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히스토리아 1 - 불멸의 소년과 떠나는 역사 시간여행 피터 히스토리아
교육공동체 나다 지음, 송동근 그림 / 북인더갭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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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피터 히스토리아; 불멸의 소년과 떠나는 역사 시간여행(교육공동체 나다 글/송동근 그림/북인더갭/2011년 8월)>을 선택했을 때는 한 아이가 시간 여행을 통해서 역사를 공부한다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판타지 풍의 역사 교양 만화쯤으로 생각했었다. 요즈음 이렇게 “학습 만화” 형식의 책들이 참 많이 출간 - 인근 시립도서관 아동 도서 코너를 가보면 책장 한 줄 전체가 아예 학습 만화들이 빼곡히 꼽혀 있을 정도이다 - 되는 지라 흥미 위주의 “그저 그런” 책 정도로만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읽기 시작하면서 몇 번을 책 날개의 지은이 소개글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그 이유는 어른인 내가 읽어도 곱씹어 생각할 꺼리가 많은 가볍지 않은 이야기와 학습 만화들에서 볼 수 있었던 유치한 그림체가 아닌 세련되고 유려한 그림체 때문에 “이 책, 우리나라에서 만든 만화 맞어?”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요즘 역사 속 이면에 감춰진 이야기나 각종 음모론 등을 엮어낸 흥미 위주의 역사 교양서보다 훨씬 나은 주제의식과 감동을 담고 있는 이 책, 한마디로 “물건”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페테루”는 기원전 2700년경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작고 평화로운 마을에 살던 소년이었다. “죽은 후엔 어떻게 될까, 신은 있을까, 사람은 왜 생겨났을까?” 등 호기심이 많았던 피터는 하늘에 닿을만한 엄청난 탑들이 솟아 있고 자신의 마을보다는 열 배- 실제로는 수천 수만 배쯤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이는 그 당시 가장 큰 도시인 “우르”로 짐작된다- 나 클 것으로 여겨지는 이웃 초승달 모양의 거대한 마을인 “초승달 마을”을 궁금해하며 아버지를 도와 보리농사를 지으며 절친한 친구인 “엔키두”와 함께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런데 어느날 바로 페테루가 궁금해하고 동경하던 "초승달 마을"의 지배자 “길가메시”가 이끄는 군대가 마을로 쳐들어오고 아버지를 잃은 페테루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잡혀가 노예가 되어 노역에 시달리게 된다. 페테루는 같이 붙잡혀 온 엔키두와 함께 탈출을 하기로 결심하지만 엔키두는 시름시름 앓고 있는 아버지를 두고 떠날 수 가 없어 페테루만 보내게 된다. 집요한 추적에 의해 절벽까지 몰리게 된 페테루는 절벽에서 뛰어 내리지만 동굴에 거주하고 있는 노인에 의해 목숨을 건지게 된다. 페테루는 왜 자신에게 이렇게 비참한 일이 발생했는지, 지배자와 피지배자(노예)라는 계급은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여정에 나선다. 그런데 그 여정은 단순히 주변 국가들을 둘러보는 그런 여행이 아니라 4,700 여 년이라는 시간 속으로의 불멸(不滅)의 여행이었다. 먼저 고대 그리스에서 노예였던 “아이소포스(이솝)”를 만나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와 자유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 피터 - 페테루가 방문하게 되는 나라들의 언어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 는 오늘날 구세주로 많은 사람들의 신앙의 대상이 되는 “예수”의 죽음을 목격하고, 중세 마녀 사냥이 한참이던 시절에는 갈릴레이의 책을 통해 “과학”의 의미에 대해 공부한다. 피터의 여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신대륙에서의 원주민 학살과 약탈 현장에서는 유럽인들과 맞서 싸우고 원주민 소년 소녀를 피신시키는가 하면 , 프랑스 혁명 시대에는 분노한 시민들과 함께 봉기에 나서기도 하고, 어린이 노동 착취가 한참이었던 19세기 영국 산업 혁명 시절에는 어린이들을 이끌고 공장을 탈출하고, 폴란드를 침공한 나치에 맞서 산속에서 게릴라 활동을 벌이는 레지스탕스들과 함께 지내기도 한다. 반전운동과 흑인인권운동, 히피 문화의 시대였던 1960년대를 거친 피터는 마지막으로 미국의 공습이 한참이던 자신의 옛 고향 이라크로 돌아온다. 수십 세기를 거쳐 온 그의 여행은 과연 어떻게 끝을 맺게 될까.

