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가격 -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가격의 미스터리!
에두아르도 포터 지음, 손민중.김홍래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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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동네 슈퍼, 대형마트, TV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가지의 “물건”들과 그 것들에 대한 “가격(價格)”을 접하게 된다. 지금처럼 물건이 흔해진 경제발전의 시대에서 “가격”이야말로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발명품 - 물론 엄밀히 말하면 “가격”이 아니라 “돈”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 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인간이 접할 수 있는 모든 물건에 “이름”과 함께 꼭 붙어 다닌다는 이 “가격”, 그렇다면 우리가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생명”이나 “행복”,“신앙” 등에도 과연 가격을 매길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의 편집위원으로 비즈니스와 경제는 물론 사회, 심리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기사와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언론인 “에두아르도 포터”는 <모든 것의 가격(원제 The Price of Everything / 김영사 / 2011년 5월)>에서 가격은 우리가 상점에서 구매하는 물건에만 붙어 있는 게 아니라 “모든 것”에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가격의 미스터리에 대해 우리들에게 낱낱이 밝히고 있다. 

작가는 프롤로그 <가격은 어디에나 존재한다>에서 우리의 다양한 선택은 바로 우리 앞에 놓인 여러 대안들의 가격에 의해 결정되며 여기서 가격이란 여러 대안들이 가진 이윤과 비용을 우리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정의하며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설때 마다 가격의 신호에 따라 이쪽이 아니면 저쪽 길을 선택하게 된다고 말한다. 결국 모든 결정은 우리가 각각의 대안에 서로 다른 가치를 할당하고, 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행위라고 다시 한번 설명하면서 우리가 각각의 대안이 갖고 있는 가격을 이해하게 될 경우 우리는 자신이 내린 결정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가격이 물건 뿐만 아니라 추상적인 개념 즉 즉 사랑이나 노력, 시간과 같은 개념 속에도 비용과 이윤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한다. 즉 이 책은 “모든 것”에 대한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고 또한 어떠한 비용과 이윤이 수반되는지, 가격의 내력을 설명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본론에 들어가면 당연히 가격이 붙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사물”과 도저히 가격을 책정하기가 힘들 것 같은 “생명”,“행복”,“여성”,“노동”,“공짜”, “문화”,“신앙”, “미래”에 대한 가격에 대하여 본격적인 설명에 들어간다. 작가는 “생명의 가격” 편에서 먼저 사람들의 뇌리에 가장 깊게 각인된 신념 중 하나는 생명의 값어치는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테초의 늪지에서 최초의 생명이 기어 나왔을 때부터 생명에 대한 가격 책정과 재책정이 끊임없이 반복됐다는 사실을 이처럼 협소한 정의 - 우리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경우 그것을 모면하기 위해 세속적인 모든 소유물을 포기할 수 도 있다는 점 - 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으며 생명이 일종의 메뉴하면 거기에는 하나 이상의 가격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작가는 생명에 대한 가격 책정의 예로 “9.11.희생자보상기금”을 든다. 당시 의회는 희생자 가족의 “경제적” 손실과 “비경제적” 손실에 기초한 엄격한 보상 지급 기준을 설정했다고 하는데 이 원칙에 따라 희생자의 삶이 가치의 척도에 놓이게 되고, 그 결과에 따라 “생명”의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다. 희생자 한 명당 비경제적 손실은 25만 달러, 부양가족 한 명당 추가로 10만 달러로 책정된 것에 반해 경제적 손실을 측정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이어서, 사망한 근로자가 받고 있던 임금을 기준으로 사망자의 연령과 배우자여부, 부양가족의 수에 따라 액수를 조정하다 보니 각자의 보상액에는 커다란 격차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수백만 달러의 급료를 받던 임원과 1만 7337 달러짜리 연봉을 받던 페루 출신 불법 이민자 요리사의 생명의 가치가 달리 매겨질 수 밖에 없는, 이처럼 그들이 살아 있는 동안 경험했던 불평등이 고스란히 반영될 수 밖에 없는 생명에 대한 가격 평가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여성단체의 공분(公憤)을 살만한 “여성”의 가격에 대해서 작가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작가는 먼저 엄격하게 일부일처제를 준수하는 경우가 역사적으로 오히려 드문 사례였고, 지금은 야만적 관습으로까지 평가받고 있는 “일부다처제”가 오히려 인간 역사 속에서 지속적으로 유행해왔으며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벌어지는 대단히 사적인 거래에도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즉 경제적 논리가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다윈의 자웅 도태 이론에 따르면 미래 세대에게 자신의 유전자를 계승시키는 긴급한 과제가 행동의 최우선 구동력이라고 단정했으며 그와 같은 노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남성은 단지 소량의 정액만이 요구되는 반면, 여성은 난자를 생성하고 뱃속에서 태아를 수정하며 길러야 하는 구조이기에 부부가 비대칭적인 출산 전략을 갖게 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즉 자연계에서 가능한 많은 여성에게 자신의 씨를 뿌릴 수 있는 체계가 남성에게 가장 이상적인 체계이며, 반대로 자식을 뱃속에 품어야 하는 엄청난 비용으로 인해 출산 능력을 제한당하는 여성은 여러 남성을 활용하지 않는, 양이 아닌 질을 추구하여 다음 세대의 생존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가진 남성을 선택한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번식에 대한 암컷과 수컷의 투자 비대칭이란 관점으로 보면 남성이 임신 능력을 보여주는 척도인 여성의 몸매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반면, 여성은 자원에 대한 통제력을 나타내는 척도로서 남성의 수입에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며, 인류 역사 전반에 걸친 다양한 공동체에서 여성이 한가지 가치 - 출산 - 만을 인정받아 왔던 이유도 설명해준다고 말한다. 

