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들 플라워
김선우 지음 / 예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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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열기에 잊혀질 뻔한 효순이 미선이의 억울한 죽음을 우리에게 일깨워준 것도, 다수당의 오만과 횡포로 자칫 잃어버릴 뻔한 우리의 대통령을 다시 그 자리에 돌려놓은 것도, 허울뿐인 경제논리에 국민의 건강을 아무렇지도 않게 팔아 넘기는 정부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한 것도 거창한 사회운동이나 언론사의 특종보도가 아닌 작은 숨 바람에도 금세 꺼질 듯 흔들리는 연약한 촛불들이 하나 둘씩 모여 어두운 장막 속에 가리워진 진실을 밝게 비춰낸 결과였다. 특히 지난 2008년 봄 여중고생들로부터 시작해 전국을 환하게 밝혔던 100일간의 촛불 집회는 한때 경직된 운동권들의 전유물이자 폭력적이기만 했던 시위를 교복 입은 중고생들, 유모차를 끌고 거리로 나온 어머니들. 두손 꼭잡고 밝게 웃으며 행진하던 젊은 연인들,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 흰머리가 멋지셧던 80대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전세대가 함께 어울리는, 신명나고 즐거운 집회로 승화시킨 일종의 축제와도 같은 것이었다. 김선우의 “캔들 플라워”는 어느 해 보다도 뜨거웠던 2008년 여름 광화문 촛불집회를 생생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캐나다 깊은 오지마을에 사는 15세 소녀 지오가 어렸을 적 헤어진 쌍둥이를 찾아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에 온 2008년 5월 17일에서 자신의 나라로 귀국한 6월 21일까지 한달여 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가 절정이었던 서울에서 보고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은 청년 실업난으로 인해 사회의 불의에 대한 분노를 잊어버린 대학생들과 고단한 삶에 지쳐 더욱 소심해져가는 기성세대를 부끄럽게 만든 여중고생의 밝고 건강한 외침에서 시작한 촛불집회가 하나둘씩 사람들을 거리로 불러들이고 다양한 목소리가 함께 어우러진 촛불의 물결이 서로가 어깨동무하고 같이 소리치고 노래 부르는 거대한 축제의 장으로 그 신명을 더해가는 순간순간들을 마치 그 당시 집회 현장 곳곳을 누비며 인터뷰하고 카메라로 담아 생중계했던 인터넷 방송을 다시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지오와 그의 주변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를 통해 뻔뻔하고 오만한 정부의 일련의 정책들과 사회모순들을 비판하고 있는데,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해야 하는 한국 학생들의 현실에 놀라 되묻는 지오의 물음 “표정, 몸매, 향기가 날마다 달라지는 나무들과는 언제 놀고? 새들과는? 사슴과 너구리, 꽃과 약초들, 곰과 토끼랑은? 수영은 언제하고 요트는 언제 타고? 산책은? 날마다 발을 동동 구르게 하는 신기한 구름모양의 구름들은 언제 바라보지? ” 는 언제나 새로운 세계를 향한 진기한 모험 시간이어야 하는 공부가 일종의 족쇄처럼 한국 청소년들의 어깨와 발목을 옥죄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다. 
 

