아직 잘 모르거나 생각이 잘 안 나는 개념을 찾아보는 포켓북 같은 물건이랄까. 그래서 설명 중간중간에 어려운 단어들이 나오지만 보충 설명이 따로 없다. 가나다 순서로 편집해놓아 표제어를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며 찾아보면 되지만, 글쓴이가 보기에 기초적인 내용이라 생각한 것들은 따로 설명을 실어놓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용도로 쓰기에 이 책은 부피가 지나치게 큰 게 아닌가 싶다. 오히려 나는 이 책이 이제 막 카메라를 샀거나 이론이 궁금해지기 시작한 초보들에게도 어울릴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어릴 때 즐겁게 읽었던 학습 백과처럼. 앞으로 개정판이 나온다면, 생소한 단어들에 대해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하는 문장을 덧붙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