또한 “신앙의 가격” 편에서는 17세기 프랑스 수학자이자 철학자, 도박사였던 블레즈 파스칼이 후세에 남겼다는, “신이 존재한다는 것에 내기를 했을 때 우리가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비교해보자. 만약 우리가 이긴다면 모든 것을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진다고 해도 잃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렇다면 주저하지 말고 신에게 돈을 걸어라”라는 “파스칼의 내기”를 첫머리에 소개한다. 즉 신이 존재한다는 확률이 존재하는 한, 그 확률이 아무리 작더라도, 천국이라는 무한한 보상은 현재의 유한한 비용 - 음식과 섹스에 대한 제약은 물론 각종 희생과 금기 - 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신앙은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도 바로 “가격”이 등장한다. 대재앙에 대한 보험으로서의 종교,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신앙은 지옥이 아닌 천국에 우리의 자리를 마련해 줄 것이며, 그에 따른 프리미엄이 일부는 돈, 즉 헌금이나 십일조, 기타 등등으로 지불되고 가장 성가신 비용이라 할 수 있는 단식이나 혼외정사 금지와 같은 구속도 신앙에는 현금이나 마찬가지로 신의 자비를 얻기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라는 말이다.  

이 글에서 소개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책의 극히 일부만 소개했을 뿐 작가는 각 장마다 풍부하고 다양한 사례를 들어 모든 것에 대한 “가격”을 설명하고 있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가격이 과연 “물건” 뿐만 아니라 인류의 최고 가치라는 “생명”이나 “행복”, “신앙”에까지도 평가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을까 의문스러웠는데 읽다 보니 이미 오랫동안 “그것”들에 대해 인간들은 어떤 식으로든 가격을 매겨 평가해왔다는 사실에 의문을 넘어 놀라움마저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은 신념이나 가치관에 의해 부정되어 왔지만 이제는 경제 논리라는 미명하에 공공연하게 “생명”과 “신앙”의 가격을 이야기하는, 가격이 지배하는 그런 세상이 한편으로는 삭막하게까지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가격이 삶을 지배한지 오래인 이상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가격의 속성을 직시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대처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이러한 가격이 얼마나 크게 실패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우리의 결정과 삶이 잘못된 길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런스펀도 깨달았던 것이라는 말처럼 우리도 이제는 하루빨리 깨달아야 할 그런 순간이 아닐까?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개념은 ‘억제되지 않은 이기심’으로부터 탈피하여 상대적 부의 분배가 개인의 만족보다 더 중요할 수 도 있는 세상에 적합하도록 수정되어야 하며, 또한 사회의 생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진화과정을 거쳐 형성된 사회 규범이 당장은 개인의 복지에 기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선호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이처럼 세상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이해를 제공하게 될 경제학이 탄생하여 우리에게 주어진 가격을 토대로 내린 결정이 나쁜 길로 이어질 수 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게 될 것이라는 작가의 주장이 바로 우리에게 이야기하고자 했던 핵심이었구나 하고 느껴지게 된다. 경제학, 갈수록 어려워지지만 그만큼 흥미진진해지는 그런 학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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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사랑한 파리 - 어느 낭만주의 지식인의 파리 문화 산책
이중수 지음 / 샘터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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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도쿄, 비엔나, 파리, 런던으로 이어지는 9박 10일의 신혼 여행으로 다녀온 적이 있었다. 4개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강행군이어서 파리에서는 2박3일 정도 짧게 머물렀었는데 그래도 전철과 관광 안내서 들고 다니면서 몽마르뜨 언덕,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퐁피두 센터, 라데팡스, 로뎅 미술관, 상젤리제 거리, 파리 시청 광장, 페르라세즈 묘지 등등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던 기억이 떠오른다.. 특히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곳을 돌아다니기 위해 너무 무리한 탓인지 해가 뉘엿뉘엿 지고 어둠이 내리자 숙소로 돌아갈 생각이 가득하던 차에 환하게 불을 밝히는 에펠탑의 장관에 피곤을 잊고 몇 시간을 탑 주변을 돌아다녔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하다. 그때 그 광경이 어찌나 인상적이고 감명 깊었는지 지금도 아내와 신혼여행 이야기를 하면 당시 여행했던 네 도시 중 “파리”만큼은 한 번 더 가보고 싶다는 말을 종종 하곤 한다. 그러나 직장인에게 신혼여행 때처럼 열흘 가까운 휴가를 내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 같고 또한 항공료에 숙박료에 비용 또한 허리가 휘청할 정도이니 아마도 두 번째 파리 여행은 앞으로 나에게 다시 오지 않을 그런 여행으로만 남을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이중수의 여행 산문집 <그녀가 사랑한 파리(샘터사/2011년 5월)>을 읽고서도 책을 덮지 못하고 몇 번을 펼쳐 보게 된 이유가.

