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렌드 자기만의 방 - 1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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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산미가 입 안에 확~퍼지는 언제 마셔도 좋은 커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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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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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은 필립 로스의 책. 지난 달에 읽었는데 이제야 글을 남긴다.

한 노인의 장례식으로 시작하는 이 책을 다 읽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대학살'이라는 단어였다.

 

 

'노년은 전투가 아니다. 노년은 대학살이다.'(p.162)

 

 

이만큼 늙는다는 것에 대해 직설적으로 처절하게 표현한 말이 있을까?

과장같지만 겪어보면 절대로 과장이 아닐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에 서글프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노년을 바라고 상상한다.

 

 

p.135

그는 늘 안정에 의해 힘을 얻었다. 그것은 정지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정체였다. 이제 모든 형태의 위로는 사라졌고, 위안이라는 항목 밑에는 황폐만이 있었으며,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치열하게 살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 평안하고 안정된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년은 당연히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유로운 산책, 일 년에 한 번하는 편안하고 조금은 럭셔리한 여행, 건강을 위한 식단,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취미 생활 등 젊은 시절의 고생을 이런 노년으로 보상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노년에 안정이란 없음을, 진통제로도 듣지 않는 육체의 고통 속에서 그 누구도 곁에 없음을 깨닫는 그 외로운 순간들. 하루가 다르게 나약해지는 자신의 모습과 매일 대면해야 하는 노년에 안정이란 얼마나 뜬구름 같은 것인지, '이것이 냉정한 현실이겠지' 싶었다.

'안정'이 아닌 모든 것이 '정체'된 노년이라니...

거기다 자신이 살아온 삶이 보람보다는 후회로 가득차 있다면 그 상실감과 허망함은 육체의 고통과 함께 노년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이 '삶이란 참으로 가차없구나' 싶었다.

 

 

p.83

"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여. 버티고 서서 오는 대로 받아들여라. 다른 방법이 없어."

 

 

주인공이 딸에게 하면서 결국엔 자신에게 했던 이 말이 책에서 가장 위안이 되는 말이었다.

이것이 죽음을 향해 가는 인간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며 힘이 되는 말이 아닐지...

 

그러나 이런 주인공도 주변 사람들의 죽음과 자신의 수술을 앞두고 한없이 나약한 어린아이같이 온갖 상념에 빠져든다.

 

p.169

그녀는 어떻게 자살했을까? 서울렀을까? 마음이 바뀌기 전에 약을 꿀꺽 삼켰을까? 마침내 약을 먹은 뒤에는 소리를 질렀을까? 죽고 싶지 않다고. 그냥 그 무지막지한 통증과 맞설 수 없었을 뿐이라고.

 

 

'대학살', '정체', '이질감', '통증', '무력감', '고립'...이런 단어들 앞에서 인간이 느껴야하는 수치심과 두려움을 생각해 본다. 늙고 병드는 건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인데, 왜 부끄러움과 초라함의 고통까지 겪어야 하는 것일까...

 

세 번의 이혼과 세 자녀를 둔 주인공. 가정파탄의 원인은 늘 그에게 있었다.

세 자식의 행복한 유년을 빼앗고, 아내들에겐 배신감과 상처를 줬으며 능력있고 따뜻한 형에겐 질투심까지 느껴 사이가 멀어지게 한 조금은 찌질한 그러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늙은 나이에 또 다시 수술을 해야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곁에 있어줄 사람을 생각하다가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실수와 그로 인한 가책에 가슴을 치며 절규한다. 자신은 아버지에게 어린아이로서 받아야 할 사랑과 보호를 다 받았으면서 왜 자신은 내 자식들에게 그러지 못했는지 처절하게 뉘우친다. 늙고 아픈 가운데 느끼는 처절한 외로움, 게다가 그 외로움이 지난 날 자신의 과오로 생겨났음을 깨달았을 때의 그 수치심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p.165

한번 용기를 내어 부탁해볼까? 다짜고짜 형한테, 앞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살지 생각 좀 해보는 동안 그 별채에서 두어 달 지낼 수 있냐고 물어볼까? 수술을 받은 뒤 회복기에 캘리포니아로 날아가 형과 함께 지낼 수 있다면......

 

 

내 주위에 남아있는 얼마 안되는 사람들을 그려본다. 가족, 친구들, 소소한 모임으로 만나고 있는 사람들...모두가 이런 보통 사람들이란 생각을 하니 연민이 느껴진다.

