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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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이다. 졸업식이 한창이다. 졸업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앞에 놓인 새로운 희망으로 미소짓고, 참석한 가족들은 그들의 미래에 희망이 가득하길 축복해준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함께 사진을 찍는다. 그 모습이 진짜든 아니든 그게 무슨 상관이랴.. 내가 보고 있는 그들은 활짝 웃고 있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인다.

 

여기 또 다른 ‘가족’이 있다. 같이 모여 찍은 사진이 단 한 장이라도 있을까 싶을 만큼 따로따로인,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망가진 것처럼 보이게 되었는지 궁금하기까지 한 그런 가족이다. 엄마는 딸을 못잡아 먹을 듯 안달이고, 아들에게는 껌뻑 죽는다. 딸은 충동적으로 머리를 밀어 버리고 가발을 건네는 엄마 앞에서 스토브 버너에 그것을 태워버린다. 아들이란 사람은 몸무게가 100킬로그램 이상이 나가면서도 운동도 안하고 SF 판타지에만 열광하는 소심한 여자 밝힘증을 가진 남자다. 그리고... 그리고..

휴.. 이 정도로.. 그만두자.

세상에 정말 ‘ 지긋지긋하게 싫은 것’이야 많고도 많겠지만 ‘지긋지긋한 삶’만큼 강력하게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것이 또 있을까 싶다. ‘지긋지긋한 삶’이란 대체 무얼까?

개개인마다 다르게 느껴질테지만, 지긋지긋하게 궁핍한 것.. 지긋지긋하게 파란만장한 것.. 지긋지긋하게 순진하기만 한 것...

나는 말이다..

이 책 속에서 ‘지긋지긋한 삶’을 말할 때 들 수 있는 모든 예를 소설 안에서 다 봐버렸다고, 그래서 이 책이 참 싫었다고 말하고 싶다. 엄마 벨리도, 딸 롤라도, 아들 오스카도, 유니오르도, 갱스터도...... 어디서 이렇게 막장의 인생들을 다 모아놓을 수 있는지가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 어이구 징글징글해..” 엄마 벨리의 입에서만 나올 소린 아닌 것 같다.

이 책은 나에게 딱 ‘오스카스러웠다’. 너무나 오스카스러워서 누구나 오스카에게 그랬듯 곁에 두고 싶지도 않고 외면하고 싶어지게 했다는 말이다.

“ 나는 요한계시록이고, 누나는 창세기야 ”

“ 사변적인 장르에 관심이 있어요 ”

“ 게임이었다면 전 당신한테 카리스마 18을 줄 거 같아요! ” 이런 말이나 해대고, 자신을 저주받은 몸이라고 말하고, 집착적인 광기에 사로잡혀 아무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글을 써대는, 자신의 기숙사 문에 요정어(정확하게는 ‘신다어’라고)로 “ 친구라고 말하고 들어오라” 고 써놓는, 롤플레잉 게임과 일본 애니메이션에 미쳐있는 오스카 와오. 그래서 나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오스카 와오.

 

그런데 말이다.. 모르겠는거 투성이고.. 징글징글, 지긋지긋 지겹다면서도 이 책을 놓을 수가 없다. 곰곰이 생각을 정리하다가 그 이유를 깨닫는다.

우선은 이 책엔 오스카만 나오는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오스카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롤라가 있다. 롤라는 오스카의 누나로 엄마인 벨리와 항상 대립하지만 오스카에겐 한없이 다정스러운 존재이다. 삼대째 내려온다는 저주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를 인물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카브랄 집안의 셋째이자 막내딸인, 의사와 간호사의 딸, 벨리의 인생도 있다. 마지막까지도 사랑했던 남자의 배신을 믿지 않으려 했던 벨리. 어쩌면 시대의 가장 큰 희생양이었을지 모르는 그녀의 삶이 당당히 있었다. 또 한사람. 자신의 아내와 딸을 독재자에게서 지키려다가 감옥에서 조용히 스러져간 아벨라르. 어쩌면 푸쿠의 시작점이 된 사람...

