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인당 이야기 - 페라귀스.랑제 공작부인.황금 눈의 여인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1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송기정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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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의 인간희극 총서 ‘풍속 연구‘중 ‘파리 생활 장면‘에 수록된 작품이다.

제정시대 파리에 뜻을 같이하는 열세명의 남자가 있다.
허위로 가득찬 사교계를 비웃으며 저주하는 냉정하고 빈정대기 좋아하는 우월한 사람들의 은밀한 연합인 13인당의 우정과 비밀이 얽힌 복수와 모험 이야기이며
사랑에 속고 사랑에 울고 사랑에 죽는 파리지엥들의 풍속과 사랑이 녹아있는 사랑,질투,복수의 서사시.

13인당의 수장인 페라귀스와 그의 딸 클레망스와 그녀의 남편 쥘 드마레, 그녀를 남몰래 짝사랑하는 오귀스트의 오해에서 불거진 질투와 복수의 비극을 담은 ‘페라귀스‘, 이 작품의 페라귀스의 부성애는 이후 ‘고리오 영감‘의 부성애와 만나며 발자크 인간 희극 총서의 인물 재등장 기법이 처음 사용되었고 파리라는 공간이 장소이상의 역할을 한다.

‘랑제 공작부인‘은 스페인 원정을 간 프랑스 장군이 스페인 카르멜회 수도원에서 행방이 묘연했던 옛 연인을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어 그들의 운명이 이렇게 흘러오게된 공작부인의 교태, 위선, 욕망과 육체적 결합만을 사랑의 증거라고 생각했던 몽리보의 사랑의 어긎남을 회상하고 끝내 공작부인의 죽음으로 결말지어 진다.
주인공들의 대화에서 능력이 있으면 누구나 계급상승이 가능한 사회를 꿈꾸는 발자크의 사상이 드러난다.

 [아직 젊었음에도 랑제 공작부인은 여자란 사랑의 공범자가 되지 않고도, 상대방의 사랑을 받아들이거나 인정하지 않고도, 최소한의 사랑 표시만으로상대방을 만족시키면서 공공연히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마지막 작품인 ‘황금눈의 여인‘은 양성체인 파키타를 사이에 둔 세기의 바람둥이인 더들리경의 배다른 남매 마르세와 산 레알 부인간의 사랑과 질투가 낳은 끔찍한 복수의 드라마다.
남매를 동시에 사랑하다 산 레알부인에게 참혹하게 살해당한 파키타에게 남매는 하나의 존재였고 분리되어 존재하던 그들을 일시적으로 마주하게 한 것이었다.
문란하고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했던 타락의 도시 파리를 생생하게 재현한듯하다.

소설 서두마다 파리와 그 시대에 대한 소고와 발자크의 사상이 서술되어 지루한 감이 있지만 속도감도 있고 사랑과 복수의 이야기인지라 흥미진진하며 각 작품의 복수,납치,사건 현장 수습 상황마다 13인당의 비밀스러운 행적은 감칠맛을 더해주었다.


[사랑과 열정은 서로 다른 마음 상태임에도, 시인이나 사교계 사람들,철학자나 멍청이 할 것 없이 다들 이 두 감정을 혼동한다. 사랑은 상호적인 감정으로, 그 무엇에 의해서도 변하지 않는 기쁨이 보장되어 있다. 서로가 끊임없이 쾌락을 주고받으며, 두 마음이 너무도 유착되어있기에 질투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이때 소유란 하나의 수단일 뿐 결코 목적이 아니다 p370.

 반면에 열정이란 고통받는 모든 영혼이 갈망하는 사랑과 그 사랑의 영원함에 대한 예감이다. 열정은 언제 배반당할지 모를 희망이다. 열정은 고통인동시에 변질을 의미한다. 희망이 죽으면 열정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p371]

평생 아무개씨 부인들을 끊임없이 사귀는 범상치않은 사랑을 했던 발자크의 사랑과 열정에 대한 소고가 그의 생애를 돌아볼때 낯설기만하다.

