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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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런과 함께 영국 낭만파를 이끈 시인 퍼시 셸리의 부인인 메리셸리의 ‘프랑케슈타인‘을 얼마나 오해하고 있었던가?

어릴때부터 만화나 영화로도 넘 친숙한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이 아니라 생명체(원문은 creature이니 괴물보다는)를 탄생시킨 박사였다는걸 인지한지도 그리오래 안됬고 생명체가 얼마나 감수성이 풍부하고 높은 지적능력을 가졌는지도 책을 읽고 나서야 알았으니 말이다.

메리셸리는 진정한 천재, 창의력의 제왕인듯하다.
그녀의 작품에서 파생된 20세기 대중문화의 파급력도 엄청날뿐더러 인간의 신에대한 도전, 파격적인 과학 기술로 인한 인류의 위기를 그 시절 이미 간파했다니~~

‘제가 청했습니까, 창조주여, 흙으로 나를 인간으로 빚어달라고?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끌어올려달라고?‘
「실낙원」

어디서 많이 들어보고 해보기도 한 뉘앙스의 말이 책의 서두를 감아돈다. 우리는 모두 내가 원하지않았는데도 세상에 태어났고 힘들고 버거울때 엄마한테 저런말 한번씩 해봤지 싶다. 물론 애들한테 들어본적도 있고.

이 소설은 북극 원정을 떠난 월턴 대장이 프랑케슈타인에게서 들은 생명체의 육성으로 들은 이야기를 새빌부인에게 편지로 전하는 이중 액자 소설이다.

[벌써 새벽 한시였다. 빗방울이 음침하게 유리창을 두들기고 내 촛불도 거의 다 타버렸는데, 바로 그때 나는 반쯤 꺼진 촛불빛을 빌려, 생물체가 흐릿한 노란 눈을 뜨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 그것이 힘겹게 숨을 쉬자 경련 같은 움직임이 사지를 뒤흔들었다.
이 대재앙 앞에서 느낀 감정을 어떻게 형용할 수 있을까, 혹은 무한한 수고와 정성을 들여 빚어낸 그 한심하기 짝이 없는 괴물을 어떻게묘사해야 할까. 사지는 비율을 맞추어 제작되었고, 생김생김 역시 아름다운 것으로 선택했다. 아름다움이라니! 하느님, 맙소사! p71]

무수한 도전끝에 생명체를 탄생시킨 프랑켄슈타인이 생명체의 소름끼치는 용모를 보고 바로 도망쳐 상처입은 생명체를 버리면서 이야기는 갈등의 국면으로 치닫는다.
프랑켄슈타인의 행보를 쫓다 막내동생 윌리암을 본의아니게 살해하고 프랑켄슈타인과 조우하고 생명체는 울부짖는다.

[˝사람들은 모두 끔찍한 흉물을 저주하지. 그러니 살아 있는 그 어떤 생물보다 비참한 나를 얼마나증오하겠는가! 하지만 당신, 내 창조자인 당신이 나를 혐오하고 내치다니. 나는 네 피조물이고, 우리는 둘 중 하나가 죽음을 맞지 않는 한품을 수 없는 유대로 얽혀 있다. 당신은 나를 죽이려 하겠지. 감히 당신이 이렇게 생명을 갖고 놀았단 말인가? 나에 대한 당신의 의무를 다하라. 그러면 나도 당신과 나머지 인간들에 대한 의무를 다하겠다. 내 조건에 동의한다면 나도 인간들과 당신을 평화롭게 내버려두겠다. 하지만 거절한다면, 살아남은 당신 친구들의 피로 배부를 때까지 죽음의 밥통을 채울 것이다.˝
˝혐오스러운 괴물! 진정 사악한 악마로군! 네놈이 저지른 죄에 복수하려면 지옥의 고문으로도 성에 차지 않겠어. 끔찍한 악마! 네놈이 감히 창조해주었다고 나를 비난하다니. 그러면 와라, 내 그렇게 경솔하게내렸던 생명의 불씨를 꺼뜨려줄 테니.˝p131~132]


살아보겠다고 오두막의 축사에 숨어 사람의 말과 글을 배우고 나름 문사철 교양도 갖춘 (하물며 숲에서 주움 ‘실낙원‘,‘플루타고스 영웅전‘,‘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으며 공부학 마음을 닦았다는) 준비된 교양인이었던 생명체.

