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세크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김인경 옮김 / 꿈꾼문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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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희극‘인 신곡이 중세 봉건제의 필연적 표현이라면 발자크의 ‘인간희극‘은 개인에 대한 관심이 지배적이던 브루주아 시대의 표현이다.

‘곱세크‘는 고리대금 업자 곱세크의 인생 관찰기로 인간희극 총서 중 첫 저작으로 이후 몇번의 개작을 통해 오늘에 이르렀다.
곱세크는 구두쇠로 돈의 화신이며 인간희극에 속한 소설 14편에 등장하는 악인이다. 고리오 영감에도 등장하고 이 작품에 등장인물인 드레스토 백작부인은 고리오 영감의 큰딸 아나스타지다.

중편 분량의 소설로 화자가 곱세크와 얽킨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작품을 이끌어가는데 입체적인 곱세크의 성품 변모가 흥미롭고 흡입력있는 작품이다.

이후 고리오 영감과 골짜기의 백합 재독과 함께 국내 번역된 인간희극 총서들 전작을 읽어보려한다. 각 소설의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읽을때 곂치는 인물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할듯하다.

 그의 금융상의 견해와 인간본성에 대한 철학적인 관찰이 그에게 외견상 고리대금업자와같은 행동을 하도록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일단 일에서 떨어진 그는 파리 전체에서 가장 섬세하고 정직한 사람이라고 나는 내심 확신하고 있어요. 그의 몸 안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구두쇠와 철학자, 왜소한 인간과 위대한 인간입니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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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Schatten 2021-02-01 23: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한에서 구두쇠를 곱세크라고 한다는 걸 들었는데 리뷰를 보니깐 더 이해가 잘 돼요. ㅎㅎㅎ

bluebluesky 2021-02-02 06:57   좋아요 1 | URL
어머나, 전 작년에 곱세크 첨 알았는데 북한에선 유명한가봐요

PersonaSchatten 2021-02-02 11:44   좋아요 1 | URL
아무래도 요즘 세대는 어떤지 모르지만 우리 영어 배우듯이 러시아어를 학교에서 가르쳤었기도 하고, 구소련이랑은 이념이 같았어서 그런지 러시아어에서 온 외래어도 종종 있는 거 같아요. 저도 처음에 듣고 신기했어요. 스크루지 같은 표현이었나봐요. _

bluebluesky 2021-02-02 12:09   좋아요 0 | URL
아 너무 박식하세요.많이 배웁니다^^

PersonaSchatten 2021-02-02 12:12   좋아요 1 | URL
저도 생각도 못해봤다가 대학 때 새터민 선배가 토익때문에 울고싶다고 해서 알게 된 거에요. 알파벳 읽는 거부터 하는데 러시아어랑 어순도 다르고 왜 쓰는대로 소리도 안 나고 문법도 이랬다 저랬다 예외가 많냐고요.
 
다시, 올리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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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올리브 카티리지에서 멈출걸 그랬다.

재혼하고 처음 방문한 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들이 알파벳을 암송해도 그대로 앉아 들을수 있을것 같다고 느낄만큼 외롭고, 며느리와 손자들은 투명인간 취급하고 덩치가 너무 크고 늙어서 발을 몸에 당길수없어 발톱도 깍을 수없다 .
속편에서 올리브가 남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는 중평이 지만 올리브는 까칠하고 속정깊은 걸크러쉬였는데 힘빠진 그녀의 노년의 삶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 당연한 불편한 진실이 이제 내 부모에게 적용되고 나도 그 반열에 가까워 진다고 생각하니 슬프고 또 슬퍼진다.

‘ 2월의 햇빛은 늘비밀 같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2월에는 낮이 점점 길어졌는데, 잘 관찰하면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루의 끝마다 세상이 조금씩 더 열렸고, 더 많은 햇빛이 황량한 나무를 가로질럿다. 그리고 약속했다. 그 햇빛이약속했다. 그건 얼마나 굉장한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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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2-01 22: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이들어서도 사랑을 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하는 올리브의 모습을 보는게 좋았습니다. 나이든다는거 늙는다는거 그거 참 어려운거구나 골똘히 생각하게 하더라구요. ^^ 아 이건 정말 그 늙음이 저에게 얼마 안남았다는 생각에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슬퍼라....ㅠ.ㅠ

bluebluesky 2021-02-01 23:20   좋아요 0 | URL
전 배우자를 2번이나 잃고 매가리가 없어진 올리브가 너무 애잖하고 흑흑 읽지말걸 그랬어요.

mini74 2021-02-01 22: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발톱 손질이 힘들어지는 것. 그게 그렇게 맘이 아팠어요. 부모님 모습도 보이고. 그리고 늙음은 익숙해지는 것들이 다시 서툴고 낯설어지는 것. 어린 시절엔 낯설고 서툴어도 수백번 가르쳐 주던 세상이, 늙은 나에겐 더 이상 친절하지 않은 것. 물론 어린 시절의 세상도 그닥 호락호락하진 않았지만요 ㅎㅎ

bluebluesky 2021-02-01 23:21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말할 기회만 생기면 막쏟아내고 누군가 조금만 잘해주면 마음 다 내주고 하는 모습도 너무 아프고;;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N번방 추적기와 우리의 이야기
추적단 불꽃 지음 / 이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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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의 민낯을 일반인 여대생 둘이서 파헤치기까지 그들의 고뇌와 두려움, 고민이 담겨있는 책이다.
그들의 작은 시작이 국회에서 일명 ‘n번방 방지법‘을 통과시키는 날개짓이 되었고 얼마전 주범 조주빈은 이례적으로 중형인 40년형을 선고받았다.

