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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을 지키는 경제학 - 시장의 유혹과 거짓말로부터 - '시골의사 ' 박경철 강력추천
김진철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불황에 더 짧아진다는 여성들의 미니 스커트,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휘발유 값, 아무리 뚫어져라 보아도 이해하기 힘든 핸드폰 요금 고지서, 8백만분의 일의 말도 안 되는 확률임에도 복권 두 손에 꼭 쥐고 두근두근 거리며 보게 되는 로또 생방송, 비싸기만 하고 자판기 커피와 별 차이도 없어 보이는 스타 벅스 커피 등등 우리는 살면서 상식적으로는 불합리하고 이해가 안되는 수 많은 상황을 마주치게 된다. 그러나 사실은 그러한 상황들 하나하나에 소비자를 현혹시켜 결국 지갑을 열게 만드는 고도의 판매 전략과 경제학적 법칙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속았다라는 분노보다는 마치 거대한 음모론의 비밀을 한꺼풀 들춰보는 흥미진진함을 느끼게 된다. 김진철의 “시장의 유혹과 거짓말로부터 내돈을 지키는 경제학”은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우리가 생활하면서 한번쯤은 궁금해 했던 다양한 경제상황 들을 총 9개 PART로 나누어 소개하고 그 속에 숨겨진 경제학적 법칙들을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 중에서 우리가 왜 항상 마트에만 가면 계산하고 나오면서 영수증에 찍힌 총구매액수를 보고 한숨을 쉴 수밖에 없는지를 소개해보자. 책에서는 상품 진열부터 공간배치, 이동 통로와 에스컬레이터 위치 등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고도의 판매 전략이 마치 지뢰밭처럼 곳곳에 숨겨져 있으며, 유통과정의 혁명을 통해 이뤄낸 마트의 “가격파괴”, 쇼핑뿐만 아니라 미용실, 세탁소, 놀이방, 사진관, 식당가 등 마트에만 오면 모든 일을 해결하게 만드는 “원스톱 시스템”, 원가보다 낮은 가격이지만 다른 상품까지 사게 만드는 훌륭한 미끼 상품인 “로스 리더(Loss Leader)" 상품들, 체험형 마케팅인 시식 코너 , “떨이요 떨이!” 여기저기 들리는 판매원들의 외침까지 소비자의 욕망을 부추기는 다양한 장치들로 인해 안살래야 안 살 수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세일기간에 일정 금액을 구매하면 증정하는 소액 상품권을 받기 위한 금액을 맞추기 위해 추가로 불필요한 물건에 돈을 더 쓰고 결국 그 상품권을 쓰려면 소액에 딱 맞는 금액의 물건을 살 수 없어 추가로 돈을 더 보태야 되고, 그 상품권을 사용하기 위해 다시 한번 백화점이나 마트를 방문해야 하는, 결코 공짜일 수 없는 상품권에 대한 설명은 마트에 갈 때마다 핸드폰 계산기로 열심히 두드려가면서 상품권을 타기 위한 금액을 계산해보는 아내에게 당장 펼쳐서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공감이 가고 심지어 가슴 아팠던 부분을 꼽는다면 마지막 PART인 “결혼과 출산에 얽힌 인구경제학”에서 “아이는 빚인가, 자신인가?” 하는 부분이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이유는 출산 주력층인 25~34세 여성인구가 계속 줄어드는데다 결혼은 줄고 이혼은 늘어나는 데도 있지만, 경제학적 측면에서는 정부의 출산 장려책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지 않음으로써 얻는 편익이 훨씬 크며, 그 이유가 바로 가계소득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교육비와 양육비 때문이여 이런 현실을 도외시하고 돈 몇 푼 출산정책을 강조하는 정책 결정자들에게 출산율 최하위 에서 지금은 최고 수준의 출산율 국가로 변모한 프랑스의 예를 들어 파격적 금전적 지원을 더욱 확대하고 맞벌이 부부가 출산율이 오히려 가장 높은, 즉 “일과 육아”를 충분히 보장하는 고용과 육아 정책을 수립하라고 꼬집는다. 이처럼 지원책이 부실하고 모성복지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는 자산이라기보다는 빚일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이 아이를 키우는 나로서는 가슴이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어려운 경제용어나 이해하기 힘든 도표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같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상황들을 통해서 다양한 경제원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다양한 상황들에 대한 소개와 설명을 통해서 시장의 유혹과 거짓말에 대한 문제 제기는 훌륭했지만, 과연 내 돈은 어떻게 지켜야하는 지에 대한 실천적 방법은 다소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 이번 1권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한정된 분량 때문에 미처 이 책에 담지 못한 더 다양한 경제현상에 대한 설명, 그리고 충실한 실천적 대안까지 곁들인 후속권이 계속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