[그러나 『실낙원』은 전혀 다르고 훨씬 심오한 감정을 일깨워주었다.
나는 우연히 습득한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그 책을 실제 역사로 읽었다. 전능한 신이 피조물들과 싸우는 장면은 가능한 모든 경이와 외경심을 일깨우는 힘이 있었다. 나와 비슷한 점이 두드러졌기 때문에, 몇가지 정황들을 나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곤 했다. 아담과 마찬가지로 나역시 기존의 어떤 존재와도 무관하게 창조되었다. 그러나 그의 상황은모든 면에서 나와 달랐다. 신의 손에서 나온 아담은 완벽한 피조물이었다. 조물주의 특별한 보살핌을 받는, 행복하고 번영을 누리는 존재였다. 더욱 탁월한 본성을 지닌 존재들과 대화를 나누고 지식을 전수받는특권을 누렸다. 그러나 나는 비참하고 무기력하고 외로웠다. 나는 사탄이 내 처지에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p173


‘저주받은 창조자! 어째서 자기마저 역겨워 등을 돌릴 흉악한 괴물을빚어냈단 말인가? 신은 연민을 갖고 자신을 본떠 인간을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창조했다. 그러나 내 모습은 당신의 더러운 투영이고, 닮았기때문에 더욱 끔찍스럽다. 사탄에게는 그를 숭배하고 격려해줄 동료 악마들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고독하고 미움을 받는다.p174]

사람들과 교제하고 사랑받고 싶어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외모만으로 평가하여 도망치고 핍박하는데 점점 사랑받을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고 프랑켄슈타인의 막내동생 윌리엄을 실수로 죽이게 되었음을 고백하며 자신과 같은 여자 생명체를 만들어주면 영원히 숨어살겠다는 제안을 한다.

[물론 우리는 세상과 단절된 괴물들로서 살아가리라.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아끼고 사랑하리라. 우리의삶이 행복하지는 않겠지만, 남을 해치지도 않을 테고 지금 내가 느끼는이런 불행도 알지 못할 것이다. 오! 창조주여, 나를 행복하게 해다오!
딱 한 가지 은혜를 베풀어 당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다오! 나도 내가 다른 존재의 마음에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광경을 보고 싶다!
내 청을 거절하지 말아다오!˝p195]

그러나 여자 생명체의 탄생 직전 프랑켄슈타인은 마음을 바꾸고 결국 생명체는 프랑켄슈타인의 모든 사랑하는 이들의 목숨을 빼았고 프랑켄슈타인도 생을 마감하며 생명체도 죽음을 예고하며 끝이난다.

[여기로 날 데려다준 얼음뗏목을 타고 지구의 최북단으로 떠날 것이다.
내 장례식을 위한 장작을 모아 화장용 더미를 쌓고 이 비참한 육신을재가 되도록 태워서, 행여 나 같은 존재를 하나 더 창조하고자 하는 호기심 많고 불경한 인물이 보더라도 남은 유골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못하게 하겠다. 나는 죽을 것이다. 지금 나를 잠식하는 고통도 더이상느끼지 못할 테고, 채울 수도 꺼뜨릴 수도 없는 정념의 먹이가 되지도않을 것이다. 나를 존재하게 만든 이는 이미 죽었다. 그리고 내가 세상에서 사라지면 우리 두 사람의 기억도 금세 사라지겠지. p302]

이 책의 부재가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라는 것은 많은것을 시사한다. 제우스의 명을 받아 인간을 창조하고 인간에게 유용한 불을 가져다줌으로써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파먹히게된 인간의 창조주~~ 이는 과학이라는 도구를 빌려 창조주를 사칭하여 멸망을 자초하는 인류에 대한 무지막지한 경고인것이다.