이렇게 한명 한명의 삶이 너무도 극적이고 다양하게 펼쳐진다.

 

다음은 책 곳곳에 등장하는 ‘트루히요’ 라는 사람과 ‘트루히요의 세대’라는 그 시절에 대한 궁금증이 한 몫을 했다.

트루히요는 독재자도 그냥 독재자가 아니라 ‘도미니카 독재자’였으며, 그건 그가 국내 최고의 악한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는 도미니카의 토토란 토토는 글자 그대로 모두 제 것이라 여겼다. (p258)

트루히요 정권 치하의 산토도밍고에 산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그 유명한 텔레비전 시리즈 <환상특급>에서 오스카가 좋아했던 한 에피소드에 나오는 마을 피크스빌에 사는 것과 비슷했다. 신에 가까운 능력을 지닌 괴물 같은 백인 소년이 세상에서 완전히 고립된 피크스빌을 지배하는 내용이었는데, 사악하고 제멋대로인 백인 소년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떨며 살게 되고, 소년의 보복으로 불구가 되지 않기 위해, 혹은 더 끔찍하게는 옥수수밭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기회만 있으면 서로를 고발하고 배신한다. (중략) 트루히요가 도미니카 국민에게 행사한 권력과 나라 전역에 드리웠던 공포의 그림자를 과장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p266~267)

 

도대체 이 소리들은 다 뭐란 말인가..

조금이라도 더 이해해 보고 싶어 인터넷 검색창에 ‘도미니카 공화국’ ‘트루히요’ ‘미라발 자매’... 검색어를 차례로 입력해본다.

“ 트루히요는 31년 재임기간 동안 독재자의 힘을 가장 사악한 방식으로 사용하였다. "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며.. “ “ 폭력, 잔인성” “ 아이티인 무차별 학살 ” “ 공포분위기 조성” “ 언론 통제” ......

소설보다도 더욱 소설같은 시대가 펼쳐졌다. 눈살이 자연스레 찌푸려지게 만드는 시대.

과거 우리에게도 있었던 독재자의 통제시대..

그리고 지금도 바로 옆에 두고 있는 일당독재체제..

 

벨리같은 엄마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당신은 제대로 알고 있는게 아니라고 하는 롤라의 말이 떠오르며, 말을 아끼게 된다. 그래,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그 시절을 살아내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경험하지 못했어도 그 시절이 어땠을지, 공감하려고 노력해 볼 수는 있지 않을까? 도미니카에서만 있었던 시절이 아니고, 분명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하게 되풀이되던, 그런 역사이니까.

우리나라에서도 유신정권의 언론 탄압이 있었고, 광주사태가 있고, 삼청교육대가 있었고, 세계적으로는 히틀러 정권이, 프랑코 독재가.. 그렇게 알려진, 알져지지도 않은 그런 시대가 분명 있었다. 자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그저 ‘운명이야’라고 체념하게 만드는,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그런 시대들.

그 시대 중 하나인 트루히요 세대가 만들어낸 강력한 독-푸쿠가 아벨라르에서 시작되어 오스카의 세대까지 중독시켜 버린다.

 

소설의 배경이 된 시대를 이해하자 이제 책 속의 삶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갈 수 없는 삶. 선택할 수 없는 삶.

벨리가 끌려갔던, 훗날 오스카가 끌려갔던 사탕수수밭조차 의미있게 다가온다.

그러면서 마지막 오스카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던 의지를 보여준 이본과의 사랑도 의미를 알 것 같다.

왠지 그 속에 스스로가 만든 삶이란 하나도 없이 그저 다른 이의 삶 속에 한발 걸쳐 살고 있는 삶만을 보여줬던 오스카가.. 용기 내지도 못하고, 나는 모른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외면하는 비겁한 삶을 살던 오스카가 이본과의 사랑에서는 온 몸을 내던진다. 만신창이가 되어서도, 죽음의 문턱을 왔다갔다하는 중에서도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아! 오스카.

그는 알았을 것이다. 도망칠수도 없고, 도망쳐서도 안되며, 맞서 싸우고 의미를 찾아야 하는 삶만이 유일한 해독제라는 것을.

