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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는 인간 호모 루두스 - 존 내시의 게임이론으로 살펴본 인간 본성의 비밀
톰 지그프리드 지음, 이정국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게임이론”을 처음 대한 것은 미시경제학 시간이었다.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로 이제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내용으로 공범 두 명이 모두 자수를 하거나 모두 묵비권을 행사해서 죄를 인정안하면 감형을 받을 수 있지만, 둘 중 어느 한명이 자수를 했을 때 자수하지 않은 다른 한명은 더 무거운 형벌을 받을 수 있는 경우 죄수들은 상대방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엔 서로 자백을 하려 한다는 이론이었다. 그 당시 교수님은 언뜻 생각해보면 참 미련한 것 같지만, 상대편의 행동을 감안하여 자신의 이익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내리는 방법이어서 경제 주체들의 선택과 행동을 설명하는 데 꽤나 유용한 이론적 준거이며, 향후 다양한 분야로의 응용 - 경제 이론들이 가장 현실화되는 것은 역시 전쟁이며 이 게임이론도 1,2차 세계 대전 때 실제 응용이 되었다고 한다 - 될 것이라고 강의하셨던 기억이 난다. 최근 경제학 신조류로 각광받고 있는 "행태경제이론(behavioral economics)" 관련 책들을 읽다보니 게임이론을 다시 만나게 되면서 이제는 양자(兩者)간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다수를 대상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이론을 입증하는 실험 예들을 보게 되었고, 각광받는 만큼 논란의 여지도 많은 아직 최종 완성된 것이 아니라 아직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그런 이론이라고 생각되었다. 톰 지그프리트의 “게임하는 인간 호모 루두스; 존 내시의 게임이론으로 살펴본 인간 본성의 비밀”(자음과모음, 2010년 7월)은 오늘날의 게임 이론의 형태를 갖춘 “균형 게임이론”을 발견하여 게임이론 정립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존 내시(John Nash)의 게임이론을 중심으로 게임이론의 초기 태동과정에서부터 오늘날 통계학, 정치학, 사회학, 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을 설명한, 게임이론의 역사와 발전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집대성한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책 도입부에서 작가는 저명한 SF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1950년대의 소설 “파운데이션”을 언급하면서, 60여년 전 씌여진 작품인데도 21세기 현재의 과학기술문명을 마치 거울을 통해 들여다보듯이 정확히 예견한 그의 작품에서 흥미로운 이론 하나를 소개하는데, 바로 “심리역사학”이라는 가상의 학문으로 통계역학 - 원자·분자 등의 미시적 세계의 역학에 입각하여 통계적으로 거시적 세계의 법칙을 이끌어내는 이론 - 에서 쓰이는 분자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방법을 그대로 사회현상에 도입하여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그런 학문이라고 설명한다. 작가는 이러한 학문이 SF소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허황된 이론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고자 하는 이론이 존재하는 데 그것이 바로 “게임이론”이라고 설명한다. 책에서는 게임이론의 태동에서부터 현재 응용분야까지 총망라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고대 로마법”으로까지 그 기원을 두고 있다고 주장하는 작가는 “국부론”으로 유명한 경제학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애덤 스미스를 경제학계의 “뉴턴”의 자연법칙이 애덤 스미스의 “자유경쟁”으로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으로까지 이어져 온 과정을 설명한다. 1944년 폰 노이만과 모르겐슈테른의 공저《게임이론과 경제행동》에서 이론적 기초가 마련되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잠수함 전투에 이 이론을 이용한 미국의 물리학자인 P.모스에 의해서 본격적으로 실용화된 게임이론은 마침내 영화 "뷰티플 마인드(Beautiful Mind)"의 주인공이자 천재 수학자 및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잘 알려진 “존 내시(John Nash)"에 의해 이론적으로 체계를 갖추게 된다. ”내시균형(Nash-equilibrium)", 즉 경쟁자의 대응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하면 서로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 균형 상태를 말하며, 상대방이 현재 전략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나 자신도 현재 전략을 바꿀 유인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이 균형 이론은 몇몇 수학자와 냉전분석가들 사이에서만 논의되었을 뿐 별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게임이론을 경제학 분야에서 주류 이론으로 부각시키게 한다. 내시 이후 게임이론은 책에서 4장에서 11장에 이르기까지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경제학 분야에서 국한되지 않고 생물학, 통계학 및 통계 물리학, 네트워크 과학, 사회물리학, 그리고 양자역학과 정보이론 등 다양한 분야로 끊임없이 이론적 외연을 확대하고 있으며, 아직도 게임이론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이며 논란이 분분한 분야이지만 그 어느 이론보다도 주목할 만한 그런 이론이라고 이야기한다.