작가는 <이야기를 시작하며; 파리, 그 내밀한 사연 속으로>에서 여행을 통해 느끼는 프랑스의 유별난 면모는 다른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할 때 느끼는 것과는 다른, 전혀 경험하지 못한 아니,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문화적 충격에 감전됨으로써 발생한 전율이라며 혼자만이 간직하기에는 너무도 안타까운 이야기를 쏟아내고 싶었다고 이 책을 쓴 동기를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파리는 뒤돌아섰을 때 그리움처럼 파고드는 지극히 섬세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도시, 마음속 깊이 파고드는 매력을 지닌 향기로운,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져 발산하는 그 향기가 너무도 강해 흡입하기가 어려운 그런 도시라고 말하며 독자들을 파리의 사연 많은 공간 속으로 이끌겠다고 이야기한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파리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나도 파리는 “여성”스러웠다는, 떠나오면서도 다시금 뒤돌아보게 만드는 도시였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작가 또한 같은 느낌을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본문에 들어서면 작가는 파리를 “낭만과 예술”, “천년의 역사”, “다른 문화, 다른 시간의 공존” 세가지 테마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1부 낭만과 예술이 흐르는 파리의 명소>에서 “버림받은 화가들의 전시장, 센강의 오르세 미술관” 편에서는 원래 기차역이었던 이곳이 미술관으로 거듭난 때는 문화주의자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시절로 자신의 비서이자 자신의 딸을 낳았던 팽조 여사의 조언으로 이 기차역을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변모시켰다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미술관에는 버림받은 화가들, 즉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 활동했던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들만 걸려 있어 대통령에게 버림받은 초대 미술관장인 팽조 여사와 버림받은 화가들(인상주의 화가들)이라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고 그 연원부터 소개하면서 오르세에 가면 볼 수 있는 그림들, 모네의 <수련>, 고흐의 <자화상>, 세잔의 <생트빅 루아르 산>, 밀레의 <만종> 등 인상주의 화가들의 대표 그림들을 삽화들과 함께 이야기한다. <2부 천녀의 역사가 빚어낸 도시 파리> 중 “파리의 모든 길은 루브르에서 시작된다; 루브르 박물관의 그림과 역사>편에서 정면으로 상젤리제 거리가, 오른쪽으로는 오페라 길, 왼편으로는 센 강을 건너 생제르맹데프레로 향하는 길이 있어 루브르가 모든 길의 중심이자 시작점에 있다고 이야기 하며 루브르의 역사적인 기원과 함께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때문에 더욱 유명해진 루브르 박물관 곳곳을 소개하고 있다. <3부 다른문화, 다른 시간이 공존하는 신비의 도시>에서 작가는 개선문을 중심으로 정확히 30도 각도로 펼쳐진 열두 거리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길이 바로 “샹젤리제” 보행자 도로가 차도보다 넓어 노상카페가 유난히 발달한 거리, 전 세계에서 몰려온 시민들로 북적거리는 세계 최대의 인파를 자랑하는 샹젤리제는 그 명성답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대로에 위치한 여러 유명한 카페들과 패션 매장, 전시장들과 함께 샹젤리제 반대 방향에 위치한 ‘미래의 도시’로 일컬어지는 라데팡스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끝으로 책 말미에는 파리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우리나라, 즉 “파리 기메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유물들과 불로뉴 숲의 “한국정원”, 그리고 바스티유 오페라 음악 감독을 역임했고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정명훈”씨를 소개하고 있다. 

