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서해클래식 4
토머스 모어 지음, 나종일 옮김 / 서해문집 / 200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전 다시 읽기로 오랜만에 다시 읽은 책.
영토확장으로 국가의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 전쟁이 필수였던 오래전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읽지 않으면
많은 부분에 동의하기 어렵고 심지어 반발감도 생긴다.
오래 전이라 해도 ‘대체 어떻게 이런 나라를 유토피아라고 부를 수가 있는거지?‘라는 생각을 수시로 하게된다.
하지만, 전쟁이 당연시 되고 계급사회의 당위성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할 생각조차 할 수도 없던 시대에 이상향(유토피아)을 꿈꾸고 정치와 경제, 사회규범과 국가체제 등 다방면에 있어서 구체적으로 이상적인 모델을 연구하고 제시한 저자 토머스 모어의 통찰력은 놀랍다.
특히 왕족과 종교인들, 귀족들이 평생 일체의 노동은 하지 않으면서도 사치스런 부를 누리고 평민들을 지배하는 것을 당연시 해온 시대에 노동의 가치와 인간의 자유의지를 유토피아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한 그의 주장은 가히 획기적이라 할 수 있으니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저자가 제시한 유토피아는 하루에 여섯시간동안 집중적으로 노동하고 나머지 시간엔 여가시간을 즐기며 휴식을 갖거나 개인적인 흥미와 욕구를 가진 작업에 자유롭게 투자하는 삶을 보장한다.
공평하게 부여된 노동을 통해 국가 유지에 필요한 것들을 얻고 그외의 노동은 개인의 사익을 자유롭게 추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
그가 제시한 공평한 노동에는 하릴 없이 놀며 사치스럽게 돈과 시간을 낭비하며 사는 많은 쓸모없는 인력들, 즉 부자와 귀족들도 포함되어있다.
물론, 종교인들과 왕족, 귀족들은 배려 받아야 할 존재라고 인정하는 것과 노예들은 국민에 속하지 않는
피지배 계층으로 인식해 그들의 착취를 당연시 한 점,
여자나 아동들을 가족에게 종속된 소유물처럼 인식해
그들의 자유의지나 권리보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의식도 개선 의지도 없었다는 점은 많이 아쉽다.
특히 노동을 가장 중요가치로 여긴 저자가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당하며 노동력을 착취 당하는 노예들에 대해 아무 의식도 없었다는 점은 이해 되지 않는다.
전쟁으로 주변국을 다스리고 영토를 확장 시키는 것,
자유로운 이동을 통제한 것 등 지금의 기준으로서는
이해가 안되는 제재들도 많지만, 평생 놀고 먹으며 지배계층으로 사는 부자들을 쓸모없는 인간들이라고 거침없이 비난하고, 사익 추구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어떤 사람이 열심히 하겠냐며 개인의 자유의지를 보장 해주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분명 시대를 앞서간 지적 통찰이었다.
그의 주장을 듣다보면 시대의 흐름 속에서 법의 합리성을 앞세운 자본주의에 밀려 사라진 공산주의의
공허한 목표를 그는 이미 그시대에 알고있었다는 놀라움을 갖게되기도 한다.
시대가 바뀌는 역사의 흐름 속에 모든 것들은 변할 수밖에 없고 그런 변화를 인지하고 적응 해나가지 않으면 국가나 개인은 도태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백년 전의 지금과 너무 다른 환경에서도
지금과 똑같이 가치있게 생각했던 노동의 고귀함과 사적 자유의지의 중요성을 우리는 결코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난다 해도 결코 바뀔 수 없는
인간 존재의 가치만큼 중요한 것들은 분명 있을테니까.
그리고, 시대를 막론하고 절대 변하지 않을 공동의 선과 가치를 함께 발견하고 지켜가려는 노력만이 이세상을,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유토피아 건설의 토대가 될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적용하기 힘들어진 고전의 명서를 그래도 외면하지 않고 읽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지점에 있을 것이다.