미시경제학에서 소비자 행동을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이론 중 하나로서, 행태경제이론의 이론적 근거로서 간접적으로만 접해본 게임이론을 이렇게 역사적 탄생부터 정립과정, 그리고 다양한 응용 분야에 이르기까지 올곳이 접해보기는 처음이어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었던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응용분야 설명에 있어서는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다소 어렵기는 했지만 그저 선택과 균형이라는 단순한 이론인 줄 알았던 게임이론의 응용분야가 이렇게 다양하고 광범위한 줄은 미처 몰랐던 사실이라 마치 공상과학소설을 대하듯 흥미롭게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물론 복잡다단한 인간의 심리와 선택을 공식화하여 미리 예측한다는 것은 아직도 요원하고 어쩌면 불가능한 그런 일이겠지만 이미 경제학에서 게임이론도 양자 간의 제로섬 균형에서 벗어나 다자(多者)의 다수(多數) 행동 패턴으로까지 실험 영역을 꾸준히 넓히고 있고, 다양한 분야로까지 응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어쩌면 인간의 행동을 예측해 통제하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상상이 결코 허황되지만은 않은 그런 사회가 올 지도 모르겠다. 책 첫머리에서 언급한 “파운데이션”의 미래 예측이 60년이 지난 오늘날 고스란히 구현되는 것처럼 말이다. 게임이론이 과연 이런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이론적 소양으로 어디까지 발전해나갈 것인지 앞으로 더욱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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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정원 - 어느 미술사가의 그림 에세이
정석범 지음 / 루비박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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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는 영 문외한인지라 유명 미술 전시회나 박물관에 가게 되면 천천히 음미하며 감상하기 보다는 숨은그림찾기처럼 학창시절 미술 교과서에 나온 그림이나 조각상 찾는데 그치고 만다. 그래도 신화나 전설을 소재로 한 그림들에게는 눈길이 오래 머무는 데, 활자로 대하면서 머리 속에 그렸던 이미지가 그림과는 얼마나 부합하는지 확인해볼 수 있으며, 마치 사진처럼 정지된 그림의 전 후의 상황, 즉 이야기의 얼개와 흐름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더 관심을 두게 된다. 이처럼 액자 속에 갖혀진 그림을 이야기화하여 재구성하여 이해하는 방법이 미술에 대해 전문적인 소양이 없는 나로서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노랫말이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 더 가슴 절절한 감동을 느끼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미술사가 정석범의 “아버지의 정원”(루비박스, 2010년 7월)은 모네, 고흐, 뭉크, 마티스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을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이야기로 하여 소개하는 미술에세이로 나처럼 그림을 이야기로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인 그런 책이다. 