 위에서 소개한 줄거리처럼 피터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시대에서부터 현대 미국-이라크 전쟁 시점까지 세계사 속 여러 사건들이 벌어지는 그 시간과 장소를 직접 거쳐가며 수십세기에 이르는 기나긴 여행을 하게 된다. 그런데 피터가 그 사건들 속에서 깨닫게 되는 진실은 소수의 인물들이 이끌어가는 영웅담이나 혁명적인 제도와 문화로 과대 포장되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그 이면에 감춰진 추악하고 탐욕스럽기만 인간의 “본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민주주의를 태동시킨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는 사실은 여성에 대한 비인격적인 차별과 노예 제도에 기반을 두고 있었으며,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모습을 보면서도 어찌 신(神)이 특정 민족만 구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기도 한다. 방직기계가 발명되면서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하루 열 두 시간 이상 고된 노동에 시달리던 어린이들이 있었으며, 독재 정권의 폭압에서 이라크 민중을 해방시키겠다며 시작한 이라크 전쟁이지만 하루에도 수십 수백 명씩 죽어나가는 것은 바로 그 이라크 국민들이었다는 점을 말하기도 한다. 이처럼 역사는 몇 몇 인물들의 위대한 발견이나 업적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그런 업적이나 사건들의 이면에서 이름조차 전해져 오지 않는 수많은 “민중”들의 피와 눈물이 바로 그런 역사를 만들어왔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영웅이나 국가 중심이 아닌 피지배계층, 즉 “민중”에 초점을 맞춘 역사 인식 - 그렇다고 “민중사관”이라고 말할 정도로 편향되거나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 은 여러 진보 성향의 역사 교양서들을 통해서는 접해 봤었는데, 이처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학습 만화 형식으로는 나로서는 이 책이 처음 접해보는 것 같아 읽는 내내 꽤나 놀라우면서도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보수적인 성향의 독자들이라면 이 책이 “의식화”, 즉 불온 서적 쯤으로 삐딱하게 볼 수 도 있겠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소수의 영웅들이나 지역의 패권을 다투던 국가 등 지배권력 중심의 천편일률(千篇一律)적인 역사 인식이 아니라 절대 다수를 차지했던 힘없는 피지배계층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역사라는 다른 시각으로서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책이어서 청소년들에게도 꽤나 유익한 책으로 여겨진다. 특히 자신과 생각이나 생김새, 가지고 있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틀리다고 여기고 차별의 대상으로 인식하기 쉬운 청소년들에게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차별”이 아니라 “차이”를 가르쳐 줄 수 있는 교재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 책을 쓴 "교육공동체 나다"가 궁금해서 홈페이지(http://nada.jinbo.net/)를 찾아보니 공교육의 대안될 수업모델을 만들기 위해 청소년들과 '인문학 토론'이란 이름의 만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자기 주관을 가졌으면 바라면서도 지금은 세상을 잘 알지 못하면서 나서는 것은 섣부르니 사회에 대한 발언은 대학가서 해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어른들의 모순에 인문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이 부조리한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행동이며, 학부모, 교사 등과 마찬가지로 청소년은 삶의, 교육의 주체라는 당연한 사실을 당연하다 다시 한 번 못 박으려 “교육공동체 나다”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단체라고 소개하고 있다. 진보 성향의 교육단체라고 볼 수 있겠는데, 이러한 그들의 교육에 대한 시각과 방법론들이 색깔론이나 이분법으로 폄하되지 않고 "다른" 시각과 방법으로서 충분히 존중받고 가치를 인정받기를 바래본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라면 마지막 에필로그에서의 “이솝의 최후”에 대한 장면을 꼽고 싶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이솝이 델포이 인들의 손에 의해 살해되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솝의 죽음의 이유에 대해서 후세의 작가들은 그의 모욕적인 풍자 때문에, 또는 크로이소스가 델포이에 배달하라며 맡긴 돈을 횡령해서, 또는 은잔에 대해 신성 모독을 해서 그랬다고도 하는 등 여러 추측을 내놓았다고 하는데, 책에서는 좀 더 다른 이야기를 한다. 노예의 신분에서 풀려난 이솝은 모함을 받아 절벽에서 떨어지는 형벌에 처하게 된다. 이솝이 노예이던 시절 그의 지혜에 매료되었던 한 관료가 그를 구하기 위해 이솝은 다른 사람의 노예이므로 그를 죽이기 위해서는 주인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말해 그를 구해내려고 하지만, 이솝은 자신은 남에 의해 생사가 결정되는 노예가 아니라 자유인으로서 자신의 의지로 죽음을 결정하고 싶다면서 절벽에서 뛰어내린다. 즉 “자유”를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셈이다. 물론 실존 인물 여부 조차 불투명한 이솝을 미화하는 그런 이야기로 비춰질 수 도 있겠지만 “자유”의 의미와 소중함을 한번쯤 되새겨 보게 만드는 인상 깊은 대목으로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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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방울 2012-07-18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피터 히스토리아를 출판한 교육공동체 나다는 인문학으로 청소년들을 만나오던 단체랍니다. 이번 7월 30일 부터 단행본이 나오고 처음으로 피터 히스토리아를 교재로 하는 10강의 서양사 강의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피터를 재밌게 읽고나서 더 이야기를 해나가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으셨거나, 청소년을 위한 역사수업이 늘 연도를 외우고 옛날 이야기로만 끝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신다면, 이번 교육공동체 나다 여름특강에 오셔서 피터히스토리아와 함께 서양사를 살펴보는 게 어떨까요? 주변에 홍보도 살짝 부탁드려볼께요 :)
자세한 설명은 http://nada.jinbo.net 나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해주세요~
 
No Pain Grammar - 딱! 미국 중고등학생만큼만
레베카 앨리엇 지음, 한민정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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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과 학교에서 아이들- 주로 초·중학생 - 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아내의 말을 들어보면 요즈음 아이들은 영어로 말하고 듣는 것은 원어민에 가까울 정도로 놀라운 실력들을 가지고 있지만 어휘(語彙)와 문법(文法) 실력은 수준 미달인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특히 문법은 아이들이 가장 두려워한다고 할 정도로 참 어려워한다고 하는데, 이번에 갓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신입사원에게 물어봐도 중고등학교 시절 영어 문법 공부를 가장 싫어했고 그나마 문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던 것도 대학 들어와서 였다니 - 이 말은 대학입학시험에 문법 공부가 별반 소용없다는 말과 같은 뜻일 것이다 - 문법과 독해에만 집중했던, 즉 눈으로 “보는” 영어 공부만 했던 우리 때나 말하고 듣는 데만 집중하는 지금이나 영어 공부에 있어서 뭔가 잘못된 것은 마찬가지인가 보다. 언어란 것이 “말하기(Speaking), 듣기(Listening), 읽기(Reading), 쓰기(Writing)” 이 네 가지 중 어느 하나 소홀함 없이 제대로 공부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고, 특히 독해(讀解,Reading)와 작문(作文, Writing) 공부에 있어서 “문법(文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相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 아이들에게 어려움을 넘어서 고통스럽기까지 하다는 “문법”을 좀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그런 책은 없을까? 시중에 문법 관련 참고서들이 수도 없이 많아 어느 하나를 추천하기가 정말 어렵겠지만 그중 실제 미국 중고등학생이 공부하는 실용 문법서라는 <NO PAIN GRAMMAR(레베카 앨리엇 지음/북폴리오/2011년 8월)>를 눈여겨 볼 만 할 것 같다. 제목부터가 “고통 없는”(원제가 Painless Grammar이다) 문법 공부라니 말이다.

