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스피드
김봉곤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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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등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도, 선입견이나 부정적인 생각도 없는 사람중 한명으로서 이렇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명확하게 오픈하고,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당당하게 쓰는 작가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어사전에 기재된 사랑의 정의가 ‘이성에게 느끼는 감정‘에서 ‘어떤 한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으로 변경 되었다가 최근에 다시 ‘이성에게‘로 바뀌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고, 동성애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것들에 대해서도 많이 배운 느낌.
남녀 혹은 나이, 국적등 인간을 수식하는 것일뿐 그사람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것들은 연인이나 친구라는 관계에서 아무 의미가 없는 것임을 잘 알면서도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역시 이 소설 속 남자들의 성적 묘사가 그리 편안하게 읽히진 않았다.
혐오라든가 그런 부정적 감정보다는 소설을 읽을때면 문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 상황을 머리 속에 그리며 연상하게 되는데, 내게 익숙하지 않고 잘 모르는 장면을 떠올리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런 글을 자연스럽게 쓰는 작가가 있다는 건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그저 독자로서 아쉬운 점이라면, 어떤 작품에서는 구어체도 아니고 문어체도 아니면서 너무 길고 장황하게 떠들어대는 듯한 문장 전개에 정신이 좀 없었고, 어떤 작품은 자기연민이 넘쳐서 지루할 정도로 공감이 되지 않았다는 것.
개인적으로 수록된 작품들의 편차가 크게 느껴져서
아쉬웠다.
아무 정보 없이 읽게되는 독자들에겐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누어질듯 하지만, 그렇게 자꾸 논의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러워지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일거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글쎄, 그건 좀 더 고민 해봐야할듯 하다.
그래도 지금처럼 눈치 보지말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뚝심있게 해나가길 응원은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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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7-19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책만 쫓아다니며 읽어보고 좋아요를 누르는데 겹치는 책이 많아서 반갑네요. 사놓고 읽지 않은 책도 바다그리님이 읽으신 게 꽤 되어서 부지런히 따라 읽어보려고 합니다 ㅋㅋㅋㅋ

바다그리기 2020-07-19 11:35   좋아요 1 | URL
저도 님의 책들 중 저와 겹치는 목록이 많아서 클릭 했다가 글까지 재미있게 쓰셔서 너무 잘 읽었어요. 그저 잊지 않으려고 끄적여둔 글들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군주론 - 가장 정직한 정치 교과서 서해클래식 5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신재일 옮김 / 서해문집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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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여년 전의 르네상스 시대에 혼탁한 국제정세의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조국이 현명하고 영웅적인 군주를 통해 평화와 번영을 누리기 위한 방법을 고민한 통찰력 있는 문학가 마키아벨리의 고전 명서.
강하고 번영을 누리는 국가를 이끌어갈 군주의 자질과 태도에 대한 그의 주장들 중에는 세상이 너무 많이 변하고 가치관도 달라진 21세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조항들도 있지만, 기본적인 리더의 필요 자질 중 지금도 공감하고 새겨볼만한 것들도 보인다.
교황이 종교 지도자보다는 정치세력의 지도자로서 기능하고, 주변국들과의 끝없는 전쟁과 반목, 연합과 배신, 정치를 위한 결혼과 권모술수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시절에 한 나라를 통치하는 군주가 백성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해야하는지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어쩌면 정치보다도 종교가 우위에 있었던 시대에 좋은 군주는 종교도 무시할 수 있어야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칠 수 있었던 그의 확신은 놀랍다.
하지만, 여자를 종속적인 존재로 취급하며 무시하고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잔인한 태도와 무자비함의 중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한 점, 백성들의 존경보다는
두려움을 받는 군주가 낫다는 논리등에는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시대나 상황에 관계 없이 군주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정의로움과 인간다움이라고 믿으며, 국민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정치가라면 설령 그가 실수를 한다해도
이해와 기대를 받을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시대와 정세가 다른만큼 오늘의 우리들로선 수용하기 힘든 지점들도 분명 있지만, 계급과 신분 구분이 명확
하고 소통과 연구가 쉽지않던 시절에 풍부한 주변국들의 사례와 역사적 사실들을 근거로 좋은 군주의 요소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과 대안을 제시하려 했던 그의 명석함과 집요함은 존경스럽다.
마키아벨리 주장과 반대로, 대한민국에선 전쟁을 잘하기보다 국민들에게 오래오래 존경 받는 지도자와 정치가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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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반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78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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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뇌의 문제로 태어날때부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의 고교시절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소통과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성장소설.
감정을 느끼는 작용을 주관하는, 마치 아몬드처럼 생긴 뇌의 편도체가 없이 태어난 주인공 윤재는 자신에게 없는 편도체와 비슷하게 생긴 아몬드를
먹으며 다른 사람들처럼 희노애락의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고 싶어하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다보면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공감도 할 수 없다는 윤재가 오히려 다른 인물들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고 예민하다는 것을 알게된다.
어린 시절 잃어버렸던 아들을 찾았지만 불량소년이 된 아들에게 실망해 친아들 대신 모범생인 윤재를 잃어버렸던 아들이라고 속여 죽어가는 아내와 만나게 하는 의사 아버지,
크리스마스 이브날 저녁 단지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있다는 이유 때문에 윤재의 눈앞에서 할머니와 엄마를 칼로 찔러버린 불행한 남자,
아직 청소년인 후배에게 자신을 도우러 온 친구 윤재를 찌르라며 칼을 건네는 청년,
편견에 사로잡혀 학생들을 수시로 차별하고 아무렇지 않게 폭력을 휘두르는 교사들과 학생들..