 
 책에서는 작가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를 짤막하게 먼저 소개하고 그 이야기에 부합하는 이미지의 그림들을 소개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작가는 군인이었던 아버지 덕에 전국 방방곡곡을 이사 다녔던 어린 시절 전곡, 원주, 대구, 비아에서 겪었던 일화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전곡역 바로 앞에 살았던 탓에 어린 시절 기억의 첫머리는 온통 기차의 이미지로 가득차 있다는 작가는 또래 친구들과 노는 것에는 애당초 관심조차 없었고 밥술을 놓기가 무섭게 전곡역으로 달려 나가 기차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하루종일 놀았다고 한다. 이렇게 기차에 넋이 빠져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늘 혼자 놀고 그러다 보니 말수가 줄게 되어 어머니의 수심은 깊어만 갔고, 집을 자주 방문하던 아저씨는 말없이 머리만 조아리며 인사만 하는 작가에게 “말없는 사나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셨단다. 이처럼 기차의 매력에 푹빠진 그는 2002년 봄 파리의 생 라자르 역에 갔을 때 어린 시절 전곡역에서 느꼈던 경험과는 사뭇 다른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된다. 전곡 시절이 열차의 거대한 크기와 기적소리, 다이내믹한 움직임 등 겉모습에 국한된 것이었다면 생 라자르역은 투명 유리로 된 거대한 기차 역사 아래로 쏟아지는 한낮의 태양빛이 결합된 복합적인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작가는 자신이 느낀 인상을 포착한 클로드 모네의 “생 라자르 역”이라는 그림을 소개한다. 그리고 빛과 반사광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기차역사의 환상적 스펙터클에 정신이 팔린 자신이 이제는 기차의 저돌적 움직임과 낭랑한 기적소리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제는 더 이상 네 살배기 꼬마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외에도 쌕쌕이라 불리던 제트기의 굉음에 놀라 누나의 치마폭에 숨던 일화와 나빙의〈창곡도>, 황금알은 아니었지만 최고의 먹거리이자 소중한 달걀을 낳아주었던 암탉의 최후와 김득신의 <파적도>, 애지중지 키우던 진돗개가 죽어버린 사연과 조슈아 레이놀즈의 <강아지를 안고 있는 보울즈양>, 돼지 도살장에서 들려오는 돼지 멱따는 소리에 대한 공포와 뭉크의 “절규" 등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과 현재의 단상, 그에 연관된 이미지의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아버지의 정원“은 에필로그에서 소개하는 데 평소 동물들과 화초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아버지께서 대대장으로 근무하던 자신의 부대에 그 당시 신문에 소개될 정도로 멋진 꽃밭, 즉 아버지의 정원을 가꾸었다는 일화와 함께 조지아 오키프의〈분홍 그릇과 녹색 잎>을 소개한다. 

작가의 추억담만으로도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재밌고 감동적인 이야기인데 미술 교과서에서나 보아왔던 그림들을 작가의 어린 시절 추억들과 어우러져 읽게 되니 그림의 이미지가 좀 더 명확해지고 쉽게 이해하게 된다. 어린 아이들이 사물들을 처음 익혀갈 때 이름과 이야기를 붙여 이해하는 것처럼 그림들에 각자의 이야기를 담아내어 자신만의 감상법을 만든다면, 그리고 아울러 화가의 에피소드나 그 당시의 사회적, 역사적 배경까지 알아나간다면 어렵고 낯설기만 그림들을 쉽게 이해하게 하는 그런 공부가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림이 더욱 가까워지고 친숙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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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비밀의 공식
알렉스 로비라.프란세스크 미라예스 지음, 박지영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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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인슈타인. 20세기 최고의 천재 과학자로 유명한 그는 과학사에서 그가 남긴 위대한 업적만큼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아직도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다. 상대성이론에 대한 미국 순회강연시절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강연이 지겨운 나머지 자신의 강연을 토씨하나 빠뜨리지 않고 외우는 운전수를 대신 강연하게 하고 자신은 객석에서 구경했다는 일화나 과학자들이 그의 천재성이 다른 사람과는 다른 뇌의 구조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고 뇌를 적출하여 오랜 시간동안 연구했지만 별다른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들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너무나 유명한 일화일 것이다. 이 외에도 그에 관한 재밌고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나 음모론들도 심심찮게 접해볼 수 있는데, 즉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사실은 그의 첫 번째 아내인 “밀레바 마리치”와 공동 작업이었다는 설, 말년에 그가 매진했던 연구인 “통일장이론”은 사실 연구가 끝났음에도 원자폭탄 이상의 엄청난 파급력 때문에 연구 성과를 발표하지 않고 봉인해놨다는 설, 심지어는 일개 스위스 특허청 공무원이었던 그가 갑작스레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것은 사라진 고대의 신비 문명이라는 아틀란티스 후손들이 비밀스럽게 그에게 전수했다거나 또는 외계인들이 지구발전을 위해 그에게 전수했다는 “믿거나 말거나”스러운 이야기들도 인터넷에 종종 올라오기도 한다. 이처럼 아인슈타인은 이미 그가 죽은 지 5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흥미로운 이야기꺼리로 가득한 그런 위인인 셈이다. 알렉스 로비라, 프란세스크 미라예스 공저 “아인슈타인, 비밀의 공식(레드박스, 2010년 7월)”은 이처럼 아직도 화제만발인 아인슈타인을 소재로 하여 그가 죽기 전에 남겼을지도 모르는 비밀의 공식을 밝히기 위한 모험을 그린 미스터리 팩션 소설이다.