아직 보완되야할 법적 부분과 피해자 보호 등 여러 조치가 필요하지만 작은 변화로부터 좀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의 길이 열릴거라 믿는다.

추적단 불꽃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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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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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집필을 거부하는 sf계의 보르헤스?
개연성있는 과학적인 과학 소설을 쓰는 최고의 작가 테드창, 그는 다작을 하지 않는다. 대신 한편 한편을 다듬고 다듬어 각 작품이 유력한 상을 거의 휩쓸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않았다. 이해, 영으로 나누면, 네인생의 이야기는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 그런 연유로 몇 세기 전 이 탑의 건설이 시작되었다. 하늘에 닿는 이 기둥은 인간이 야훼의 위업을 보기 위해 올라가기위한 계단이자, 야훼가 인간의 위업을 보기 위해 내려오기 위한 계단이었다.˝ -바빌론의 탑

구약의 바빌론의 탑은 인간의 거만과 방종에 대한 단죄로 완성되지 못했지만 테드창의 바빌론의 탑은 천장에 닿고 광부들은 그 천장을 뚫는다. 그안의 천국과 지옥을 향해 야훼에 다가가기 위해.
탑이 높아질수록 땅에서 멀어진 일꾼들은 탑을 거주지로 삼아 마을을 이룬다. 신전이 있고 판관이 있고 상점이 있고 그러나 이 마을은 몇세기가 걸리는 긴 여행의 일부인 것이다.
탑을 오르는 여정에서 주인공은 대지는 불충의 죄로 그를 추방하고 하늘은 그를 거부하는 듯하여 절망하고 야훼의 확답을 갈망한다. 탑에 별이 부딪히기도 한다.
천장을 뚫고 두번째 대홍수라 여긴 격류에 휘말려 야훼의 벌이라 죽음을 각오하고 어떤 인간보다 하늘 가까운 곳에서 죽겠다는 일념으로 헤엄쳐 올라가다 기절했다가 깨어난 곳은 대지 아래 사막이었다. 멀리 떨어져있으면서도 맞닿아있는 장소. 원통형 인장과 같은.
야훼는 아무리 오래 여행을 해도 인간은 결국 출발점으로 되돌아 올수밖에 없음을 알기에 탑을 무너뜨리지 않은 것이다. 몇십세기에 걸쳐 역사를 해도 천지창조에 대해 알고있는 지식 이상을 얻을수 없지만 그런 노력을 통해 이 세계가 얼마나 절묘하게 건설되었는지 깨닫게 된다.
이렇게 인간은 자신의 위치를 깨달을수 있는 것이다.


칼은 침묵했다. 이윽고 갑작스럽게 이해가 됐다. ˝고전 물리학자들이 양자역학에 직면했을 때와 같은 상황이군. 줄곧 믿어왔던 이론이통째로 부정되고 새로운 이론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지만, 모든 증거가 아무래도 새 이론 쪽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황.˝-영으로 나누면

힐베르트, 괴델, 러셀이 각 챕터의 상위를 차지하고 부부인 생물학자 칼과 수학자 르네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0으로 나누는 법칙을 위반하지않고 1은 2와 같음을 증명했다고 믿는 수학자 르네는 미쳐가고 그 과정을 지키는 칼의 애정은 메말라간다.
어렵다. 눈에 보이는 모든것이 그녀를 향해 모순이라 소리지른것 같다면, 하루 종일 수와수를 등식으로 잇고있다면 누가 미치지 않겠는가?

˝나는 처음부터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알고 있었고, 그것에 상응하는 경로를 골랐어. 하지만 지금 나는 환희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아니면 고통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내가 달성하게 될 것은최소화일까, 아니면 최대화일까?˝-
네 인생의 이야기

언어학자인 나는 외계인 ‘헵타포드‘들의 언어가 페르마의 원리와 연관되는 목적론적 사건 해석임을 이해하게 되면서 미래를 알수있게 된다. 그들은 모든 사건을 한꺼번에 경험한다.
자유의지의 존재는 우리가 미래를 알수없음을 의미한다.
신화에서 신탁은 미래를 예언하고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결국은 신의 의지대로 일은 일어나 오이디프스의 비극이 일어나고 만다지만 우리는 통상적으로 양립할 수없다고 답한다.
나는 남편과의 헤어짐과 딸의 이른 죽음을 알면서도 자유의지를 개입하지않고 미래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 작품은 ‘컨텍트‘라는 칼세이건 원작 영화와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이외에도 명명과학을 다룬 ‘일흔 두글자‘, ‘지옥은 신의 부재‘와 심미적 반응의 결여를 가져오는 칼리아그노시아의 강제도입에 대한 찬반 인터뷰 형식의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등도 생각할 여지가 많았다.

