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리커버 일반판, 무선)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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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여러 계급으로 나누어 국가가 통제하는 사회라는 설정이 디스토피아 소설 중에서 이 작품이 갖는 독특한 점. 지난 달에 읽고 쓰려니 또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섬세하면서도 조심스러운 화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읽는 과정이 매우 스릴있었다. <증언들>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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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451 (리커버 특별판, 양장)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박상준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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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금지된 세상, 비판하고 생각하는 인간을 원하지 않는 사회에서 책을 태우는 것이 직업인 방화수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쾌락만을 추구하는 사람들, 사람 간의 대화는 단절되고 벽면에 설치된 TV 를 보며 아무 생각없이 사는 인간들, 이런 인간들이 다른 생각을 못하도록 통제하는 사회이다.주인공의 아내는 거실 벽 3면을 TV로 둘러 놓고 그 속에 나오는 사람들을 친척으로 설정, 그들과 교류하며 지낸다. 그리고 마치 우리가 열심히 돈을 모아 더 좋은 차를 사는 것처럼 조만간 돈의 여유가 생기면 나머지 한 면도 TV로 채우길 원한다.  자극적인 정보와 즉각적인 쾌락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더이상 책은 필요하지 않다.

 

SF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의 시적인 문체와 책을 불태우는 사회라는 설정이 흥미로운 작품이지만, 나에겐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 좀 더 분명하게 말하자면 읽으면서 지루해서 혼났다. 그나마 얇은 책이라 빨리 읽었지만 재미가 없었다. 개연성도 떨어지고 구성도 엉성하며 무엇보다 주인공의 행동과 말이 마음에 와 닿질 않았다.

 

이 소설이 <1984>와 <멋진 신세계>를 능가하는 작품이라는 홍보문구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재미라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책을 불태우는 사회라는 설정과 리커버 표지만이 매력적일 뿐 나에겐 별 감동을 주진 못한 작품이다.

 

아, 물론 책이 없는 사회는 암울하다는 거...책은 사람을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고 개개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며 내 생각을 표현하게 함으로써 내 삶에 없어서는 안되는 인생 취미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으니 '역시 책은 좋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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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3-25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루했군요? 전 아직 이 리커버 특별판 사놓고 안 읽었는데. ㅎㅎㅎㅎ
저도 곧 읽어봐야겠어요-

coolcat329 2020-03-25 17:38   좋아요 0 | URL
네~잠자냥님의 생각도 궁금하네요~

2020-04-03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디 아워스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마이클 커닝햄 지음, 정명진 옮김 / 비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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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퓰리처상과 펜 포크너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2002년에는 스티븐 달드리 감독, 니콜 키드만, 줄리안 무어, 메릴 스트립 주연의 <The Hours>로 영화화되었다.

영화는 못 봤으나 유투브에 몇 장면이 올라와 있어 봤는데 유명한 세 여배우의 훌륭한 연기는 물론 책에서는 나오지 않는 인물의 심리를 영상으로 잘 담아낸 듯 보였다.

 

각기 다른 시대와 장소에 살고 있는 세 여자의 하루 동안의 삶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먼저 프롤로그에서 1941년 3월 28일 버지니아 울프가 주머니에 돌을 잔뜩 넣고 강에서 자살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1923년 런던 교외에 살고 있는 버지니아 울프가 <댈러웨이 부인>을 쓰고 있고, 1949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사는 로라 브라운이 <댈러웨이 부인>을 읽고 있으며, 1990년대 말 뉴욕에서 살고 있는 클라리사는 댈러웨이 부인이라고 불리는데, 소설 속 댈러웨이 부인의 이름은 또 클라리사이다.

소설은 이 세 여인의 하루의 이야기를 번갈아 가며 보여주는데, 이 세 인물을 연결해 주는 것은 바로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이란 책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은 한 권도 읽어 보지 않았으나 <댈러웨이 부인>은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전개되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댈러웨이 부인이 꽃을 사러 나가면서 시작되는 하루는 파티가 끝나면서 마무리되고 소설은 이 하루동안 댈러웨이 부인의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생각의 흐름을 보여준다.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이 작품 역시 이런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여 세 여인의 평범하면서도 긴박한 하루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존재하는 여자들의 시간들, 그 속에서 도사리고 있는 우울과 불안, 그럼에도 불쑥 찾아오는 삶의 희열과 의지, 그러다 또 다시 얼굴을 내미는 무기력.

이런 반복되는 시간들을 견뎌내며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는 세 여자를 통해 시대는 다르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여전히 같은 어려움과 아이러니를 품고 있음을 알게된다.

이런 삶의 위태로움은 마지막 클리리사와 에이즈로 고통받고 있는 작가 리처드의 대화에서 잘 드러난다.

 

 

"내가 이 일을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어. 당신도 알잖아. 파티와 시상식, 그리고 그게 끝나면 이런저런 시간, 그게 끝나면 또 이런저런 시간."

"파티에 안 가도 돼. 시상식에도. 당신은 아무것도 안해도 된다고."