책 제목이기도 한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 책 곳곳에 파리 명소들과 함께 등장하는 “시(詩)”를 쓴 바로 그녀의 아내 “강문정” 시인이다. 이 책은 “이런 곳에 산다는 것, 이 얼마나 큰 축복이에요”라고 이야기하는 자신의 아내, 강문정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사(獻詞)라고 볼 수 있는 이 책, 작가는 <이야기를 마치며; 랑데부 거리를 밝힌 불꽃>에서 그녀가 사랑한 도시를 사랑하고 싶었고, 그녀가 사랑했던 도시를 그림으로, 글로 옮기고 싶었으며 그녀가 왜 파리를 사랑한 것인지, 자신은 왜 그녀처럼 파리를 사랑하고 말았는지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다고, 어디론가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자신의 아내가 파리로 되돌아오는 오늘, 긴긴 밤 동안 들려줄 파리에 관한 22편의 일일야화가 그래서 탄생해서 이렇게 책으로 엮어내게 되었다고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다시 한번 우리들에게 이야기한다. 그 아내도 이런 남편에게 화답이라도 하듯이 <그가 사랑한 베르사유(샘터/2011년 5월)>이라는 책을 썼으니 서로가 서로에게 보내는 “연가(戀歌)”를 담아냈다고 해야 할까?

신혼여행 중에 그래도 파리 이곳저곳을 꼼꼼히 잘 돌아봤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22 곳중 반도 채 돌아보지 않았다니 좀 더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제 언제쯤이나 다시금 가보게 될 지 기약할 수 없는 파리, 이렇게 그림과 글이라도 다시금 접해볼 수 있었다는 것에 일말의 위로를 삼아야 할 것 같다. 원래 "여행에세이"는 공감하기가 어려워 잘 읽지 않는 편인데 다시금 가보고 싶었던 파리를 이야기하는 이 책 만큼은 쉽게 공감할 수 있었던, 읽으면서 신혼 여행 때 찍은 사진들을 다시금 찾아보게 하면서 그 때의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만든 그런 책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훗날 다시 파리에 가게 된다면 그곳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그”와 “그녀”를 만나고 싶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센 강을 거닐면서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너무도 강한 파리의 향기를 흠뻑 취해보고 싶고, 몽마르트, 샹젤리제 거리 카페에 앉아 “파리"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싶다. 그리고 가까이서 찬찬히 들여다 볼 때 더 묘미가 있다는 루브르의 그림과 멀리서 바라볼 때 더욱 실감이 난다는 오르세의 그림들을 같이 둘러보며 그와 그녀에게 그림 이야기들을 듣고 싶고, 페르라세즈 묘지에 잠들어 있는 에디트 피아프의 묘지에 한송이 꽃을 놓고 잠시 그녀의 노래를 감상해보고 싶다. 그리고 밤에는 환하게 빛나는 에펠탑을 바라보며 파리 궁전 계단에 앉아 맥주 한 잔을 나눠 마시며 잊혀지지 않는 파리의 밤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나 그들처럼 파리에 머물 수 없어 떠나야 할 그 시간이 되면 두 번의 여행을 마치고 난 후에도 뒤에 두고 올 파리와 그들을 다시금 뒤돌아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파리는 나에게 그런 곳이 될 것 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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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아틀라스 시원의 책 1
존 스티븐슨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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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을 즐겨 읽지만 읽다가 포기했던 책이 바로 <해리포터 시리즈>이다. 책보다 먼저 영화를 접했기에 흥미를 잃어버린 탓도 있겠지만 <반지의 제왕)이나 <드래곤 라자>처럼 독특하면서도 심오한 세계관을 구축한 작품들 - 어쩌면 판타지 소설에서도 겉 멋을 추구하는 나쁜 습관이 몸에 배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 은 열광을 하는 데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판타지 세계로 옮겨 놨을 뿐 청소년 모험 소설의 성격이 더 강한 <해리포터> 시리즈는 개인적인 취향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미국 전역 인디 서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는 “존 스티븐스”의 <에메랄드 아틀라스; 시원의 책 1(원제 The Emerald Atlas; The Books of beginning / 비룡소/ 2011년 4월)> 또한 <해리포터> 시리즈와 같은 “가족 판타지 모험 소설” 장르인지라 과연 600 여 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지가 걱정이었던 그런 책이었다. 결론은 책은 끝까지 다 읽었을 정도로 재미는 있지만 역시나 내 취향과는 거리가 먼 판타지 소설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밤이 되도 그칠 줄 모르던 크리스마스 이브 밤, 이제 겨우 네 살이 된 “케이트”는 자다가 자기 몸을 흔드는 손길에 잠에서 깬다. 동생들인 “마이클”,“엠마”를 안전하게 지키라고 당부하는 엄마의 말에 엉겁결에 약속을 하고만 케이트는 어린 두 동생과 함께 밖에 대기하고 있는 차에 실려 집에서 멀리 떨어진 보스턴의 찰스 강변에 있는 성 마리아 고아원에 맡겨진다. 