 자칫 촛불집회 현장을 중계하는 다큐멘터리에 흐를 수 있는 이야기에  지오와 주변 인물들 이야기를 감수성을 한껏 살려 문학적 생기를 불어넣고, 촛불은 단지  배경일 뿐인 감상적인 멜로소설로 빠질 수 있는 이야기에 당시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수많은 사람들의이야기를 곁에서 바로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하게 살려냄으로써 현장의 생동감과 문학으로서의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촛불집회를 주제로 한 이렇게 멋있는 소설을 써낸 작가의 글솜씨가 새삼 감탄스럽다.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오래전 일처럼 잊혀지기 시작하는 그 여름날의 촛불들에 대해 작가는 “정치꾼들의 정치는 변하지 않았지만 우리들의 정치는 변하고 있는 걸. 한쪽이 변하면 다른 쪽도 언젠가 변하게 될거야. 우린 자연이니까. 촛불을 경험한 연둣빛 소녀소년들이 푸르른 이십대가 되는 때가 곧 오는 걸”이라며 아직 촛불은 끝나지 않았고 그것을 경험했던 소년소녀들에 의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2008년 여름의 촛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 마음 속에 한송이 아름다운 꽃, “캔들 플라워”로 영원히 남아 언제가 다시 이 사회에 어둠의 장막이 진실을 가리울 때 다시 한번 아름답게 타오를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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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 곽재우
조민 지음 / 문학지성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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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갑옷을 입고 비와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신출귀몰한 전술로 왜적들을 물리쳤던 의병장, 말년에 도를 깨우쳐 우화등선한 선도(仙)의 좌장(座長) 쯤으로 인식되고 있는 곽재우는 그동안 전설 속의 인물로 그의 실존여부조차 의심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조민의 역사소설 “현자 곽재우”는 왜곡되고 과장된 전설을 말끔히 걷어내고 인간 곽재우의 모습을 올곳이 담아내어 우리에게 실존 인물로서의 곽재우는 어떠한 사람이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책은 말년의 곽재우가 가문에서 보내온 책인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선왕대 뛰어난 장수로 이순신과 곽재우를 꼽았다는 소식을 듣고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16세의 나이에 거유(巨儒) 남명 조식의 제자로 입문하여 유가경전과 함께 장차 일어날 환란을 대비하기 위해 병학을 배우게 된다. 몇 번의 과거를 응시하다 낙방하고 마침내 문과 2등으로 급제를 하지만 답안이 임금을 경멸했다는 이유로 파방(罷榜)하게 되고 낙담을 하게 된 곽재우는 출사의 뜻을 접고 의령에서 농사에 힘쓰며 은거의 삶을 보내다가 마침내 41세가 되던 선조 25년 임진년(1592년) 스승이 염려하던 왜란을 맞이하게 된다. 왜란 발발한지 열흘 만에 분연히 의병을 일으킨 곽재우는 4월 25일 소규모 첫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연이은 전투에서도 쾌승을 거두면서 군세를 더욱 불리게 되지만 같은 문하생이자 오랜 악연인 신반현감 서성국에 의해 도적으로 몰려 감옥에 갇히는 고초를 겪게 되고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풀려나 군세를 추스르고 다시 전투에 나서게 되고 왜병 2 천여명을 무찌른 “정암진 대첩”과 연이은 승전을 거두면서 경상우도를 회복하는 등 임란 초기 바다에는 이순신, 육지에는 곽재우라 할 만큼 그 위세를 크게 떨치게 된다. 전쟁은 명군이 개입하면서 잠시 소강상태에 흐르게 되고 경상감사 김수의 모함과 갈등으로 고초를 겪게 되지만 경상도민과 유생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모함에서 풀려난 곽재우는 진주성의 김시민과 더불어 임란 3대 대첩중의 하나인 “진주성 대첩”에서 대승을 거둔다. 전쟁 피난길에서 목숨을 이룬 부인의 죽음에 상심에 빠진 사이 진주성은 결국 왜군들에 의해 함락되고 전라도 의병장 김덕령과 합류하여 원균과 이순신을 지원하는 등 수많은 전투를 치러내고 진주 목사겸 조방장을 제수 받아 진주성을 복구하고 백성들을 진무하는 일을 끝내고는 나라와 백성을 구하는 자신의 역할은 이제 필요없음을 깨닫고 당쟁으로 가득한 현실정치에 말려들기 싫어 병을 핑계로 사직하고 고향인 의령으로 돌아가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은거를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충섬심을 의심스러워하는 군왕의 감시와 홍의장군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왜의 자객들로 인해 목숨을 위협받고, “이몽학의 난”의 괴수로 모함 받아 온갖 고문과 고초를 겪게 되지만 그를 구하기 위한 유생들의 상소에 천신만고 끝에 무죄 방면된다. 정유재란이 터지면서 다시 군문에 복귀해 남은 전쟁을 치러내고 다시 모함을 받아 세 번째 옥고를 치루고는 현풍의 비슬산으로 들어가 세상의 근심을 잊는다는 “망우정”을 짓고 신선의 도를 공부하기 시작한다. 그 후 조정의 여러 차례 부름에도 응하지 않고 더욱 도에 정진하다가 66세의 나이에 숨을 거두고 만다.

