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MB
변상욱 지음 / 한언출판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CBS 변상욱 대기자의 <굿바이 MB; MB 4년에 대한 直言(한언/2012년 3월)>은 읽기는 진작에 읽었는데 서평(書評)을 계속 미뤄왔었다. 바로 어제 있었던 “19대 총선(總選)” 결과를 지켜보고 나서 쓰려고 했기 때문이다. 투표 결과에 따라 서평 시작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고민했었는데, 결국 결과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기에 무용지물이 되고야 말았다. 흥이 나는 결과였다면 일사천리로 써내려갔을 텐데 결국 맥이 빠져 버려 아무래도 이 감상, 주저리주저리 횡설수설로 끝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작가는 서문에서 자신이 붙잡고 살아온 것은 “저널리즘(Journalism)"과 “영성(靈性)” 두 가지였다고 밝힌다. 언뜻 보면 서로 상반된 것 같은데 작가는 저널리즘은 예리하게 파헤치고 엄정히 비판해야 하지만 영성은 너그러이 살피고 품어야 하며, 저널리즘은 똑똑해야겠지만 영성은 어리석어야 한다고 말한다. 두 가지 모두를 가지고 있다 보니 둘 사이에서 혼란스럽기만 하고, 세상에 대해 자신 있게 이야기하지 못함을 고백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기자로서 세상의 부조리와 불의에 대해 냉철한 비판 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비록 그런 세상이지만 가슴으로는 한없이 사랑하고 있다는 자기 고백 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바로 대학 시절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라는 말과 같은 의미로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 지난 4년 동안의 MB 정권의 실정(失政)을 낱낱이 파헤치고 고발하면서도 갈수록 퇴보하는 현 시대 상황 - 작가는 현 정권이 지난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르는 데 빗대어 MB 정권을 “망가진 5년”이라고 부른다 - 에 대한 안타까움이 책 곳곳에서 묻어난다.

 

책은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MB 정부 4년 동안 써내려갔던 글”들과 “지금의 자리에서 돌아보고 내다본 글”을 엮어낸 것이다. 책의 첫 시작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난 직후, 롯데 호텔에서 열리는 고려대학교 교우회 주최 정치 토론회에 패널로 참가하여 MB와 첫 만남하게 된 장면부터 시작한다. 이명박 후보가 들르리라 예상도 못하고, 이명박 후보를 위해 준비한 자리라는 것조차 예상치 못했기에 자신의 발표가 지금 생각하면 코미디 내지는 엉뚱 개그 수준이었다고 말하는 작가는 당시 자신이 발표했던 내용을 소개한다. 새 대통령이 가져야 할 정책적 지향 중에 꼭 지적하고 싶은 것은 노무현 정부 정책의 인수와 계승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고, 초대형 정책이나 사업의 예로 한미 FTA는 국가의 자주권과 자유 시장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며, 국민을 납득시키고 준비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한미 FTA 체결 이후 예상되는 각 분야별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분야들을 연계해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대북 관계도 ‘퍼주기’, ‘햇볕’의 논쟁을 넘어 남북 연대와 공조의 단계로, 정치 통합은 권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될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여야, 관료, 시민 세력을 묶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검찰, 국정원, 국세청처럼 대통령 권한 남용의 비난을 사기 쉬운 조직은 독립성을 보장해 대통령으로부터 떼어놓아야 하고 비서실과 비선 참모조직에 측근이 아닌 국가의 비전을 제시할 참신한 인재를 기용하는 민주적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어쩌면 정치 교과서 제일 첫 페이지에 나올 정도로 지극히 “당연(當然)”한 이야기들인데 4년이 지난 작금의 현실과 비교해본다면 “발표했던 내용 중에 제대로 먹힌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작가의 주장에 부정 접두사를 일일이 붙이거나 거꾸로 읽으면 - 예를 들어 대북관계는 남북연대와 공조가 아니라 퍼주기, 햇볕의 논쟁에 매달리면 으로 - 바로 지금 현실을 그대로 설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이 책이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에 대한 참회록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이런 MB와의 강렬한(?) 첫 만남 - 작가는 부끄러워하고 있지만 - 이후 책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인수위원회 시절과 고소영, 강부자로 지칭되던 정부 출범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2008년 여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촛불 정국, 방통위를 통한 언론 장악, 어쩌면 이 정권 들어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용산 참사, 쌍용차와 유성기업, 한진중공업 사태, 용역 직원들의 불법적이고 폭력적 난입으로 공분(公憤)을 샀던 카페 마리와 구룡 마을 철거 사건, 임기 내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금보다 미래가 더 걱정인 4대강 공사와 한미 FTA 비준, 끊이지 않고 터지는 측근 비리와 낙하산 인선, 반값 등록금과 무상급식으로 대변되는 복지 포퓰리즘 논쟁 등 지난 4년간의 MB 치적(治積)을 꼼꼼히 다룬다. 이미 각종 언론이나 서적들을 통해 많이 읽어본 내용이지만 이런 일들이 지난 4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모두 다 일어났던 일이었다니 새삼 놀라게 만드는 정말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났던 그런 기간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류의 정치 서적들의 공통된 결론처럼 작가는 “깨어 있는 시민”이 되기를 주문한다. 언젠가는 바뀌겠지 하고 뒤로 물러서지 말고 국민의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 현장으로 가서 정직한 한 표를 행사하라고 당부한다. 즉 정치사회 구조를 바꾸고 경제체제의 불공정함을 깨뜨려 공정한 사회로 변화하는 주체가 바로 우리들, 국민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 작가의 절절한 믿음과 당부는 다음 두 글귀에 잘 드러난다.