이과생으로써의 나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 책 읽는 시간보다 구글링하는데 시간이 더 걸린, 시간을 들여 재독이 필요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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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1-30 1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과생인 저는 못알아듣는 말이 더 많아 읽기가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생각을 많이 던져주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내가 과학 지식이 좀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

bluebluesky 2021-01-30 12:55   좋아요 1 | URL
줄마다 다 이해하려면 한도끝도 없는 여정이고 어느 정도 포기하고 읽어도 좋은 작품인건 분명한듯요^^
 
여명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7
시도니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송기정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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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독증인가 싶었다.
소설이라는데 은유와 상징이 가득한 모호한 시같고 화자가 누군지 겹쳐져 모르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의 초대를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말입니다. 왜냐고요? 내가 기르는 붉은 선인장이 곧 꽃을 피울 것 같아서요.~ ‘

첫문단은 사위의 초대에 저런 멋드러진 ?거절을 하는 엄마의 편지가 떡하니~~~

나랑 안맞는가 싶어 그만 읽으려다 영화를 보라는 조언들이 있어 ‘콜레트‘영화를 보고 다시 책장을 넘겼다. 영화는 그녀 인생의 전반기를, 소설은 중후반기를 담았다.


‘누가 내게 가르쳐줄 수 있을까? 여러 곳에서, 때로는 억센 팔에 의지하여 위안을 얻곤 했다. 정말 그랬다. 여자들은 행복한 사랑을 해본횟수만큼 많은 고향을 가지며, 사랑의 고통이 치유되는 하늘 아래서 매번 새로 태어난다. ‘

지금 시절에도 그녀만큼 신나게 살다간 사람은 드물다싶게 할거 다하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양껏 사랑한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싶다.

‘어머니는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그녀 자신이 말했듯 스스로 데어보고 나서야 비로소 뜨거움을 알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포기를 통해서만, 오로지 포기를통해서만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의 포기와 성취...... 심각하게 사랑에 빠지는 어머니나 나 같은 부류의 여자들에게, 사랑의성취와 사랑의 포기는 어떤 것이 더하고 덜하고도 없이 모두 똑같은죄악이다. 남편 곁에서 차분하고 명랑했던 그녀였지만, 숭고한 순간을 경험하는 존재들을 만나면 물불을 안 가리는 열정으로 동요되기도하고, 이성을 잃기도 했다. ‘

어머니의 편지를 간간히 인용하며 열정이 넘치는 어머니를 자신과 동일시 하며 추억하고 어머니는 창작의 원천이 된다.

고개를 기울이고 잿빛 눈을 가늘게 뜬 채 그 ˝바보 같은 놈을 아첨도 잘하고 멋있었던 그의 모습을 회상하는 어머니를 나는 지금도기억한다. 어머니는 다음과 같이 덧붙여 말했다.
˝아가야, 그 바보 같은 놈과 함께라면 좋은 작품을 얼마나 많이쓸 수 있겠니……… 하지만 지금 그 남자에게는 네가 가진 가장 소중한것을 모두 다 주지 않고는 못 배길 게다. 게다가 그는 너를 불행하게만들 게야. 분명 그럴 게야...˝
나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카산드라 같네!…
˝그래, 그래. 카산드라겠지.... 내가 예언할 수 있는 것들을 네게다 말할 수만 있다면그녀의 가늘게 뜬 잿빛 눈은 멀리 내다볼 줄 알았다.

어머니는 화자의 남편을 위와같이 팩트폭력하기도 하고 불난집을 보고 아름답다며 너도 나처럼 재난을 좋아하냐고 묻기도한다.

약간의 윤색이 있지만 ‘여명‘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인생의 황혼기에 되늦게 찾아온 연하남과의 사랑에 갈등하던 화자가 그를 밀어내면서도 돌아오길 기다리는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다.
그녀도 늦게야 깨달은 근사한 그녀의 인생의 한자락이 담겨있는 그런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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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28 2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렇게 포스터와 사진을 함께 비교해서 보니 실제 작가 꼴레트와 배우 키이라가 많이 닮아보이네요 소설 ‘여명‘에 작가에 자전적인 이야기 인것 같네요 ^0^

bluebluesky 2021-01-28 23:48   좋아요 2 | URL
스타일링이 비슷해서 그렇지 키이라가 훨 이쁘답니다^^
하지만 어쨌든 콜레트 여사 매력뿜뿜이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