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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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런과 함께 영국 낭만파를 이끈 시인 퍼시 셸리의 부인인 메리셸리의 ‘프랑케슈타인‘을 얼마나 오해하고 있었던가?

어릴때부터 만화나 영화로도 넘 친숙한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이 아니라 생명체(원문은 creature이니 괴물보다는)를 탄생시킨 박사였다는걸 인지한지도 그리오래 안됬고 생명체가 얼마나 감수성이 풍부하고 높은 지적능력을 가졌는지도 책을 읽고 나서야 알았으니 말이다.

메리셸리는 진정한 천재, 창의력의 제왕인듯하다.
그녀의 작품에서 파생된 20세기 대중문화의 파급력도 엄청날뿐더러 인간의 신에대한 도전, 파격적인 과학 기술로 인한 인류의 위기를 그 시절 이미 간파했다니~~

‘제가 청했습니까, 창조주여, 흙으로 나를 인간으로 빚어달라고?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끌어올려달라고?‘
「실낙원」

어디서 많이 들어보고 해보기도 한 뉘앙스의 말이 책의 서두를 감아돈다. 우리는 모두 내가 원하지않았는데도 세상에 태어났고 힘들고 버거울때 엄마한테 저런말 한번씩 해봤지 싶다. 물론 애들한테 들어본적도 있고.

이 소설은 북극 원정을 떠난 월턴 대장이 프랑케슈타인에게서 들은 생명체의 육성으로 들은 이야기를 새빌부인에게 편지로 전하는 이중 액자 소설이다.

[벌써 새벽 한시였다. 빗방울이 음침하게 유리창을 두들기고 내 촛불도 거의 다 타버렸는데, 바로 그때 나는 반쯤 꺼진 촛불빛을 빌려, 생물체가 흐릿한 노란 눈을 뜨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 그것이 힘겹게 숨을 쉬자 경련 같은 움직임이 사지를 뒤흔들었다.
이 대재앙 앞에서 느낀 감정을 어떻게 형용할 수 있을까, 혹은 무한한 수고와 정성을 들여 빚어낸 그 한심하기 짝이 없는 괴물을 어떻게묘사해야 할까. 사지는 비율을 맞추어 제작되었고, 생김생김 역시 아름다운 것으로 선택했다. 아름다움이라니! 하느님, 맙소사! p71]

무수한 도전끝에 생명체를 탄생시킨 프랑켄슈타인이 생명체의 소름끼치는 용모를 보고 바로 도망쳐 상처입은 생명체를 버리면서 이야기는 갈등의 국면으로 치닫는다.
프랑켄슈타인의 행보를 쫓다 막내동생 윌리암을 본의아니게 살해하고 프랑켄슈타인과 조우하고 생명체는 울부짖는다.

[˝사람들은 모두 끔찍한 흉물을 저주하지. 그러니 살아 있는 그 어떤 생물보다 비참한 나를 얼마나증오하겠는가! 하지만 당신, 내 창조자인 당신이 나를 혐오하고 내치다니. 나는 네 피조물이고, 우리는 둘 중 하나가 죽음을 맞지 않는 한품을 수 없는 유대로 얽혀 있다. 당신은 나를 죽이려 하겠지. 감히 당신이 이렇게 생명을 갖고 놀았단 말인가? 나에 대한 당신의 의무를 다하라. 그러면 나도 당신과 나머지 인간들에 대한 의무를 다하겠다. 내 조건에 동의한다면 나도 인간들과 당신을 평화롭게 내버려두겠다. 하지만 거절한다면, 살아남은 당신 친구들의 피로 배부를 때까지 죽음의 밥통을 채울 것이다.˝
˝혐오스러운 괴물! 진정 사악한 악마로군! 네놈이 저지른 죄에 복수하려면 지옥의 고문으로도 성에 차지 않겠어. 끔찍한 악마! 네놈이 감히 창조해주었다고 나를 비난하다니. 그러면 와라, 내 그렇게 경솔하게내렸던 생명의 불씨를 꺼뜨려줄 테니.˝p131~132]


살아보겠다고 오두막의 축사에 숨어 사람의 말과 글을 배우고 나름 문사철 교양도 갖춘 (하물며 숲에서 주움 ‘실낙원‘,‘플루타고스 영웅전‘,‘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으며 공부학 마음을 닦았다는) 준비된 교양인이었던 생명체.