 

이 나라에서 우리는 주인인가? 얼마만큼 주인인가? 우리가 꿈꾸던 사회는 얼마만큼 가까워지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 그저 여의도를 향해 핏대만 세우며 하릴없이 원망만 늘어놓고 실천은 용감하지 못한 정치적 소시민은 아닌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우리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채 선거를 치르고 민주주의를 꾸려간다면 그 민주주의는 분명 ‘민중 없는 민주주의’일 것이다. 그것은 99%가 꿈꾸고 기다리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그저 정치이념이 아니다. 우리가 누리는 삶이고 문화이고 아이들이고 자연이다. 국민이 깨어 주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최대의 혁명이다.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이나 개혁적인 제도들을 도입하는 것은 지속되지 못하고 힘도 약하다. 그것을 넘어서는 개혁은 국민이 깨어나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이 너무 “일찍” 나온 것은 아닌가 싶었다. 400 페이지가 넘는 만만치 않은 분량을 할애해서 지난 MB 4년을 꼼꼼히 기록했지만 아직도 남은 기간이 8개월도 넘게 남았고, 그 기간 동안 일어날 일들을 기록하자면 아마도 100 여 페이지가 추가로 작성되고 부족할 것 같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년 이맘 때 MB의 “망가진 5년”이 끝나고 난 후 수정 증보판이 나오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에 대한 별점 평가는 당초에는 별점 다섯 만점을 주고 싶었는데 아직 "미완성"일 수 밖에 없기에 별점 하나를 빼야겠다.

 

책을 읽으면서 서평에 인용하려고 글귀들을 메모해놓았었는데 결국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말았다. 위에서 인용한 글귀도 직접 책에서 발췌하여 기록한 것이 아니고 출판사 홍보글과 다른 분의 서평에서 인용했음을 밝혀둔다. 흥이 나지 않아 억지로 쓰기 시작한 이 글, 그러다 보니 서두의 예감이 그대로 맞아 이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영 갈피를 못 잡고 흐지부지 끝마무리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다만 이 책의 많은 글귀 중 가장 인상깊었던  글귀 하나를 소개하고 마무리해야겠다. 바로 책의 마지막 글귀다. 인용하려 적어둔 그 어느 글귀보다 지금 총선이 끝나고 결과를 지켜본 지금 시점에 가장 가슴에 사무치는 그런 글귀일 것이다. 이 글귀가 계속 입에 맴돈다.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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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12.봄 - 35호
청어람M&B 편집부 엮음 / 청어람M&B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국내 유일의 추리소설 전문 잡지인 <계간 미스터리>를 지난 겨울호(34호)에 이어 봄호(35호/한국추리작가협회 저/청어람m&b/2012년 2월)로 다시 만났다. 지난 겨울호가 연초에 나오다 보니 2011년 추리소설계를 결산하는 특집 기사들이 많았다면 이번 호는 “봄”이라는 계절에 걸맞게 다양한 특집기사와 추리 꽁트, 국내 단편들, 그리고 해외 단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읽을 거리들을 만나볼 수 있어 한층 풍성해진 그런 느낌이었다.

 

책을 펼쳐 들면 첫 특집 기사로 한국 추리소설의 대부(代父) “김성종” 작가와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작년에 참 재미있게 읽은 <죽어야 사는 남자>의 저자인 “손선영” 작가가 인터뷰어로 나서는데, 우리 추리문학계의 신구(新舊)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 김성종 작가는 아직도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시니 표현이 맞지 않지만 -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 김성종 작가의 작품은 단편집들이나 단권 소설들은 여러 권 읽어봤지만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여명의 눈동자(1977)>나 <제5열(1978)>은 드라마로는 접해봤지만 소설로는 접해보지 못했다. 책이 출간된 지(초판 기준)가 벌써 30 여 년이 넘었기도 했지만 추리소설을 가장 많이 읽었던 80, 90 년대 청소년 시절만 해도 한국 추리소설은 “성인(成人)” 소설로 인식되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이번 인터뷰에는 우리 추리문학계의 현실과 발전 방향, 작가의 문학 세계, 그리고 지난 1992년 김성종 작가가 사재(私財)를 들여 개관하여 어느새 20주년을 맞이한,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추리문학 전문도서관인 “부산 추리문학관” 등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는데, 우리나라 추리 문학계의 거성(巨星)으로서의 풍모와 함께 척박하기만 한 우리 추리문학계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작가의 고뇌와 책임을 함께 엿볼 수 있는 인터뷰였다. 올해 연세가 71세이시니 고희(古稀)를 넘기셨지만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앞으로도 새로운 작품들로 계속 만나 뵙기를 바래본다.

 

김성종 작가와 함께 한국 추리소설계를 이끌어 온 “노원” 작가와 “이상우” 작가의 짤막한 추리 꽁트도 재미있지만 신인작가들이 선보이는 8편의 추리소설들은 추리소설 단편선집을 한 권 따로 읽는 것과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단편들 중에서 인상 깊은 작품이라면 <사랑보다 깊은 상처(김차애)>, <구제역 소동(김용상)>, <팔선연회투안(오현리)>, 이렇게 세 편을 꼽고 싶다. <사랑보다 깊은 상처>는 유명 남자 가수 - 책에서는 JB라는 이니셜로 나와서 누군가 싶었는데, 제목을 보니 바로 “나는 가수다”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임재범”을 모델로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가 광적인 여성 팬에게 납치되는 사건을 그렸는데, 비극적 결말이 꽤나 인상적이었고, <구제역 소동>은 구제역(口蹄疫)에 대한 음모론(陰謀論)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꽤나 설득력 있고 그럴싸하게 그려져 “과연?” 이르는 의문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 <팔선연회투안>은 중국 신선의 대모(大母)격인 서왕모(西王母)의 생일 연회에 참석한 “팔선(八仙)” - 도교(道教) 및 신화에 등장하는 8인의 신선(神仙). 종이권, 장과로, 한상자, 이철괴, 조국구, 여동빈, 남채화, 하선고 등 8 명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중국 회화(繪畫)에 단골 소재로 그려지고 있으며, 도교 소설이나 무협지 등에도 자주 등장한다(네이버 백과사전 발췌) - 들이 술 도난 사건을 지상의 명탐정들의 도움을 얻어 해결한다는 이야기인데, 여기에 등장하는 명탐정들 면면을 보면 바로 셜록 홈스, 에르큘 포와로, 형사 콜롬보, 형사 “더티” 해리, 필립 말로, 명탐정 코난 등등 가히 슈퍼 히어로 급 탐정들, 즉 미국 슈퍼 히어로들이 총출동하는 영화 <어벤저스(The Avengers, 2012)>가 곧 개봉한다는 데, 추리소설판 “어벤저스”라 불러도 좋을 만한 그런 명탐정들 리그라 할 수 있겠다. 사건 자체는 그리 대단할 것은 없지만 탐정들의 영어 이름들을 중국식으로 바꿔 부르는 것이 참 기발하고 재미있는데, 예를 들어 “셜록 홈즈”는 “사락극 곽모사”, “콜롬보” 형사는 “과륭박”, “필립 말로”는 “비리보 마락” 식으로 부른다. 실제 중국에서도 이런 식으로 부르는 지, 중국 발음과 영어 발음이 얼마나 유사한 지 절로 궁금해진다. 단편이다 보니 각 탐정들이 그저 한자리에 모였을 뿐 각자의 개성들을 충분히 살리지는 못했는데 엉뚱한 좀 더 긴 호흡과 분량으로 하나의 사건을 각자의 추리와 수사 방식대로 해결하는 소설이 나온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아마도 추리소설 마니아들에게는 <어벤저스>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을 그런 작품이 되지 않을까?