출판사 소개글을 보니 이 책을 펴낸 “Barron’s”는 각 분야 기본 교육서 제작사로서의 명성이 높은 미국 최대의 교육 그룹이라고 한다. 특히 이 책의 기본서라 할 수 있는 <Painless Grammar> 는 2006년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아마존 학습자료 분야에서는 1위, 영문법 분야에서는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초장기 베스트셀러라고 하며, 실제로 미국 중고등학교에서 문법 교과서로 활용되고 있는 책이라고 한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미국에서는 과연 어떤 문법 교과서로 공부할까 하는 호기심에 본문을 펼쳐 들었다.

본문은 총 6장(Chapter)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Chapter 1 영어를 구성하는 요소들”에서는 각종 문법 책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내용이자 “8품사(品詞)”로 일컬어지는 “명사, 대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접속사, 전치사, 감탄사”를 소개한다. 이어서 “Chapter 2 문장 만들기와 문장부호"에서는 8품사를 엮어서 문장으로 만드는 방법과 불완전한 문장과 완전한 문장의 차이점, 문장부호의 사용법들을 소개하고, ”Chapter 3 일치“에서는 주어와 동사, 대명사와 선행사의 일치에 대해서 공부한다. “Chapter 4 단어, 단어, 단어”에서는 단어의 올바른 사용법들에 대해 설명하고, “Chapter 5 검토하기”에서는 영작(英作)에서 주로 하는 실수인 했던 말 또 하고 어쩌고 저쩌고 길게만 늘어 쓰거나 또는 왠지 빈약하기만 하고 어딘가 부족하기만 글들을 수정하는 방법들을 설명하며, 마지막 장인 “Chapter 6 이메일 쓰기"에서는 이메일과 웹에서의 올바른 영작법에 대해 공부한다. 책에는 틀린 사례와 올바른 사례를 각각 예제들을 들어 쉽게 설명하고, 각 소단위 학습이 끝나면 ”머리 굴리기 SET" 이라는 연습 문제를 배치하여 복습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책에서 가장 재미 - 라기 보다는 가장 유의 깊게 본 대목이 정확한 표현이겠다 - 있게 읽은 부문은 단어 용법을 설명하는, 학창시절 영어 시험 볼 때마다 가장 어렵게만 느껴졌던 올바른 단어 사용법이다. 예를 들어 “차이”를 나타내는 단어로 종종 헷갈리기 쉬운 “among"과 ”between"의 구분 사용법은 두 사람 혹은 두 개의 사물이 속해 있을 때는 “between"을, 셋 이상이 속해 있을 때는 ”among"을 사용한다. 또한 수(數)를 나타내는 단어로 쓰이지만 "amount"는 수를 셀 수 없는 “how much"의 뜻으로, number는 수를 셀 수 있는 ”how many"의 뜻으로 쓴다고 하는데, 이와 비슷한 용례로 “fewer(수를 셀 수 있을 때)”와 “less(수를 셀 수 없을 때)”를 들 수 있다. 한편 "like"는 주로 “좋아한다” 뜻으로 사용되지만 문장에 따라 “to say", “to feel", "ummmm", "very“나 ”really"의 의미로 다양하게 사용되며 또한 동사 뿐만 아니라 명사,. 전치사, 형용사, 부사, 접속사, 전치사 등으로도 다양하게 쓰인다며 쉬운 예문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책은 참 쉽고 재미있게 영문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영어 공부를 놓은 지가 십 수년 - 대학시절 취업 준비를 위해 토플(TOFLE) 공부하고는 그 뒤로는 제대로 영어책을 잡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요새는 회사에서도 승진 시험으로 “토익(TOEIC)"이나 회화 시험을 많이 본다고 하는데 운(?) 좋게도 지금 다니는 회사는 영어를 승진 과목으로 택하고 있지 않다 - 이 되었고, 특히 문법은 가물가물 -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진 않지만 가정법 과거에서 Be 동사는 인칭에 상관없이 ”were"를 쓴다는 것은 분명 학창 시절에 공부했을 텐데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 한지라 이 책의 유용성을 올곧이 평가하기가 어려워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아내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했다. 다 읽고 난 아내가 지금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에게 소개해줘도 될 만큼 쉽게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고 원서와 함께 공부해도 좋을 것 같다고 평가하는 것을 보면 이 책 꽤나 유용한 책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이 책이 아이들의 문법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는 영어 참고서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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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 - 가디언이 심층취재한 줄리언 어산지의 모든 것
데이비드 리.루크 하딩 지음, 이종훈.이은혜 옮김, 채인택 감수 / 북폴리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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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의 호주출신 해커 “줄리언 어산지”.

