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심도 사랑을 품다 - 윤후명 문학 그림집
윤후명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고를 때는 담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고르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단지 제목에 끌려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지심도 사랑을 품다>는 위에 언급한 어떤 경우도 아닌 오로지 윤후명이라는 작가의 이름만을 보고 선택한 책이다.

그러나, 지심도를 만나기 전에 먼저 내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는 작가에 대해서 알고 싶어 검색해 보니 의외로 알고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도 내가 저자를 잘 알고 있다고, 그리고 내심 좋아하는 작가의 카테고리에 분류했던 것은 팔색조와 그의 수줍은 미소와 함께 전해져 왔던 결혼소식이었던 거 같다. 

이름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모방송의 단막극에서 접했던 팔색조는 생각보다 더 깊이 감성을 건드렸던 거 같다.

이 후 여성잡지에 실린 저자의 혼인소식은 단막극에서 받았던 느낌과 겹쳐지며 작가의 직업이 운명적이라는 이미지로 내게는 정리되었다.

작가라는 직업이 운명적이라니..

이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이겠는가..또 얼마나 멋지고 근사한가....

 

<지심도 사랑을 품다>는 매우 독특한 형태의 책이다.

2009년 여름에 경남 거제시의 거제문화예술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사랑이 이루어지는 섬, 지심도' 전의 일환으로 기획, 발간되었다.

단지, 오로지 마음뿐이라는 지심도가 품고 있는 사랑이야기를 그린 이 책에는 그 이야기가 동화로, 시로, 소설로, 채색화로,,,그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다채롭게 형상화되어 있다.

윤후명님의 맑고 순수하고 깊이있으면서 철학적인 글들은 각 장르별로 색다른 재미를 우리에게 준다.

엉겅퀴, 팔색조, 깊은 숲, 나무, 바다, 붉은 동백 등이 그려진 그림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툭! 튀어나와 보는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떨어지는 묘한 감동을 준다.

 

전체적으로 묘한 책이다. 문학 그림집.. 문학과 그림이 살아 있는 집...

윤후명님은 뒷부분에 에세이 형식으로 문학인생으로 살아온 삶을 담담히 풀어놓고 있다.

저자의 이력이 문학 그림집이라는 타이틀에 다 들어 있다.

시로 문단에 발을 들여놓고, 12년이 흐른 후, 소설로 문학세계를 다시 연 저자는 이제는 그림의 세계에 매혹되고 있다고 한다.

'늙어서도 젊어 있는 삶'의 자세로, 붙는 글을 쓰고자 했던 그의 글쓰기가 지향하는 것은...그것은 바로 진실과 사랑이라고 단지 마음뿐인 지심도에서 온 마음을 모아 우리에게 들려 준다.

 

"세월은 어느 것 하나 숨겨놓을 수 없는 세태가 되었다.

마음 속에 숨겨 가지고 있기보다는 드러내놓고 자랑을 해야만 하는 노출증의 시대가 된 것이다.

자기 마음에 섬 하나를 갖지 못한 사람은 얼마나 공허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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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그 후 - 10년간 1,300명의 죽음체험자를 연구한 최초의 死後生 보고서
제프리 롱 지음, 한상석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오늘자(4월 19일) 서울신문 인터넷 기사에 깜짝 놀랄 만한 글이 떴다.

독일 베를린에 사는 3살박이 소년이 연못에 빠져 죽었다 살아났는데, 그 과정중에 천국에 다녀왔다고 극구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 소년은 그 증거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증조모인 에이미를 만나고 왔다고 인상착의와 이름을 설명했는데 가족들은 모두 일치하여 놀랐다는 내용이다. 사실 이런 기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우리가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종종 이런 류의 기사를 서프라이즈 코너를 통해서 접하곤 한다.

다만 이런 기사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도 있기에 자세한 내용을 일일이 언급할 수 없을 뿐이다.

나는 사실 10대 후반부터 죽음 이 후의 세계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이러한 관심은 관련 책들을 찾아보는 것으로 이어졌고,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과 잦은 대화를 통해서 일정한 생각을 갖고 있다.

이번에 만나게 된 <죽음, 그 후>는 위에 언급한 3살박이 소년의 경우와 같은 1,300여명의 실제체험을 10년에 걸쳐 비교분석하여 그 결과를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논증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소개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베티 이디의 <빛에 안기어>, 지나 서미나라의 <윤회의 진실>, 윤미솔의 <초대>, 티벳의 <티벳사자의 서> 등을 통해서 죽음, 그 후의 세상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처럼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와 인종들이 겪은 놀라운 임사체험기록은 처음이어서 내심 매우 반가웠다.