 

 현대어가 난무하고 재미만 강조하는 퓨전 역사소설과는 달리 한자성어와 책 페이지 아래 달린 충실한 주기들로 인해 마치 고전을 대하는 듯한 읽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전설로만 치부되던 곽재우의 삶을 치밀하게 그려낸 이 책은 위인전기로서는 널리 읽힐 만 한데 곽재우의 인간적인 모습이나 소설적 재미가 부족한 점이 아쉽다. 하지만 전설 속에서 걸어 나와 우리 앞에 우뚝 선 곽재우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시도만큼은 충분히 성공했다 할 만 하다. 이 책이 숨겨진 우리 역사 속 인물들을 복원해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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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을 지키는 경제학 - 시장의 유혹과 거짓말로부터 - '시골의사 ' 박경철 강력추천
김진철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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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불황에 더 짧아진다는 여성들의 미니 스커트,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휘발유 값, 아무리 뚫어져라 보아도 이해하기 힘든 핸드폰 요금 고지서, 8백만분의 일의 말도 안 되는 확률임에도 복권 두 손에 꼭 쥐고 두근두근 거리며 보게 되는 로또 생방송, 비싸기만 하고 자판기 커피와 별 차이도 없어 보이는 스타 벅스 커피 등등 우리는 살면서 상식적으로는 불합리하고 이해가 안되는 수 많은 상황을 마주치게 된다. 그러나 사실은 그러한 상황들 하나하나에 소비자를 현혹시켜 결국 지갑을 열게 만드는 고도의 판매 전략과 경제학적 법칙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속았다라는 분노보다는 마치 거대한 음모론의 비밀을 한꺼풀 들춰보는 흥미진진함을 느끼게 된다. 김진철의 “시장의 유혹과 거짓말로부터 내돈을 지키는 경제학”은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우리가 생활하면서 한번쯤은 궁금해 했던 다양한 경제상황 들을 총 9개 PART로 나누어 소개하고 그 속에 숨겨진 경제학적 법칙들을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 중에서 우리가 왜 항상 마트에만 가면 계산하고 나오면서 영수증에 찍힌 총구매액수를 보고 한숨을 쉴 수밖에 없는지를 소개해보자. 책에서는 상품 진열부터 공간배치, 이동 통로와 에스컬레이터 위치 등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고도의 판매 전략이 마치 지뢰밭처럼 곳곳에 숨겨져 있으며, 유통과정의 혁명을 통해 이뤄낸 마트의 “가격파괴”, 쇼핑뿐만 아니라 미용실, 세탁소, 놀이방, 사진관, 식당가 등 마트에만 오면 모든 일을 해결하게 만드는 “원스톱 시스템”, 원가보다 낮은 가격이지만 다른 상품까지 사게 만드는 훌륭한 미끼 상품인 “로스 리더(Loss Leader)" 상품들, 체험형 마케팅인 시식 코너 , “떨이요 떨이!” 여기저기 들리는 판매원들의 외침까지 소비자의 욕망을 부추기는 다양한 장치들로 인해 안살래야 안 살 수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세일기간에 일정 금액을 구매하면 증정하는 소액 상품권을 받기 위한 금액을 맞추기 위해 추가로 불필요한 물건에 돈을 더 쓰고 결국 그 상품권을 쓰려면 소액에 딱 맞는 금액의 물건을 살 수 없어 추가로 돈을 더 보태야 되고, 그 상품권을 사용하기 위해 다시 한번 백화점이나 마트를 방문해야 하는, 결코 공짜일 수 없는 상품권에 대한 설명은 마트에 갈 때마다 핸드폰 계산기로 열심히 두드려가면서 상품권을 타기 위한 금액을 계산해보는 아내에게 당장 펼쳐서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공감이 가고 심지어 가슴 아팠던 부분을 꼽는다면 마지막 PART인 “결혼과 출산에 얽힌 인구경제학”에서 “아이는 빚인가, 자신인가?” 하는 부분이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이유는 출산 주력층인 25~34세 여성인구가 계속 줄어드는데다 결혼은 줄고 이혼은 늘어나는 데도 있지만, 경제학적 측면에서는 정부의 출산 장려책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지 않음으로써 얻는 편익이 훨씬 크며, 그 이유가 바로 가계소득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교육비와 양육비 때문이여 이런 현실을 도외시하고 돈 몇 푼 출산정책을 강조하는 정책 결정자들에게 출산율 최하위 에서 지금은 최고 수준의 출산율 국가로 변모한 프랑스의 예를 들어 파격적 금전적 지원을 더욱 확대하고 맞벌이 부부가 출산율이 오히려 가장 높은, 즉 “일과 육아”를 충분히 보장하는 고용과 육아 정책을 수립하라고 꼬집는다. 이처럼 지원책이 부실하고 모성복지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는 자산이라기보다는 빚일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이 아이를 키우는 나로서는 가슴이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어려운 경제용어나 이해하기 힘든 도표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같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상황들을 통해서 다양한 경제원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다양한 상황들에 대한 소개와 설명을 통해서 시장의 유혹과 거짓말에 대한 문제 제기는 훌륭했지만, 과연 내 돈은 어떻게 지켜야하는 지에 대한 실천적 방법은 다소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 이번 1권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한정된 분량 때문에 미처 이 책에 담지 못한 더 다양한 경제현상에 대한 설명, 그리고 충실한 실천적 대안까지 곁들인 후속권이 계속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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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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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바디스 한국경제 (이준구) - 이준구 교수의, 이념이 아닌 합리성의 경제를 향하여
이준구 지음 / 푸른숲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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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의 "정운찬", 미시경제의 "이준구".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들이라면 그 교수들이 재직한 대학(서울대)이 아니더라도 교과서로 한번쯤은  접해 봤을 두 교수이다. 한 분은 존경받는 학자이자 총장에서 스스로 진흙탕 속으로 걸어 들어가 버렸고, 한분은 "교수는 자신의 강의실에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것이 정도라는 믿음"을 가지고 현실참여를 꺼려하다가  "여론이 무작정 한쪽으로만 쏠리는 걱정스러운 현상", 즉 "보수의 회오리 바람"에 대해 "제동을 걸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감"을 느끼고 자신의 오랜 금기를 버리고 펜을 들어  "경제학의 진실과 지식인의 양심"을 걸고 사회비평에 나섰고 그 결과물로서 근 2년여간의 글들을 엮은  책이 바로 이 "쿠오바디스 한국경제"이다.