실제와 간극이 있다지만 영화 ‘메리셸리‘도 챙겨보고 여러 자료를 접하면서 10대의 어린 나이에 지적성숙, 상실감, 모성애의 결핍, 열정,당대 지성들과의 만남, 엄청난 독서 이모든것이 이 대단한 소설을 탄생시킨 요체였음을 여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녀의 다른 소설 ‘최후의 인간‘도 읽고있는데 역시나 소재도 문장도 남다르다.
메리 셸리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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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01 1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0대의 나이에 이런 명작을 썼다는게 놀라웠어요 ㅋ 저는 올해 이 책 읽었는데, 읽기 전까지도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인줄 알았어요 ㅜㅜ 이 책 너무 좋고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더라구요. 저도 <최후의 인간> 읽어보고 싶네요 😆

bluebluesky 2021-09-01 13:11   좋아요 1 | URL
저도 작년에 팟빵 듣다 알았어요.
최후의인간도 꼭읽어보세요.
아직 완독한건 아닌데 재밌기도하고 하튼 메리 셸리 리스펙!!!
 
일곱 개의 고딕 이야기
이자크 디네센 지음, 추미옥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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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어본 북유럽 출신 작가의 북유럽 버전 아라비안나이트 풍의 일곱개의 이야기모음집이다.

하지만 알고보니 책은 안읽었지만 영화로 감명깊게 보았던 ‘바베트의 만찬‘과 ‘흐르는 강물처럼‘의 원작자라니 기대하지 않을수 없었다.
고딕이야기라해서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같은 기괴한 이야기 모음집인가 했는데 신비로운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700페이지에 걸쳐 가득 담겨있었다.

아우구스투스 백작이 낭만과 모험을 즐기던 고모 할머니에게서 받은 ‘소중한 우정‘이란 글자가 새겨진 코자극제병은 마차 사고로 연결되어 늙은 포텐치아니 공작과 결혼했지만 공작이 성무능력자라는 핑계로 사랑을 찾아 사촌 마리오에게 돌아간 희대의 스캔들을 일으킨 손녀 로자디를 찾아 피사로 가달라는 부탁을 했던 노부인과의 만남이 고모할머니와 노부인의 소중했던 우정의 연결고리였다는 이야기 (피사로 가는길),

데카메론을 연상시키는, 홍수가 난 재난 상태에서 구조 기회를 양보하고 남은 이들의 다락방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며 털어놓는 비밀 이야기들 (노르델나이의 홍수),

집떠난 오빠의 유령의 부름으로 고향에온 노자매의 오빠와의 재회 (엘시노어의 저녁식사),

과거 파리에서 환상같던 여인과의 꿈같은 하루를 회상하는 노신사, 실제는 매춘이었던 (그 시대의 기사도) 등등

요소요소에 현실에선 일어날것 같지않은,하지만 요정의 세계가 있다면 혹시나 일어날 법도 한 이야기들을 천상 이야기꾼인 저자가 화자의 뒤에 숨어 가만히 들려준다.

뭔가 독특한 독서 경험이었다.
고전은 아닌것이 책장 넘기는건 수월치않고 지루해서 책장을 덮을만하면 혹한 이야기가 나오고 간간히 인생말씀들도 나오고.
흐르는 강물처럼은 작가의 자전적인 부분이 많다는데 이미지가 겹쳐지지 않는다.

‘피사로 가는길‘중 아담과 이브의 그림을 보며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몰라 슬프다며 남자는 손님,여자는 파티주인에 비유하며 등장인물들이 나눈 대화가 인상깊었다.


