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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MB
변상욱 지음 / 한언출판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CBS 변상욱 대기자의 <굿바이 MB; MB 4년에 대한 直言(한언/2012년 3월)>은 읽기는 진작에 읽었는데 서평(書評)을 계속 미뤄왔었다. 바로 어제 있었던 “19대 총선(總選)” 결과를 지켜보고 나서 쓰려고 했기 때문이다. 투표 결과에 따라 서평 시작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고민했었는데, 결국 결과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기에 무용지물이 되고야 말았다. 흥이 나는 결과였다면 일사천리로 써내려갔을 텐데 결국 맥이 빠져 버려 아무래도 이 감상, 주저리주저리 횡설수설로 끝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작가는 서문에서 자신이 붙잡고 살아온 것은 “저널리즘(Journalism)"과 “영성(靈性)” 두 가지였다고 밝힌다. 언뜻 보면 서로 상반된 것 같은데 작가는 저널리즘은 예리하게 파헤치고 엄정히 비판해야 하지만 영성은 너그러이 살피고 품어야 하며, 저널리즘은 똑똑해야겠지만 영성은 어리석어야 한다고 말한다. 두 가지 모두를 가지고 있다 보니 둘 사이에서 혼란스럽기만 하고, 세상에 대해 자신 있게 이야기하지 못함을 고백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기자로서 세상의 부조리와 불의에 대해 냉철한 비판 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비록 그런 세상이지만 가슴으로는 한없이 사랑하고 있다는 자기 고백 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바로 대학 시절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라는 말과 같은 의미로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 지난 4년 동안의 MB 정권의 실정(失政)을 낱낱이 파헤치고 고발하면서도 갈수록 퇴보하는 현 시대 상황 - 작가는 현 정권이 지난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르는 데 빗대어 MB 정권을 “망가진 5년”이라고 부른다 - 에 대한 안타까움이 책 곳곳에서 묻어난다.
책은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MB 정부 4년 동안 써내려갔던 글”들과 “지금의 자리에서 돌아보고 내다본 글”을 엮어낸 것이다. 책의 첫 시작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난 직후, 롯데 호텔에서 열리는 고려대학교 교우회 주최 정치 토론회에 패널로 참가하여 MB와 첫 만남하게 된 장면부터 시작한다. 이명박 후보가 들르리라 예상도 못하고, 이명박 후보를 위해 준비한 자리라는 것조차 예상치 못했기에 자신의 발표가 지금 생각하면 코미디 내지는 엉뚱 개그 수준이었다고 말하는 작가는 당시 자신이 발표했던 내용을 소개한다. 새 대통령이 가져야 할 정책적 지향 중에 꼭 지적하고 싶은 것은 노무현 정부 정책의 인수와 계승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고, 초대형 정책이나 사업의 예로 한미 FTA는 국가의 자주권과 자유 시장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며, 국민을 납득시키고 준비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한미 FTA 체결 이후 예상되는 각 분야별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분야들을 연계해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대북 관계도 ‘퍼주기’, ‘햇볕’의 논쟁을 넘어 남북 연대와 공조의 단계로, 정치 통합은 권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될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여야, 관료, 시민 세력을 묶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검찰, 국정원, 국세청처럼 대통령 권한 남용의 비난을 사기 쉬운 조직은 독립성을 보장해 대통령으로부터 떼어놓아야 하고 비서실과 비선 참모조직에 측근이 아닌 국가의 비전을 제시할 참신한 인재를 기용하는 민주적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어쩌면 정치 교과서 제일 첫 페이지에 나올 정도로 지극히 “당연(當然)”한 이야기들인데 4년이 지난 작금의 현실과 비교해본다면 “발표했던 내용 중에 제대로 먹힌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작가의 주장에 부정 접두사를 일일이 붙이거나 거꾸로 읽으면 - 예를 들어 대북관계는 남북연대와 공조가 아니라 퍼주기, 햇볕의 논쟁에 매달리면 으로 - 바로 지금 현실을 그대로 설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이 책이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에 대한 참회록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이런 MB와의 강렬한(?) 