 

이번 호에서 가장 기대했던 작품은 일본 탐정소설 사상 3대 기서중 하나로 불린다는 <흑사관 살인사건> - 읽어보진 못했다 - 의 저자 “오구리 무시타로”의 단편추리소설 <실낙원 살인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 30 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짧은 분량 안에 화학, 의학, 생물학, 종교에 이르기까지 온갖 학문들을 죄다 끌어다 놓은,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 난해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이 작가 원래부터 이런가 싶어 인터넷 서점에서 <흑사관 살인사건> 서평들을 검색해 보니 “이거 추리소설 맞아?”, “머리를 쥐어뜯게 만든”, “번역자조차 난해하고 어려워하는” 등등의 문구가 보이는 것 보니 “원래”부터 그런 게 맞는 것 같다. 두 번 꼼꼼히 읽으면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고 하는 독자분도 있었지만 한 번 더 읽어도 마찬가지여서 그냥 포기하고 말았다. 추리소설 꽤나 읽어봤다고 자부하건만 영 이해가 되지 않는다니 오기(傲氣)가 생겨 아예 <흑사관 살인사건>에 도전해볼까 하는 마음도 잠시 들었지만 괜히 머리 아프기 싫어서 이내 생각을 접었다^^ 이 외에도 ‘국민참여재판’ 참관기인 <특집 2 그림자재판 참가기>, 이상우 작가와 오현리 작가의 에세이, <특별기고 영화 스토리텔링의 생존을 위한 진화(윤창업)>, <2011년 4분기 주목할 만한 추리소설(조동신)> 등 흥미롭고 다양한 읽을거리가 수록되어 있다.

 

지난번 겨울 호를 읽고서 남긴 감상처럼 “존재 하나만으로도 추리소설 마니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귀하고 소중한 잡지”라는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 봄 호 였다. 여름 호에는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할 만한 재미와 스릴을 맛볼 수 있는 특집 기사와 작품들이 소개되기를 기대해보며, 부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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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5-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5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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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악마인 “흡혈귀(吸血鬼,Vampire)”의 기원이 고대 그리스 신화의 갓난아기를 잡아먹는 괴물인 “라미아(Lamia)가 가장 오래된 원형(原形)이라고 하니, 가히 그 역사가 인간의 역사와 맞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민간 전승이나 신화로만 전해 내려오는 허구의 존재임이 분명하겠지만, 종종 실존 인물들 중에서 흡혈귀로 의심되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고 하는데, 바로 동화 <푸른 수염>의 실제 모델로 수많은 어린이들을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질 드레(Gilles de Rais; 1404~1440)” 백작이나 젊음과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 소녀들 수백 명을 수시로 납치해 차례로 죽인 후, 그 피로 목욕했다고 알려진 “피의 백작 부인” “엘리자베스 바토리(Bathory Erzsebet, 1560~1614)”가 바로 그들이라고 하겠다. 그래도 흡혈귀로 추정되는 실존 인물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역시 흡혈귀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드라큘라(Dracular)"로 잘 알려진 15세기 루마니아 왈라키아(Walachia) 지방의 영주 “블라드 체페슈(Vlad Ţepeş, 1431~1476)” 일 것이다. 그런데 실제 역사에서는 오스만제국의 군대를 물리친 구국의 영웅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브람 스토커(Bram Stoker)”의 괴기소설 <드라큘라(1897)> 때문에 졸지에 흡혈귀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으니 너무 억울해서 아마도 지하에서 엉엉 통곡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이 루마니아어로 번역된 시기는 공산주의 정권이 끝난 후인 1990년이었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루마니아에서 드라큘라 백작은 무명(無名)의 존재였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드라큘라의 모델이 블라드 공이라는 사실에 대해 루마니아 현지에서는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을 보인다고 하는데, 관광에 이용할 수 있다고 좋아하는 이들도 있는 반면, 조국의 영웅을 괴물 취급하는 것에 대해 불쾌해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위키 백과사전 발췌). 그런데 이번에 블라드 공을 무덤에서 뛰쳐나오고 싶어할 만한 그런 소설을 만났다. 바로 “엘리자베스 코스토바”의 <히스토리언(원제 The Historian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월)>이다. 이 책은 500 년 전에 죽었다는 블라드 체페슈가 아직도 살아 있다고 말하고 있으니, 그것도 놀라울 만큼 상세하고 치밀한 역사적 자료들까지 내밀고 있으니 브람 스토커가 죽은 블라드 공의 심장에 박아 놓은 말뚝을 더욱 깊이 밀어 넣고, 여기에 “흡혈귀”라고 쓴 낙인을 이마에 찍어 버리기까지 하는- 아무리 흡혈귀 소설이라고 해도 비유가 너무 거칠고 잔인한 것 같다^^ -, 블라드 공에게는 “부관참시(剖棺斬屍)”와도 같은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1972년 16세 소녀인 “나”는 아버지의 서재 제일 꼭대기에서 노랗게 바랜 편지 뭉치를 찾아낸다. 편지는 42년 전인 1930년 12월 12일 날짜로 “ 이 편지를 읽을 불행한 이에게”로 시작된다. 일부만 읽고 황급히 편지를 봉투 안에 집어넣었지만 편지의 기이한 분위기 때문에 쉽게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던 나는 외교관인 아버지(“폴”)를 따라 나선 슬로베니아 알프스 여행 길에 편지 얘기를 물어본다. 망설이던 아버지는 어느 미국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공부하던 시절에 색 바랜 가죽 택등에 작고 섬세한 녹색 용이 그려져 있는 이상한 책을 우연하게 발견했던 이야기부터 조심스레 털어놓는다. 자신의 담당 교수인 “로시”를 찾아가 책을 책을 보여주자 로시 교수는 책상 뒤 모퉁이로 걸어가 작고 검은 책을 아버지에게 내놓는다. 그 책 역시 자신이 들고 온 책과 똑같은 모양의 용이 그려져 있는 책이었다. 로시 교수는 자신이 이 책을 갖게 된 내력과 말뚝왕으로 알려진 “블라드 체페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마지막에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말을 내뱉는다.