기존의 책들은 한 개인의 기록을 담은 것이어서 더 자세하게 경이로운 임사체험과정을 서술하고는 있지만, 객관적인 자료라고 주장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책을 접하는 독자의 가치관에 따라서 그 책에 대한 신빙성이 달라지겠지만, 이번의 <죽음, 그 후>는 인터넷이 상용화된 이후 1998년에 전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객관적인 설문자료를 통해서 취합한 것인만큼, 그리고 그 내용이 서로 많이 흡사한 것을 볼 때, 우리는 임사체험의 신빙성을 믿지 않을 수가 없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편안하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흔히들 호상, 이라고 하여 천수를 누리고 세상을 떠난 노인분들의 죽음에도 단지 그 용어는 남은 자들의 위안일 뿐이지, 그 순수한 죽음에 직면해서는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대한 경외스러움이 여전히 낯설지 않다.

그러나, 어떠한 고통도 혼돈의 상태로 두었을 때, 그것이 극대화되는 것이지, 정면으로 직시했을 때는 의외로 그 기운이 약화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죽음, 그 후>를 통해서 죽음, 이라는 현상이 주는 공포와 두려움에 정면 도전해 보자. 막연했던 실체가 드러나며 죽음이라는 것 또한 여기에서 저기로 공간을 옮기는 것일 뿐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더불어 죽음체험자들이 말해주는 공통의 요소들, 즉 유체이탈, 터널 체험, 평화로운 느낌, 회고 체험, 돌아오고 싶지 않은 마음, 임사체험 후 인생의 변화 등을 통해 우리는 깨달아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그 동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고통속에서 낭비했다는 것, 마땅히 누려야 할 내 자유를 활용해 삶이 고통이 아니라 진실한 사랑을 위한 것이라는 걸 내 스스로 선택해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 이 책에서 가장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이다.

(임사체험 관련 책에서는 모두 이것을 핵심으로 한다)

종교인이나 심령학자가 아닌, 의학박사의 시각으로 조명한 죽음체험의 기록은 이 세상이 아닌 저 세상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충분히 제공해 주고 있다.

다만, 첫머리에서부터 전혀 공감하지 않는 유물론적인 사고의 소유자라면 이 책 또한, 허황된 내용이라고 일축할지도 모른다.

내게는 모든 내용이 너무도 쉽게 이해되고 공감가는 책이었기에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가진 자에게, 혹은 죽음으로 인한 이별로 힘들어하는 자에게 기꺼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종교인이라면 그 신앙이 더 깊어질 것이며,  삶을 낭비하는 자는 이 후의  삶에 경건해질 것이며, 죽음을 두려워했던 사람은 죽음 또한 축복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과 후는 사뭇 달라서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지혜에 커다란 빛을 던져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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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티타
김서령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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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탁한 듯 하면서도 리드미컬한 음률이 느껴지는 제목은 그러나 첫 눈에 썩 들어오지는 않았다.

발음이 조금 서투른 <티타티타>는 자매처럼 성장한 두 여자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성장통을 이겨내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낸 소설이다. 성장소설은 여전히 두터운 독자층을 갖고 있는 장르의 하나다.

꾸준히 성장소설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아직도 다 성장하지 못한 자기 내면의 표현이자 더 성장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삶의 욕구에서 오는 것일게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사람들은 각기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람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살아가는 과정속에서 실행한다. 이 둘의 순서는  때때로 교차되기도 하고 동시에 진행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성장해가고 어쩌면 다 성장하지도 못한 채 죽음을 맞을지도 모른다.

삶이란, 결국 자아의 성장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 것, 그것의 다름 아닐까?

어린 시절, 피아노 치는 친구들이 그렇게나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장미넝쿨이 늘어지는 높다란 담장이 있는 집에서 사는 아이들만 피아노를 치는 줄 알았다.

해서 난 <티타티타>가 드라마에서 연탄곡으로 자주 나오곤 하던 '젓가락 행진곡'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티타티타>에는 다양한 피아노 소곡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 곡들은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나 상황을 은유하는 도구로 이용되곤 하는데, 정작 피아노를 잘 모르는 나도 귓가에 피아노의 맑은 선율이 들려 오는 듯한 착각이 일 만큼 저자의 문체는 깔끔하고 투명했다.