그 아이들을 맡은 “애거서” 수녀는 아이들을 침대와 요람에 눕히고는 그 아이들을 데려온 늙은 사내와 아이들의 장래를 걱정하면서 아이들에게 “P"라는 성(姓)을 붙여준다. 그로부터 10년 후 성 마리아 고아원이 화재가 발생하면서 여러 곳의 고아원을 전전하던 케이트 삼남매, 세 아이를 한꺼번에 입양하겠다는 귀족 부인이 나서지만 그만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화가 난 고아원 원장은 아이들을 “핌”박사라는 의문의 인물이 운영하는 고아원인 “케임브리지 폴스”로 보내버린다. 낯 선 곳에 도착한 세 남매, 수십개의 방이 있는 오래된 건물인 저택을 탐험하다가 우연히 지하 서재에서 에메랄드 빛이 나는 책 한 권을 발견하게 된다. 그저 백지만 나열되어 있는 이 의문의 책, 사실은 마법의 세계가 자취를 감추고 인류가 마법 세계의 존재를 잊어버리기 전, 마법사들이 자신들의 위대한 지식을 세 권의 책으로 만든 후 <시원의 책(The Books of beginning)>이라 명명하여 남겼다는 세 권의 책 중 하나로 시간에 대한 마법이 깃든 <시간의 아틀라스>라는 책이었다. 그 책에 과거의 사진을 갖다 댄 순간 아이들은 과거의 시간으로 여행을 가게 된다. 이때부터 케이트 삼남매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생사를 넘나드는 기상천외한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책은 출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여기저기 떠돌던 아이들이 우연찮게 낯선 세계로 건너가 세상과 자신을 둘러싼 비밀을 알게 되고 세상을 지키기 위해 악과 맞서 싸운다는 성장소설과 모험소설을 결합한 전형적인 가족 판타지 소설의 기본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또한 <반지의 제왕> 이래로 판타지 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존재들, 즉 엘프, 드워프, 마법사, 마녀들 - 책에 등장하는 가장 독특한 괴물로 “꽥꽥이”가 등장하는 데 과연 영문판에서는 뭐라 칭하는지 뜬금없이 궁금해진다 - 이 어김없이 등장하여 <시원의 책>에 대한 설정만 조금 숙지한다면 전혀 읽는 데 낯설거나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쉽게 읽힌다. 케이트 삼남매의 뚜렷한 개성과 등장인물들의 설정이 탁월하고 이야기 또한 방송작가와 프로듀서인 작가의 경력이 십분 발휘되어 미리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둔 탓인지 꽤나 드라마틱해 600 여 페이지나 되는 분량이 전혀 버겁지 않을 정도로 단숨에 읽히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너무 익숙한 설정과 뻔한 스토리 탓일까? 재미는 있지만 그다지 신선하거나 색다른 맛은 느낄 수 없는, 아쉽게도 그동안 수없이 봐왔던 여느 판타지 소설들과 그다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미 이 책을 먼저 읽은 많은 독자들이 호평하고 있고, 이제 시작인 시리즈인지라 앞으로 더욱 놀라운 모험과 멋있는 이야기를 선보일 가능성이 엿보이는 이 책, 그래도 <해리포터>처럼 읽다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어볼 만한 재미만큼은 분명한, 또한 아이들이 읽기에는 참 좋을 만한 그런 책이지만 거창하고 심오한 척 하는 판타지 소설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나에게는 그다지 맞지 않았던 책 정도로 평가하는 게 좋을 것 같다.  

1권이 흥행을 거두었으니 3부작이라는 이 책 시리즈는 계속될 듯 한데 남은 시리즈를 책으로 다시 만나게 될지 장담을 할 순 없을 것 같다. 다만 영화화 된다는 소식이 있으니 삼남매의 신기하고 놀라운 모험을 영상으로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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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행성B(행성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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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초대로 지인들의 집에 방문하면 제일 먼저 살펴보는 곳이 바로 “책장(冊欌)”이다. 우리네 살림살이가 개인 “서재(書齋)”를 따로 가지고 있을 정도로 부유한 사람들이 없어 대부분 아이들 책 위주이고 어른들 책은 책꽂이 한 구석에 꽂혀 있거나 또는 아예 박스에 담겨 집안 구석으로 치워 놓기가 일수이지만 그래도 한쪽 책장을 차지하고 있는 지인의 책들을 보노라면 그 사람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를 알 수 있는, 마치 일기장을 엿보는 것 같은 재미가 느껴진다. 둘이서 책장에 서서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노라면 어느새 서로 한 뼘 이상 가까워진 듯 한 친밀감이 느껴지고, 내가 읽어 보지 못한 책을 선뜻 빼서 건네는 지인의 책 선물은 그 어떤 선물보다도 소중하고 값진 선물이어서 아예 미리부터 가방에 챙겨 놓거나 가방을 가져오지 않은 때는 식사 중에도 발 밑에 깔고 앉기도 한다. 아마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그런 이야기 일 테다. 이처럼 평범한 우리 이웃의 책장을 엿보는 재미도 이렇게 쏠쏠한데, 사회적 명사들의 서재를 엿보는 재미는 어떨까? 14년차 베테랑 방송작가인 “한 정원”의 <지식인의 서재;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행성:B잎새/2010년 5월)>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15인의 지식인들이 말하는 책이야기와 그들 서재의 속살을 우리들에게 낱낱이 선보이고 있다. 

