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 아틀라스 시원의 책 1
존 스티븐슨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판타지 소설을 즐겨 읽지만 읽다가 포기했던 책이 바로 <해리포터 시리즈>이다. 책보다 먼저 영화를 접했기에 흥미를 잃어버린 탓도 있겠지만 <반지의 제왕)이나 <드래곤 라자>처럼 독특하면서도 심오한 세계관을 구축한 작품들 - 어쩌면 판타지 소설에서도 겉 멋을 추구하는 나쁜 습관이 몸에 배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 은 열광을 하는 데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판타지 세계로 옮겨 놨을 뿐 청소년 모험 소설의 성격이 더 강한 <해리포터> 시리즈는 개인적인 취향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미국 전역 인디 서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는 “존 스티븐스”의 <에메랄드 아틀라스; 시원의 책 1(원제 The Emerald Atlas; The Books of beginning / 비룡소/ 2011년 4월)> 또한 <해리포터> 시리즈와 같은 “가족 판타지 모험 소설” 장르인지라 과연 600 여 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지가 걱정이었던 그런 책이었다. 결론은 책은 끝까지 다 읽었을 정도로 재미는 있지만 역시나 내 취향과는 거리가 먼 판타지 소설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밤이 되도 그칠 줄 모르던 크리스마스 이브 밤, 이제 겨우 네 살이 된 “케이트”는 자다가 자기 몸을 흔드는 손길에 잠에서 깬다. 동생들인 “마이클”,“엠마”를 안전하게 지키라고 당부하는 엄마의 말에 엉겁결에 약속을 하고만 케이트는 어린 두 동생과 함께 밖에 대기하고 있는 차에 실려 집에서 멀리 떨어진 보스턴의 찰스 강변에 있는 성 마리아 고아원에 맡겨진다. 그 아이들을 맡은 “애거서” 수녀는 아이들을 침대와 요람에 눕히고는 그 아이들을 데려온 늙은 사내와 아이들의 장래를 걱정하면서 아이들에게 “P"라는 성(姓)을 붙여준다. 그로부터 10년 후 성 마리아 고아원이 화재가 발생하면서 여러 곳의 고아원을 전전하던 케이트 삼남매, 세 아이를 한꺼번에 입양하겠다는 귀족 부인이 나서지만 그만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화가 난 고아원 원장은 아이들을 “핌”박사라는 의문의 인물이 운영하는 고아원인 “케임브리지 폴스”로 보내버린다. 낯 선 곳에 도착한 세 남매, 수십개의 방이 있는 오래된 건물인 저택을 탐험하다가 우연히 지하 서재에서 에메랄드 빛이 나는 책 한 권을 발견하게 된다. 그저 백지만 나열되어 있는 이 의문의 책, 사실은 마법의 세계가 자취를 감추고 인류가 마법 세계의 존재를 잊어버리기 전, 마법사들이 자신들의 위대한 지식을 세 권의 책으로 만든 후 <시원의 책(The Books of beginning)>이라 명명하여 남겼다는 세 권의 책 중 하나로 시간에 대한 마법이 깃든 <시간의 아틀라스>라는 책이었다. 그 책에 과거의 사진을 갖다 댄 순간 아이들은 과거의 시간으로 여행을 가게 된다. 이때부터 케이트 삼남매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생사를 넘나드는 기상천외한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책은 출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여기저기 떠돌던 아이들이 우연찮게 낯선 세계로 건너가 세상과 자신을 둘러싼 비밀을 알게 되고 세상을 지키기 위해 악과 맞서 싸운다는 성장소설과 모험소설을 결합한 전형적인 가족 판타지 소설의 기본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또한 <반지의 제왕> 이래로 판타지 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존재들, 즉 엘프, 드워프, 마법사, 마녀들 - 책에 등장하는 가장 독특한 괴물로 “꽥꽥이”가 등장하는 데 과연 영문판에서는 뭐라 칭하는지 뜬금없이 궁금해진다 - 이 어김없이 등장하여 <시원의 책>에 대한 설정만 조금 숙지한다면 전혀 읽는 데 낯설거나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쉽게 읽힌다. 케이트 삼남매의 뚜렷한 개성과 등장인물들의 설정이 탁월하고 이야기 또한 방송작가와 프로듀서인 작가의 경력이 십분 발휘되어 미리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둔 탓인지 꽤나 드라마틱해 600 여 페이지나 되는 분량이 전혀 버겁지 않을 정도로 단숨에 읽히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너무 익숙한 설정과 뻔한 스토리 탓일까? 재미는 있지만 그다지 신선하거나 색다른 맛은 느낄 수 없는, 아쉽게도 그동안 수없이 봐왔던 여느 판타지 소설들과 그다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미 이 책을 먼저 읽은 많은 독자들이 호평하고 있고, 이제 시작인 시리즈인지라 앞으로 더욱 놀라운 모험과 멋있는 이야기를 선보일 가능성이 엿보이는 이 책, 그래도 <해리포터>처럼 읽다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어볼 만한 재미만큼은 분명한, 또한 아이들이 읽기에는 참 좋을 만한 그런 책이지만 거창하고 심오한 척 하는 판타지 소설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나에게는 그다지 맞지 않았던 책 정도로 평가하는 게 좋을 것 같다.  

1권이 흥행을 거두었으니 3부작이라는 이 책 시리즈는 계속될 듯 한데 남은 시리즈를 책으로 다시 만나게 될지 장담을 할 순 없을 것 같다. 다만 영화화 된다는 소식이 있으니 삼남매의 신기하고 놀라운 모험을 영상으로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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