윤재에게 감정도 없는 인간이라며 손가락질 하고
아무렇지 않게 상처를 입히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긴 커녕 의식하지도 못하는 그들이 윤재보다 훨씬 더 잔인하고 무섭다.
그들과 달리 자신의 결격사유를 너무나 잘 알고 매순간 공감하길 원하고 노력하는 윤재는 불행하게 자랐다는 이유로 친부에게 외면당한 친구를 돕기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기꺼이 위태롭게 만들고,
자신을 편견 없는 대하는 여학생과 순수한 첫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서툴지만 따뜻한 사람으로 조금씩 성장해가는 윤재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하고싶었던 이야기는 결국 우리의 인간다움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아직 어떤 나무로 자랄지 모르는 새싹과 같은 청소년들에게 선입견이나 편견의 시선을 거두고, 있는 그대로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 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게 해준 좋은 책.
특히 소설 뒤에 평탄하게 살아온 자신의 삶이 소설가로서 결격사유 같아 자격지심을 가졌었지만 이제 그런 생각은 떨쳐버렸다며 평온하게 성장 하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는 작가의 말은 그와 똑같은 감정으로 작가적 열등감을 갖고있던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좋은 성장소설에 나까지 성장 한 기분.
좋은 책과 함께 한 즐거운 독서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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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과 자유 - 장자 읽기의 즐거움 問 라이브러리 8
강신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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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히면서도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인문학 서적들이 많아지는 요즘의 시류와는 조금 떨어진 느낌의 책.
‘나비의 꿈(호접몽)‘으로 유명한 장자의 이론 중 대표로 꼽히는 망각과 자유에 대해 플라톤, 니체, 비트겐슈타인 등 서양 유명 철학자들의 논리와의 비교, 대조, 유사성 등을 통해 설명 해준다.
하지만, 문장을 구성하는 용어도 그리 쉽지않고,
철학자들의 이론도 일반적이지 않은데다 전반적인 설명도 딱딱한 편이라 읽기도 이해 하기도 솔직히
쉽진않다.
무엇보다 독서의 최고 덕목인 재미가 없음이 가장 아쉽지만,
장자의 책 중 장자 그의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는 7편
‘제물론‘의 요점이 결국 망각을 통해 자신을 비우고 타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소통을 이룸으로써 진정한 자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주장임은 명확하게 알 수 있게된다.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조삼모사‘에 대한 조금 다른 철학적 논리나, 유명한 나비의 꿈에 대한 장자의 주장을 다른 접근으로 보는 시각등은 이 책이 준 예상 밖의 신선한 깨달음.
술술 읽히지는 않으나 장자의 이론에 대해 알고싶다면 도움은 될 수 있는 책.
약간의 유머와 쉬운 표현으로 서술 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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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파 - 2018년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박해울 지음 / 허블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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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취향일진 모르나 과학소설 공모전의 대상 수상작이라기엔 많이 아쉬웠던 작품.
문장력도 너무 평이하고, 중반 이후엔 최고의 반전이라 할만한 비밀이 너무나 쉽게 짐작되는데다
그 반전이라는 설정 역시 낯설거나 신선하다기엔 어딘지 익숙하고 오래된 문법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얇은 책 두께만큼이나 주인공인 충담과 기파, 아니타 각 인물들 각각의 개성과 그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깊은 공감을 느낄만한 개연성이나 충분한 묘사가 부족한 것이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읽을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중 하나가 ‘나에게 등장인물들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나는 그들에게 공감하고 기꺼이 편이 되고싶은가‘ 라는 점인데,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의 인물들은 내게 별다른 감흥도 공감도 주질 못했다.
심지어 모든 지구인들에게 성자란 칭송을 받는, 엄청난 반전의 비밀을 숨기고 있는 의사 기파까지도.
바로 앞에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그동안 별 관심 없던 SF 소설에도 큰 흥미가 생겼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역시 나에게 이 장르는 별로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만큼 여러 면에서 아쉬움
가득한 책.
오히려 책 뒤의 심사경위에 이견 없이 일찌감치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이었다는 설명이 조금은 의아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만드는 이 작가의 미덕은 이 소설을 통해 하려는 이야기가
‘기술을 통해 우리 인간은 얼마나 자유롭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가, 인간들은 과연 로봇보다 좋은 존재인가‘라는 점.
결국 과학기술이든 로봇이든 미래든 우주든 어떤 이야기를 해도 사람다움에 관한 본질적 물음이 그가 천착하는 바라면 다음 작품에 또 실망한다 해도 기꺼이 책을 사서 읽을 생각이다.
의도와 본질은 퇴색되지 말고 소설적 재미와 깊이는 점점 더 발전하기를 응원하며 다음 작품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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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09-29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초엽 소설 읽고 이 책읽었는데 ㅎㅎ 김초엽보다는 문장력이나 이야기 구성력은 떨어지지만 저는 우주개발을 통해 우주여행을 꿈구는 상상을 해보는 시간이 즐거웠어요 . 우주개발을 찬성하지 않지만....그래서 이런 상상으로 대리만족하나봐요 ㅎㅎ

바다그리기 2020-09-29 02:00   좋아요 0 | URL
대리만족의 즐거움이 SF 소설의 즐거움이 될수도 있겠군요. 같은 책을 저와 다른 느낌으로 읽으시는 이웃님들을 보면서 저 역시 책읽기의 또다른 즐거움을 대리만족 중인지도 모르겠어요^^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