 

“드라큘라 블라드 체페슈......그는 아직 살아 있네”

 

그리고 다음날 로시 교수는 책상 위에 핏자국을 남긴 채 실종되어 버리고, 아버지는 로시 교수의 딸인 “헬렌 로시” - 바로 나의 어머니이다. 즉 아버지의 은사이자 1930년에 드라큘라 무덤을 찾기 위해 여행에 나섰던 로시 교수는 나의 외할아버지였다 - 와 함께 드라큘라의 존재와 무덤을 찾아 터키, 헝가리, 불가리아로 이어지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길에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아버지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그 옛날 로시 교수처럼 홀연히 사라져 버리고, 나는 그런 아버지를 찾기 위해 집을 떠난다. 나를 옥스퍼드에서 암스테르담 집에 데려다 주기 위해 나섰던 대학생 “발리”는 혼자 집을 나선 내가 영 불안해서 여행에 동참하게 된다. 나와 발리는 아버지가 남긴 편지들을 읽으면서 아버지의 뒤를 추적한다.

 

<히스토리언>은 몇 해 전 다른 출판사에서 세 권으로 출간된 구판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적이 있었다. 구판을 읽으면서 너무 방대한 이야기 때문에 언제고 다시 한번 읽어야지 마음 먹었는데 그 바람이 이루어졌는지 한 권 728 페이지로 묶어 나온 개정판을 다시 읽게 되었다. 이미 읽었던 책인데도 새 책을 읽는 듯한 흥미와 재미를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 이 책, 개인적으로 뱀파이어 소설이나 영화를 즐겨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책에 흠뻑 빠져 웬만한 목침(木枕)만한 두께의 책을 전혀 지루함 없이 읽게 만드는, 읽는 내내 마치 내가 책 속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드라큘라가 드리우는 어둠과 공포의 그림자에서 허우적 거리게 만들었던 소설이었다.

 

