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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주문 신부
마크 칼레스니코 지음, 문형란 옮김 / 씨네21북스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우편주문신부는 작금의 우리나라 농촌 곳곳에 붙어 있는 현수막 신부와 거의 흡사하다.
농촌총각들의 결혼시장에서 도외시되는 현상의 대책으로 자연스럽게 대두된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우크라이나 등등의 경제적으로 우리나라보다 뒤쳐진 나라 여성과의 국제결혼은 이제는 그 양상을 참 많이도 달리하여 전방위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20여살 차이는 기본이요, 동등한 부부로서의 인식이기 보다는 그저 성욕구해소 및 가정부, 그리고 대를 잇기 위한 도구쯤으로 인식되어 (역으로 앳되고 꿈많은 이국의 신부들은 희망찬 결혼생활을 기대하지만) 가정을 꾸리지만, 여러가지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친정마을의 옆집에 살고 있는 후배녀석도 마흔이 넘은 나이에 갓 스무살의 캄보디아 아가씨를 신부로 데려왔다.
우리 눈에는 그만한 신랑감이 없었건만, 그리고 홀로 된 시모도 그리 잘해주었건만, 문화적 차이와 타국에서의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앵미(신부)로 인해 그 결혼은 3년만에 끝을 보고 말았다. 역으로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는 이국아내에 대한 폭행사건 및 살인은 이제 그리 낯설지 않은 뉴스거리가 되어버린 현실이지만, 국제결혼은 친정후배의 경우처럼 이 땅의 신랑에게도 많은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이다. 서로 다른 타인끼리 함께 산다는 것은 많은 이해와 인내와 신뢰를 요구하지만, 국제결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의 몇 배를 더한 것이 요구될 거라고 짐작해 본다.
언젠가부터 다문화가정에 대한 전 국민의 이해를 바라는 캠페인이 활발하다. 우리나라도 단일민족이라는 정체모를? 자부심에서 벗어나 변화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이다.
때마침, 우리나라의 지난 날을 돌아보게 해주는 책이 나왔다. 바로 캐나다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의 서로 다른 동상이몽의 결혼생활을 다룬 <우편주문신부>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면서 덩치 큰 이국의 사내들의 팔짱을 낀 채 비행기를 타던 이 땅의 딸들이 있던 시절, 그 시절은 돌이켜 보면 지금으로부터 그다지 멀지 않은 우리들의 과거다.
쉽게 접하던 미국이 아닌 캐나다이지만, 캐나다인 또한 동양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른 서양남성들과 과히 다르지 않다.
말 잘 듣고, 순종적이고, 가정적이고 아담하고 거기에다 일본의 게이샤에 대한 환상으로 경을 아내로 선택한 몬티는 첫 만남에 키도 크고 영어에도 능통한 경을 보곤 당혹스러워 한다. 당혹스럽기는 경도 마찬가지. 로봇장난감 수집이 취미이며 또래보다는 나이든 어른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몬티가 이해가 안 된다. 그들은 각자 서로에게 갖고 있던 기대를 쉽게 버리지 못하지만, 점점 서로에게 실망해가기 시작한다. 경은 그곳에서 친구들을 사귀기 시작하면서 운전도 배우고 점점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간다. 그럴수록 몬티와는 부딪히기 시작한다. 그들이 서로 바닥을 치면서 타협하기까지의 과정은 언뜻 국제결혼에서 오는 문제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미성숙한 어른들의 결합이 낳은 과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른의 세계를 두려워하다 마흔이 다 되도록 결혼도 못한 몬티는 성적인 환상과 자신에게 순종적인 여성을 원하여 경을 우편주문하게 된 것이고, 경 또한 고아로 어렵사리 성장하면서 낯선 곳에서 자신의 상처를 보상받으려는 심리로 국제결혼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단지 결혼이라는 의식만으로 우리가 원하는 삶이 주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책은 국제결혼의 이면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결혼이라는 제도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아주 흥미롭게 얘기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