˝자 그럼, 백작님, 백작님은손님으로서 무엇을 원하죠?˝
아우구스투스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무례한 손님은 제외하고 얘기해야겠군요. 환대받으러 와서 원하는 것만 얻고 난 뒤 내빼는 자들 말이오. 손님은 무엇보다 기분을 바꾸고 싶어하지요. 지루한 일상과 근심들에서 벗어나고 싶어하지요. 둘째로, 괜찮은 손님이라면 자기 존재를 빛내고 넓히고싶어하지요. 자신의 개성을 주위에 퍼트려요. 셋째, 자기가 왜 그자리에 와 있는지 그 자체를 알고 싶어합니다. 시뇨라께서는 참재밌게 얘기하시는데, 그럼 이제 파티 주인은 무엇을 원하는지말씀해주시겠소?˝
젊은 여인은 말했다.
˝파티 주인은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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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당 이야기 - 페라귀스.랑제 공작부인.황금 눈의 여인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1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송기정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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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의 인간희극 총서 ‘풍속 연구‘중 ‘파리 생활 장면‘에 수록된 작품이다.

제정시대 파리에 뜻을 같이하는 열세명의 남자가 있다.
허위로 가득찬 사교계를 비웃으며 저주하는 냉정하고 빈정대기 좋아하는 우월한 사람들의 은밀한 연합인 13인당의 우정과 비밀이 얽힌 복수와 모험 이야기이며
사랑에 속고 사랑에 울고 사랑에 죽는 파리지엥들의 풍속과 사랑이 녹아있는 사랑,질투,복수의 서사시.

13인당의 수장인 페라귀스와 그의 딸 클레망스와 그녀의 남편 쥘 드마레, 그녀를 남몰래 짝사랑하는 오귀스트의 오해에서 불거진 질투와 복수의 비극을 담은 ‘페라귀스‘, 이 작품의 페라귀스의 부성애는 이후 ‘고리오 영감‘의 부성애와 만나며 발자크 인간 희극 총서의 인물 재등장 기법이 처음 사용되었고 파리라는 공간이 장소이상의 역할을 한다.

‘랑제 공작부인‘은 스페인 원정을 간 프랑스 장군이 스페인 카르멜회 수도원에서 행방이 묘연했던 옛 연인을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어 그들의 운명이 이렇게 흘러오게된 공작부인의 교태, 위선, 욕망과 육체적 결합만을 사랑의 증거라고 생각했던 몽리보의 사랑의 어긎남을 회상하고 끝내 공작부인의 죽음으로 결말지어 진다.
주인공들의 대화에서 능력이 있으면 누구나 계급상승이 가능한 사회를 꿈꾸는 발자크의 사상이 드러난다.

 [아직 젊었음에도 랑제 공작부인은 여자란 사랑의 공범자가 되지 않고도, 상대방의 사랑을 받아들이거나 인정하지 않고도, 최소한의 사랑 표시만으로상대방을 만족시키면서 공공연히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마지막 작품인 ‘황금눈의 여인‘은 양성체인 파키타를 사이에 둔 세기의 바람둥이인 더들리경의 배다른 남매 마르세와 산 레알 부인간의 사랑과 질투가 낳은 끔찍한 복수의 드라마다.
남매를 동시에 사랑하다 산 레알부인에게 참혹하게 살해당한 파키타에게 남매는 하나의 존재였고 분리되어 존재하던 그들을 일시적으로 마주하게 한 것이었다.
문란하고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했던 타락의 도시 파리를 생생하게 재현한듯하다.

소설 서두마다 파리와 그 시대에 대한 소고와 발자크의 사상이 서술되어 지루한 감이 있지만 속도감도 있고 사랑과 복수의 이야기인지라 흥미진진하며 각 작품의 복수,납치,사건 현장 수습 상황마다 13인당의 비밀스러운 행적은 감칠맛을 더해주었다.


[사랑과 열정은 서로 다른 마음 상태임에도, 시인이나 사교계 사람들,철학자나 멍청이 할 것 없이 다들 이 두 감정을 혼동한다. 사랑은 상호적인 감정으로, 그 무엇에 의해서도 변하지 않는 기쁨이 보장되어 있다. 서로가 끊임없이 쾌락을 주고받으며, 두 마음이 너무도 유착되어있기에 질투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이때 소유란 하나의 수단일 뿐 결코 목적이 아니다 p370.