"그래도 그 시간들 the hours 은 남아 있어, 그렇지 않아? 하나의 시간, 그러고 나면 또 그런 시간. 그 시간들을 당신이 다 견뎌낸다고 해도 또 그런 시간이 있어. 세상에, 또 그런 시간이라니. 지긋지긋해."

 p.292,293

 

 

단 하루 동안의 이야기이지만 머리 속에서 펼쳐지는 사고의 폭은 그 끝이 안 보일정도로 얼마나 풍성한지 의식의 흐름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인물들의 심리에 집중하며 읽느라 술술 읽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지난 달에 읽고 한 번 더 읽으려다가 못 읽고 이제야 간단한 소감을 남긴다.

이 책은 뚜렷하진 않지만 매우 섬세하게 짜여진 작품이라, 두 번째 읽을 때 그 재미가 더 클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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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렌드 자기만의 방 - 1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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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산미가 입 안에 확~퍼지는 언제 마셔도 좋은 커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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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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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은 필립 로스의 책. 지난 달에 읽었는데 이제야 글을 남긴다.

한 노인의 장례식으로 시작하는 이 책을 다 읽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대학살'이라는 단어였다.

 

 

'노년은 전투가 아니다. 노년은 대학살이다.'(p.162)

 

 

이만큼 늙는다는 것에 대해 직설적으로 처절하게 표현한 말이 있을까?

과장같지만 겪어보면 절대로 과장이 아닐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에 서글프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노년을 바라고 상상한다.

 

 

p.135

그는 늘 안정에 의해 힘을 얻었다. 그것은 정지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정체였다. 이제 모든 형태의 위로는 사라졌고, 위안이라는 항목 밑에는 황폐만이 있었으며,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치열하게 살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 평안하고 안정된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년은 당연히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유로운 산책, 일 년에 한 번하는 편안하고 조금은 럭셔리한 여행, 건강을 위한 식단,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취미 생활 등 젊은 시절의 고생을 이런 노년으로 보상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노년에 안정이란 없음을, 진통제로도 듣지 않는 육체의 고통 속에서 그 누구도 곁에 없음을 깨닫는 그 외로운 순간들. 하루가 다르게 나약해지는 자신의 모습과 매일 대면해야 하는 노년에 안정이란 얼마나 뜬구름 같은 것인지, '이것이 냉정한 현실이겠지' 싶었다.

'안정'이 아닌 모든 것이 '정체'된 노년이라니...

거기다 자신이 살아온 삶이 보람보다는 후회로 가득차 있다면 그 상실감과 허망함은 육체의 고통과 함께 노년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이 '삶이란 참으로 가차없구나' 싶었다.

 

 

p.83

"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여. 버티고 서서 오는 대로 받아들여라. 다른 방법이 없어."

 

 

주인공이 딸에게 하면서 결국엔 자신에게 했던 이 말이 책에서 가장 위안이 되는 말이었다.

이것이 죽음을 향해 가는 인간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며 힘이 되는 말이 아닐지...

 

그러나 이런 주인공도 주변 사람들의 죽음과 자신의 수술을 앞두고 한없이 나약한 어린아이같이 온갖 상념에 빠져든다.

 

p.169

그녀는 어떻게 자살했을까? 서울렀을까? 마음이 바뀌기 전에 약을 꿀꺽 삼켰을까? 마침내 약을 먹은 뒤에는 소리를 질렀을까? 죽고 싶지 않다고. 그냥 그 무지막지한 통증과 맞설 수 없었을 뿐이라고.

 

 

'대학살', '정체', '이질감', '통증', '무력감', '고립'...이런 단어들 앞에서 인간이 느껴야하는 수치심과 두려움을 생각해 본다. 늙고 병드는 건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인데, 왜 부끄러움과 초라함의 고통까지 겪어야 하는 것일까...

 

세 번의 이혼과 세 자녀를 둔 주인공. 가정파탄의 원인은 늘 그에게 있었다.

세 자식의 행복한 유년을 빼앗고, 아내들에겐 배신감과 상처를 줬으며 능력있고 따뜻한 형에겐 질투심까지 느껴 사이가 멀어지게 한 조금은 찌질한 그러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늙은 나이에 또 다시 수술을 해야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곁에 있어줄 사람을 생각하다가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실수와 그로 인한 가책에 가슴을 치며 절규한다. 자신은 아버지에게 어린아이로서 받아야 할 사랑과 보호를 다 받았으면서 왜 자신은 내 자식들에게 그러지 못했는지 처절하게 뉘우친다. 늙고 아픈 가운데 느끼는 처절한 외로움, 게다가 그 외로움이 지난 날 자신의 과오로 생겨났음을 깨달았을 때의 그 수치심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p.165

한번 용기를 내어 부탁해볼까? 다짜고짜 형한테, 앞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살지 생각 좀 해보는 동안 그 별채에서 두어 달 지낼 수 있냐고 물어볼까? 수술을 받은 뒤 회복기에 캘리포니아로 날아가 형과 함께 지낼 수 있다면......

 

 

내 주위에 남아있는 얼마 안되는 사람들을 그려본다. 가족, 친구들, 소소한 모임으로 만나고 있는 사람들...모두가 이런 보통 사람들이란 생각을 하니 연민이 느껴진다.

죽음을 앞 둔 외롭고 슬픈 노년의 삶을 버티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함을 느낀다.

나중에 홀로 남은 노인이 되었을 때 '내 삶이 그래도 '보통'은 되었지' 라고 생각하며 눈감고 싶다.

 

다시 한번 읽어본다. "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여. 버티고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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