 

그가 롤라처럼 조금 더 일찍 삶에 의지를 보였다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많다.

인생이란 그런거다. 아무리 열심히 행복을 모아봤자 아무것도 아닌 듯 쓸려가 버린다. 누군가 나한테 묻는다면, 난 세상에 저주따윈 없다고 대답하겠다.

삶이 있을뿐. 그걸로 충분하다고. ‘ (p246)

롤라가 깨달은 것을 오스카도 알았더라면...

오스카가 앞에 있다면 고개를 저었겠지? 스스로 선택한 사랑이 있었고,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 그의 앞에 놓여 있었다고 말하며. 자신의 의지대로 사는 삶. 그 삶을 마지막으로 살다갔기에 그에게 후회는 없었을 것이다.

휴~ 결국 다시 ‘삶’으로 돌아와 버렸다. 하지만 이젠 의지가 담긴 삶, 희망을 담고 있는 삶, 꾸준히 흘러가는 삶이다. 오스카와 롤라에게는 저주의 역주문이 되어준 푸쿠를 퇴치시키는 ‘사파’로서의 삶이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도미니카라는 나라와 그 나라에서 있었던 트루히요 정권에 대한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오스카가 열광했던 SF나 판타지 소설에 조예가 깊은 것도 도움이 된다. 그래야 저자의 시니컬한, 툭툭 내뱉듯 던지는 농담에 웃을 수 있다. 그리고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삶에 슬퍼할 수 있다. 나처럼 건방지게 이들의 인생을 ‘막장’이라 부르고 지긋지긋하다고 표현하는 실수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저주는 끝이 났다.

오스카를 보고 어떤 삶을 느꼈는가?

롤라에게서 어떤 삶을 보았는가? 벨리는? 유니오르는?

무지개보다 더 다양한 색채를 지녔지만, 너무 일상적이어서 당연시해버리고 알아차릴 수 없었던 삶의 의미와 가치가 나의 삶 속으로 들어오는 걸 느낀다.

젠장, 오스카.. 인생에 늦은 때란 없는거야..

나의 삶은 아직 계속되고.. 삶이 주는 아름다움을 이제라도 알아갈테야.

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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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 천년, 탄금 60년 -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남기고 싶은 이야기
황병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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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리 가락을 듣는 건 과연 어떤 때였던가.. 인사동에 갔을 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을 때...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음악 감상을 할 때.. 그리고... 그리고..

정말 미안하지만..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우리 국악에 대한 미안함 마음 때문에라도 국악계의 명인이신 황병기 선생님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평생.. 한길만 걸으신 우리시대의 명인.

 

예전에 KBS 방송에 ‘국악 한마당’이란 프로가 있었다.(물론 지금도 있다) 본방이 아닌,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재방송을 보곤 했는데, 대금이면 대금, 가야금이면 가야금 이렇게 한가지만을 연주하는건 왠지 처량맞다는 느낌으로 항상 피했고, 서양 악기들과의 크로스 오버적인 무대만 주로 골라서 봤던 기억이 있다. 아무래도 듣기 편한 것으로만 골라 듣는 나쁜 버릇이었던 듯 하다. 그러다가 숙명여대 가야금 합주단의 공연을 봤다. 가야금으로 아리랑뿐만 아니라 비틀즈 음악이든지 서양음악을 연주하는데, 괜시리 좋아서 음반까지 구입했다. 이게 나의 가야금에 대한 기억..

 

이 책 < 오동 천년, 탄금 60년 >은 가야금에 취해 평생을 가야금과 함께 하신 황병기 선생님의 이야기다. 나는 잘 몰랐는데, 후학 양성에도, 가야금의 세계화에도 많은 일을 하신 분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운명과도 같은 가야금과의 만남, 그리고 가야금을 놓치 않으면서도 당시의 분위기에 따라 서울대 법대를 진학했다가 결국은 가야금으로 돌아가게 된 사연, 당신의 가족들 이야기.. 등등이 시간의 순서에 따라 담겨 있다. 원래 중앙일보에 기고하시던 글 <남기고 싶은 이야기> 를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했다. 그때 그때 기억에 남았던 것을 담았는데, 솔직히 글은 좀 투박하다. 마무리짓지 않고, ‘그랬더라’ 식으로 그냥 끝나는 글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담담하면서 맛깔나게 다가온다.