오래 전 읽었을 때와 전혀 다른 느낌을 준 책,
십년쯤 뒤에 다시 읽으면 그땐 또 어떤 깨달음을 줄지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보다 도끼
에밀리 지음 / 어나더북스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의 페북 담벼락에서 우연히 읽게 된 후 소심한 성격인 내가 먼저 페친을 신청했을만큼
날카로우면서도 번뜩이는 유머가 가득한 에밀리님의
글들을 책으로 묶었다.
자신의 나이, 직업, 정확한 생김새 중 어떤것도
책에서 공개하지 않았지만, 바로 그런 그녀여서 좋다.
어떤 글에선 어린시절 이야기를 통해 나와 아래 위로 별 차이 없는 나이일 거라 추측 해보고,
페북의 단정한 프로필 사진에선 야무지면서도 단아한
꽤나 미인형의 여성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촌철살인 거침없는 문체를 보며 한때 온라인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무협소설의 작가들과 그녀의
유사점을 추리해보기도 하는 즐거움이 그녀의 실체(?)를 마주하는 반가움보다 크기 때문이다.
무작위적인 다수의 대중을 겨냥한 출판물이라는 특성 때문이겠지만, 책 속의 글들은 날카로운 비수로 정확히 정곡을 찌르면서도 재치와 유머로 반짝이는
그녀의 거침없는 페북 글들 중 무난하고(즉 읽는 쾌감은 좀 덜한) 순한 글들이 대부분이다.
사회 전반의 부조리와 정치인들의 이기적인 행태,
비합리적인 사회현상들에 대해 잘 갈린 칼같은 날카로운 시각을 바탕으로 조롱과 풍자의 경계를 영리하게 넘나들며 때론 실소가 터지게 하고, 가끔은 가슴 찡한 감동과 깨달음도 느끼게 만드는 보석같은
글들이 적은 것은 그녀의 광팬으로서 조금 아쉽다.
하지만, 따뜻하면서도 깊고 예리한 그녀의 통찰력과 욕, 은어, 도끼로 포장된 과격 카리스마 속에 숨긴 그녀만의 따스한 인간애와 깊은 공감은 여전하다.
순식간에 완독 한것은 내용이 빈약하거나 생각 할 여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나 쉬운 문장으로
정신없이 따라가게 만드는 글의 명료함 때문일듯.
그녀의 자신만만한 주장처럼 지금 이 글을 읽지 않으면 영원히 못읽었을텐데 읽을 수 있어서 천만 다행이었다.^^
말도 그렇지만 글에도 유머 한스푼이 얼마나 중요하고 커다란 힘이 되는지를 그녀의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퍼거슨 감독의 말에 동의하지만, 페북을 통해 그녀와 친구가 될 수 있었음을 생각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유용한 부분도 있음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첫걸음을 떼었으니 다음엔 더 좋은 글들로 두번째 세번째 책들이 나올 수 있기를 응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유로서의 발전
아마티아 센 지음, 김원기 옮김, 유종일 감수.해제 / 갈라파고스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시아 최초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티아 센의 경제학 도서.
그는 여타 경제학자들과 달리 경제학을 통해 빈곤과 기아, 사회적 불평등의 개선책을 찾아내 모두가 잘 사는 국가를 만들자는 주장을 펼치며 살아왔고, 그때문에 ‘경제학의 양심‘이라 불린다.
그는 이 책에서 국가의 발전은 민주주의와 자유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진다고 역설했다.
인간의 기본 권리인 자유가 정치와 문화, 경제등 사회
전반에 걸쳐 완벽하게 보장되고 지켜질수록 그 사회는 발전과 번영 가능성이 높다는 것.
특히 그는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중 하나인 다수결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국가 발전에 방해요소가 된다고 역설하며, 소수를 무시한 채 다수를 위한 정책과 제도를 정의롭다고 합리화 하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이며 사회와 시민들을 억압하는지 각 나라의 사례를 들어 알기쉽게 설명하고 효율적으로 증명해 보인다.