 책은 대운하의 비경제성, 주택시장 문제, 종부세에 대한 진실, 아마추어 정부(MB정부)  첫 1년, 교육문제, 시장주의자로로서 본 각종 정책 평가 (한미 FTA, 차량 5부제 등) 등 경제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이야기 한다. 유명한 전문 시사 평론가가 아니어서 그런지 현란한 말솜씨나 통쾌한 풍자보다는 정확한 단어 위주로 서론, 본론, 결론이 분명하게 나누어 서술하는 일종의 교과서나 논문 같을 정도로 딱딱한 면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비평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즉 신문기고글이나 시사잡지에 기고하는 교수들이 주로 보여주는 그런 딱딱한 문체이긴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말투와 글풀이가 온갖 미사여구나 현란한 글 들보다도 더욱더 진실되고 진정성있게 다가온다. 

이 책이 다룬 여러 분야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문은  주택시장 및 종부세 문제에 대한 부문인데 이 책처럼 명쾌한 해설과 정확한 비평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특히 전공인 수요, 공급, 가격과 시장이론, 즉 "미시경제학"을 바탕으로 한 주택 시장에서의 수요, 공급과 가격 결정의 새로운 해석은 바로 이것이 바로 경제학적 정확한 해설이라고 감탄할 정도로 명확하게 이해가 되는 훌륭한 설명이었다.

이준구 교수의 해석은  이렇다.

 항상 주택문제가 불거지면 주택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보수언론이나 서둘러 집짓기에 바쁜 정부 정책은 분명히 잘못되었다.  주택시장에서 공급이란 "우리나라 전체에 존재하는 주택의 양"으로 파악할 것이 아니라 "팔기 위해 시장에 내놓은 주택의 양"으로 봐야 할 것이며 특히 "단기적으로 주택 가격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매물로 내놓은 집의 양의 변화에 의한 공급량의 변화"로 정의한다. 주택 수요도 정상적인 "소비의 대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투자의 대상"으로서의 수요에 주목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공급이 늘면 가격이 떨어지는 전통적인 시장 매커니즘(수요 공급의 법칙)적 해석은 주택 시장을 더 왜곡하는 결과만 낳는다고 주장한다.