 반면에 열정이란 고통받는 모든 영혼이 갈망하는 사랑과 그 사랑의 영원함에 대한 예감이다. 열정은 언제 배반당할지 모를 희망이다. 열정은 고통인동시에 변질을 의미한다. 희망이 죽으면 열정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p371]

평생 아무개씨 부인들을 끊임없이 사귀는 범상치않은 사랑을 했던 발자크의 사랑과 열정에 대한 소고가 그의 생애를 돌아볼때 낯설기만하다.

다음에 읽을 발자크 작품은 샤베르대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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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 캐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6
시어도어 드라이저 지음, 송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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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젊은이의 양지‘의 원작인 ‘아메리카의 비극‘으로 유명한 미국 자연주의 문학의 거장 시오도어 드라이저의 작품이다.

그림을 통해 책을 소개하는 다른 책에서 ‘시스터 캐리‘가 반도덕적이라는 비평가들의 혹평속에서 작가에게 자살을 결심하게 하고 10년간 절필을 하게한 작품이라고 소개한 덕에 여주인공이 엄청 타락하고 반인륜적인 소설인가 했다.
그런데 지레 겁을 먹었었나 생각보다 캐리는 삶에 이끌려 두남자를 거쳐가긴 했지만 너무 성실하고 인정받기위해 노력하고 더 높은 곳을 욕망하는 보통의 여주인공이었다. 지력은 모자라지만 공감능력이 뛰아나고 감수성이 풍부한.

맥을 같이하는 프랑스의 대표적 자연주의 소설가 에밀졸라의 작품 ‘목로주점‘,‘나나‘에서와는 달리
무자비하고 날카로운 현실의 칼날은 남자 주인공 허스트우드를 향해있었다.
시카고에서 클럽 지배인으로 중산층이상의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다 이미 파트너가 있는 캐리에 반하고 돌발 상황의 발생으로 뜻하지 않게 도둑이되어 그녀를 납치하다시피하여 시작된 뉴욕에서의 생활은 그를 실직자에서 노숙자로 이끌며 결국은 자살로 몰아간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갖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환경과 유전의 산물이라 보는 자연주의 작품답게 인간본능의 추악한 면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급격한 산업화 속에서 욕망의 노예로써 대도시의 환락과 사치를 탐닉하는 캐리, 성적욕망과 과시욕으로 뭉친 드루에와 허스트우드의 운명은 우연이라는 파도를 타고 표류한다.
도덕적으로 타락?한 캐리가 벌을 받기는 커녕 배우로써 성공했다는 것에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는데 그 시절 청교도들의 미국 사회는 혁명의 본좌 프랑스 사회보다 크게 보수적이었던것 같다.

 [발길은 지치고희망은 헛되어 보일 때, 바로 그때 가슴이 아파오고 갈망이 솟아오른다. 그때에야 비로소 싫증을 내지도, 만족하지도 못함을 알리라. 흔들의자에 앉아, 창가에서 꿈꾸며 홀로 갈망하리라. 창가의 흔들의자에앉아 결코 느끼지 못할 그런 행복을 꿈꾸리라.]p653

부와 명성을 손에 넣고도 또다른 욕망을 갈구하는 마지막 장면의 캐리는 갈곳없는 우리 현대인의 갈망과 공허와 다르지 않은듯하다.

[세상에는 한번 살아보고 싶은 삶이 수없이 많지만, 불행히도 우리한 번에 한 가지씩밖에는 누릴 수가 없습니다. 멀리 있는 것을 향해아무리 손을 내밀어봐도 소용이 없지요.]p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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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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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에 상상을 더해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당신 인생의 이야기‘ 작품집이후 테드창의 두번째 소설집이다.
이번 작품집에서는 과거의 선택을 바꾸고 싶어하는 인간 욕구를 다르게 형상화한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과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 재미도 있으면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주었다.