죽음을 앞 둔 외롭고 슬픈 노년의 삶을 버티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함을 느낀다.

나중에 홀로 남은 노인이 되었을 때 '내 삶이 그래도 '보통'은 되었지' 라고 생각하며 눈감고 싶다.

 

다시 한번 읽어본다. "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여. 버티고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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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렌드 산수유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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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어울리는 커피입니다. 커피에서 은은한 봄내음이 나네요. 산뜻하면서도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맛. 오랜만에 마셔본 알라딘 커피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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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3-07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이거 주문해서 받았는데! ㅎㅎ 이제 마셔봐야 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0-03-11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유혹적인 문구입니다. ㅋ

coolcat329 2020-03-12 14:26   좋아요 0 | URL
저 한 봉지 더 샀답니다~^^
 
데미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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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6

우리들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고자 하고, 모든 것을 우리들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야.

 

몇년 전 읽다 만 데미안을 지난 달에 완독하면서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문장이다.

내 안의 깊은 곳에 나도 모르는 커다란 힘이 있어 그것과 만날 때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다는 말이 끊임없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세상의 법과 제도, 규칙, 타인의 시선에 늘 자신을 검열하며 살아가야 하는 나의 의식과는 달리, 내 안의 무의식은 나도 모르는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니 한 개개인의 고귀함을 보여주는 얼마나 고마운 말인지 모른다.

 

보통 데미안은 청소년이나 젊을 때 읽으면 좋다고 하지만 내 생각엔 어느 연령대라도 좋은 책이란 생각을 해본다. 나이가 먹는다고 사람이 진정 자기 인생을 살게 되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 가면인 페르소나의 노예가 되어 내 안의 목소리를 전혀 못 듣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종교를 광적으로 의지해 자기 자신은 물론 이 사회, 나라까지 들썩이게 한 무리들을 보니 더욱 데미안이 생각이 난다.

소설 속 피스토리우스 말처럼 '그들은 세계가 자기 안에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모두가 다 '인간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진정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믿습니다. 아멘!" 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모르는 그들이 불쌍하기도 하다.

진정한 나 자신에 다다르는 길은 실로 험난하지만 그 과정은 아름답기도 하다.

다음의 에바 부인의 말처럼.

 

p.190

그건 늘 어려워요, 태어나는 것은요. 아시죠,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애를 쓰지요. 돌이켜 생각해 보세요, 그 길이 그렇게 어렵기만 했나요? 아름답지는 않았나요? 혹시 더 아름답고 더 쉬운 길을 알았던가요?

 

'모두가 인간이 되라고 기원하며 자연이 던진 돌'이기에 던져진 장소 그 모습은 모두 다르겠지만 각자 짊어진 자신의 운명에 맞서 살아가야 한다. 온전하게 자기 자신이 되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인간의 삶이 가지는 최고의 가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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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3-04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읽었는데 다시 읽어야 할 것 같아서 문학동네 걸로 사 놓고 못 읽고 있어요.
읽었다는 이유로 손이 가게 되지 않네요. 그러나 꼭 다시 완독하고 싶은 책입니다.
 
삶의 한가운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
루이제 린저 지음, 박찬일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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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년 만에 다시 읽은 니나의 이야기. 그 때도 그렇고 여전히 난 니나에게 마음이 가질 않는다. 오히려 제멋대로이고 오만하며 이기적인 그녀가 더 싫어졌다고 해야할까. 그저 작가가 당당하고 열정적이며 자유로운 멋진 여성을 만들어 내려고 억지로 꾸며낸 느낌이며, 거기다 자신의 모습을 덧입혀 진실되지 못한 자신의 삶을 변명하고 미화하기 위해 쓴 글 같아 읽으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2011년 출간된 호세 산체스 데 무리요 신부가 쓴 전기에서 그녀는 히틀러를 찬양하는 시 쓰고 나치영화 대본 작가였으며, 승진을 위해 유대인 교장을 나치에 고발했다고 폭로. 그녀는 나치주의자였음이 드러남)
삶 앞에서 굴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당당하게 살아나가는 니나라는 인물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고 지금도 사랑받는 인물이라 이런 말하긴 조금 조심스럽지만 나는 거의 니나에게 감정이입을 하질 못했다. 오히려 오직 니나를 통해 삶의 의미를 얻고 18년간 니나만을 사랑한 그러나 답답한 슈타인에게 더 마음이 갔고 니나가 이런 숭고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인물인지...다시 생각해보아도 난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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