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고딕 이야기
이자크 디네센 지음, 추미옥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처음 읽어본 북유럽 출신 작가의 북유럽 버전 아라비안나이트 풍의 일곱개의 이야기모음집이다.

하지만 알고보니 책은 안읽었지만 영화로 감명깊게 보았던 ‘바베트의 만찬‘과 ‘흐르는 강물처럼‘의 원작자라니 기대하지 않을수 없었다.
고딕이야기라해서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같은 기괴한 이야기 모음집인가 했는데 신비로운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700페이지에 걸쳐 가득 담겨있었다.

아우구스투스 백작이 낭만과 모험을 즐기던 고모 할머니에게서 받은 ‘소중한 우정‘이란 글자가 새겨진 코자극제병은 마차 사고로 연결되어 늙은 포텐치아니 공작과 결혼했지만 공작이 성무능력자라는 핑계로 사랑을 찾아 사촌 마리오에게 돌아간 희대의 스캔들을 일으킨 손녀 로자디를 찾아 피사로 가달라는 부탁을 했던 노부인과의 만남이 고모할머니와 노부인의 소중했던 우정의 연결고리였다는 이야기 (피사로 가는길),

데카메론을 연상시키는, 홍수가 난 재난 상태에서 구조 기회를 양보하고 남은 이들의 다락방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며 털어놓는 비밀 이야기들 (노르델나이의 홍수),

집떠난 오빠의 유령의 부름으로 고향에온 노자매의 오빠와의 재회 (엘시노어의 저녁식사),

과거 파리에서 환상같던 여인과의 꿈같은 하루를 회상하는 노신사, 실제는 매춘이었던 (그 시대의 기사도) 등등

요소요소에 현실에선 일어날것 같지않은,하지만 요정의 세계가 있다면 혹시나 일어날 법도 한 이야기들을 천상 이야기꾼인 저자가 화자의 뒤에 숨어 가만히 들려준다.

뭔가 독특한 독서 경험이었다.
고전은 아닌것이 책장 넘기는건 수월치않고 지루해서 책장을 덮을만하면 혹한 이야기가 나오고 간간히 인생말씀들도 나오고.
흐르는 강물처럼은 작가의 자전적인 부분이 많다는데 이미지가 겹쳐지지 않는다.

‘피사로 가는길‘중 아담과 이브의 그림을 보며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몰라 슬프다며 남자는 손님,여자는 파티주인에 비유하며 등장인물들이 나눈 대화가 인상깊었다.


˝자 그럼, 백작님, 백작님은손님으로서 무엇을 원하죠?˝
아우구스투스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무례한 손님은 제외하고 얘기해야겠군요. 환대받으러 와서 원하는 것만 얻고 난 뒤 내빼는 자들 말이오. 손님은 무엇보다 기분을 바꾸고 싶어하지요. 지루한 일상과 근심들에서 벗어나고 싶어하지요. 둘째로, 괜찮은 손님이라면 자기 존재를 빛내고 넓히고싶어하지요. 자신의 개성을 주위에 퍼트려요. 셋째, 자기가 왜 그자리에 와 있는지 그 자체를 알고 싶어합니다. 시뇨라께서는 참재밌게 얘기하시는데, 그럼 이제 파티 주인은 무엇을 원하는지말씀해주시겠소?˝
젊은 여인은 말했다.
˝파티 주인은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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