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용기 있을까
로렌츠 파울리 지음, 이동준 옮김, 카트린 쉐러 그림 / 예림당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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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와 생쥐와 달팽이와 참새가 모였다.
무엇을 하고 놀까 고민하다가 누가 더 용기 있는지 시험해 본다.

 용기.
무섭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무서움에도 불구하고 실행한다는 것.
긴장되고 떨리고 두려워도 하나씩 해 나가는 것.

 
이 친구들이 내가 말하는 용기들은 이런거야 하면서 말한다.
연못끝까지 갔다 오는것..생쥐가.
개구리가 말한다. "그건 용기있는 일이 아니야, 그냥 재미있는 일이지"  그렇다.  생쥐에게는 용기지만 개구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물었다.  너희들의 용기는 무엇이니?
한 아이가 '언니한테 대드는 거요'  푸..
공부방 아이들과 읽었는데..자신의 용기를 물어봤더니 10명중에서
한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다른 친구들은 ..생각이 없단다.
"선생님은 뭐가 용기에요" 하길래...금방 " 물건 깎아달라는 말"
물건 깍아달라는 말이 왜 그렇게 힘든지..가끔 정말로 상대방이
그럴만하니까 그 가격을 말한거야.  깍지 말고 사자.하고
건강하게 제값을 주고 살때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것은 살짝 비싼것도 같고 깍아도 될것 같은 물건들...음 내옷이나 장신구.
그니까  사치품에 속하는 물건 살때. 그때는 깍아도 될거 같은
생각이 드는데..그 말이 안나온다.
괜히 있는척해보이고 싶은건지..물건값 안 깍는 점잖은 손님으로 보이고 싶은 건지..둘다있긴 한테 무어가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가끔은 흥정이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재미있는 거다. 하면서 살고 싶은데...너무 진지한 티가 나서 얼굴 붉어진다.
" 이거 깍아주믄 안되요?"  ... 이 소심한 더블에이같으니라구..
"얼마에 주세요!!"  하고 말하고 싶다.

 
아..샛길이 너무 길다.
자신이 생각하는 용기들을 말하면서 서로 다른점을 이해하고 느끼는 네 친구들의 이야기.
마지막이 참..근사하게 끝난다.
아이들이 되묻는다.
왜 그게 용기냐구?

 
그럼 나는...그건 말야 하면서 말했지만 지금 보니
너 생각은 어떤데..하고 되물어볼걸 하는 생각이 든다.
좋은 책이다.  많은 이야기를 할수 있었던 책.

덧붙여 쓰는 며칠 뒤 이야기
다시 한번 들여다보면..그림이 참 멋지다.  크게 놀란 눈의 세친구들의 얼굴도.
연잎을 어거지도 먹고 있는 개구리의 표정이 압권이다.
리듬을 타는 거처럼 여기저기에서 늘어져 있는 글도 아이들 눈에는 재미있는 놀이다.
제목이  너무 노골적이서  조심스럽지만 가끔 이렇게 들이대는 책도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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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작와작 꿀꺽 책 먹는 아이 - 올리버 제퍼스의 특별한 선물 그림책 도서관 33
올리버 제퍼스 글.그림, 유경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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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짐센터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집은?  책이 많은 집이란다.   무거워서 싫단다. 그래서 이제는 이사를 못가겠다 할만큼 집에 책이 많다. 다 읽었냐하면?  물론이라고 하면 안되지만 안 읽은책이 꽤 많다.  그 책들을 꽂아놓고 제목만 바라본다.  저것을 다 읽어서 내것으로 만들었으면 아마 난 박사가 세번은 되고도 남았을거다 라는 생각하면서 제목만 느긋하게 볼때가 많다.  그런데 누군가 그더러라.  제목만 보아도 좋다라고  그렇게만 해도 책을 읽는거라고.