'우리'가 삶의 주인이었던 어린 시절 소연과 미유는 철강회사 비서인 엄마와 공무원인 엄마로 인해 같은 베이비시터에게서 자매처럼 같은 음식을 먹으며, 같은 장난감으로 놀며 마치 쌍둥이처럼 성장한다. 그녀들은 그래서 똑같은 유년을 공유했고, 이러한 밀착은 상대의 키스상대를 나의 상대로 혼동하기까지 한다.

우리였던 그녀들이 '나'와 '너'로 갈리는 지점은 어디부터였을까?

육신의 몸이 다 성장한 소연과 미유는 교사와 스튜어디스, 쇼핑호스트라는 직업을 갖게 되고, 여전히 그들은 피아노를 통해서 소통하고 관계를 유지한다. 소연과 미유의 관계는 피상적으로는 미유로 인해서 균열이 생기지만, 서로의 유년을 깊이 이해하는 소연의 소통방식은 애틋했던 유년의 기억을 불러옴으로써 자신의 상처와 화해하고 미유가 떠난 빈 자리를 수긍하는 것으로 매듭지어진다.

이 이해의 이후에 찾아오는 시간속에서 훌쩍 성장해 버린 소연과 미유가 마주할 것임을 독자는 비록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삶이 그러하니까..방식은 달랐지만 서로를 깊이 사랑한 공통점이 있는 사람들은.

 

비단 소연과 미유만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들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인물들, 그들 또한 다 성장하지 못한 어리숙한 어린아이를 내면에 하나씩은 갖고 있는 사람들.

요지부동인 결핍들이 마음속에 자리잡은 소연과 미유의 두 엄마, 그리고 연희 이모, 은유언니..지환이...윤진이...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생을 견디고 있다. 자신을 어떤 모습으로든 비록 조금 더디더라도 성장시키고 있다.

 

소연의 엄마는 외다리 아빠가 싫어 미혼모가 되어 소연을 키우지만, 엄마라기 보다는 소연에게는 노처년 큰언니같은 모습이다. 미유엄마는 남편을 백전무라 부르면서 그의 허위를 비난하지만, 사모님의 자리를 놓치 못한 채 사랑받지 못한 삶을 원망하며 산다. 소연의 이모인 연희이모는 자신의 사랑도 잡지 못한 채 언니와 소연의 아픔만을 위로하다가 쉰이 넘어서야 타인의 시선만을 신경쓴 채 오롯히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본인의 삶을 후회한다.

한편, 미유의 언니 은유는 아빠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지만, 단 한번도 아빠를 만족시키지 못하다가 훈련된 시선에 걸맞는 독일의 삶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이제 본인의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

 

인생을 쿨하게 산다는 것, 오래 더 사랑한다는 것,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삶을 견디는 방법, 인간에 대한 예의, 관계에 대한 끊이지 않는 허기, 스스로를 위로하기....우리가 살아오면서 생의 모퉁이마다 천착해 봤을 법한 물음들.

그 물음들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는 요새 유행하는 말로 시크하게 말해준다. 그러나 새삼스러운 답은 아니다. 익히 알아온 사실을, 저자에 의해 다시 새롭게 쓰여졌을 뿐이다.

내가 가진 결핍과 고통의 우물만을 들여본다면 결코 그 우물에서 헤어날 수는 없다.

혹여 어줍잖게도 타인의 삶을 연민하는가? 저자는 타인의 삶을 연민하지 말고 그 대신에 그들의 삶을 방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소설을 읽다 보면 유난히도 감정이입이 되는 캐릭터가 있기 마련.

나는 미유가 되기도 했다가 소연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속절없이 소연의 애인을 가로챈 미유가 이해되기도 했지만, 지환을 보냄과 동시에 사랑과 우정을 잃어버린 소연의 목덜미가 너무도 뼈저리게 가슴을 후벼파서 한동안 먹먹했다.

 

성장소설이 갖는 매력은 그 것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동질의 추억과 회한과 희망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매뉴얼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을 했다.

열네 살에 예상되는 시련과 성장통, 그것의 존재 이유와 대처 방안,

또 열다섯 살, 열여섯 살, 그런 식으로 말이다.

누구도 월반할 수 없는 통과의례임을 알려주는 매뉴얼.