강대국이지만 국가의 통제가 심하거나 독재를 하는 나라의 빈민들보다 차라리 가난하지만 민주주의가 정립된 국가의 빈민들이 삶의 만족도가 훨씬 높다는 것은 국가의 경제력이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와 비례하지만은 않는다는 방증이며, 국가 발전을 위해 서라면 개인의 자유는 억압되어도 타당하다는 논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 수 있다.
특히 그가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집중한 국가
중 하나가 우리나라라는 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랜 식민지 시대를 거쳐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가 되었고, 독재정치 하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않은
대한민국이 짧은 기간에 기적같은 번영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를 저자는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식지않는 열망에서 찾는다.
독재시대에도 목숨을 걸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려 했던 야당 지도자들, 부패한 지도층을 단죄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광장으로 나온 국민들이 지켜낸 이땅의 민주주의가 지금의 부와 안정을 누리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것.
사회와 국가가 자유로울수록 경제도 발전한다는 그의 주장은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던
기존의 인식이나 경제이론과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인간의 가장 중요한 권리인 자유의 보장이 사회와 국가발전의 필수 요소라고 주장한 그의 이론이야말로 흔히 현실을 외면한 탁상공론이라고 비난 받는 다른 학자들에게, 다수의 정의를 위해 개인의 요구를 묵살하는 데 익숙해진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다.
국가와 사회가 추구하는 발전 역시 인간을 존중하고 자유를 지키려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를 무시하고는
결코 이룰수 없음을 절대 잊어선 안된다.
나자신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살 수 없다면 부와 명예,
어떤 보상을 누린다 해도 행복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한 일일테니까.
이런 관점에서 사회와 국가, 세계를 바라보는 학자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피프티 피플
정세랑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제목 그대로, 50명의 주인공들 각각의 짧은 스토리로 만들어진 책.
이들은 지방 소도시의 병원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고, 이야기 속에서 서로 가족이나 친구, 연인, 동료 등의 관계로 얽혀있기도 하다.
일단 기존의 여타 소설들처럼 주인공이 겪는 에피소드 위주의 스토리가 기승전결의 순서를 따라 진행되지 않는 독특한 형식이란 점은 신선하게 느껴졌다.
각각의 스토리들 역시 짧지만 제법 임팩트가 있으며,
병원이 주무대인만큼 어떤 에피소드들은 죽음 혹은 사랑하는 이의 갑작스런 부재로 인한 상실에 대해 많은 여운과 감동을 준다.
각각의 주인공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는 모두 다르지만 매일 겪고있는 우리의 삶과 별다르지 않아
다 읽고나면 사람들의 인생은 결국 모두 다른듯 하면서도 비슷하구나란 생각이 든다.
어떤 이야기는 슬프고 다른 이야기는 뭉클하면서도 희망이 느껴지고, 또 어떤 것들은 쓸쓸하고 아프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다시 또 내일의 새로운 시간을 위해 열심히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한편의 길이가 짧다보니 쉽게 빨리 읽히고, 다른 이야기들 속에 연결된 인간관계를 다시 확인 해보며 머리 속에 등장인물 관계도를 그려보는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 짧은 이야기지만 스토리나 감상의 밀도는 얕지않은 편.
그래도 한편의 서사를 따라가며 감정의 흐름에 휘말려 정신없이 몇시간을 푹 빠져읽는 감상을 느낄수 없음은 여전히 조금 아쉽고, 개인적으로 매력을 느낀 주인공 이야기는 조금 더 풍성하고 길게 읽고싶었다.
(그런 주인공을 따로 빼서 그 이야기를 스핀오프 소설로 새롭게 만드는 건 어떨지? 역스핀오프 발상도
흥미로울듯 한데.. ㅎㅎ)
어쨌든 새로운 시도의 소설을 읽었던 신선한 재미만으로도 만족도는 충분히 높았음은 인정.