여기 이 책은 그 면에선 성공이다.  제목이 독특해서 무슨 책일까 호기심에 손이 가게 만드는데 성공이다.  내용?  제목의 기대치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디냐. 아이가 스스로 손을 뻗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꿀꺽 먹어버린 자국도 만들어났는데 이만하면 성공이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만 성공한건 아니다. 아이입장에서 재미있는 책이긴 하지만 어른입장에서는 아주 따끔한 책이다.  대학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 나는 똑똑이 만들려고 책 읽혔어"  라고 말했다.  단순명료하게.  흔들림없이. 그때는 그 말이 충격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속물처럼 말할까 대학때도 솔직함이 지나친면이 있긴했지만 아이에 대한 양육방법이 그야말로 치맛바람을 광풍처럼 날리는 엄마가 되어있었다.  그 바람의 선봉에 선것이 책이었다.  집에 온갖 책들을 사서 아이주변에 병풍처럼 펼쳐놓고 빠진 책 없이 반복적이지 않게  읽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노골적으로 "똑똑이"를 만들기 위해선 책이 필수라고 말했다.  "난 삶을 즐기는 방법으로 책을 읽었으면 해" 하고 대꾸했다.  그리고 몇년이 흘렀고 내 아이가 초등학교를 갈 나이가 되었다.  이제는 그 선배의 말에 전적으로 반박할만큼의 위선 떨지 않는다.  박사가 세번되고도 남을거라고 생각했던 거 자체가 그 선배의 말에 동감한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똑똑이로 만든다는 말과 같은 맥락으로 생각한다.  헨리가 책을 한권씩 먹을때마다 똑똑해진다고 하는 부분..깊숙이 숨기고 싶은 내 위선 거기에 맞아 떨어졌다.  누군가에게 속물이라고 할만큼 떳떳치 못하다.

그랬으면 바랬다. 책을 많이 읽을수록 내 아이가 성공으로 가는 길에 가까이 가는 거라는 생각 한다.  돈을 많이 벌고 남들보다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성공에 길을 책이 깔아 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단지  성공을 목적으로 만나는 게 아니라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을 많이 하고 이해가 빨라지고 기억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공부도 저절로 잘하고 잘하다보면 성공하지 않을까..하며 돌려서 위안받은 것이다

책을  좋아해. 라고 하는 말에는 나는 너보다 생각하는 인간이야 하는 자만심이 숨어있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 자만심을 버려야 겠다던가 조심스러워해야겠다는 뻔한 결론 내린건 아니다. 할수없다 이렇게 살아온것을. 하지만 "책을  정말 좋아해".라고 말하는 것에는 성공에 대한 목적만이 아니라 그림 한페이지에 글 한줄에 온 밤을 새울수도 있다는 즐거움을 조금은 알고 있다는 말이다. 그 선배와 반대입장에 서 있지는 않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살지는 않을거라는 것을 안다

눈치채지 못하게 서서히 목적을 위한 책읽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보자. 책의 즐거움을 모르는 머리좋아지는 똑똑이가 아니라 책이 주는  즐거움을 아는 똑똑이가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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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 가요
D.B.존슨 글 그림, 김서정 옮김 / 달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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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너머로 바람을 보는것과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는 것을 느끼는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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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속 풀꽃도감 생태탐사의 길잡이 3
이영득.정현도 지음 / 황소걸음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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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을 가볍게 만드는 주머니에 작은 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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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의 왕 - 바람직한 친구 관계 만들기 I LOVE 그림책
필리스 레이놀즈 네일러 지음, 놀라 랭그너 멀론 그림,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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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두 아들내미가 타고 나간다.  내게 등 돌리며 '엄마 놀다올께'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을 믿지 못해서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나의 도움이 필요없어지고 있다는 불안감때문이라고 해야하나 그들만 놀이터에 나가놀으란적 별로 없다.   그렇게 등 돌리고 가는 아들 옆으로 더 큰 아이가 따라 붙으며 '같이 놀자' 한다.  그 아이는 자전거에 실린 공을 보고 따라가고 있었다. 자전거도 능숙하게 잘타고 체격도 큰 아이.  더 불안하다.  과연 잘 어울려 놀까.  그 아이가 공만 가지고 가는 건 아닐까. 하며 둘이 자전거를 탄다고 가는 거보다 더 불안하다.  한참을 지켜보다 돌아가자 돌아가자 기다리자. 하며 집으로 들어왔다. 약속한 30분이 지나 조금 어둑해져서 아이들을 찾으러 갔다. 아무도 없는 놀이터주변을 둘러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조금 있으려니 두 아들내미 나란히 이어 나타난다. 공도 같이.  어떻게 놀았을까?  아니면 말 없는 큰 아이가 조용히 그 아이들 멀리했을까?

말을 더듬는 탓에 다른 아이들이 다가오면 고개 숙이고 뒤로 숨어버린다.  그러면서도 내 팔뒤로 허리뒤로 그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노는지 들여다본다.  그리곤 집에 와서 내게  똑같이 그렇게 놀자고 한다.  수줍음도 많고 유통성도 없는 고집쟁이인 아들이 나를 열심히 살게 만든다.