주택 가격 결정에 있어 "수요"와 "공급"을 위에서 설명한 매커니즘으로 정의하니 주택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하여 좀 더 쉽게 이해가 된다. 극우 언론이 주장하는 대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서 "주택 공급"을 많이 늘려 봐도 장기적 안정책은 될 지언정 단기적 가격 안정은 절 대 있을 수 없고 오히려 투기 수요만 불러 일으키게 된다. 투기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매물로 내놓은 주택들을 거둬갈 테고 그럼 유효공급량은 더욱 줄어 들어 공급은 더 부족해지고, 수요는 더욱 커지는, 따라서 가격이 더 상승해버리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좀더 명확하게 이해가 된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강력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며 그 정책으로  "종합부동산세"를 주목한다.  미래에 가격이 오르겠지 하는 투기적 목적으로 수 채의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시켜 보유하고 있어봤자 세금 부담으로 견딜 수 없게 만들어 그들이 보유하고 있 집들을 공급 시장에 나오게 하고, 가지고 있어 봤자 세금 부담으로 큰 이득이 없다는 실망감으로 투기적 수요를 사그러들게 하여 실질 수요자들에게 그 매물이 돌아갈  때야만 주택 가격은 안정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금폭탄", "역차별" 등 온갖 저주의 말 들로 결국 유명무실하게 되버린 종부세, 참여정부 최대의 실책 라고 여겨지는 "종부세"가 어쩌면 주택시장의 모순을 해결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종부세를 무력화하려는 현 정부와 기득권 세력의 꼼수들을 개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정부에 대해서 이말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다는 "강부자 정권"이란 말을 이 정권의 일련의 경제정책과 각종 정책을 접하면서 이젠 어쩔 수 없이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는 점이 바로 이준구 교수가 "마지못해 사회비평의 붓"을 들게 된 가장 큰 이유였을 거다.

  나야 종부세 해당자가 아니어서 일련의 상황에 대하여 별 관심이 없었지만, 종부세 찬반 여론을 조사하면 종부세 대상이 되는 2%의 "높은" 그분들보다 전혀 해당이 될 것 같지 않은 서민들의 반대가 더 심한 것에 대해 의아해한 적이 있었는데 , 즉 부자에게 세금 매기겠다는데 가난한 사람들이 더 반대를 하는 이 모순된 현실에 대하여 이 책에서는 그 연유를 정확히 말해준다. 그건 서민들이 종부세의 편익과 장점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서라고, 언론에서 그렇게 앵무새처럼 반복하던 종부세의 폐해, 강남에 낡은 집한채 밖에 없는- 그 집이 시가로 20억이 넘지만 그래도 가난하다는 - 은퇴자들이 종부세 부담으로  죽고 싶은 심정 이라는 극히 일부의 사례에 현혹되서라고, 수구언론들이 알맹이는 쏙 빼고 나쁜 점만 잔뜩 부풀려 놓은 거짓 선전에 속은 것이라고. 일부 모순점이나 폐해를 해결하고 제대로 시행되었으면 주택 문제 해결의 유일한 해법이었을 "종합부동산세법"은 수구 기득권 세력의 발악과 헌법재판소의 그릇된 판결- 헌재는 종합부동산세의 세대별 합산 방식이 "결혼중립성"을 위배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판결한다. 이준구 교수는 이는 똑같은 경제적 능력의 소유자는 똑같은 조세부담을 져야 한다는 "수평적 공평성",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 원칙조차 이해 못하는 무지의 판결이라고 개탄한다 - 에 의해 역사상 가장 나쁜 조세법이라는 오명을 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의 표현처럼 "그 죽음(종부세 폐지)이 우리 조세 제도의 역사상 가장 불행한 사건 중 하나 였다는 진실이 밝혀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날이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인지는 현 정권이나 기득권 세력이 계속 권력을 유지하는 동안은 참으로 요원할 것 만 같다.

  스스로도 "시장주의자"라고 고백하는 그이지만 미국 금융위기에서 보여준 "시장만능주의"의 실패, 즉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이 "서브프라임 주택대출로 인해 만들어진 불똥이 전세게를 뒤덮는 큰불로 번진 핵심적 원인이 시장의 맹목적인 탐욕에" 있으며 아직도 "명백한 시장 실폐의 사례인데 온갖 이유를 갖다 붙여 정부의 실패"로 몰아붙이는 "시장 근본주의자"들의 망상이 아직 "한국에서 미국의 시장경제를 두둔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는 점"에서 한국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오히려 미국은 자신의 시장만능주의 정책이 잘못되었음을 반성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그 실패한 미국 정책을 답습하여 더 한 실패로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부자만을 위한 정권, 삽질 정권인 이 정부에게 과연 희망이 있을까? 그리고 과연 3년 뒤에는 정권 교체를 이뤄 낼 수 있을까? 이준구 교수가 책 에필로그에 쓴 글처럼 그가 소망하는 일이 빠른 시일내로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 안타깝다. 그분의 양심과 비평이 더 절실해지고 더 필요로 할 것 같다.
 

"제 소망은 다른 생각 없이 연구와 교육에 전념하는 생활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해야 할 필요가 전혀 없는 상황이 되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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