그냥 사진만 보면 고생이라고는 하나도 해보지 않은 어디 부잣집 도련님처럼 말쑥하게 생겨 총이라고는 잡아보지 못했을 것만 같은, 어디 위험한 구석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런 남자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 이 남자가 요새 뉴스에서 가장 큰 핫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미국 정부의 외교 전문 25만 건이 공개되는, 미국 입장에서는 가히 재앙이라고 불릴만한 사상 초유의 사태를 불러 일으켜 전 세계를 경악케 했던 해커 그룹 “위키리크스(Wikileaks)”를 이끈 장본인이자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의 음험한 비밀 작전에 의해 사망한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꼽힐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보니 그에 관한 책들이 봇물 터지듯이 출간되고 있는데, 그간의 책들이 줄리언 어산지를 수십년 동안 세계를 지배해온 미국의 음험하기 짝이 없는 세계 지배 전략을 낱낱이 까발린 “영웅”으로 부각시키거나 또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오사마 빈 라덴”과 맞먹는, 아니 그 이상으로 위험한 테러리스트 쯤으로 몰아가는 흥미 위주의 책이었다면 이번에 출간한 <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 (데이비드 리, 루크 하딩 공저/원제 Wikileaks/북폴리오/2011년 8월)>은 영국의 공신력 있는 대표적 일간지이자 “위키리크스”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가디언(The Guardian)"지가 줄리언 어산지와 위키리크스가 벌여온 일련의 폭로 과정을 심층 취재하여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에서 담아낸 작품이란 점에서 그간의 작품들과는 차별성을 보여주는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첫머리인 “감수의 글(채인택)”과 “서문(앨런 러스브리저)”에서는 줄리언 어산지와 위키리크스가 그동안 해왔던 일련의 폭로 과정들을 우리에게 설명한다. 감수자인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부 부장은 이 책은 어산지와 처음 접촉하고 전 세계에 비밀을 폭로할 계획을 함께 세웠던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기자들이 썼기 때문에 어산지와 위키리크스가 어떻게 하나의 세포에서 하나의 개체로 성장했는지를 가장 객관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위키리크스의 은밀한 내부에 대한 가장 과감한 리크스(유출)이라고 평가한다. <가디언> 편집국장인 ‘앨런 러스브리저“는 이 책은 무명의 한 해커에서 갑자기 세계적 유명 인사로 떠오른, 새로운 미디어의 메시아로, 또는 사이버 테러리스트에 불과한 양면성을 지닌 인물이자 어느날 갑자기 미국의 제 1 순위 ’공공의 적‘으로 등장한 줄리언 어산지란 인물에 곤한 이야기라고 밝히며, 그가 케냐의 나이로비를 떠나 위키리크스의 규모와 잠재력을 키우려는 야망을 세워나가고 뉴스의 핵(核)으로 급부상한 2010년까지 어산지의 폭로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가디언> 지의 일련의 역할들을 먼저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먼저 책에서 소개된 줄리언 어산지의 약력에 대해 잠깐 언급해보자. 줄리언 어산지는 1971년 7월 3일, 호주 북부 퀸즐랜드 주 타운즈빌에서 태어나 연극을 각색하고 연출했던 의붓아버지와 분장, 의상, 무대 디자인을 담당하며 인형극 공연자로 활동하기도 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고 한다. 이런 가정환경이 그를 변신 전문가, 즉 헤어스타일을 자유자재로 바꾸고 영국 시골 신사 또는 아이슬란드 어부나 노부인 등 다양한 옷차림으로 나타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의붓아버지가 사이비 종교 집단에 속하면서 어산지의 의붓 동생을 두고 이혼소송과 양육권 다툼을 벌였던 어산지 가족은 이혼 재판이 끝난 다음에도 의붓 아버지가 계속 쫓아다니는 바람에 이리저리 도망다녀야 했다고 하는데, 이런 피신 생활은 2010년 위키리크스의 폭로 자료 때문에 미국 첩보 기관의 추적으로 다신 한번 되풀이하게 된다. 열 서너 살쯤 되었을 때 8비트 가정용 컴퓨터를 처음 다루게 된 그는 과학에 대한 흥미가 점점 커지면서 여러 도서관을 돌아다녔고, 곧이어 해킹을 접했으며, 열일곱 살 무렵에는 경찰이 집을 급습할지도 모른다며 불안해했다고 한다. 열 여덟살 되던 해 여자 친구가 임신을 하자 결혼했지만 불안증세가 점점 심해지고 경찰이 마침내 불법 해커 동아리를 압박해오자 아내는 20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떠났고, 이무렵 우울증으로 한동안 입원했던 어산지는 인간관계란 분명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여기게 되고 컴퓨터 작업의 “엄격성”에 매료되면서 본격적인 해커의 길에 나서게 된다. 1991년 무렵 아마도 호주에서 손꼽히는 해커였을 어산지는 여러 공공기관과 통신 업체, 심지어 미군 비밀방위 데이터 네트워크(MILNET)까지 해킹할 정도로 명성을 날렸고, 1994년 호주 연방 경찰에 의해 기소되어, 1996년 재판에 회부된다.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비교적 관대한 처분이 내려졌던 어산지는 무보수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게 되는데, 이때 다양한 인권운동가들과 만나 전세계 인권 유린 사태를 접하게 되고, 훗날 오픈 소스 운동으로 알려진 활동의 하나로 몇몇 무료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설계했다고 한다. 1999년 초반 그는 누설자들의 웹사이트라는 게념을 제시하고 마침내 위키리크스라는 도메인을 등록했다. 

