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116

우리들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고자 하고, 모든 것을 우리들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야.

 

몇년 전 읽다 만 데미안을 지난 달에 완독하면서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문장이다.

내 안의 깊은 곳에 나도 모르는 커다란 힘이 있어 그것과 만날 때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다는 말이 끊임없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세상의 법과 제도, 규칙, 타인의 시선에 늘 자신을 검열하며 살아가야 하는 나의 의식과는 달리, 내 안의 무의식은 나도 모르는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니 한 개개인의 고귀함을 보여주는 얼마나 고마운 말인지 모른다.

 

보통 데미안은 청소년이나 젊을 때 읽으면 좋다고 하지만 내 생각엔 어느 연령대라도 좋은 책이란 생각을 해본다. 나이가 먹는다고 사람이 진정 자기 인생을 살게 되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 가면인 페르소나의 노예가 되어 내 안의 목소리를 전혀 못 듣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종교를 광적으로 의지해 자기 자신은 물론 이 사회, 나라까지 들썩이게 한 무리들을 보니 더욱 데미안이 생각이 난다.

소설 속 피스토리우스 말처럼 '그들은 세계가 자기 안에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모두가 다 '인간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진정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믿습니다. 아멘!" 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모르는 그들이 불쌍하기도 하다.

진정한 나 자신에 다다르는 길은 실로 험난하지만 그 과정은 아름답기도 하다.

다음의 에바 부인의 말처럼.

 

p.190

그건 늘 어려워요, 태어나는 것은요. 아시죠,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애를 쓰지요. 돌이켜 생각해 보세요, 그 길이 그렇게 어렵기만 했나요? 아름답지는 않았나요? 혹시 더 아름답고 더 쉬운 길을 알았던가요?

 

'모두가 인간이 되라고 기원하며 자연이 던진 돌'이기에 던져진 장소 그 모습은 모두 다르겠지만 각자 짊어진 자신의 운명에 맞서 살아가야 한다. 온전하게 자기 자신이 되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인간의 삶이 가지는 최고의 가치가 아닐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0-03-04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읽었는데 다시 읽어야 할 것 같아서 문학동네 걸로 사 놓고 못 읽고 있어요.
읽었다는 이유로 손이 가게 되지 않네요. 그러나 꼭 다시 완독하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