 

누군가의 인생을 들여다보면서 감동을 받을 때가 많다. 보통... 들여다보게 놔두는 인생이야기는 진지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것일 때가 많으니까..^.^

이 책을 읽고 나서... 해야할 일이 생겼다. 그 분의 음악을 찾아보는 것.

책의 마지막에 고맙게도 작품 목록이 수록되어 있다. 한 사람의 일생이 모두 담겨 있는 음악을 들으며 어떻게 느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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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연쇄살인 - 희대의 살인마에 대한 범죄 수사와 심리 분석
표창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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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일 보도되고 있는 그 사건을 보면서.. 우리가 딛고 살고 있는 이 현실만큼 공포스러운 것이 또 있으랴... 싶은 생각이 든다. <한국의 연쇄살인>은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쇄 살인에 대한 기록이다. 사건 중심의.

주말의 늦은 밤. 고즈넉이 혼자임을 즐기며 책장을 펼쳤다가 채 몇장을 넘길 수 없었다. 사건 자체의 무시무시함에, 책만이 줄 수 있는 끝없는 상상까지 더해져서 사건 하나하나, 범인의 모습 하나하나, 그를 뒤쫓는 수사팀의 모습 하나하나가 마치 영화처럼 되살아나 머릿속에서 상영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이불을 덮은채 눈만 쏙 빼놓고 보다말다 하던 ‘전설의 고향’에 버금가는 공포이기도 했다. 그래서... 결국.. 사람 많은 곳, 낮 시간을 이용해 읽었다.

 

<CSI>던, <크리미널 마인드>던, 수사물을 보면 참... 남의 나라 얘기같다. 남의 나라 얘기 맞지만^^,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와는 관계없는 일같이 느껴진다는 말이다. 그래서 볼 수 있다. 그리고... 드라마에선 범인이 잡힐줄 알고 있으니까...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연쇄살인>은 나와 관계없는 일.. 이라고 마음놓고 있을 수 없다. 안동, 천안, 부산, 서울.. 그것도 천호동, 가락동... 너무도 익숙한 지명들이며 무려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너무도 가까운 지명이 있었다! 이쯤되니 표지의 <다음 희생자는 당신일 수도 있다>라는 말이 참 마음 깊숙이 다가온다.

 

이 책은 철저히 ‘한국적’이다. 미드를 통해 익숙해진 ‘과학 수사 기법’은 오래된 연구를 통한 ‘그나라만의’ 범죄인 특성이 될 수 있기에 ‘우리나라’만의 연쇄 살인범의 특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함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1970년대 이후부터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에 대한 기록을 굵직굵직한 사건 위주로 소개하면서 각 시대별로 시대 상황을 짚고, 그러한 시대에 맞춰 어떤 식의 범죄가 벌어졌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수사를 이끌어 범인을 잡을 수 있었는지 하나하나 짚어가며 이야기한다. 과장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지만, 사건이 워낙 흉폭하고, 잔인하기 이를데없어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고, 마음이 편치 못하다. 시대가 현재에 가까워 올수록 범죄는 더 잔인해지고, 더 많은 사람들을 해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 책을 쓴 이유는 아마 범죄의 재발 방지와 사람들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일선 수사관들의 노력을 알리고자 함이 아닐까.. 범죄자에 대한 처벌 뿐만 아니라 그들이 사회로 나왔을 때 철저한 재교육을 통해 다시는 범죄의 길로 들어서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선진 수사*범죄 연구 시설의 구비를 통한 우리나라 수사의 선진화, 그 모든 것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글 곳곳에서 막을 수 있었던 범죄에 대한 안타까움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사람들의 관심이 있었으면.. 조금만 어린시절 범죄자가 되기 전에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 주변인들의 관심과 사랑이 있었다면.. 조금더 일찍 공개 수사로 전환했다면.. 조금만 더 수사의 선진화가 이루어졌으면... 각 지역간의 수사 공조만 이루어졌다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나역시 같은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범죄가 점점 지능화되고 흉폭화되어 가는데 수사도 더 빨리 선진화되어야겠고, 사전 예방뿐만 아니라, 사후 관리도 보다 체계적으로 바뀌길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무고하게 죽음을 당한 피해자들을 달래는 한 방법이 될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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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파리
티파사(최순영) 글.사진 / 에디터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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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는 인도와 더불어 동경의 대상이다. 한번쯤은 가보고픈..