다음에 읽을 발자크 작품은 샤베르대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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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 캐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6
시어도어 드라이저 지음, 송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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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젊은이의 양지‘의 원작인 ‘아메리카의 비극‘으로 유명한 미국 자연주의 문학의 거장 시오도어 드라이저의 작품이다.

그림을 통해 책을 소개하는 다른 책에서 ‘시스터 캐리‘가 반도덕적이라는 비평가들의 혹평속에서 작가에게 자살을 결심하게 하고 10년간 절필을 하게한 작품이라고 소개한 덕에 여주인공이 엄청 타락하고 반인륜적인 소설인가 했다.
그런데 지레 겁을 먹었었나 생각보다 캐리는 삶에 이끌려 두남자를 거쳐가긴 했지만 너무 성실하고 인정받기위해 노력하고 더 높은 곳을 욕망하는 보통의 여주인공이었다. 지력은 모자라지만 공감능력이 뛰아나고 감수성이 풍부한.

맥을 같이하는 프랑스의 대표적 자연주의 소설가 에밀졸라의 작품 ‘목로주점‘,‘나나‘에서와는 달리
무자비하고 날카로운 현실의 칼날은 남자 주인공 허스트우드를 향해있었다.
시카고에서 클럽 지배인으로 중산층이상의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다 이미 파트너가 있는 캐리에 반하고 돌발 상황의 발생으로 뜻하지 않게 도둑이되어 그녀를 납치하다시피하여 시작된 뉴욕에서의 생활은 그를 실직자에서 노숙자로 이끌며 결국은 자살로 몰아간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갖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환경과 유전의 산물이라 보는 자연주의 작품답게 인간본능의 추악한 면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급격한 산업화 속에서 욕망의 노예로써 대도시의 환락과 사치를 탐닉하는 캐리, 성적욕망과 과시욕으로 뭉친 드루에와 허스트우드의 운명은 우연이라는 파도를 타고 표류한다.
도덕적으로 타락?한 캐리가 벌을 받기는 커녕 배우로써 성공했다는 것에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는데 그 시절 청교도들의 미국 사회는 혁명의 본좌 프랑스 사회보다 크게 보수적이었던것 같다.

 [발길은 지치고희망은 헛되어 보일 때, 바로 그때 가슴이 아파오고 갈망이 솟아오른다. 그때에야 비로소 싫증을 내지도, 만족하지도 못함을 알리라. 흔들의자에 앉아, 창가에서 꿈꾸며 홀로 갈망하리라. 창가의 흔들의자에앉아 결코 느끼지 못할 그런 행복을 꿈꾸리라.]p653

부와 명성을 손에 넣고도 또다른 욕망을 갈구하는 마지막 장면의 캐리는 갈곳없는 우리 현대인의 갈망과 공허와 다르지 않은듯하다.

[세상에는 한번 살아보고 싶은 삶이 수없이 많지만, 불행히도 우리한 번에 한 가지씩밖에는 누릴 수가 없습니다. 멀리 있는 것을 향해아무리 손을 내밀어봐도 소용이 없지요.]p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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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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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에 상상을 더해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당신 인생의 이야기‘ 작품집이후 테드창의 두번째 소설집이다.
이번 작품집에서는 과거의 선택을 바꾸고 싶어하는 인간 욕구를 다르게 형상화한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과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 재미도 있으면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주었다.

영화 ‘테넷‘과 ‘인터스텔라‘의 과학 자문을 했던 킵손 교수의 북투어 강연에서 영감을 얻어 타임머신 이론상 접근한 첫 작품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에서 바그다드의 상인 압바스는 20년전 카이로에서 아내와 크게 싸운후 집을 떠났는데 며칠후 아내가 벽에 깔려 죽은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우연히 바그다드의 어느 연금술사의 상점에서 20년후의 미래로 가는 ‘세월의 문‘을 통해 시간여행을 할수 있음을 알게되어 운명을 바꿔보고자 하지만 아내를 살릴수는 없었고 아내의 진심을 알게되어 과거는 바꿀수없지만 과거의 잘못을 돌아볼 기회를 얻을수 있음을 알게된다.
그렇게 될수밖에 없었다는.