그저 평범한 해커에 불과했던 어산지를 일약 유명인으로 만든 첫 사건은 무엇일까? 바로 어산지 지난 2010년 4월 “부수적 살인(Collateral Murder)"이라는 제목으로 공개한 38분짜리 비디오 파일일 것이다. 2007년 이라크에서 <로이터통신> 소속 현지 기자와 주민들이 미군 헬기의 오인공격으로 숨지는 장면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던 이 영상에는 무장 헬리콥터가 여기저기 무리지어 있는 사람들에게 기관포를 발사해 흙먼지가 구름처럼 솟아오르는 가운데 몇몇이 쓰러져 죽어가는 장면과 이 살육 현장에서 벗어나려는 부상자와 그를 구하려는 운전사를 또다시 기관포를 발사하는 끔찍한 장면과 함께 ”전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게 잘못이지“라는 헬기 조장사의 육성이 담겨 있는 영상이었다. 그러나 그런 끔찍한 장면임에도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파문이 미약하자 2010년 6월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일지“ 7만 6,900 건의 미공개 문서들을 공개하면서 어산지는 드디어 ”미국의 공적 1호“가 되고, 2010년 10월에는 ”이라크 전쟁일지“를, 11월에는 ”미국 국방부의 외교 전문“을 공개하기에 이르게 되고 어산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에까지 오르게 된다 - 그러나 2010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에는 압도적인 차로 네티즌 선정 1위로 선정되지만 아깝게도(?)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주커버“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3위에 오르는 데 그치고 만다 -. 책에는 이처럼 어산지와 위키리크스의 탄생에서 역사상 유례가 없는 최대 폭로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에 대한 소개와 함께 처음 그저 폭로를 일삼는 ”악동“ 수준에 머물렀던 그가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가디언>지와 같은 주류 언론 매체들과 손잡으면서 자신이 제보받아 유력언론에 제공한 온갖 전쟁 관련 정보와 외교 비밀 문서에 대한 분류, 확인작업, 중요도 결정, 보도 시기까지 언론에 위임하게 되고, 자신은 정보들에 대한 평가를 회피하고 ”위대한 폭로자“로 거듭나게 된 배경들을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미국 외교 비밀 문서 내용 중에는 우리나라에 대한 언급(P.346~347, 그리고 부록 “미국 외교 대사관 전문” 중 P.416~P.419) - 정확히는 북한 - 도 포함되어 있는데, 젊은 세대의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이 더 이상 북한을 유용하거나 믿을 만한 동맹국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또한 한국이 중국에 적대적이지 않는 한 남한이 통치하는 통일한국과 사이좋게 지낼 것이며 미국과 ‘우호적 동맹관계’를 맺을 것이라는, 요컨대 중국은 골칫거리인 이웃나라 북한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는 대목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 소개하고 있진 않지만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들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미 대사관의 평가도 유명한데,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다혈질(hot-tempered)에 대부분의 정책적 이슈들에 대해 상당히 제한적인 지식과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정치적 인물로 외교 정책의 모든 측면에서 능숙했다고 평가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졸 학력으로 국제 무대에서는 신참이지만 확고한 신념과 견해를 가진 것으로 묘사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반기문 총장은 서로 다른 성향의 대통령 모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각 대통령의 집권 시절 고속으로 승진했다고 설명했고, 또한 “한국 엘리트 교육의 산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영웅”인가 아니면 위험하기 그지없는 “테러리스트”일까? 이 책은 그런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다만 마지막 페이지에서 이탈리아의 잡지 <롤링스톤>이 그를 데이비드 보위 같은 전설적인 인물로 그리면서 내린 평가로 대신한다.

“(웹에서부터) 지상으로 내려온 남자.... 사이버펑크로 행세하며 메가톤급 폭발력으로 지구상의 권력자들을 위험에 처하게 한 장본인!....올해의 록스타!”(P.399)

그동안 여러 신문들의 기사와 방송 보도 프로그램들, 그리고 몇 몇 책들을 통해서 접해보긴 했지만 이렇게 “줄리언 어산지”와 “위키리크스”의 탄생에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한쪽으로 편항되지 않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세하게 묘사한 책을 읽게 되니 조금이나마 그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유익한 책이었다. 앞으로도 그가 부디 21세기에도 세계에 대한 지배력을 잃지 않으려고 온갖 음모들을 획책하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추악한 실체를 온 세상에 드러내주기를, 그래서 우리에게 “진실”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온전히 밝혀 주기를. 그런 그의 폭로가 계속되어 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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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시작된 날 투모로우 Tomorrow 1