첫 만남 - 작가는 부끄러워하고 있지만 - 이후 책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인수위원회 시절과 고소영, 강부자로 지칭되던 정부 출범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2008년 여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촛불 정국, 방통위를 통한 언론 장악, 어쩌면 이 정권 들어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용산 참사, 쌍용차와 유성기업, 한진중공업 사태, 용역 직원들의 불법적이고 폭력적 난입으로 공분(公憤)을 샀던 카페 마리와 구룡 마을 철거 사건, 임기 내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금보다 미래가 더 걱정인 4대강 공사와 한미 FTA 비준, 끊이지 않고 터지는 측근 비리와 낙하산 인선, 반값 등록금과 무상급식으로 대변되는 복지 포퓰리즘 논쟁 등 지난 4년간의 MB 치적(治積)을 꼼꼼히 다룬다. 이미 각종 언론이나 서적들을 통해 많이 읽어본 내용이지만 이런 일들이 지난 4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모두 다 일어났던 일이었다니 새삼 놀라게 만드는 정말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났던 그런 기간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류의 정치 서적들의 공통된 결론처럼 작가는 “깨어 있는 시민”이 되기를 주문한다. 언젠가는 바뀌겠지 하고 뒤로 물러서지 말고 국민의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 현장으로 가서 정직한 한 표를 행사하라고 당부한다. 즉 정치사회 구조를 바꾸고 경제체제의 불공정함을 깨뜨려 공정한 사회로 변화하는 주체가 바로 우리들, 국민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 작가의 절절한 믿음과 당부는 다음 두 글귀에 잘 드러난다.
이 나라에서 우리는 주인인가? 얼마만큼 주인인가? 우리가 꿈꾸던 사회는 얼마만큼 가까워지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 그저 여의도를 향해 핏대만 세우며 하릴없이 원망만 늘어놓고 실천은 용감하지 못한 정치적 소시민은 아닌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우리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채 선거를 치르고 민주주의를 꾸려간다면 그 민주주의는 분명 ‘민중 없는 민주주의’일 것이다. 그것은 99%가 꿈꾸고 기다리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그저 정치이념이 아니다. 우리가 누리는 삶이고 문화이고 아이들이고 자연이다. 국민이 깨어 주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최대의 혁명이다.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이나 개혁적인 제도들을 도입하는 것은 지속되지 못하고 힘도 약하다. 그것을 넘어서는 개혁은 국민이 깨어나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이 너무 “일찍” 나온 것은 아닌가 싶었다. 400 페이지가 넘는 만만치 않은 분량을 할애해서 지난 MB 4년을 꼼꼼히 기록했지만 아직도 남은 기간이 8개월도 넘게 남았고, 그 기간 동안 일어날 일들을 기록하자면 아마도 100 여 페이지가 추가로 작성되고 부족할 것 같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년 이맘 때 MB의 “망가진 5년”이 끝나고 난 후 수정 증보판이 나오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에 대한 별점 평가는 당초에는 별점 다섯 만점을 주고 싶었는데 아직 "미완성"일 수 밖에 없기에 별점 하나를 빼야겠다.
책을 읽으면서 서평에 인용하려고 글귀들을 메모해놓았었는데 결국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말았다. 위에서 인용한 글귀도 직접 책에서 발췌하여 기록한 것이 아니고 출판사 홍보글과 다른 분의 서평에서 인용했음을 밝혀둔다. 흥이 나지 않아 억지로 쓰기 시작한 이 글, 그러다 보니 서두의 예감이 그대로 맞아 이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영 갈피를 못 잡고 흐지부지 끝마무리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다만 이 책의 많은 글귀 중 가장 인상깊었던 글귀 하나를 소개하고 마무리해야겠다. 바로 책의 마지막 글귀다. 인용하려 적어둔 그 어느 글귀보다 지금 총선이 끝나고 결과를 지켜본 지금 시점에 가장 가슴에 사무치는 그런 글귀일 것이다. 이 글귀가 계속 입에 맴돈다.
아직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