[그러나 『실낙원』은 전혀 다르고 훨씬 심오한 감정을 일깨워주었다.
나는 우연히 습득한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그 책을 실제 역사로 읽었다. 전능한 신이 피조물들과 싸우는 장면은 가능한 모든 경이와 외경심을 일깨우는 힘이 있었다. 나와 비슷한 점이 두드러졌기 때문에, 몇가지 정황들을 나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곤 했다. 아담과 마찬가지로 나역시 기존의 어떤 존재와도 무관하게 창조되었다. 그러나 그의 상황은모든 면에서 나와 달랐다. 신의 손에서 나온 아담은 완벽한 피조물이었다. 조물주의 특별한 보살핌을 받는, 행복하고 번영을 누리는 존재였다. 더욱 탁월한 본성을 지닌 존재들과 대화를 나누고 지식을 전수받는특권을 누렸다. 그러나 나는 비참하고 무기력하고 외로웠다. 나는 사탄이 내 처지에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p173


‘저주받은 창조자! 어째서 자기마저 역겨워 등을 돌릴 흉악한 괴물을빚어냈단 말인가? 신은 연민을 갖고 자신을 본떠 인간을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창조했다. 그러나 내 모습은 당신의 더러운 투영이고, 닮았기때문에 더욱 끔찍스럽다. 사탄에게는 그를 숭배하고 격려해줄 동료 악마들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고독하고 미움을 받는다.p174]

사람들과 교제하고 사랑받고 싶어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외모만으로 평가하여 도망치고 핍박하는데 점점 사랑받을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고 프랑켄슈타인의 막내동생 윌리엄을 실수로 죽이게 되었음을 고백하며 자신과 같은 여자 생명체를 만들어주면 영원히 숨어살겠다는 제안을 한다.

[물론 우리는 세상과 단절된 괴물들로서 살아가리라.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아끼고 사랑하리라. 우리의삶이 행복하지는 않겠지만, 남을 해치지도 않을 테고 지금 내가 느끼는이런 불행도 알지 못할 것이다. 오! 창조주여, 나를 행복하게 해다오!
딱 한 가지 은혜를 베풀어 당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다오! 나도 내가 다른 존재의 마음에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광경을 보고 싶다!
내 청을 거절하지 말아다오!˝p195]

그러나 여자 생명체의 탄생 직전 프랑켄슈타인은 마음을 바꾸고 결국 생명체는 프랑켄슈타인의 모든 사랑하는 이들의 목숨을 빼았고 프랑켄슈타인도 생을 마감하며 생명체도 죽음을 예고하며 끝이난다.

[여기로 날 데려다준 얼음뗏목을 타고 지구의 최북단으로 떠날 것이다.
내 장례식을 위한 장작을 모아 화장용 더미를 쌓고 이 비참한 육신을재가 되도록 태워서, 행여 나 같은 존재를 하나 더 창조하고자 하는 호기심 많고 불경한 인물이 보더라도 남은 유골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못하게 하겠다. 나는 죽을 것이다. 지금 나를 잠식하는 고통도 더이상느끼지 못할 테고, 채울 수도 꺼뜨릴 수도 없는 정념의 먹이가 되지도않을 것이다. 나를 존재하게 만든 이는 이미 죽었다. 그리고 내가 세상에서 사라지면 우리 두 사람의 기억도 금세 사라지겠지. p302]

이 책의 부재가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라는 것은 많은것을 시사한다. 제우스의 명을 받아 인간을 창조하고 인간에게 유용한 불을 가져다줌으로써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파먹히게된 인간의 창조주~~ 이는 과학이라는 도구를 빌려 창조주를 사칭하여 멸망을 자초하는 인류에 대한 무지막지한 경고인것이다.

실제와 간극이 있다지만 영화 ‘메리셸리‘도 챙겨보고 여러 자료를 접하면서 10대의 어린 나이에 지적성숙, 상실감, 모성애의 결핍, 열정,당대 지성들과의 만남, 엄청난 독서 이모든것이 이 대단한 소설을 탄생시킨 요체였음을 여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녀의 다른 소설 ‘최후의 인간‘도 읽고있는데 역시나 소재도 문장도 남다르다.
메리 셸리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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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01 1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0대의 나이에 이런 명작을 썼다는게 놀라웠어요 ㅋ 저는 올해 이 책 읽었는데, 읽기 전까지도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인줄 알았어요 ㅜㅜ 이 책 너무 좋고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더라구요. 저도 <최후의 인간> 읽어보고 싶네요 😆

bluebluesky 2021-09-01 13:11   좋아요 1 | URL
저도 작년에 팟빵 듣다 알았어요.
최후의인간도 꼭읽어보세요.
아직 완독한건 아닌데 재밌기도하고 하튼 메리 셸리 리스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