 

책을 읽는 낸 익숙한 생각들을 만났다. 회고의 취미가 각별한 나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다시 제목에 시선이 간다. 왜 '젓가락 행진곡' 이었을까?

두 개의 젓가락은 한 개로는 원래의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두 개가 있어야지만 도구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친구의 존재가 그런 것이지 않을까? 친구란, 또 다른 나의 자아, 라는 말. 서로에게 좋은 영향이든, 아픈 영향이든, 그 무언가를 끼치며 서로를 성장시켜주는 존재. 그것이 바로 친구가 아닐까?

 

소설의 시작과 소설의 마무리를 <티타티타>로 수미쌍관법식 전개를 펼친 저자의 의도를 나는 내가 세상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해석해 본다. 프리모 소연과 세컨다 미유는 그들의 미래에도  젓가락같은 우정을 지속시킬 것이라고. 더 끈끈한 자매애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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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 - 솔로 미식가의 도쿄 맛집 산책, 증보판 고독한 미식가 1
구스미 마사유키 원작, 다니구치 지로 지음, 박정임 옮김 / 이숲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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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에 일본 도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은 2년 전에 오오사카, 나고야, 교토지방을 세미나 참석 겸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느낌이 참 좋아서 이번 여행도 계획하게 된 것이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가까운 듯 먼 나라이기도 하지만, 아는 듯 잘 모르는 나라, 이기도 하다는 것을 저번 여행을 통해서 깨달았다.

역사속에서 자리매김된 일본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기에 그 동안 일본에 대한 공부는 따로 하지 않은 채,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는데, 익숙한 듯 다른 풍경으로 다가오는 일본은 분명 이국이었고, 비슷한 듯 하면서도 독자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는 일본의 문화는 막연히 우리나라 문화의 아류라고만 폄하했던 내 좁은 식견이 부끄러웠었다.

 

오오사카 도톰부리 거리를 걸으면서 낯선 이국의 거리가 매우 편안하게 다가왔던 것은 같은 아시아 국가라는 공통점 외에도 알게 모르게 우리 문화권에 많이 영향을 미친 그들의 현대 문화가 그동안 매스컴을 통해서 익숙했기 때문이다.

음식 문화, 또한 우리 식생활에 얼마나 많이 침투되어 있는가.

낫토, 미소 같은 것은 이제는 쉽게 가정집에서도 접할 수 있는 품목이며, 초밥이나 우동은 우리음식이나 진배없게 느껴진다.

당시 여행에서 매 끼니때마다 일본의 음식을 접하면서 왜 일본의 음식이 먼저 눈으로 먹고, 그 다음에 입으로 먹는다는 말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깔끔하면서도 정갈하고 화려하게 셋팅된 음식은 일본의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음식을 다 접해 본 것은 아니지만, 여행중에 만난 음식들에서 느낀 것은 먹을 때 부담없고 깔끔하면서도 조금 먹은 것 같아도 포만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물론, 우아미라고 국제적으로 이름지어진 김치의 그 발효맛으로 식사를 정리하지 못해 뭔가 미진했지만, 대체적으로 일본 음식은 세계인들이 건강식으로 환호할 만하다는 생각이 아쉽지만 절로 들었다.

<고독한 미식가>를 쓴 다니구치 지로는 나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책날개에 소개되어 있는 국제 만화페스티벌에서 여러 상을 수상한 경력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만화쪽에서는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이다.

이 책은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일 때문에 이곳저곳을 방문하는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가 홀로 식당을 찾아다니면서 먹게 되는 음식들에 대해서  거의 전문가급으로 품평하는 것을 골격으로 하여 식당이 위치한 지역의 모습이나 풍습, 그리고 그 식당을 찾는 사람들의 성향등을 곁들여 재미나게 그려낸 음식만화이다.

서민들이 먹는 음식에서 도시락, 패스트푸드까지 거기에다 한국음식인 불고기 식당도 소개되어 있는데, 구체적이면서도 사실감있는 표현과 만화는 읽는 내내 저절로 침이 고이게 할 만큼 맛깔스럽다. 음식과 함께 소개되는 일본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나라 일본을 자세히 알고 싶어진다.

남자주인공의 골격이 일본사람이기 보다는 왠지 우리나라사람같은 느낌은 나만의 느낌일까..

부록으로 첨부된 이숲출판사의 요청으로 <고독한 미식가>에 소개된 맛집(15년전에 출간됨)을 2009년에 취재한 칼럼리스트의 글은 지금 당장 일본 도쿄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꽤 유용한 정보가 되어줄 것이다.