˝알라는 보답받을 사람에게 보답하고 벌을내릴 자에게 벌을 내립니다. 이 문을 이용하는 이용하지 않든 손님에대한 알라의 태도는 바뀌지 않습니다.˝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의 말을 이해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자신이 이미 경험한 불행을 피하는 일에 성공하더라도,다른 불행을 겪는 일을 피할 수는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그 무엇도 과거를 지울수 없다.
다만 회개와 속죄와 용서가 있을뿐이며 그것으로 충분하다.

양자역학의 다세계 해석을 반영한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에서는 평행 우주속 자기를 관찰할수 있도록 설정된 ‘프리즘‘을 통해 다른 선택을 한 평행자아의 삶을 볼수있고 그와 소통할 수 있다. 프리즘으로 부당 이득을 얻는 프리즘 판매자 냇과 모로의 이야기와 과거 자신의 잘못으로 잘못된 친구 비네사에 대한 가책을 느끼는 심리상담자 데이나의 이야기는 다르게 행동한 평행세계들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그 원인은 그들이 아님을 보여준다.

. 우리가 다른 평행세계들에 관해 알고 있는데, 좋은 선택을 하는 것이 가치가 있느냐 하는 문제 아니었나요? 저는 단연코,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누구도 성인군자가 아니에요. 하지만우리 모두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선한 일을 할 때마다, 당신은다음번에도 선한 일을 할 가능성이 많은 인물로 스스로를 만들어가고있는 겁니다. 그건 의미가 있는 일이지요.
게다가 당신은 이 세계에 있는 당신의 행동만 변화시키고 있는 게아닙니다. 미래에 분기할 당신의 모든 버전들에게도 그런 변화를 심어주고 있는 거예요. 더 나은 사람이 됨으로써, 당신은 미래에 분기될 더..
많은 평행세계에도 더 나은 버전의 당신들이 살고 있을 가능성을 보장하고 있는 겁니다.˝

예전에 일요일일요일밤에의 인기 프로였던 이휘재의 ‘인생극장‘과 프루스트의 ‘가지않은길‘이란 시가 떠오른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지금 나는 다른 길을 가고 있을까? 책장을 덮고 난 후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선택의 분기마다 나의 선택이 조금씩 나를 다른 방향을 이끌긴 했겠지만 나의 본성, 가정환경 등등 선택으로 그닥 바뀔수 없는 큰 가지를 따라 지금으로 오지 않았을까 싶다.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라는 키에르케고르의 화두. 우리는 자유를 가진 인간이기에 그에따른 선택과 결정은 현기증을 동반하는 두렵고 불안한 일이다. 이 또한 우리 삶의 일부인 것이다.
어떻게 살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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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8-01 17: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테드 창의 소설은 정말 발상이 너무 기발해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근데 문제는 어려워요. 무슨 말인지 모를 말들이 정말 너무 많아서 저는 <숨>을 사놓고도 읽기 위한 숨고르기를 아직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

bluebluesky 2021-08-01 19:20   좋아요 1 | URL
맞아요.
넘 어려워서 한장 넘기기가 힘들어 완독하는데 오래걸리더라구요.
당신 인생이야기랑 같이 재독 필요한 책이에요.

mini74 2021-08-01 17: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테드 창 좋아하는 작가~극한직업이란 영화에서 창식이가 테드 창으로 나와서 아이랑 빵 터졌던 기억이 나요 ㅎㅎ

bluebluesky 2021-08-01 19:22   좋아요 1 | URL
ㅋ 맞아요.오정세 역할
아마도 이병헌 감독님이 책 읽으신듯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 탐서주의자 표정훈, 그림 속 책을 탐하다
표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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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속 책을 보고 저자가 상상한 책에 얽힌 이야기와 그림의 콜라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293호 열차c칸을 보며 그녀가 읽는 책이 ‘위대한 개츠비‘가 아닐까 상상하고 또다른 피츠제럴드의 ‘밤은 부드러워라‘를 이야기하는 식으로 50점이 좀 못되는 그림을 보며 책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심심치 않지만 좀 억지스러운 설정들이 있음은 감안해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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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9 10: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그림 보면 피츠제럴드 단편선이 생각나는데(민음사에서 발행한 책의 표지더라구요) 그림에 있는 여인이 읽는 책이 피츠제럴드의 책일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해봤는데 신기하네요 🙄