존 마스든 지음, 최소영 옮김 / 솔출판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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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Australia)는 GDP 기준으로 13번째 경제 대국(2010년 기준, 한국은 15위)이지만 군사력 면에 있어서는 세계 24위(www.globalfirepower.com 2011년 기준, 핵무기 등 대량 살상 무기 제외. 한국은 7위에 랭크되어 있다)로 중위권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아무래도 군사력 수위를 다투는 세계 군사 대국들이 모두 북반구(北半球)에 몰려 있어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호주로서는 “전쟁”이란 단어와 결코 무관한 그런 나라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국토의 면적이 남한의 77배에 이를 정도 - 그럼에도 인구는 남한의 반이 채 못미치는 2천만 명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 광활한 면적에 천연자원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원 대국이다 보니 탐내볼 만한 그런 곳임에는 분명한데, 실제로 1942년 2월 19일 일본이 호주의 다윈시를 폭격해 200 여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고 하며 - “오스트레일리아의 진주만 사태”라고 불리우며 “휴 잭맨”,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 “오스트레일리아(2008)”가 바로 이 폭격을 소재로 하고 있다 - , 열도 침몰이라는 비극적인 재앙을 맞은 일본이 생존을 위해 호주를 침공한다는 가상 소설들이 있는 것을 보면 호주에게 있어서 전쟁이 결코 남의 얘기만은 아닌 것 같다. 호주의 국민작가라는 “존 마스든”의 <Tommorrow 시리즈 1,2>는 바로 이처럼 호주가 자원을 노리는 정체불명의 이웃국가에 전격 침략을 당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일종의 “가상역사소설”로 호주에서 250만 권 이상이 팔렸고, 3부작짜리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있을 정도로 크게 인기를 끈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총 7권의 시리즈 중 이번에 동시 출간된 1권 <전쟁이 시작된 날(원제 When the war began/솔/2011년 7월)>과 2권 <악몽의 밤(원제 The deaf of night/솔/2011년 7월)>을 읽게 되었다. 우리와는 낯선 풍경과 장소에서 8명의 청소년들이 벌이는 전쟁 이야기가 꽤나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얼마 앞두고 맞은 크리스마스 방학 기간 중 “엘리”는 친구들 몇몇과 마을 근처 산인 마틴 산 산등성이 너머에 있는 “헬”이라는 가마솥 모양의 지대로 캠핑을 가기로 계획한다. 어렵사리 부모님들의 허락을 얻어낸 엘리와 여섯 명의 친구들은 헬 분지와 사탄 계단 아래의 공터에서 즐거운 캠핑 시간을 보내는데, 그러던 어느날 밤 수백 대의 제트기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을 목격하고 왠지 모르게 불안감을 느낀다. 며칠 후 다시 마을로 돌아오던 엘리 일행은 저멀리 들판에 드문드문 여섯 군데 불이 난 것을 목격하고 며칠 전 목격한 제트기를 떠올리며 불길한 기분을 느낀다. 마을에 도착해보니 여기저기 나뒹굴어져 죽어 있는 개들과 가축들의 시체와 어른들 또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텅빈 집들만이 그들을 반기고 있었다. 전기가 나가 버려 텔레비전, 라디오 뿐만 아니라 전화까지 불통되어 버린 마을, 아이들은 패를 나누어 마을 탐색에 나서는 데 마을 곳곳을 순찰하는 낯선 제복의 군인들을 발견하고는 자신들이 마을을 떠나 있던 동안 정체를 알 수 없는 국가의 침략을 받아 자신들의 국가가 점령당했음을 깨닫게 된다. 부모가 여행가는 바람에 마을에 남아있던 친구 “크리스”와 합류하여 총 8명이 된 엘리 일행은 잔디 깎는 기계를 휘발유로 폭발시켜 군인들을 해치고는 그들이 캠핑했던 “헬”에 다시 모이게 된다. 그리고 “헬”을 그들의 은신처로 삼고 마을 어른들의 생사를 수소문하는 한편 점령군들을 공격하기로 계획한다. 아직 성년식도 치르지 않은 8명의 남녀 청소년들은 정체불명의 적군과 맞써 자신들의 가족과 조국을 지키기 위해 게릴라 전투에 나선 것이다. 어른들이 마을 행사장에 갖혀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된 엘리 일행들은 점령군 수송로로 이용되는 마을의 낡은 다리를 폭파시키기로 계획을 세운다. 우여곡절 끝에 유조차를 다리 밑에 쑤셔 박아 다리를 폭발시키는 큰 전과를 세우지만 그만 친구 하나가 등에 총을 맞아 의식을 잃는 큰 부상을 당하게 된다. 결국 그 친구와 남자 친구는 점령군이 운영하는 병원으로 향하게 되고, 엘리 일행은 이제 여섯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여름 더위가 끝나고 가을로 접어들 무렵, 두 친구가 빠져나가면서 게릴라전 활동은 소강상태에 머물게 된다. 병원에 입원한 친구들이 무사한지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 잠입하게 된 엘리 일행은 그곳에서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친구의 생사와 함께 마을 어른들이 수용소에서 큰 고초를 겪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또한 점령군에 동조해 앞잡이질을 하는 어른들도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다시 헬 분지로 돌아온 그들은 다른 지역 사람들을 찾아보기 위해 헬 분지 개울을 건너게 된다. 빽빽한 덤불숲을 지나 드디어 “하비의 영웅들”이라는 게릴라 부대를 창설하여 캠프를 운영 중인 인근 지역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청소년들이었던 자신들과는 달리 남녀 어른들과 아이들로 이뤄진 소규모 마을을 이루고 사는 그들을 이끌고 있는 하비 소령은 엘리 일행을 자신의 부대에 합류하라고 명령한다. 부대 생활을 하던 엘리 일행은 하비의 영웅들의 게릴라 작전에 투입되는데 그들이 비어 있거나 폐기 처분된 탱크나 트럭을 공격하고 전과로 삼는 얼치기 군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때 함정을 파고 있던 점령군의 공격이 시작되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엘리 일행은 하비의 영웅들 기지로 돌아오지만 이미 기지 또한 적군에 의해 초토화되어 버리고, 엘리 일행은 다시 헬 캠프로 돌아오게 된다. 라디오에서는 남쪽 지방을 탈환하고 미국 또한 이 전쟁에 간접적인 개입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뉴스를 보내고 있지만 아직도 엘리 일행의 마을에는 전혀 그런 기미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점령국의 이주민들이 마을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심지어 하비의 영웅들을 이끌던 하비 소령은 점령군에 빌붙어 앞잡이 노릇을 하게 되고, 엘리 일행의 전쟁은 갈수록 힘겨워지기만 한다. 과연 그들은 자신들의 마을을 되찾고 평화를 얻을 수 있을까?