 
라디오 과학 전문 프로그램 구성작가인 “나(하비에르)”는 펑크를 낸 초대손님을 대신하여 출연한 방송에서 아인슈타인을 연구하는 과학자와 논쟁을 벌이다가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이후 임종할 때까지 별다른 연구 성과가 없었는데 사실은 그가 밝히지 않은 또 다른 성과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음모론을 제기한다. 방송 후 비밀의 공식이 존재하며, 카다케스의 아인슈타인 옛집으로 초대한다는 의문의 편지를 받고 카다케스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나”는 아인슈타인의 전기를 집필하고 있는 일본인 “요시무라”교수와 폴란드 물리학 교수인 “파웰”, 덴마크 미스터리 잡지의 편집자 “옌센”, 아인슈타인의 첫 번째 부인이었다는 “밀레나 마리치”에 대한 논문을 준비 중인 프랑스 대학원생 “사라”를 만나게 된다. 이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사람은 결국 밝혀지지 않고 그들은 서로가 “아인슈타인”이라는 공통점만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채 헤어진다. 얼마 후 “나”는 요시무라 교수가 죽었다는 소식을 텔레비전에서 접하고 그곳에 자신의 수첩을 놓고 와서 범인으로 몰릴까봐 걱정하던 차에 미국 프린스턴 대 양자 연구소로부터 요시무라 교수가 쓰고 있던 전기를 마무리 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거액의 원고료를 제시받고, 전기를 집필하기 위해 아인슈타인의 생전 행적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전기 집필을 위한 취재 여행이 취리히에서 아인슈타인 옛집에서 만났던 여인 “사라”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전혀 엉뚱항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동물원에서 자신을 안내했던 사육사가 살해당하고, 다시 만나게 된 “옌센”이 아인슈타인의 비밀의 공식 발표 현장에서 독살당하는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살인사건들을 저지르는 모종의 세력과 또 다른 의문의 여인의 우리를 추적하는 위험스러운 일들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여행은 취리히, 세르비아, 뉴욕을 거쳐 세계 최초의 핵실험 장소인 뉴멕시코의 앨라마고도 사막 인근 마을에까지 이르게 되고, 그 곳에서 아인슈타인의 손녀이자 아인슈타인이 첫 번째 아내인 밀레바 마리치와 결혼하기 전 낳았다가 다른 곳으로 입양시키고 그 존재조차 숨겨두었던 리제를의 딸을 만나 비밀의 공식과 이 여행의 전말에 대해 듣고는 비밀의 공식을 찾기 위해 첫 번째 장소였던 카다케스의 아인슈타인 옛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아인슈타인이 남겼다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E=MC2"이라는 상대성이론을 뛰어넘는 엄청난 위력의 비밀의 공식, 우연인 것 같지만 치밀한 계획에 의한 의도된 여행, 주인공들을 뒤쫓는 의문의 집단, 여행과정에서 밝혀지는 숨은 비밀, 그리고 의문 투성의 미모의 여인 등 스릴러 모험 소설의 특징을 잘 갖춘 이 소설은 읽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장이 술술 넘어갈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지만 막판에 이르러 엄청난 비밀의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공식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그만 맥이 탁 풀리고야 만다. 물론 미국으로 망명하여 미국 정부에 독일보다 먼저 원자폭탄을 개발하라고 종용했던 아인슈타인이 일본에 투하된 원폭의 위력을 보고 인류를 멸망에 이르게 할 수 도 있는 악마의 무기를 개발했다는 자책감에 그 어느 누구보다도 핵무기 반대에 앞장섰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과연 비밀의 공식에 담아내 자신이 버린 가족에게 몰래 전수했을 만큼 큰 깨달음이었는지 납득이 안가는 그런 결말은 앞에서의 흥미진진함과 재미를 반감시키고 만다. 작가들이 이 작품을 '영감 스릴러', 즉 스릴러물 또는 미스터리 팩션 형식으로 씌여진 일종의 자기 계발 소설로 명명했다고 하는데, 작가가 교훈을 주고자 하는 의도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스릴러물로도 자기계발 소설로도 딱히 큰 감흥을 느낄 수 없는 어정쩡한 소설이 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 그런 소설로 나에게는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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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카포네의 수상한 빨래방
제니퍼 촐덴코 지음, 김영욱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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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트라즈 섬.