이 책의 장점은 역시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어 버리는 “팩션(Faction)" 소설 특유의 재미를 극대화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책 속에 인용되는 수많은 자료와 민간전승 들은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허구인지를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치밀하고 상세하다. 팩션 소설 중 가장 성공한 <다빈치 코드>에서의 예수 결혼설이나 유럽 도피설 등은 이미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졌던 대표적인 음모론인데다가 표절 시비까지 붙었던 역사 논픽션인 <성혈과 성배>가 이미 1982년에 출간되어 있으니 자료 조사나 설정에 그다지 어렵지 않았을 텐데, 브람 스토커 때문에 유명해졌다고 하지만 유럽 변방 국가 지방의 영주에 불과했던 지라 사료며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을 텐데 오로지 작가의 상상력 만으로 500년 전 인물인 “블라드 체페슈”를 이렇게까지 생생하고 치밀하게 복원해내어 독자로 하여금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혼동케 만들어 버리다니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오게 만든다. 그렇다 보니 <다빈치 코드>를 뛰어넘는 지적 쾌감이라는 홍보 문구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런데 블라드 체페슈에 대한 각종 자료들과 전설들만 빼곡이 담아냈다면 지루했을 텐데 작가는 소설적인 긴장감과 재미를 적절하게 배치하여 지루할 겨를이 없게 만든다. 책 도입부부터 위에서도 언급한 로시 교수의 말로 이 책 심상치 않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게 하더니, 드라큘라를 추종하는 흡혈귀들이 주인공들을 위협하고 드라큘라의 재림을 두려워하는 오스만 제국의 후예들이 수백 년 동안 비밀결사를 결성해 맞서 왔다는 설정, 또한 로시 교수와 루마니아 시골 여인, 아버지 폴과 어머니 헬렌의 애틋한 로맨스와 현재의 어린 소녀 대학생 발리의 풋풋한 로맨스에 이르기까지 주인공들의 러브 라인들도 곁들여 지루하기만 할 것 같은 드라큘라 추적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여기에 터키, 동유럽, 그리고 서유럽 각 유명 명승지나 오래된 건축물, 그리고 서로 다른 시대의 사회, 정치, 문화 환경에 대한 세밀한 묘사 등은 마치 뮤지컬이나 영화에서 수시로 바뀌는 다채롭고 화려한 무대와 장소적 배경 때문에 시선을 사로잡는 것과 같은 시각적인 즐거움마저 느끼게 만든다. 이처럼 “드라큘라”라는 흥미로운 소재, 사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팩션 소설적 재미와 역사의 베일에 감춰진 진실 - 물론 작가가 의도해낸 허구이지만 - 에 조금씩 다가가는 지적인 즐거움, 그리고 유럽 전역을 장소적 배경으로 하는 시각적인 즐거움 등 베스트셀러가 갖춰야 하는 재미와 흥행 코드는 모두 담고 있는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쉽게 읽혀지는 책은 아니다. 우선 책에서 상당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동유럽과 오스만제국(지금의 터키) 역사와 문화, 그리고 블러드 체페슈에 관련한 수많은 자료들은 사전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영 낯설게만 느껴지게 만든다. 그리고 세 주인공 남녀가 드라큘라를 추적하는 여정도 늘어지는 면도 없지 않아 지루하게 느껴질 수 도 있다. 특히 흡혈귀들과의 대결이 간간히 등장하긴 하지만 이렇다 할 공포스러운 장면들이나 액션씬이 등장하지 않다 보니 흡혈귀 소설이나 영화 특유의 자극적인 공포를 기대했던 분들이라면 실망스러울 수 있겠고,  또한 <트와일라잇>처럼 환상적인 로맨스를 기대했던 분들이라면 역시나 이 책에 등장하는 로맨스가 영 밋밋하고 싱겁다고 느껴질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 책을 먼저 읽은 지인들 중에 중도에 읽기를 포기하고 책을 덮어버리는 분들이 몇 분들 있었고, 나도 구판을 읽을 때는 중간에 덮어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읽었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 결코 중간에 포기하지 말기 바란다. 결말 부문은 혹시 느꼈을 지도 모르는 밋밋함과 지루함을 보상이라도 하듯 충분히 재미있고 스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결말을 밝힐 수 는 결말이 실망스러웠다는 독자들도 적지 않은 것을 보면 역시 책에 대한 평가는 개개인마다 다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앞서 말한 대로 흡혈귀 소설이나 영화를 즐겨하지 않다 보니 읽은 책도 몇 권 되지 않고 앞으로도 그다지 읽을 것 같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읽은 권수를 떠나서 완성도와 재미가 뛰어난 흡혈귀 소재 소설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추천할 것 같다. 베스트셀러는 죄 영화화하는 요즈음 헐리우드 추세이다 보니 영화화 소식이 빠질 수 없는데, 역시나 “소니 픽처스”에서 거액을 주고 판권 계약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이 출간된 게 2004년이니 벌써 8년이 넘게 흘렀는데도 영화가 제작 완료 되었다는 소식이 없고, 영화사 홈페이지 신작 리스트에도 없는 것을 보면 영화로 만나기는 요원할 것 같다. 2007년 어떤 신문 기사에는 소니가 각본 작업 중이라고 하던데 이런 이런 무슨 각본 작업을 5년씩이나 한단 말인가. <트와일라잇>으로 불기 시작한 뱀파이어 열풍이 사그라지기 전에 영화로 만나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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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파이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5-4 존 코리 시리즈 4
넬슨 드밀 지음, 김홍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전 세계 국가 중에서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핵물질을 이용한 공격, 즉 핵 테러를 가장 두려워하는 국가는 역시 “미국(美國)”일 것이다. 이런 미국의 핵 테러에 대한 공포는 한 두 해 사이에 생겨난 게 아닌데, 1991년 구소련 붕괴 후 관리 소홀로 인한 핵물질 및 핵무기 유출 문제가 국제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핵 테러의 가능성이 급부상하기 시작했고, 2001년 “9ㆍ11 테러”를 겪으면서 미국의 핵 테러에 대한 공포는 언제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즉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위험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 보니 이번에 서울에서 열린 “핵 안보 정상회의(Nuclear Security Summit)”에서 전 세계 정상들이 핵 테러 방지를 위한 11개 주요 과제에 합의했다고 하는데,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각국 정상들의 의지를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그만큼 미국의 핵 테러에 대한 공포가 얼마나 크고 심각한지를 알려주는 증거 - 이 회의의 제안자가 바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고, 2010년 1회 회의를 미국 워싱턴에서 열었다 - 이라고 할 수 있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을 보유한 미국이 가장 핵을 무서워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일어난다면 이만큼 끔찍한 사건은 없겠지만, 가상(假想)으로야 참 흥미로운 소재인지라 지금 당장 생각나는 영화만 해도 대 여섯 편에 이를 정도로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소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이런 핵 테러를 소재로 한, 그것도 그동안 만나본 어느 영화보다도 가장 끔찍한 상상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서구 스릴러 소설을 만났다. “넬슨 드밀(Nelson DeMille)”의 <와일드 파이어(원제 Wild Fire / 랜덤하우스코리아/2012년 2월)>이 바로 그 책이다.

 

9·11 테러가 일어난 지 1년 후인 2002년 10월 어느 금요일, 전직 뉴욕 시경 강력계 형사이자 연방 대테러 특별 기동대(Anti-terrorist Task Force, ATTF)" 의 특수 계약직 요원인 “존 코리”는 토요일부터 시작되는 콜럼버스 기념일 3일 연휴 중 이틀을 아내인 FBI 요원 “케이트 메이필드”와 함께 주말여행을 하기로 계획한다. 퇴근 전 만난 선배인 “해리 밀러”가 주말에 뉴욕 주 북부의 오지에 있는 “커스터 힐 클럽”에서 회합을 갖는 극우 인사들의 감시 업무를 수행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비정상적이라거나 특이한 부분은 없지만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현재 미국은 이라크와 전쟁에 돌입하기 직전인 상황이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인데 극우들의 모임이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 수준은 아마 낮음과 전무 사이의 어딘가에 불과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비록 약간 이상한 점이 있지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느낀 코리는 아내와 예정된 주말여행을 떠난다. 이틀 후 월요일, 출근한 코리는 상관인 FBI 주임 특별 요원 “톰 월시”에게서 해리의 실종 소식을 전해 듣는다. 월요일 아침 커스티 힐 클럽 감시 내용과 사진들을 보고하기 위해 출근했어야 할 해리가 출근 하지 않았을 뿐 더러 연락조차 전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원래는 자신이 감시 업무에 배정되었지만 아내와의 주말여행이 계획되어 있어 대신 해리가 그 업무를 맡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해리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해리의 신상에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직감한 코리는 윌시에게 자신이 해리의 실종 사건을 맡겠다고 강력히 주장하고는 아내와 함께 커스터 힐 클럽으로 향하게 된다. 과연 그저 우익 인사들의 사교 클럽인 줄 만 알았던 커스티 힐 클럽에서 지난 주말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실종된 해리는 과연 무사할까? 책은 상상하기도 끔찍한 핵 테러에 얽힌 비밀과 음모를 낱낱이 우리에게 밝힌다.