먼저 최근 <진보집권플랜(오마이북/2010년 11월)>로 새 정치 대안을 우리에게 제시했던 “조국” 교수의 서재는 어떤 모습일까? 붉디 붉은 소파가 인상적인 그의 서재는 차으이적이고 도발적인 것을 좋아하는 법학자답게 늘 차분하게 정돈되어 있지만, 불쑬불쑥 적도의 태양같은 열정이 튀어나오는 그런 곳으로 이야기한다. 서재 안에 있는 책 한 권 한 권을 볼때마다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저자와 대화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는 조국 교수는 책을 통해서 동지를 만나고 친구와 연인을 만나고 때로는 적을 만나기도 하면서 자신을 다듬으며, 책은 자신의 정수리에 죽비를 내리치며 자신의 한계와 편향을 알려주는, 스승이자 동지이고, 친구이자 연인이며, 훌륭한 적이 되기도 한다고 이야기한다.  

예술마을 해이리의 촌장이자 맘씨 좋게 생긴 흰수염, 넉넉한 웃음이 인상 깊은 솟대 예술작가 “이안수”씨는 “널따란 거실을 빙 둘러 바닥부터 천장까지 꽂힌 그의 책들은 그저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는 작가의 말처럼 1만 2천권이 넘는 책의 숲을 이룬 멋진 서재를 가진 참 부러운 사람이다. 그는 서재는 사유의 숲으로 이곳에 있으면 영혼을 정화해주는 나무, 좌절 앞에서 지혜를 속삭 여주는 나무도 있는 울창한 숲 속에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숲이 계절의 변화에 항상 같이 변화하듯이 그의 사유의 숲도 하루가 다르게 책의 순서가 바뀌고, 책의 수가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고 하며 피가 돌듯 책 또한 순환하면서 여행을 한다는 서재는 그래서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는 것 같지만 안의 모습만큼은 끝없이 새롭게 변화하는 “숲” 그 자체이다.  

조금은 낯선 직업인 북디자이너 “정병규”씨, 작가는 그를 책과 백년가약을 맺고 40 여년을 함께 해온 걸출한 지성이며, 책이 가진 내용과 디자인의 조화를 일궈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북디자인계의 철학자라고 부르고 있는데 과연 그의 서재는 어떨까? 집이든 작업실이든 그가 가는 어디에나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에 발로 밀고 손으로 치우며 다녀야 할 판이니 굳이 서재라고 명명할 필요가 없는, 그를 둘러싼 모든 공간의 서재라는, 어쩌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로망(Roman)"일 그런 모습이다. 그는 독서는 ‘약간의 낯섦’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말하며, 그 ‘약간의 낯섦’은 언제든 관둘 수 있고 어려우면 집어 던질 수 있는 , 반대로 모든 걸 포기하고 매달릴 수 있는 것, 이것이 독서의 기본적인 지평, 즉 “자유”라고 표현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만화책이 잔뜩 꼽혀져 있는, 어쩌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15명의 서재 중 가장 부러운 서재를 갖고 있는 이는 바로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씨다. 자신의 서재를 “만화방”이라고 부르는 그녀의 서재에 만화를 들일 땐 규칙이 있단다. 누가봐도 좋은, 훗날 빈집에 들어와 무심코 봤을 때도 아름다운 내용의 그런 만화라는 규칙. 책을 분류할 때도 만화책이냐 만화책이 아니냐로만 분류한다는 그녀의 서재가 유치하지 않고 부러운 까닭은 나 또한 만화를 무척 좋아하는 데도 있지만 책의 장점이 어디에서나 어울리는, 책은 보석보다 화려하고, 엎어놔도, 접어놔도, 어디에 놓아도 폼나고 보기 좋다는 그녀가 정말로 책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서재가 괜히 주눅 들게 하는 인문서적이나 전공 서적들이 빽빽하다면 앞서 소개한 이효재씨 서재만큼 편하게 책을 뽑아 볼 수 있는 서재는 아마 영화감독 “장진”의 서재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번역서와 사회과학 서적은 아예 읽지 않고 오로지 소설과 시, 그리고 비평만이 독서의 대상이라는 편독이 심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른 분들이 1년에 몇 권 읽는다는 것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독서광이라면 그는 1년에 50권만 읽자는 결심도 쉽지 않은,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그런 독서 수준을 보여준다. 그는 독서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것, 즉 자신이 읽은 책을 자랑하는 일이 독서의 가장 큰 재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새김질한 책은 확실하게 머릿속에 기억되고, 게다가 책을 자랑하는 동안 스스로 즐거워져서 독서에 점점 빠져들게 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고 우리들에게 추천한다. 