  지금은 미국 국립 휴양지 관광명소로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면 늘 관광코스로 추천받고 있다지만 원래는 탈옥이 절대 불가능한 악명높은 감옥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숀 코넬리,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액션 영화 “더 록(The Rock, 1996)"에서 테러리스트들이 알카트라즈를 장악했던 이유가 바로 탈옥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의 침입 또한 사실상 불가능한 난공불락의 요새이기 때문이라고 묘사하는 것을 보면 알카트라즈의 명성을 익히 짐작해볼 수 있다. 알카트라즈는 또한 거물급 수감자들로도 유명했었는데, 이제는 마피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를 정도로 유명한 시카고 마피아 보스 “알 카포네”, 역시 시카고 마피아로 잔인하기로 유명했다는 기관총(Machine Gun) 조지 켈리, 열차 및 은행 강도로 “민중의 적 No.1"으로 불리우던 앨빈 카피스, 조니뎁 주연의 ”퍼블릭 애너미(2009)”의 실제 인물로 잘 알려진 전설적인 은행털이범 존 딜링거, 그리고 전설적인 부부 갱단 보니 파커와 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바로우 등 미국 대공황 시절 전설적인 범죄자들이 알카트라즈 감옥을 거쳐갔다고 한다. 그런데 알카트라즈는 그저 감옥으로만 이뤄진 그런 섬이었을까?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알카트라즈 죄수들을 감시하기 위한 교도관들이 90 여명에 달했고 그들 대부분이 가족과 함께 알카트라즈 섬에 거주했었기 때문에 섬에는 그들을 위한 주택들과 사교장, 교육시설들이 있었다고 한다. 독서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을 높이고, 아동문학가들의 창작욕을 북돋우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미국도서관협회 주최의 2005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인 제니퍼 촐덴코의 “알카포네의 수상한 빨래방”(21세기 북스, 2010년 7월)은 알카포네가 수감되었던 시절 교도소 경비원이 된 아버지를 따라 악명 높은 섬 알카트라즈에 살았던 열두살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미국 대공황 시절 전기기사였던 아버지가 알카트라즈 감옥 경비원으로 새로 일자리를 얻게 되면서 열 두 살 소년 무스는 정든 산타 모니카를 떠나 알카트라즈 섬으로 이사오게 된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무스의 누나 나탈리는 벌써 몇 년 째 10살에 머무르고 있는데, 그 당시 특수학교의 입학 연령제한이 10살이어서 가족들은 특수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나이를 속이게 되고, 나탈리는 무스의 동생으로 이웃들에게 소개된다. 무스가 새로운 학교와 낯선 환경에 차츰차츰 적응해 나가던 어느 날, 교도소장의 딸이자 동급생인 “파이퍼”는 섬 밖에 위치한 자신의 학교 급우들에게 돈을 받고 알 카포네 등 악명 높은 수감자들이 운영하는 빨래방에서 옷을 세탁해주는 기상천외한 “알카포네 빨래방” 사업(?)을 제안하고, 섬의 몇몇 아이들도 그 사업에 동참하게 된다. 그러나 사업 개시 하루 만에 이 엉뚱한 사업은 들통이 나고 동참한 친구들 뿐만 아니라 가담하지 않은 무스 또한 오해를 받아 된통 혼나고야 만다. 무스 부모님의 바램이었던 나탈리의 특수학교 입학은 나탈리가 적응을 하지 못하면서 좌절되고, 무스의 어머니는 또 다른 학교를 보내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 뭍으로 피아노 교습에 나가게 되면서 무스는 어머니를 대신해 하루 종일 누나를 돌보게 된다. 그러던 중 새로운 전문학교를 소개받지만 나탈리의 나이 때문에 입학이 불허되자 무스는 알카포네에게 누나의 입학을 위해 힘써주기를 부탁해보기 위해 편지를 써서 세탁을 위한 옷 주머니에 넣어 보내게 된다. 