 

(이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1978년 데뷔한 이래 30여 년 동안 20 여 편이 넘는 소설을 발표하고, 8편이 영화 판권이 팔렸으며 그중 3편이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었다는 인기작가인 “넬슨 드밀”은 이 책으로 처음 만났다. 책을 받아들고서는 낯선 작가 기피증 - 특히 서구 작가들에 대해서는 정도가 더 심하다 - 이 있는데 다가 웬만한 책 2권 분량인 592 페이지, 거기에 빽빽한 줄 간격과 작은 글씨 때문에 이 책 언제 다 읽나 싶어 막막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술술 잘 읽혀 평일 퇴근 이후 여유 시간에 읽었음에도 며칠 만에 한 권을 뚝딱 다 읽었으니 제법 빨리 읽히는 책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현재 미국인들에게 있어 가장 실제적이고 실현 가능한 최고의 공포라 할 수 있는 “핵 테러”라는 흥미진진한 소재 때문이었다.

 

종종 영화에서 핵 테러는 “알 카에다(Al-Qaeda)”와 같은 이슬람 테러 단체가 구 소련에서 흘러나온 핵무기를 비밀리에 반입하여 미국 대도시들을 공격하려고 모의하고 이를 미국 경찰이나 첩보원이 막아낸다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이 책에서는 기본 맥락은 같은데 핵 테러의 주체가 이슬람 테러리스트를 위장한 미국 극우 세력으로 설정한다. 즉 주인공 코리의 동료인 해리가 감시했던 “커스터 힐 클럽”에 모인 인물들, 즉 대통령 특별 보좌관, 군 장성(將星), CIA 고위 간부 등 면면이 참 화려한 그들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자신들의 조국 영토 - 책에서는 4개의 핵배낭을 미국 서부에 위치한 두 도시에서 터뜨리려고 한다 - 에 핵을 터뜨리려고 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가상의 핵 보복 프로그램인 “와일드 파이어(Wild Fire)” 계획이 숨어 있다. “와일드 파이어”란 미국 영토 내에 이슬람 세력에 의해 핵, 화생방 공격 등으로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경우, 테러 발생 수십 여 분 안에 준비된 절차에 의해 중동의 주요 도시들에 수 십에서 수 백기에 이르는 핵미사일을 발사하여 보복한다는 계획이다. 대상 도시는 50 여개인 A 리스트와 122 개인 B 리스트로 나뉘는데, B의 경우에는 최대 3억 명 이상이 죽고 이슬람 세력을 아예 지도에서 지워 버리는 “이슬람 말살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클럽 멤버들은 9·11 테러를 보복하기 위한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와의 전쟁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 수많은 미군 장병들이 희생될 것이 뻔한 이상 값싸지만 가장 확실한 살상 무기인 핵을 사용하여 비용과 장병들의 희생도 획기적으로 줄이고 이참에 화근인 이슬람의 씨를 말려 버리자는 참 극우(極右)스러운 발상을 실행에 옮기려는 것이다. 여기에는 겉으로는 사탄 그 자체인 이슬람 세력을 제거해 하나님의 정의를 현세에 실현하고, 미국의 영구적인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그럴싸한 명분(?)으로 위장하지만 속내는 석유 재벌인 클럽 모임 회장이 핵전쟁 이후 무주공산이 된 중동 지방의 유정(油井)을 차지하겠다는 추악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어 마치 9·11 테러가 사실은 중동 석유 패권을 차지하려는 미국의 자작극에 의한 것이라는 음모론을 연상시키게 한다.

 

그런데 과연 이런 계획이 실제로도 있을까? 작가는 “저자의 말”에서 “와일드 파이어”라는 정부 비밀 계획은 자신이 접했던 정보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대부분의 정보는 온라인에서 접했기 때문에 일종의 소문이나 실제 사실, 순수한 허구, 혹은 진실과 허구가 뒤섞인 정보, 어느 쪽으로든 해석이 가능하지만 자신은 개인적으로 와일드 파이어의 몇 가지 변형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으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실재한다는 것인지 허구란 것인지 뉘앙스가 묘하지만 이런 계획이 실재(實在)한다면 9·11 테러를 납치한 비행기로 저질렀기에 망정이지 핵으로 저질렀다면 물경 3억 명 이상이 죽을 뻔 했다니 이 책을 읽은 이슬람 테러 단체는 가슴을 쓸어내렸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3,000 여 명의 희생자를 낸 9·11 테러 이후 벌어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의 희생자가 군인, 민간인 다 합쳐서 수십 만 명에 달한다고 하니 결코 작다고는 볼 수 없지만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존 코리”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가 없을 것 같다. 이 책이 “존 코리” 시리즈의 4번째 작품이라고 하니 이미 여러 사건들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을 것으로 짐작 - 이 책에는 전작들에서 겪은 사건들이 코리의 입을 통해서 간간히 소개된다 - 되는 이 친구는 자신은 1년 전 9·11 테러 당시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건졌지만 적잖은 동료들을 잃게 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나온다. 그런데 전작에서는 세발의 총알이 몸에 박힐 정도로 위험천만한 순간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이렇다 할 액션씬은 선보이지 않는 대신 화려하고 거친 입담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출판사 소개글에서는 “무례할 정도로 재치 넘치는 이 터프가이의 유머 감각”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서양 특유의 성적 농담과 유머를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탓인지 내가 코리의 상관인 월시였다면 복창이 터져도 열 번은 더 터졌고, 곁에 있었다면 확 쥐어 패고 싶을 정도로 “밉상” 그 자체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처음 코리의 입담을 접했을 때는 꽤나 냉소적이고 재미있는 캐릭터이구나 싶었다가 갈수록 가볍기 짝이 없고 무례한 농담들을 남발해대자 참 어이없고 짜증스럽기까지 했다. 일견 “나쁜 남자”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는데, 여자들에게는 착한 남자보다는 나쁜 남자가 더 매력적일 수 도 있겠지만 - 그러니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아름다운 미녀를 아내로 삼고 있겠지만 - 나에게는 영 정이 안가는 그런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다.

