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작와작 꿀꺽 책 먹는 아이 - 올리버 제퍼스의 특별한 선물 그림책 도서관 33
올리버 제퍼스 글.그림, 유경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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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짐센터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집은?  책이 많은 집이란다.   무거워서 싫단다. 그래서 이제는 이사를 못가겠다 할만큼 집에 책이 많다. 다 읽었냐하면?  물론이라고 하면 안되지만 안 읽은책이 꽤 많다.  그 책들을 꽂아놓고 제목만 바라본다.  저것을 다 읽어서 내것으로 만들었으면 아마 난 박사가 세번은 되고도 남았을거다 라는 생각하면서 제목만 느긋하게 볼때가 많다.  그런데 누군가 그더러라.  제목만 보아도 좋다라고  그렇게만 해도 책을 읽는거라고.

여기 이 책은 그 면에선 성공이다.  제목이 독특해서 무슨 책일까 호기심에 손이 가게 만드는데 성공이다.  내용?  제목의 기대치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디냐. 아이가 스스로 손을 뻗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꿀꺽 먹어버린 자국도 만들어났는데 이만하면 성공이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만 성공한건 아니다. 아이입장에서 재미있는 책이긴 하지만 어른입장에서는 아주 따끔한 책이다.  대학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 나는 똑똑이 만들려고 책 읽혔어"  라고 말했다.  단순명료하게.  흔들림없이. 그때는 그 말이 충격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속물처럼 말할까 대학때도 솔직함이 지나친면이 있긴했지만 아이에 대한 양육방법이 그야말로 치맛바람을 광풍처럼 날리는 엄마가 되어있었다.  그 바람의 선봉에 선것이 책이었다.  집에 온갖 책들을 사서 아이주변에 병풍처럼 펼쳐놓고 빠진 책 없이 반복적이지 않게  읽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노골적으로 "똑똑이"를 만들기 위해선 책이 필수라고 말했다.  "난 삶을 즐기는 방법으로 책을 읽었으면 해" 하고 대꾸했다.  그리고 몇년이 흘렀고 내 아이가 초등학교를 갈 나이가 되었다.  이제는 그 선배의 말에 전적으로 반박할만큼의 위선 떨지 않는다.  박사가 세번되고도 남을거라고 생각했던 거 자체가 그 선배의 말에 동감한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똑똑이로 만든다는 말과 같은 맥락으로 생각한다.  헨리가 책을 한권씩 먹을때마다 똑똑해진다고 하는 부분..깊숙이 숨기고 싶은 내 위선 거기에 맞아 떨어졌다.  누군가에게 속물이라고 할만큼 떳떳치 못하다.

그랬으면 바랬다. 책을 많이 읽을수록 내 아이가 성공으로 가는 길에 가까이 가는 거라는 생각 한다.  돈을 많이 벌고 남들보다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성공에 길을 책이 깔아 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단지  성공을 목적으로 만나는 게 아니라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을 많이 하고 이해가 빨라지고 기억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공부도 저절로 잘하고 잘하다보면 성공하지 않을까..하며 돌려서 위안받은 것이다

책을  좋아해. 라고 하는 말에는 나는 너보다 생각하는 인간이야 하는 자만심이 숨어있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 자만심을 버려야 겠다던가 조심스러워해야겠다는 뻔한 결론 내린건 아니다. 할수없다 이렇게 살아온것을. 하지만 "책을  정말 좋아해".라고 말하는 것에는 성공에 대한 목적만이 아니라 그림 한페이지에 글 한줄에 온 밤을 새울수도 있다는 즐거움을 조금은 알고 있다는 말이다. 그 선배와 반대입장에 서 있지는 않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살지는 않을거라는 것을 안다

눈치채지 못하게 서서히 목적을 위한 책읽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보자. 책의 즐거움을 모르는 머리좋아지는 똑똑이가 아니라 책이 주는  즐거움을 아는 똑똑이가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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