어떻게 말을 해야하나 늘 고민한다.  아이들과 대화하는 법을 말하는 책들을 들여다보면 그 순간은 그럴싸해 보인다.  이해도 잘 되는데 뒤돌아서서 며칠이 지나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책을 읽었었나 싶을때도 있다.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친절하게 잘 가르쳐주는 탓도 있다.   

아빠.  더 말할 필요가 없을만큰 완벽한 표본이다.  이렇게 느긋하게 기다려줄수 있을까?  기다리는 거?  너무 어렵다.  그런데 그 보다 더 어려운거 말을 적게 하는 거다. 

놀이터에 간 줄 알았는데?    늘상 돌아오는 아이 케빈에게 묻는다. 포기하지 않고, 미루어 짐작하지 않고 묻는다.  지금 어떠니? 하고 자연스럽게 묻는다.   가끔 미리 짐작해서 지금 우리 아이가 이러이러한 상황이므로 힘들겠구나. 그럼 자연스럽게 위로를 해줘야지. 또는 마음이 아프겠구나 하면서  충분히 열심히 했어도 나쁜 결과가 있을수도 있다는 식의 섣부른 격려 하지 않는다.  그게 그렇게 어려웠다.  지금도 어렵다.

지금의 내 아이에게 무엇을 하고 있니. 물어보는 거.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를 위한 그림책이지만 엄마인 내게 책의 대사를 저절로 스며들게 반복적으로 말한다.  거기에 덧붙여  - 그럼, 그렇게 하렴- 발길질을 한다고 할적에도 파낸 흙을 도로 차 넣어버릴거라고 할적에도 아빠는 아들에게 어떤 의미도 실지 않고 아들의 해결책에 고개를 끄덕여 준다.  위험하다거나 상대와 똑같이 행동하면 너도 같은 사람이 된다는 식의 교훈 날리지 않는다.  요즘 말로 쿨하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쿨]은 뜨거운 용암같은 마음을 모두 거친 다음에 자신을 다스리고 다스리고 다스려서 나오는 쿨함이다.  어떤 일에 냉정하게 거리두고 지켜보는 거와 다르다.  내아이가  어울리지 못하고 쫓겨나다시피 집에 돌아오는데 냉정할수 있을까.  

자꾸 곱씹으며 대사를 외운다.  눈으로 보는거와 입으로 뱉어내는 거와 다르기 때문에. 자꾸 자꾸 되뇌다 보면 입에서 저절로 말할거라 믿으며 외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재미없는게 아니다.  표지를 보면 동그란 딱지에 '바람직한 친구 관계만들기' 같은 거 보면 왠지 재미없기만  한 교육책 같은데 아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허무맹랑한 협박을 말하고 있다 ' 요술 알약을 먹고 작아지면 돼. 쇠창살 사이로 쏙 나와서 ...' '군인 아저씨들한테 가서 탱크를 빌려 올 거야'  등등 아이들의 엉뚱함을 잘 이해하고 있다.  큰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대목이다. 알약을 먹고 작아진 케빈의 모습에서 웃어라 하고 탱크를 타고 쫓아가는 새미의 모습에서 웃어라 하며 좋아한다.  자신이 그렇게 대꾸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어른들이 아이들 교육시키기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이렇게 아이들에게도 재미난 그림책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점.  새미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  심술부리고 대장노릇하는 새미를 들여다볼수 있는 시간을 준다. 케빈이 모래놀이에 들어와 주고 받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더 이상 자신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을 알게 되는 동안. 모래 놀이통에서 굴을 파는 시간. 머리를 부딪히는 시간. 다시 가볍게 심술 부리면서 말을 이어나가는 부분.  새미가 케빈과 어떻게 모래성을 같이 쌓게 되는지의 부분을 정말 잘 보여주고 있다.  보통은 케빈이 어떻게 그 상황을 극복했는지에 대해서까지 책들이 쓰고 있는데 이 책은 거기를 넘어서고 있다. 같이 성을 쌓자는 의견에 "싫어" 라고 답하지만 - 하지만 새미는 케빈과 함께 성을 만들었어요- 라고 끝을 맺는다. 대장노릇하면서 혼자 놀아야했던 새미의 외로움에도 눈을 돌리고 있어 따뜻하다.

저녁마다 책을 가져오는 아이의 눈빛과 그것을 읽어주는 내 마음이 즐겁다. 놀이터의 왕에는 달달 볶아서 혀끝에 매달아놓고 싶은 말들이 많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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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6-07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아이들 반응이 좋았어요.
같은 책을 읽었다는 건 뭔가 공유하는 느낌이라 좋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