즐거운 캠핑을 마치고 돌아온 마을, 집들은 텅텅 비어 버리고 가족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황당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 8명의 소년 소녀들이 자신의 마을을 침범한 적군들에 써 전쟁을 벌인다는 이 소설은 전쟁은 일종의 설정일 뿐 일종의 성장 소설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평화로운 일상이 어느날 갑자기 깨어 버리자 일순 당황하긴 하지만 아이들은 그저 그 상황에 피동적으로 휩쓸려 가는 게 아니라 적군에게 게릴라전을 불사할 정도로 능동적인 대응에 나서게 된다. 아직은 철이 없기만 한 그들이 그렇게까지 전쟁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허울 뿐인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아닌 바로 자신들의 소중한 가족과 친구, 즉 평범하고 지루하기까지 했지만 잃고 나니 그 어느 것보다 소중했던 자신들의 “일상”이 주는 행복을 되찾고 싶어 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은 위험천만한 전쟁을 몸소 수행하면서 스스로 조금씩 변해간다. 학교에서 장난만 일삼던 말썽꾸러기는 멋진 통솔력과 추진력을 발휘하여 아이들을 이끌어 나가고, 얌전하기만 한 소녀는 그 누구보다도 정찰에 적극적이고 폭발에 열광하는 모습으로 변해버렸으며, 총을 맞은 자신의 여자 친구를 살려내기 위해 적군의 병원에 자진으로 걸어 들어가 모진 고초를 당하기도 하고, 이런 상황이 견디기가 힘들었는지 한 친구는 입에 술을 달고 살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서로 다른 각각의 방식으로 그들만의 전쟁을 힘겹게 치러내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은 전쟁 전의 철없던 아이들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소중함과 사랑을 깨닫게 되는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동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작품을 썼다는 작가는 자신의 경력을 십분 살려 이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話者)이기도 한 “엘리”의 눈높이와 시각에 맞춰 아이들의 심리 묘사와 성장 과정을 세심하게 묘사하고 있다. 

아이들이 전쟁을 치르면서 성장하는 과정이 재미있긴 하지만 물론 이 책에서처럼 아이들이 그렇게 쉽게 게릴라전을 펼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긴 하다. 잔디 깎는 기계를 휘발유로 폭탄처럼 폭발시키거나 이제 겨우 임시 면허를 딴 소녀가 유조차나 불도저를 손쉽게 몰지 않나, 적군이 점령하고 있는 도심을 자유자재로 드나들면서 염탐하고, 별다른 거리낌 없이 부상당한 적군의 머리에 총을 쏘는 장면, 그리고 겨우 여덟 명 밖에 되지 않은 소년 소녀들에게 어이없게 테러를 당하는 장면 들은 사실성과는 거리가 먼 그런 설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전쟁의 사실성을 강조한 “전쟁 소설”이 아니라 그런 전쟁 속에서 성장해가는 청춘들의 성장을 그린 “성장 소설”이라고 한다면 몇 가지 현실성이 떨어지는 설정들은 눈감아 줘도 되지 않을까?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강렬한 몰입감과 멋진 재미를 주는 소설은 아니지만 한 권 한 권 읽다 보니 과연 앞으로 계속될 시리즈에서 아이들의 “전쟁”과 “사랑”이 어떻게 결말을 맺을지 저절로 궁금하게 만드는 재미있었던 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어서 후속권들이 출간되어서 아이들 전쟁의 결과를 하루 빨리 읽어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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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포트 피크닉
김민서 지음 / 노블마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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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空港). 여행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기도 한 이 곳에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공항문에 들어서고 또는 나서기도 한다. 어떤 이는 벼르고 별러왔던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어떤 이는 미지의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서로 다른 이유로 가슴 뛰는 흥분과 불안감을 느낄 수 있을테고, 또는 오랫동안 헤어진 연인들의 반가운 만남의 장소로도, 기약 없는 이별의 장소로도 저마다의 사연들에 따라 기쁨과 슬픔의 장소가 될 공항에는 그래서 수많은 사연들이 함께 공존하는 그런 장소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사연들은 비행기 출발과 도착 시간에 맞춰 잠시 동안만 공항에 머무를 뿐 또 다른 곳으로 사라져 버리고, 그렇게 사라진 자리에 금세 또 다른 사연들이 채워지곤 한다. 이처럼 잠시 잠깐 머무르게 되는 사연들이 천재지변으로 인해 다른 곳으로 떠나지 못하고 일주일 가까이 공항에 머무르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지게 될까? 김민서의 <에어포트 피크닉(노블마인/2011년 7월)>은 바로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사람들이 일주일 넘게 공항에 머무르며 일어나게 되는 “피크닉” 같은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2010년 4월 14일, 아이슬란드 화산이 189 년만에 폭발한다. 초속 300 미터로 분출되는 화산재가 11킬로미터 상공까지 치솟아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유럽 전역 항공기들이 이착륙이 금지되는 사상 초유의 항공 대란이 발생한다. 우리나라 인천국제공항에서도 4월 15일 본격적인 유럽행 항공기 지연 사태가 발생했고, 유럽행 항공기를 기다리던 외국인 수백 명이 운항 재개 소식을 기다리며 인천공항에 짐을 풀었다. 