bluebluesky 2021-07-29 11:06   좋아요 3 | URL
저도 이 책 예전에 사두고 펴보지도 않았는데 지금 찾아보니 그렇네요.
ㅋ 저자도 아마 그책 읽어서 이 그림보고 책이 떠오른거 아닐까요?

바람돌이 2021-07-29 2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글들이 좀 굴곡이 있었어요. 어떤 글은 공감이 확되면서 좋고, 어떤 글은 좀 너무 심시하고, 또는 조금 억지스러운 면도 있었고... 그래도 그림속 인물들이 읽고 있는 책이 뭘까를 상상하는 에세이는 참 신선하죠? 문제는 저 책 속에 나오는 책들의 제목이 대부분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었다는데 좀 슬펐어요. ^^;;

bluebluesky 2021-07-30 11:09   좋아요 0 | URL
맞아요.딱 제맘이랑 같네요^^
아주 옛날 고전들을 넣어놔서 모르는거 많더라구요;;;
 
세상 저편으로 가는 문
캐리 호프 플레처 지음, 허형은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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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 스노는 죽음에 직면하여 평생 단 한번인 사랑을 경험했던 스물일곱살에 살던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안에 서있는 것을 발견한다.

<당신의 영혼은 너무 무거워서 이 문을 통과할 수 없어요.
세상의 무게는 이전 세상에 남겨두세요.
무게를 덜어내야 열쇠가 돌아가고,
당신이 열망하는 것을 가질 수 있어요.>

이비는 죽고나면 생전에 제일 좋아하던 장소인 자신만의 천국으로 온것.사후세계의 대기실. 감정과 기억을 먹고사는 벽에 이비와 이비가 찾으려는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를 주면 이동할 통로가 되어준다고.

그녀는 노래, 행동, 분실물 상자를 통해 세개의 비밀 열쇠를
얻어 벽너머 세사람을 만나 눌러둔 감정을 끄집어내고 마음을 열어 사람들을 용서하여 삶의 무게를 떼어내야만 통과할수 있는 자신의 집 문(천국의 문)을 수위 리프의 도움을 받아 통과한다.

 ˝그 사람이 잘생겼고 그게 마음에 들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어요. 그 사람이 아주 오랜만에, 어쩌면 제 평생 처음으로 저를 그냥 보는 게 아니라정말로 들여다본 사람이라서 승낙한 거였죠.˝

기차역에서 버스킹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빈센트와 잊지못할 짧은 사랑을 하고 평생 가슴에 묻는다.

당신을 따라간다면나를 잘못된 길로 인도할 건가요?
온 마음으로 당신을 믿어요나를 올바른 곳으로 데려가줄 거라고,그러니 내 손을 잡고 나를 이끌어줘요.
가장 어두운 나날을 헤쳐나갈 수 있게.
나를 따라오면당신도 괜찮을 거니까.

아들이 어디있건 이 노래가 찾아줄거라고 믿으며 부르는 이비는 아들의 꿈속에 자신의 사랑의 열쇠를 심고 딸과 빈센트의 꿈에도 나타나 결국은 이승에서 못이룬 사랑을 이룬듯 보인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걸 알면서도, 결혼하면서 심장을 묻어버린걸 알면서도 동생의 동성애를 지킨다는 명목하에 결혼하자는 그녀의 뜻에따라 (이것도 좀 억지스러운 설정) 결혼하고 평생 그녀를 지키고 사랑해준 짐에대한 예의는 끝까지 없다.
평생의 사랑이라며 죽어서까지 빈센트를 찾아 뜻을 이루는 이비의 이기심에 두손두발 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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