어느 분야든 정해진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시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다고 믿으며, 저자의 다음 작품도 기대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량한 차별주의자 (리커버)
김지혜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프롤로그의 첫 이야기를 읽는 순간부터 뜨끔하는 자각과 함께 부끄러움을 느꼈다.
결정장애라는 말.
스스로 어떤 것에서든 절대 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자부하는 나 역시 식사 메뉴를 고를때나 쇼핑 할때, 일의 순서를 정하고 작업을 할때 걸핏하면 입에 올리던 단어였다.
그렇게 프롤로그만으로도 이미 부끄러운 자기성찰을 하게 만든 이 책은, 역시나 나 역시 ‘선량한 차별주의자‘중 한사람이었음을 깨닫게 해주었고,
아픈 반성과 함께 차별을 없애고 진정한 평등을 이루어 가는 것의 가치와 목표, 구체적인 실현 내용과 방안으로까지 나의 생각을 확장시켜주었다.
얼핏 떠올려도 여자, 지방대 졸업생, 프리랜서 등등 불리한 차별요소를 여럿 지닌 나이기에 차별에 꽤나 민감하게 반응하며 살았고, 절대 차별로 누군가를 아프게 하진 않겠다는 의지를 제법 잘 지키며 잘 살아왔다고 생각 했었다.
그런데 외국인, 이주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혼혈인, 동성애자 트렌스젠더 등의 성소수자들..
늘 차별받고 오해 받고 심지어 모욕을 당하며 사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에 비해 내가 누려온 것이 아주 많았으며, 그런 차별의 부당함을 그다지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왔음을 깨달았다.
노동자 문제나 다문화 가정, 장애인 인권등에 대한 문제는 인식하고 있었다 해도 실질적으로 어떤 연대와 협력으로 그들과 함께 평등을 이룩해나가야할까 라는 고민도 노력도 해보질 않았던 게 사실이다.
어쩌면 마음 속 응원만으로 충분하다고 믿으며 짐짓 이정도면 좋은 사람이라 자부하며 산 건 아닐까?
지금 당장 중요한 미팅 자리에 가기위해 탄 지하철이 장애인들의 인권시위로 한없이 지체 된다면, 나는
왜 하필 이런 방식이냐고 그들에게 짜증 내는 대신 기꺼이 불편함을 견디면서 그들의 구호와 입장에 공감하고 마음을 모아줄 수 있을까?
제주도의 예맨 난민들 수용 문제가 시끄러울때 그들을 내쫓아야한다는 입장은 아니었지만 나역시 책에서 저자가 지적 한대로 여자를 무시하는 이슬람 남성들의 문화 때문에 우려가 되었음은 부인하지 못하겠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무의식 중에 나의 이익과 결부된 차별에서 혹은 무조건 똑같은 평등의 구호 뒤에 숨겨진 차별 등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나 역시 차별주의자가 될 수 있음을 이 책에선 알려주고 있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같은 뜻으로 쓰일 수 없는 것처럼 인간 개개인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 차별의 정당성이 되어선 안된다.
안타깝게도 차별금지법은 10년동안 계류된 채 여전히 미완 상태이며,
여당 대표라는 분이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을 습관처럼 하면서도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한 건지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사회 곳곳에서 부당한 인식으로 인한 차별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오늘의 대한민국.
그저 마음으로만 응원 하면서 나의 일은 아니니까 하는 생각으로 무심히 지나쳤던 모든 차별의 부당함을 이제는 절대 그냥 넘기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싸울수 없다면 적어도 저자의 글처럼 정색하며 잘못 되었다는 표시라도 함으로써 각성을 촉구하는 작은 노력이라도 반드시 하리라.
진정한 평등은 한쪽이 얻음으로 반대쪽이 잃게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모두가 더 나은 세상에서 더 큰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윈 윈의 승리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