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 곽재우
조민 지음 / 문학지성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붉은 갑옷을 입고 비와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신출귀몰한 전술로 왜적들을 물리쳤던 의병장, 말년에 도를 깨우쳐 우화등선한 선도(仙)의 좌장(座長) 쯤으로 인식되고 있는 곽재우는 그동안 전설 속의 인물로 그의 실존여부조차 의심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조민의 역사소설 “현자 곽재우”는 왜곡되고 과장된 전설을 말끔히 걷어내고 인간 곽재우의 모습을 올곳이 담아내어 우리에게 실존 인물로서의 곽재우는 어떠한 사람이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책은 말년의 곽재우가 가문에서 보내온 책인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선왕대 뛰어난 장수로 이순신과 곽재우를 꼽았다는 소식을 듣고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16세의 나이에 거유(巨儒) 남명 조식의 제자로 입문하여 유가경전과 함께 장차 일어날 환란을 대비하기 위해 병학을 배우게 된다. 몇 번의 과거를 응시하다 낙방하고 마침내 문과 2등으로 급제를 하지만 답안이 임금을 경멸했다는 이유로 파방(罷榜)하게 되고 낙담을 하게 된 곽재우는 출사의 뜻을 접고 의령에서 농사에 힘쓰며 은거의 삶을 보내다가 마침내 41세가 되던 선조 25년 임진년(1592년) 스승이 염려하던 왜란을 맞이하게 된다. 왜란 발발한지 열흘 만에 분연히 의병을 일으킨 곽재우는 4월 25일 소규모 첫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연이은 전투에서도 쾌승을 거두면서 군세를 더욱 불리게 되지만 같은 문하생이자 오랜 악연인 신반현감 서성국에 의해 도적으로 몰려 감옥에 갇히는 고초를 겪게 되고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풀려나 군세를 추스르고 다시 전투에 나서게 되고 왜병 2 천여명을 무찌른 “정암진 대첩”과 연이은 승전을 거두면서 경상우도를 회복하는 등 임란 초기 바다에는 이순신, 육지에는 곽재우라 할 만큼 그 위세를 크게 떨치게 된다. 전쟁은 명군이 개입하면서 잠시 소강상태에 흐르게 되고 경상감사 김수의 모함과 갈등으로 고초를 겪게 되지만 경상도민과 유생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모함에서 풀려난 곽재우는 진주성의 김시민과 더불어 임란 3대 대첩중의 하나인 “진주성 대첩”에서 대승을 거둔다. 전쟁 피난길에서 목숨을 이룬 부인의 죽음에 상심에 빠진 사이 진주성은 결국 왜군들에 의해 함락되고 전라도 의병장 김덕령과 합류하여 원균과 이순신을 지원하는 등 수많은 전투를 치러내고 진주 목사겸 조방장을 제수 받아 진주성을 복구하고 백성들을 진무하는 일을 끝내고는 나라와 백성을 구하는 자신의 역할은 이제 필요없음을 깨닫고 당쟁으로 가득한 현실정치에 말려들기 싫어 병을 핑계로 사직하고 고향인 의령으로 돌아가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은거를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충섬심을 의심스러워하는 군왕의 감시와 홍의장군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왜의 자객들로 인해 목숨을 위협받고, “이몽학의 난”의 괴수로 모함 받아 온갖 고문과 고초를 겪게 되지만 그를 구하기 위한 유생들의 상소에 천신만고 끝에 무죄 방면된다. 정유재란이 터지면서 다시 군문에 복귀해 남은 전쟁을 치러내고 다시 모함을 받아 세 번째 옥고를 치루고는 현풍의 비슬산으로 들어가 세상의 근심을 잊는다는 “망우정”을 짓고 신선의 도를 공부하기 시작한다. 그 후 조정의 여러 차례 부름에도 응하지 않고 더욱 도에 정진하다가 66세의 나이에 숨을 거두고 만다.

 

 현대어가 난무하고 재미만 강조하는 퓨전 역사소설과는 달리 한자성어와 책 페이지 아래 달린 충실한 주기들로 인해 마치 고전을 대하는 듯한 읽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전설로만 치부되던 곽재우의 삶을 치밀하게 그려낸 이 책은 위인전기로서는 널리 읽힐 만 한데 곽재우의 인간적인 모습이나 소설적 재미가 부족한 점이 아쉽다. 하지만 전설 속에서 걸어 나와 우리 앞에 우뚝 선 곽재우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시도만큼은 충분히 성공했다 할 만 하다. 이 책이 숨겨진 우리 역사 속 인물들을 복원해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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