다만 책의 글귀만 인용하는 것은 위험한 것으로 책을 읽더라도 스스로 충분히 사유하고 자신의 철학과 조화롭게 접목시킨 후 ‘나’라는 사람의 철학에서 나오는 말과 글로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 외에도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들의 서재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작가는 에필로그인 “After Interview"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지식인들의 서재는 멋지고 화려한 물리적인 의미의 서재가 아니며, 그들의 청춘과 인생과 생각이 녹아 있는 하나의 삶의 공간이며, 사유의 세계이라면서 그들의 들려주는 독서와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분의 숨어 있는 지적 욕구를 깨워주었으면 바란다며 책을 끝맺는다.  

사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15분 중에서 “조국”교수와 “김용택” 시인, “박원순” 소장, “장진” 감독을 제외하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그들을 그저 신문기사나 프로필 등으로만 만났다면 역시나 낯설기만 했을텐 데, 그들에게 직접 초대받아 그들의 서재와 그들이 읽은 책들의 면면을 소개받은 것 같은, 한결 그들과 두 뼘 세 뼘 더 가까워진 그런 느낌이 들었다. 역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책 보다 더 신나고 즐거운, 그리고 서로 가까워질 계기가 되는 것이 어디 또 있을 수 있을까? 그래서 저마다의 색깔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나눈 작가나 자신의 일기장 같은 서재를 보여주며 책 이야기를 신나게 나누었을 15명의 지식인 모두 참 즐거운 인터뷰였을 것이다. 그래서 즐겁고 재미있는 책 이야기를 읽는 우리들도 절로 즐거워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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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처럼 창조적으로 살아보기
케리 스미스 지음, 임소연 옮김, 임소희(라라) 손글씨 / 갤리온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나이가 들면서 “노는 법”을 잊어 버렸다. 반복되는 업무를 끝나는 저녁 때면 가끔씩 직장 동료들과 술 한잔 마신다든지 그런 약속이 없으면 그냥 집에 들어와 TV 시청한다던지 또는 가까운 공원이나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는 것이 여가 시간의 활용의 전부이니 그 어느 것에서도 “놀이”의 흔적을 찾아 볼 수 가 없다. 어린 시절에는 해가 져서 깜깜해져도 도대체 집으로 돌아올 줄 몰라 어머니께서 동네방네 나를 찾아다니실 정도였다는 데 과연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요새 뭔가에 열중하게끔 만드는 그런 놀이를 도대체 찾아보기가 힘들다. 또한 머리도 어느새 굳어버렸는지 직장 초년 시절에는 번뜩이던 아이디어가 이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아 몇날 며칠을 고생한 적이 한 두 번도 아니다. 과연 이제 나이가 들어서 내 몸과 마음 모두가 퇴화해버리는, “창의성”이라고는 이제 지난날의 유산이 되어 버리고 만 걸일까? 하루에도 수 십 가지의 기발한 생각이 가슴 속을 치밀어 오르던, 뜨거운 열정이 가득했던 그런 시절로 돌아가기는 어려운 걸까? 게릴라 아티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케리 스미스”는 <예술가처럼 창조적으로 살아보기(원제 LIVING OUT LOUD/갤리온/2011년 5월)>에서 우리처럼 머리가 굳어버려 고민인 어른들에게 “놀이야말로 창조의 시작”이라고 말하며 창조성을 일깨우기 위한 재미있는 놀이 51가지를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작가는 “들어가는 글”에서 예술가처럼 창조적인 사고를 하려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맨발로 뛰어다니며 이것저것 만지고 부수고 또다시 만들며 놀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라고 말한다고 한다. 하루 종일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아무런 두려움 없이 “열정적”으로 살던 그때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며, 지금 이 순간 바로 우리들 안에 있지만 언젠가부터 그걸 쓰는 법을 잊어버렸던 그 마음을 상기시키라고 말하며, 창의성을 일깨우기 위해서는 다시 노는 법을 배워놀이 본능을 자극해야 하는데, 놀이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무엇에 소질이 있는 지를 발견하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예술가처럼 창조적으로 산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원하는 일을 하면서 신나게 사는 것임을, 그리고 창조적인 삶은 당신이 그것을 얼마나 원하는 지에 달려 있다고 말하며 들어가는 글을 끝을 맺는다. 