  주인공 무스의 일기 형식인 이 책은 가족애라는 교훈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 청소년 대상 소설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지루하지 않은 재미있는 소설이다. 나탈리에 집중되는 부모님의 사랑에 소외감을 느끼면서도 나탈리를 염려하고 아끼는 무스의 사랑이라는 어찌 보면 식상한 주제인데다 실제로 알 카포네는 그저 이름으로서만 등장하는 배경장치일 뿐이어서 "알카트라즈와 "알카포네"라는 이름이 주는 뭔가 거창한 범죄 음모와 화려한 액션을  기대했다면 - 청소년 소설에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이 어찌 보면 더 웃길 수도 있겠다^^ -  다소 실망스러울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스가 알카트라즈에 이사 와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되면서 격리된 공간인 알카트라즈 감옥 속의 범죄자들에게 갖는 아이들 만의 동경 - 우리가 일제시대 종로를 주름잡았던 건달 김두한을 마치 독립투사나 정의의 사도 쯤으로 여기는 것과 어쩌면 비슷한 것 수도 있을 것이다 -이라던가,  애들이 벌이는 일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기상천외하고 엉뚱한 빨래방 사업, 담장을 넘어온 범죄자들의 야구공을 마치 보물인냥 여기는 아이들 특유의 호기심들, 비록 잠깐이지만 "105"라 불리우는 재소자와 16살 나탈리와의  딱히 로맨스라 부르기에는 좀 애매한 어정쩡한 로맨스 등등 가벼우면서도 유쾌하고 때로는 가슴 뭉클한 에피소드들은 읽는 재미와 소소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특히 마지막 반전이 인상적인데 - 추리소설 같은 멍하게 만드는 기막힌 반전이 아니라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오게 하는 그런 즐거운 반전 - 이 책을 이제 읽게 되는 독자들이라면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줄의 재밌는 반전을 절대 놓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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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과 열 세 남자,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 -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덤빈 우리 바닷길 3000km 일주 탐나는 캠핑 3
허영만.송철웅 지음 / 가디언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이가 점점 들면서 여행도 편안한 것만 찾게 된다. 대학시절, 직장 생활 초년 시절에는 친구들과 텐트, 배낭 짊어 메고 산이며 들이며 며칠씩 놀러가도 힘든지를 몰랐었는데, 혼자서 전국일주를 해보겠다고 10 여일을 강원도 통일전망대에서 전남 땅끝 마을까지 동가식서가숙하면서 돌아다녀도 즐겁기만 했는데 이제는 휴가 때 여행 간다고 하면 제일 먼저 콘도나 팬션 빈 방 있는지를 확인해보고 주변 유명 식당을 검색해본다. 여름 휴가때 가족들과 바캉스를 떠나볼까 생각하다가도 고속도로를 가득 메우고 엉금엉금 기어가는 차량들이 길게 늘어선 장면이나 물 반 사람 반인 유명 해수욕장 상황을 뉴스로 보고 나면 “역시 집 나서면 고생이지” 하고 저 생고생할 거라면 집에서 편히 쉬는 게 낫겠다 생각하고는 다시 방바닥을 침대 삼아 편하게 누워버리곤 한다. 그런데 최근 이런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책 두 권을 만났다. 한 권은 오십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근 한 달여간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한 문학평론가의 자전거 여행기였고, 오늘 소개할 다른 한권은 “식객”으로 유명한 만화가이자 환갑을 넘긴 허영만 화백과 열 세 명의 남자들이 요트로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독도까지 바닷길을 따라 여행한 기록인 “허영만과 열 세 남자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허영만, 송철웅 공저/가디언/2010년 7월)”이다. 두 권 다 벌써부터 귀찮고 번거로운 것이 싫어 구들장만 짊어지고 있는, 나이에 비해 너무 일찍 늙어버린 나를 질책하는 듯한, 그래서 가슴 뜨끔한 그런 책이었다.  

