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독서계획
클리프턴 패디먼.존 S. 메이저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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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독서는 내 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흔히들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독서,라고 쉽게 대답하지만 막상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정작 나는 취미라고 하기에는 나에게 있어서 책이 가지는 무게가 너무 컸기에 다른 것을 취미라고 말하곤 했었다. (내심으로는 독서는 내게 있어서 생활 그 자체라구요.라는 누구를 향한 말인지도 모른 채 중얼거리면서 말이다.)

책을 주제로 한 책은 이전에도 다양한 형태와 소재로 많이 출간되었었다.

이를 테면, 우리가 꼭 만나봐야 할 고전이라든가, 평생에 걸쳐서 읽어야 할 시리즈, 혹은 명사들이 추천하는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책들.등.

이번에 연암서가에서 출간된 <평생독서계획>은 이전에 만나본 책과는 좀 많이 다르게 다가온다.

클리프턴 패디먼이라는 낯선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다방면에 재주가 많은 작가, 비평가, 사회자, 독서가였다고 한다. 이 책과 어우러진 이력 중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으니, 출판사 편집장을 거쳐 [뉴요커]의 도서편집자로 일했으며, 50년 동안 '이 달의 책'클럽에서 수석 심사위원을 지낸 경력이 돋보였다.

이번 연암서가의 <평생독서계획>은 저자가 총 네번에 걸쳐서 발간한 '평생독서계획'의 완결판으로서 이번 판에는 동양의 책과 저자들을 소개하고자 공동저자를 영입했다고 한다.

<평생독서계획>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면서 저자 또한, 이 책에 실린 책들을 틈날 때마다 읽고 또 읽으면서 독서의 중요성과 그 가치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평생독서계획>은 "고전을 설명하는 고전", 즉 광대하고 풍성한 세계 문학의 지형을 자세히 안내해 주는 충실한 길라잡이라고 이 책을 설명하고 있다.

동서양 고전 133명의 작가와 잠정적 고전 100선 수록해 놓은 이 책은 해당 작가들에 대해서 2백자 원고지 11~12매에 해당하는 분량의 짧은 논평을 쓰면서도 생애, 대표작, 작품세계의 세 부분을 아주 절묘하게 제시해 놓고 있어 비록 잘 알지 못한 작가일지라도 읽는 재미와 이해를 쉽게 해준다.

또한, 촌철살인식의 간략하면서도 정확한 묘사와 꼭 필요한 내용만을 담고 있으며,(물론, 저자의 의견이 모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다)저자가 느끼기에 작가에 대한 세간의 평가, 혹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아주 명쾌하고 솔직한 언급은 독자로 하여금 통쾌한 기분이 들게 한다.

역자는 <평생독서계획>의 뜻을 1. 이 책에 소개된 133명의 작가들을 평생에 걸쳐 읽으라는 뜻과 2. 이 작가들을 시간을 들여 통독한 다음 그 중에서 특히 가슴에 와 닿는 작가들을 평생에 걸쳐서 재독, 삼독하라는 뜻으로 해석하며 역자는 후자의 뜻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좋은 책은 좋은 친구 한 사람에 필적한다고 평소에 생각해 왔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지혜를 구해야 할 때, 위로를 필요로 할 때, 처음 만나는 상황의 당혹스러움, 그 감정의 혼란스러움, 고난이나 역경을 우리는 책을 통해서 나를 반추함으로써, 나를 이해하고 삶을 배우고 더 나아가 삶을 이해하게 된다.

 

<평생독서계획>에 소개된 작가들은 불행하게도 내가 만나지 못한 작가들이 태반이지만, 감히 계획해 본다.

아직 내게 주어진 생이 충분히 남아 있으니, 이제라도 평생독서계획을 세워도 과히 늦지는 않았으리라.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 주변에서 흔히 듣는 질문이다. 어떤 책을 말해주기 이전에 먼저 <평생독서계획>을 꼭 만나보라고 권해줘야겠단 생각이 스친다.

 

클리프턴 패디먼은 '고전은 자기 계발의 도구라기 보다는 자기 발견의 도구이다. 고전을 다시 읽게 되면 당신은 그 책 속에서 전보다 더 많은 내용을 발견하지는 않는다. 단지 전보다 더 많이 당신 자신을 발견한다'라는 아주 멋진 말을 남겼다.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고전을 가까이 하고 읽어야만 하는 이유를 이토록이나 쉽고도 명쾌하게 말해 주는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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