이 책은 4월 15일부터 4월 22일까지 일주일 간 공항에서 숙식을 하며 항공기 운항 재개를 기다리는 외국인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책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먼저 어릴적 영국으로 입양되어 청년이 되어 고국인 한국으로 여행 온 “제임스”, 미국 최초의 여자 한인 은행장으로 누구보다도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지만 어릴 적 입양 보낸 자신의 아들 나이 또래의 제임스가 계속 눈에 밟혀 그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는 “엘리자베스 김”, 한국전 참전용사였지만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가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60년 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은, 자신은 노인이 아닌 전사라고 고집스럽게 강조하는 “해리 게이먼”, 프랑스 괴수 영화 감독으로 명성을 날렸지만 최근 만든 영화가 흥행에 대참패하면서 빈털터리가 되어 버린 “기욤 그린”과 눈이 번쩍 띄일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가슴속에는 첫 결혼의 쓰디쓴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그의 아내 “헤더 그린”, 그리고 아빠에게 퉁명스럽기만 한, 사실은 애인과의 헤어짐 때문에 남몰래 눈물 흘리는 그의 딸 “줄리엣 그린”, 어렵사리 샤넬 모델 제의를 받았지만 항공 대란으로 중간 기착지인 인천공항에 발이 묶여 버린 호주 출신 모델 “크리스티나”, 기욤을 한눈에 알아보고 귀찮을 정도로 그에게 찰싹 붙어 이것저것 질문해대는 영화지망생 “톰”, 그리고 공항 직원으로 이들을 보살펴야 하는, 3년 전에 죽은 자신의 일란성 쌍둥이 언니를 잃은 슬픔 때문에 괴로워하는 “호주”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그들이 함께 한 일주일은 단지 비행기 연착에 따른 기다림만의 지루한 시간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을 한번 씩 돌아보고, 서로 화해하고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그런 소중한 시간이 된다. 그래서 일주일후 공항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했던 그들은 유쾌하고 즐거운, 그러면서도 따뜻하고 감동적이었던 한바탕 “소풍(피크닉)”의 추억을 저마다 간직하고 새로운 “여행”을 위해 공항문을 나서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 앞표지에 있는 작가의 프로필을 여러 번 들춰 보게 되었다. 1985년생, 이제 서른도 채 되지 않은 “젊은” 작가가 이토록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따뜻한 시선을 간직하고 있다니 놀라움과 감탄이 절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상실감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그런 인물들이다. 그런데 그런 사연들이 작위적이거나 과장되지 않은, 실제로 일주일간 공항에 머무르며 그곳의 외국인들을 하나하나 직접 인터뷰해서 담아낸 것 같이 느껴질 정도로 꽤나 사실적이게까지 느껴졌고, 전혀 치유될 것 같지 않은 그들의 상처들이 일주일간 함께 머무르면서 서로 보듬어주고 치유되는 과정 또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운항재개 하루 전 날 제임스와 호주가 데이트하는 장면, 즉 그 둘의 데이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옷을 사 입히고, 뮤지컬 공연 관람을 추천하는 등 “작전”을 꾸미고, 그들의 데이트를 숨어서 지켜보면서 쉽게 가까워지지 못하는 둘의 모습에 안타까워 탄식을 터뜨리기도 하고, 때로는 환호하기도 하는 장면에서는 입가에 절로 웃음 짓게 만드는 유쾌하고 흐뭇한 장면이었고, 어쩌면 하루 후면 다시 만나기를 기약할 수 없는, 어떤 것도 자세하고 분명히 약속하진 않은 “슬픈” 사랑으로 끝날 수 도 있겠지만 그것이 끝을 예감해서가 아니라 일단 믿기 시작하면 그 다음은 어렵지 않은, 그저 함께할 최적의 시간을 기다리면 그만이라는 그들의 믿음이 꼭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 절로 들게 하는 인상적인 대목이었다.

작가는 이처럼 모두가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채 떠나고 돌아오는 공항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공항이란 곧 떠나고 돌아오는 곳, 일상을 함축적으로 담은 캔버스다. 특수한 공간에서도 계속되는 보편적인 삶. 사람들은 그 보편적인 삶을 무기로 하루하루 외로움과 맞서 싸우고 있다. 이것은 고요한 일상이자 치열한 전투다. 그리고 그 안에, 진짜 이야기가 있었다. -P.316

떠나고 돌아오는 특수한 공간이지만 그곳에서도 보편적인 삶, 즉 일상은 계속되며 그 안에 진짜 이야기가 있다고 말이다. 작가는 그곳에서 누구나 하나씩 간직하고 있을 일상을 끄집어 내어 우리들에게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일상은 무엇일까?

일상, 시간을 내어 들여다보기엔 한없이 지루해 보이는 풍경, 일상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인식되는 순간에야 그 형태와 의미를 갖는다. (중략). 곧 떠날 사람들, 기다릴 사람들, 기다림에 자신 없는 사람들, 불안한 사람들, 헤어짐 앞에서 믿음을 맹세하는 사람들, 이제까지의 삶과 작별하고 곧 새로운 삶에 익숙해져야만 하는 사람들......바로 인생. - P..316
 

지루해보이기만 하는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게 인식되는 순간 그 형태와 의미를 갖게 되는 “특별함”, 즉 “인생”이 되어버린다는 위의 말처럼 작가는 그런 특별한 인생을 가진 저마다의 이야기의 감동을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공항”이라는 무대를 통해서 우리에게 선보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쉽게 눈을 떼지 못하고 내쳐 읽게 만드는 재미와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잔잔한 감동을 함께 맛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그녀의 삶(人生)에 대한 따뜻한 성찰과 사랑을 담아내는 후속작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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