본문에 들어서면 작가는 제일 먼저 “어릴 때 좋아했던 놀이를 떠올려 보라”고 충고한다. 영감과 흥분과 기쁨으로 가득 차 있던 어린 시절을 재현하다 보면 우리의 진정한 자아 - 가족이나 돈이나 사회적 의무같은 테두리에 갇혀 있지 않은 부분-와 다시 연결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독서나 자전거 타기처럼 몇 시간씩 몰입했던 그런 놀이들을 떠올려 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놀기 시작하면 놀이는 시시하며 소중한 ‘업무(돈벌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배움 때문에 두려움이 생길 수 도 있겠지만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고 추구하다 보면 장기적으로는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다독거리며, 그런 놀기 좋아하는 자아를 되찾고 새로운 존재 방식을 발견하고자 두려움을 밀쳐내는 우리들을 지지해줄 멋진 사람들을 찾아보라고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의 놀이 감각을 일상에 적용해 보는 것, 그 가각이 바로 재능이며, 또한 지금 이 순간을 신나게 사는 비결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작가는 자신이 서른 살이 되던 해에 ‘30세에 해야 할 일 30가지’를 목록으로 만들었는데 그중 가장 힘들었던 것이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기로 처음에는 정말 이 일을 해낼 수 있을 지 확신이 서지 않아 겁도 나고 두려웠지만 노래를 연습하고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며 몇 주를 보내자 자신이 사람들의 생각을 지나치게 신경 쓰고 있었으며 자신이 목록을 만든 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지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되자 그제서야 과정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게 되었고, 공연을 멋지게 할 수 있었다고 자신의 일화를 소개한다. 그리고는 지금보다 더 나은 나를 원한다면 두려움에 맞서보라고 충고한다.  

작가는 자신을 믿기란 무척 힘든 일이라면서 자신이 몇 년 전 작업상 중요한 관게를 끝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우주” - 여기선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의미하는 듯하다 - 에 도움을 청하긴 했지만 그 대답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확인해 달라는, 즉 힘들여 고민하고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몸이 하는 말에 주의를 기울여 보라고, 직감과 가슴의 두근거림, 소름 등 내 안에 뭔가가 있다는 메시지에 귀기울여 보라면서 자신이 외는 주문을 소개한다. 

나는 이 상황에서 뭔가를 배울 능력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가장 강력한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인상 깊었던 몇 몇 내용을 소개하다 보니 마치 명상집이나 딱딱한 자기계발서 같이 되어 버렸지만 책에는 이런 내용들보다 “활력을 불어넣는 주사위 놀이”, “일기 쓰기를 즐길 수 있는 몇 가지 방법”, “종이 한 장으로 나를 위한 마법의 책 만들기”, “내 꿈을 찾는 보드 게임”, “소망 단지를 만들어 보라” 등 기발하고 다양한 - 어쩌면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수 도 있는 - 놀이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특히 책 마지막의 실려 있는 “아이디어 노트”나 작가가 직접 만들었다는 “포스트 카드”와 “스티커”는 별도로 오려 내어 - 책 구성이 연습장처럼 쇠 스프링으로 되어 있어 오리지 말고 뜯어내도 될 것 같다 - 내 책상이나 책들 곳곳에 붙여놓고 싶고 또는 아는 지인에게 선물해주고 싶을 정도로 꽤나 이뻐서 마치 책이 아니라 팬시상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책을 텍스트 위주로만 읽다 보니, 즉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놀이들을 실제로 해보지 않아서 과연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놀이”들이 작가가 말한 대로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열정을 되살려 실제로 창조성을 키울지는 아직은 “모르겠다”는 것이 정확한 답변이 될 것 같다. 그래서 두 번째 읽을 때는 책의 각종 그림이나 놀이들을 가위로 오려내서 - 보드게임이나 슈퍼히어로 인형놀이 등 - 실제로 해봐야 될 것 같다. 이 책은 그저 한번 읽고 책꽂이에 꼽아 둘 그런 책이 아니라 “책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을 때쯤이면 분명 ‘놀이 결핍’으로 굳어 버린 당신의 머리와 몸이 다시 춤을 추게 될” 것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수시로 꺼내서 오리고 붙이고 뜯어내서 가지고 놀아야 할, 그런 책 자체가 “놀이”가 될 때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그런 책으로 여겨진다. 자 책을 다 읽었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이 책을 가지고 놀아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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