 

소재와 주인공까지 소개했으니 이제 이야기 전개를 마지막으로 언급해보자. 책은 토요일, 일요일 이틀 동안 커스터 힐 클럽 경비원들에게 붙잡힌 해리가 인질로 멤버들의 회합에 강제로 참석하여 와일드 파이어에 대한 전모를 고스란히 전해 듣는 과정을 전반부 상당한 분량을 할애한다. 사실 여기서 긴장 요소라고 하면 비밀을 듣게 된 해리가 과연 언제 살해당하느냐 인데 금세 죽어 버리는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해리는 꽤나 오랫동안(?) 살아 남는 게 색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그 다음에는 월요일 오전부터 코리와 메이필드가 커스팅 힐 클럽으로 향하여 해리의 실종 사건 - 결국 화요일 아침 시신으로 발견된다 - 을 수사하고 클럽을 방문하여 탐색하는 과정을 그리는 데, 여러 가지 단서들을 증언을 통해서 진실에 조금씩 접근해가는 과정이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은 긴장감과 재미를 느끼게 한다. 그런데 결말이 다가오는 데도 딱히 해결 국면이 등장하지 않고 긴장감만 지속되고, 남은 페이지가 자꾸 얇아지자 불안감마저 들기 시작한다. 이거 몇 번 총질 끝에 악당이라고 할 수 있는 클럽 멤버들 모두 죽어 버리고 끝나는 거 아냐 하는 그런 불안감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액션 끝에 후다닥 마무리하는 결말은 아니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핵 테러가 예정된 시간인 화요일 저녁에 그만 딱 끝나고 마는 것이다! 이건 변죽만 잔뜩 올린 셈이 되고 만 것 아닌가. 너무 허무한 결말에 마지막 페이지를 다시 봤지만 “끝” 이라는 분명하게 박혀 있다. 확 책을 집어 던지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혹시 몰라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보니 먼저 읽은 독자 분께서 이 한 권에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후속권이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셔서 그럼 그렇지 하며 책 뒷 표지를 손으로 쓸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왠지 괘씸하다. 한참 열이 오를 찰나에 찬물을 확 끼얹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책을 덮고서는 후속편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상상해보니 입심만 과시하던 코리가 드디어 총을 빼들고 격렬한 액션을 선보여 음모 세력을 처절히 응징한다는 뻔한 이야기라는 것을 쉽게 예측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왕 후속권으로 이어진다면 클럽 멤버들이 꾸민 핵 테러가 그대로 일어났다고 가정해보면 어떨까? 미국은 최악의 혼란에 휩싸이고 와일드 파이어는 계획대로 실행되어 전 세계가 아마겟돈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종말론적” 상황 말이다. 너무 허무맹랑한 것 같지만 매번 주인공이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테러를 막아낸다는 식상한 결론보다는 차라리 더 기발하고 참신한 결말이 되지 않을까? 물론 코리 시리즈는 여기서 막을 내려야 하겠지만 말이다.

 

핵 테러라는 흥미로운 소재,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 액션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과 스릴 등 분명 재미있는 소설이긴 한데 최종 평가는 결말이 담겨진 후속편을 읽고 난 뒤로 미뤄야겠다. 언제 후속편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기다리는 동안 주인공 존 코리가 활약한 전편들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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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의 고치 작가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일본의 엘러리 퀸”이라 불린다는 “아리스가와 아리스”를 지난 1월 <주홍색 연구>에 이어 두 달 여 만에 <달리의 고치(원제 ダリの繭/북홀릭/2012년 1월)>로 다시 만났다. 책을 받아들고서 제목의 “달리”라는 단어가 낯설어 검색을 해보니 초현실주의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 1904~1989)”라고 한다. 20세기 가장 독창적인 화가이며, 특히 연인이었던 “갈라(Gala Eluard; 1894~1982)”와의 지독한 사랑으로 유명했다고 하는데 그림에 문외한이다 보니 이름을 알았더라도 생소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거기에 벌레가 실을 내어 지은 집을 의미하는 “고치(Cocoon,繭)”이라니 이해가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제목에 대한 의문은 뒤로 한 채, 읽기 시작했고 다 읽고 나니 그 의문은 저절로 풀려졌다.