파리지앵..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맛있는 커피, 뤽상부르 공원.. 파리가 가진 모든 것들이 나를 유혹한다. 하루에 사계절을 다 담고 있다는 파리의 날씨조차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그런 파리를 담은 여행기(?) , 파리의 추억? 동경? 을 담은 책이 <두번째 파리>이다. 엄마를 따라간 파리에서 보고 느끼고 알게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자주 가던 카페의 웨이트리스 이야기,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고양이 이야기, 파리를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연인들 이야기, 벼룩시장 이야기, 패션쇼*초콜릿 박람회*세일에 대처하는 파리인들의 자세... 프랑스어를 배우고 오랜 시간을 그곳에서 지내면서 이방인의 시선이 아닌 어느정도 생활인의 자세로 대하는 파리의 이야기들이 재밌다. 왠지 아련하기도 하고..

  다만... 처음엔 뜬금없이 너무 자주 나열되는 프랑스 노래들이나, 어느 책에서 본 이야기, 혹은 짧고 혼자만 아련한 뜬구름잡는 듯한 이야기에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좀더 내밀하고, 살아본 사람들만 아는 파리의 이야기에 푹빠져 나도 파리에 언제가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대신에 다른 사람의 여행기라도 보면서 마음을 달래려다가 괜히 더 떠나고픈 마음만 생겼다..^.^ 그것은 여행의 후유증일뿐만 아니라 재밌게 읽은 여행기의 후유증도 되는 것 같아 앞으로는 조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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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소년 미로, 바다를 보다 마음이 자라는 나무 17
알렉스 쿠소 지음, 아이완 그림, 윤정임 옮김 / 푸른숲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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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날때부터 미로는 눈 먼 소년이었다.

그는 눈이 멀었지만 흔히 말하듯... 마음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소년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미로 주위에는 악한 사람들이라고는 없다. 고기잡이 배를 가진 팔뢰슈 할아버지와 강아지 볼로, 뤼카와 니노가 미로의 친구가 되어준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보여주는 우정, 삶과 죽음, 혼란, 그리고 륀(뤼스)와의 사랑이 그의 삶을 채운다.

청소년 도서이지만 이 책은 왠지 몽환적이다. 이야기는 미로의 머릿속처럼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상상으로 가득차 있는 듯 해보인다. 그리고 따뜻하면서도 다중적인 의미를 지닌 듯한 그림이 그러한 상상에 한몫을 한다.

그렇다. 그림이다. 솔직히 나는 이야기보다는 그림이 더 마음에 든다. 색감이 아름답고, 따뜻하게도, 쓸쓸하게도 느껴지는 그림이 참 좋았다.

  이야기를 보면서 솔직히 미로의 장애에 대한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옮긴이의 말을 읽고 나서 ‘장애아’에 대한 편견을 갖지 말아야 해.. 라는 걸 생각했다. ‘장애’란 단어는 떠오르지 않았는데..  책을 읽는데 어떤 편견도 갖지 않도록 옮긴이의 말은 맨 뒤로 옮겼으면.. 하고 생각하게 했다.

푸른숲에서 나오는 청소년 도서들은 참 수준이 높다. 아이들이 읽고 다양한 생각을 하게끔 여러 방면의 소재를 가진 책을 위주로 선정하는 듯하다. 그러니... 이러한 책을 읽고 우리의 아이들이 세상의 넓음과 다양성, 창의적인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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