영화 ‘테넷‘과 ‘인터스텔라‘의 과학 자문을 했던 킵손 교수의 북투어 강연에서 영감을 얻어 타임머신 이론상 접근한 첫 작품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에서 바그다드의 상인 압바스는 20년전 카이로에서 아내와 크게 싸운후 집을 떠났는데 며칠후 아내가 벽에 깔려 죽은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우연히 바그다드의 어느 연금술사의 상점에서 20년후의 미래로 가는 ‘세월의 문‘을 통해 시간여행을 할수 있음을 알게되어 운명을 바꿔보고자 하지만 아내를 살릴수는 없었고 아내의 진심을 알게되어 과거는 바꿀수없지만 과거의 잘못을 돌아볼 기회를 얻을수 있음을 알게된다.
그렇게 될수밖에 없었다는.

˝알라는 보답받을 사람에게 보답하고 벌을내릴 자에게 벌을 내립니다. 이 문을 이용하는 이용하지 않든 손님에대한 알라의 태도는 바뀌지 않습니다.˝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의 말을 이해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자신이 이미 경험한 불행을 피하는 일에 성공하더라도,다른 불행을 겪는 일을 피할 수는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그 무엇도 과거를 지울수 없다.
다만 회개와 속죄와 용서가 있을뿐이며 그것으로 충분하다.

양자역학의 다세계 해석을 반영한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에서는 평행 우주속 자기를 관찰할수 있도록 설정된 ‘프리즘‘을 통해 다른 선택을 한 평행자아의 삶을 볼수있고 그와 소통할 수 있다. 프리즘으로 부당 이득을 얻는 프리즘 판매자 냇과 모로의 이야기와 과거 자신의 잘못으로 잘못된 친구 비네사에 대한 가책을 느끼는 심리상담자 데이나의 이야기는 다르게 행동한 평행세계들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그 원인은 그들이 아님을 보여준다.

. 우리가 다른 평행세계들에 관해 알고 있는데, 좋은 선택을 하는 것이 가치가 있느냐 하는 문제 아니었나요? 저는 단연코,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누구도 성인군자가 아니에요. 하지만우리 모두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선한 일을 할 때마다, 당신은다음번에도 선한 일을 할 가능성이 많은 인물로 스스로를 만들어가고있는 겁니다. 그건 의미가 있는 일이지요.
게다가 당신은 이 세계에 있는 당신의 행동만 변화시키고 있는 게아닙니다. 미래에 분기할 당신의 모든 버전들에게도 그런 변화를 심어주고 있는 거예요. 더 나은 사람이 됨으로써, 당신은 미래에 분기될 더..
많은 평행세계에도 더 나은 버전의 당신들이 살고 있을 가능성을 보장하고 있는 겁니다.˝

예전에 일요일일요일밤에의 인기 프로였던 이휘재의 ‘인생극장‘과 프루스트의 ‘가지않은길‘이란 시가 떠오른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지금 나는 다른 길을 가고 있을까? 책장을 덮고 난 후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선택의 분기마다 나의 선택이 조금씩 나를 다른 방향을 이끌긴 했겠지만 나의 본성, 가정환경 등등 선택으로 그닥 바뀔수 없는 큰 가지를 따라 지금으로 오지 않았을까 싶다.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라는 키에르케고르의 화두. 우리는 자유를 가진 인간이기에 그에따른 선택과 결정은 현기증을 동반하는 두렵고 불안한 일이다. 이 또한 우리 삶의 일부인 것이다.
어떻게 살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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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8-01 17: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테드 창의 소설은 정말 발상이 너무 기발해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근데 문제는 어려워요. 무슨 말인지 모를 말들이 정말 너무 많아서 저는 <숨>을 사놓고도 읽기 위한 숨고르기를 아직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

bluebluesky 2021-08-01 19:20   좋아요 1 | URL
맞아요.
넘 어려워서 한장 넘기기가 힘들어 완독하는데 오래걸리더라구요.
당신 인생이야기랑 같이 재독 필요한 책이에요.

mini74 2021-08-01 17: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테드 창 좋아하는 작가~극한직업이란 영화에서 창식이가 테드 창으로 나와서 아이랑 빵 터졌던 기억이 나요 ㅎㅎ

bluebluesky 2021-08-01 19:22   좋아요 1 | URL
ㅋ 맞아요.오정세 역할
아마도 이병헌 감독님이 책 읽으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