 

 

40대 남성인 “도죠 슈이치”는 전국에 스물여덟 군데의 지점을 가지고 있는 연 매출 100억 엔대의 주얼리 체인의 경영자로, 그 성장세 뿐만 아니라 쉬르레알리슴의 거장인 살바도르 달리를 따라 하는 자신의 독특한 캐릭터로 수차례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는 유명인이다. 그는 달리처럼 밀랍으로 고정시켜 양끝이 삐죽 올라간 콧수염을 기르고, 자신의 사업장과 집을 달리의 미술품들로 도배해놓을 정도로 열광적인 달리 마니아이다. 그의 별장에는 마치 번데기 고치를 연상시키는 캡슐 형태의 기계인 “프로트 캡슐”이 설치되어 있는데, 생체성분과 유사한 액체로 채워진 그 캡슐에 들어가면 40분 만에 서너 시간의 숙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화가 달리는 자신이 태어났을 때를 기억한다고 큰소리쳤다고 하는데, 달리가 자서전에서 그 안 - 어머니의 자궁(子宮) -이 어땠냐는 물음에 “더없이 편안한 낙원이었다”라고 대답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처럼 달리 마니아인 도죠에게는 바로 달리가 말한 어머니의 자궁처럼 가장 편안하고 안락한 휴식처이자 낙원이었던 것이다. 즉 제목에서의 달리의 고치가 바로 이 캡슐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 도죠가 그 캡슐 안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달리 수염은 깔끔히 잘려진 채로 말이다. 대학 법학과 교수이자 때때로 경찰 수사에 가담해 눈부신 탐정의 재능을 발휘하는 “필드워크”를 해온 “히무라 히데오”는 과거 사건을 해결하면서 알게 된 경찰의 요청으로 자신의 친구이자 추리소설 작가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함께 이 기묘한 살인사건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증거가 드러나고, 살인이 벌어지던 그 시간에 도죠 사장과 같이 있었던 이복 동생, 살해 흉기에 찍힌 지문의 주인공으로 드러난 회사 임원, 아름다운 여비서를 사이에 두고 도죠와 삼각관계였던 회사 디자이너 등이 차례로 유력한 용의자로 거론되지만 모두 이렇다 할 결정적인 알리바이의 허점이나 증거물을 찾지 못하면서 수사는 갈수록 혼선을 거듭한다. 이런 혼선 속에서 일본판 셜록 홈스인 히무라 히데오의 번뜩이는 두뇌는 사건의 진상을 마침내 밝혀내고야 만다.

 

 

“작가 아리스 시리즈” 두 번째 작품- 아리스의 작품에는 자신이 학생으로 등장하는 “학생 아리스”와 성인 작가로 등장하는 “작가 아리스” 시리즈가 있다고 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학생 아리스가 “작가 아리스” 시리즈를, 작가 아리스는 “학생 아리스” 시리즈를 집필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한다. 일종의 “평행 우주” 개념이라고 할까? 아뭏튼 엘러리 퀸 보다 더 기발하고 복잡한 설정이다. 참고로 <주홍색 연구>는 작가 아리스 시리즈 여덟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 인 이 소설은 추리소설로서의 정형화된 공식, 즉 기묘한 살인 현장과 살해 방법, 시간 순에 따라 하나씩 드러나는 증거들과 그에 따라 의심 받게 되는 용의자들, 마지막에 이르러 명탐정에 의해 해결이 불가능할 것 같은 트릭이 철저하게 깨져버리고 사건 이면에 숨겨져 있는 사연들이 밝혀진다는 결말 등 추리소설, 특히 정교한 트릭과 범인 찾기라는 추리소설의 전통을 계승한 “신(新) 본격 추리소설”의 전형을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용의자나 주변 인물들이 무심코 던지는 한 마디 말에서 결정적인 힌트를 얻는 장면이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하는데, 역시나 이런 단서들과 증언들을 제시하여 독자를 수수께끼 풀이에 동참하게 하는, 작가와 독자 간의 “두뇌 싸움”이라는 추리 소설의 전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작가와의 두뇌 싸움에서 승리하는 독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이런 두뇌싸움은 여지없이 독자의 패배로 끝을 맺지만 그렇다고 억울하거나 불쾌하기 보다는 트릭의 절묘함과 기발함에 오히려 기분 좋은 패배가 되어 버려 독자들이 추리소설에 그렇게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에서 사용된 트릭도 결말을 알고 나면 시시하게 느껴지지만 추리하는 과정에서는 과연 트릭에 숨겨진 비밀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에 책에서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그런 묘미를 맛볼 수 있는 꽤나 정교하고 멋진 트릭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위화감이 느껴지는 대목들이 눈에 띄는 데, 도죠를 죽인 살인 무기에 찍혀 있는 지문(指紋)이 범인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즉 우연(偶然)에 불과하다는 점은 억지스럽기까지 느껴졌다. 특히 결말에서 히무라의 추리는 명확한 물적 증거에 의한 것이 아니라 범인이 실수로 내뱉은 말과 정황상의 증거에 의한 것이어서 범인이 부인(否認)한다면 증거 불충분이 될 수 도 있는 그런 추리라고 할 수 있다. 이 대목은 전편인 <주홍색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한 올의 보푸라기나 미세한 먼지, 땀과 침과 같은 체액, 심지어 피부 각질 조각 등과 같은 깨알 같은 증거에서 범인을 밝혀내는 오늘날의 “과학 수사” 현장에서 아무리 소설 속에서는 기발하고 정교한 트릭이라 하더라도 결국 현실에서는 허구(虛構)일 수 밖에 없다는, 어쩌면 오늘날 본격 추리 소설을 표방하는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일종의 한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일본 추리소설이 이런 본격 추리 외에 “사회파”, “서술 트릭”, “코지 미스터리”, 공포·SF·판타지 등 다른 장르와의 “혼합형 추리” 등 다양한 추리 소설 장르들로 분화(分化)되고 있는 이유가.

 

 

추리 소설의 재미와 한계, 모두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편 - 시리즈 순서가 아니라 읽은 순서의 의미로 - 인 <주홍색 연구> 보다는 추리 소설적 재미는 이 작품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저번 작품을 읽고 그를 앞으로도 자주 만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었는데, 국내 출판된 그의 작품들이 내가 읽은 두 작품 이외에도 여러 편이 되고, 새로운 작품 출간 소식도 계속 들려오는 것을 보면 그 예감은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것 같다. 다음 번에는 “학생 아리스” 시리즈로 그를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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