이번 여름여행때,  캐리어 안에는 이 책이 한켠을 차지하게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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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길라잡이 - 닥터몰리의 면역으로 치료하는 난치병
송창수 지음 / 부광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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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는 아토피만 언급이 되어 있으나, 이 책에는 면역기능 교란으로 인해 생기는 여러가지 난치병에 대해 두루 다루고 있다.

우리가 자랄 때는 들어보지도 못한 병이 지금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병이 되어버렸다. 일명 난치성 피부염 아토피와 알레르기성 비염이 바로 그것이다.

내 아이 둘이 모두 다 이 병이 있다. 둘 다 태교할 때 나름대로 신경을 썼음에도 큰애는 태어났을 때부터 태열기를 보여 가슴이 철렁~했었고, 둘째 딸아이는 피부가 깨끗하여 걱정을 덜었더니 키위알레르기 증세가 심할 뿐 아니라, 음식에 따라서 얼굴 입주변에 아토피 증상을 보이고 있다.

아주 애기였을때부터 큰아이는 아토피 때문에 내 속을 무던히도 썩였었다. 뿐인가. 본인도 괴로움에 잠 못이루기 일쑤이고, 여름이나 환절기에 특히 증상이 심해지는데 임시방편으로 병원에서 주는 스테로이드제를 처방하나, 마음 한켠에는 늘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식생활도 신경을 많이 쓰고, 옷의 재질도 고려하고 있으나 쉽사리 완치가 되지 않아 여전히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중이다.

그런가 하면,  면역계의 기능인 외부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원래의 역할이 양날의 칼처럼 인간 자신을 괴롭히기도 하여  면역계가 자신의 세포를 항원으로 인식하여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 또한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흔히 듣는 류머티즘성 관절염, 그리고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루푸스(전신성 홍반성 낭창), 베체트병, 크론병, 다발성 경화증 등..

당장 죽음, 이라는 단어와 연결되는 심장마비, 암과 같은 질병은 아니지만, 위에 언급되는 병들도 그 내용을 알고 보면 너무나 인간을 고통스럽게 하는 질병임에는 분명하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우선 밝히고 있다. 그것은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에 대한 여러 담론들을 언급하면서 각각의 처방이 지니는 한계에 대해서 거론하고 있다.

머리말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논제가 될 정도로 그 양이 상당하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서양의학은 급박한 외과수술이나 이식수술, 전염성 질병에 강하고, 동양의학은 질병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접근하여 병을 예방하는 의학에 강하다는 의견으로 서로의 학문이 잘 조화, 발전되어야 한다는 논지이다.

따라서, 이 책의 본론에서는 아토피를 위시하여 면역계 교란으로 발생하는 병을 외피적인 부분에서만 치료를 할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하여 치료를 하여야만 병을 이겨내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각의 병에 대하여 치료하는 과정과 그에 관련된 사진을 첨부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으며, 저자가 개발한 조원탕이라는(이 약은 이 책에서 거론하는 모든 병에 사용된 약이름이다-물론, 세세한 약재료는 다를 것이라고 보여짐) 약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진다.

다만, 제목이 아토피 길라잡이여서인지 아토피에 대한 부분은 많은 지면을 할애하였으나, 여타의 질병에는 더 자세한 설명이 빠져 있어 아쉬움이 컸다. 사실 이 책에 관심을 두었던 첫째 이유가 류머티즘성 관절염 때문이었는데, 이 병에 대한 두려움만 잔뜩 안게 되고 말았다.

각 병마다 성공사례가 한 명씩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는데, 당사자 본인의 직접적인 수기 형태로 실려 있었더라면 현재 병에 걸려 있는 사람들에게 더 실제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특히, 저자는 이 책에서 8체질학을 치료의 근거로 내세우며 각 체질에 맞는 치료와 건강한 식생활을 강조하고 있는데, 주변의 불특정 한의원을 방문해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인지 궁금했다.

 

어쨌든, 중국산 한약재의 영향과 기계화, 수치화, 과학화 되어가는 의학계 현실에서 갈수록 한의학이 그 힘을 잃어가고 있어 개인적으로 많이 안타까워하던 차, 이 책의 만남은 나에게는 아주 반가운 일이었다.

전문 한의학자들의 과학적인 연구와 활발한 의료활동 및 저서 등의 실천으로 한의학이 더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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