 

작품에서 등산에 대한 각별한 애정 - 식객에서 몇 번째 권인지는 모르겠지만 히말라야 트래킹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후기를 보니 실제 허 화백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한 내용이라고 한다 - 을 보여온 허영만 화백은 인사동 술집에서 그의 일당(?)들과의 술잔을 기울이던 중 술기운에 돛단배(요트)를 타고 바다의 백두대간인 서해에서 남해를 돌아 국토의 막내, 독도까지 여행해보자 하는 말을 호기롭게 내뱉고 히말라야 사나이 박영석 대장이 허 화백을 맞장구를 치게 되면서 허영만 화백과 열 세 명의 중년 남자들은 팔자에도 없던 제목 그대로 “집 나가면 생고생”의 바다 여행을 계획한다. 작당모의는 그럴싸했지만 요트는 이미 수령이 15년이자 지난 낡은 요트였고, 항해를 위한 면허도 없는 등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그래도 더욱더 결의를 다진 그들은 6개월에 걸쳐 자신들이 손수 수리를 한 후, 배에 자신들의 모의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름인 “집단 가출호”라고 이름 붙이고 - 장난스러운 통신을 해서는 안 되는 해양경찰과의 통신에서 경찰들이 배 이름을 듣고는 여기저기서 킥킥대는 소리가 들리는, 본의 아닌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요트 면허도 가까스로 출항 전에 따내고는 드디어 2009년 6월 6일 경기도 전곡항을 출발하여 제주도, 마라도, 울릉도를 거쳐 동해 끝 독도까지 1년 간, 총 항해거리 3,075 킬로미터에 이르는 해안선 일주 대장정에 오른다. 요트로 바다일주라니, 언뜻 듣기에는 “눈부신 햇살 아래 미녀와 와인 잔을 기울이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즐기는 여유”라는 돈 많은 부자들이나 가능한 초호화 유람인 것 같다고 비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책을 살펴보면 그저 “웃자고 시작한 이 일에 죽자고 덤비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술회하듯이 이런 생고생이 없을 정도로 처절하기까지 하다. 한 여름 시작한 여행이라 모기들의 공습에 시달려 한 대원은 어찌나 심하게 물렸던지 얼굴을 못 알아 볼 정도였고, 유명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은 약과일 정도로 추운 겨울에 시멘트 바닥에 침낭 하나에 의지해 비박하기 일쑤였고, 신나게 수영을 즐겼더니만 그곳이 식인상어가 출몰했던 그 지역이어서 가슴을 쓸어내리질 않나, 바람에 의존하는 요트인지라 바람이 없으면 하염없이 천천히 가는 속도에 가슴 답답해하고, 폭풍우가 치는 날에는 비바람과 파도와 사투를 벌이고 심지어 배가 좌초해 구명보트로 탈출하는 아찔한 순간까지 온갖 생고생을 하게 된다. 이런 고난과 역경 속에서 마침내 12번째 항해 만에 우리 영토의 최동쪽인 독도에 이르면서 만 일 년이 넘는 긴 항해를 마치게 된다. 비록 멋진 낭만과 안락함은 없었지만 집단 가출호 선원들은 우리나라 바다와 섬이 얼마나 아름답고 눈이 부신지를 책 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사진들에, 허영만 화백의 익살스러운 그림에, 그리고 항해일지처럼 여행내용을 빠짐없이 기록한 이 기행문에, 그리고 그 추억과 감동을 영원히 잊지 않고 간직하게 될 각자의 가슴 속에 담아온 것이다.  

허영만 화백은 책 속에서 그들이 이 여행을 나선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요트는 호화판(?) 이거 아니다. 배가 심하게 흔들릴 때면 굶기 예사고 노숙은 기본이다. 그러나 선원 모두 불평은 없다. 재미있으니까 분위기 좋으니까. 고생 각오하고 집 나온거니까” 

온갖 미사여구나 광고용 소개 글보다도 재미있고 분위기 좋아서, 고생할 거 알면서도 그들은 그래서 불평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이 여행을 시작했다는, 단순하면서도 진실한 이 말이 가슴에 더 와 닿는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책을 읽고 나니 벌써부터 귀차니즘에 빠져 집안에서 헤매고 있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단순히 여행 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서의 열정도 어느새 싸늘하게 식어버린 것은 아닌지, 집단가출호 선원들보다도 젊은 나이인데도 어느새 마음만큼은 벌써 늙어버린 것은 아닌지 괜한 자괴감마저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여행을 담은 이 책은 나에게도 자극이 되어 그들처럼 거창한 여행은 아니더라도 나만의 “가출”을 한번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벌써부터 “가출”에 대한 상상에 절로 즐거워지고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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