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아미 펭귄클래식 108
기 드 모파상 지음, 윤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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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아미 Bel-Ami>는 모파상(Guy de Maupassant 1850~1893)이 1885년 발표, 19세기 후반 파리를 배경으로 조르주 뒤루아라는 잘생긴 청년의 막장 출세기를 다룬 소설이다. 다시 말하자면 노르망디 시골 청년 조르주 뒤루아가 '뒤 루아 드 캉텔 남작'이 되기까지의 아슬아슬하면서도 추잡한 과정을 담고 있다. 


잘생긴 얼굴, 큰 키의 건장한 체격에 우아한 모습인 뒤루아. 그러나 그의 속마음은 '궁색한 삶에 대한 분노'로 가득차 있다. 군복무를 마치고 성공을 꿈꾸며 파리로 왔지만 현실은 박봉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피가 끓는 젊은 남자로서 길거리 여자들만 보면 몸이 달아오르니 불만이 가득할 수밖에...


그러던 어느 날 뒤루아는 길에서 우연히 옛 군대 동기 포레스티에를 만나고 그의 주선으로 신문사에 취직하게 되면서 삶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게 된다. 

'약고 영리하고 뭐든 다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뒤루아는 얼마 가지 않아 유능한 취재기자가 되고 파리 사교계를 드나들게 된다. 자신의 수려한 외모와 우아한 행동이 돈 많은 부인들에게 먹혀들어 가자 뒤루아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그리고 마침내 파리 사교계의 한 여자를 얻게 되는데 뒤루아는 너무나 쉽게 불쑥 찾아온 행운에 큰 성취감을 느낀다.


[드디어 희망이, 이제 힘을 얻고 성공을 하고 이름을 날리고 돈과 사랑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신기루 속에 꿈틀대면서 뒤루아의 눈앞으로 우아한 여인들이, 돈 많고 권세 있는 여인들이 나타났다. 흡사 연극 공연의 절정에서 꽃다발처럼 줄줄이 무대 위를 지나는 단역 여배우들처럼 모두들 미소 띤 얼굴로 하나씩 나타나 그의 몽상의 황금빛 구름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p.101)]


적당한 지위와 돈, 아름다움까지 겸비한 드 마렐 부인과의 만남은 그의 넘쳐나는 욕망과 정욕을 잠시나마 진정시켜 주지만 새로운 먹잇감이 나타나자 그의 욕망은 다시 꿈틀대기 시작한다. 반반한 얼굴로 '벨아미'(미남 친구)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주변을 탐색하던 뒤루아는 신분 상승의 도구로 여자들을 이용, 배신과 거짓을 일삼고 유혹하기를 반복한다. 


["언제 둘이만 있을 수 있는 겁니까?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기는 합니까?"(p.103)


"아무튼 언젠가 댁에서 말씀드렸잖습니까. 저한테 가장 소중한 꿈은 바로 부인과 같은 여인을 아내로 맞는 일이라고요."(p.212)


"정말입니다. 전 정말 부인을 사랑합니다. 오래전부터, 미친듯이 사랑합니다.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연하죠. 제가 미친 겁니다. 부인을 사랑하다니......오! 정말입니다.부인을 사랑합니다!"(p.288)


"당신을 내 아내로 삼을 수 없다면 난 파리를 떠날 거고 이 나라를 떠날 겁니다."(p.396)]


뒤루아가 하는 말이다. 근데 상대가 다 다른 여자이다. 그리고 저런 거짓 사랑 고백이 강력한 효력을 발휘하는 건 바로 그의 잘생긴 외모 덕분이다. 


잘생긴 얼굴과 영악함을 무기로 겁없이 설치는 뒤 루아(뒤루아에서 귀족 칭호인 뒤 루아로 바뀜)를 보며 '이러다 큰코다치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소설은 나의 기대를 저버린다. 

그런데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게 19세기 말 프랑스 사회도 뒤 루아 못지 않게 썩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팽창하면서 돈과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건 프랑스 사회도 마찬가지이고 이런 사회에서는 비도덕적인 사람,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이 살아남기 쉽지 않겠는가.


['세상은 강자들의 것이다. 강자가 되어야 한다. 모두를 밟고 올라서야 한다.'(p.265)]


뒤 루아는 그 누구보다 세상이 누구 편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강자가 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최고의 무기인 얼굴과 '여자를 유혹하는 힘'을 제대로 이용한 것이다. 게다가 '여자들은 모두 창녀일 뿐'이라는 그의 비뚤어진 생각은 목적을 위해 여자들을 수단으로 이용한 그에게 어떠한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게 했기에 자신의 야망을 향해 나아가기가 더욱 쉬웠을 것이다. 


타락한 사회가 타락한 인간을 만들고 타락한 인간은 또 타락한 사회를 만드는 부패와 위선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인간의 양심과 도덕은 얼마나 부질없어 보이는지 모른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그 점을 한 번 더 확실히 하면서 끝난다. 그래도 벨아미 2편이 있다면 나는 뒤 루아가 분명 자신 보다 한 수 위인 팜므 파탈을 만나 반드시 큰코다칠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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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24 18:0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벨아미>를 읽으셨군요~! 잘생긴 친구 벨아미 ㅋㅋㅋ 벨아미가 나쁜놈이긴 한데 책이 너무 재미있더라구요 ㅎㅎ 역시 막장이 재미있는거 같아요~!! 저도 2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ㅋ

coolcat329 2021-12-24 18:14   좋아요 5 | URL
네~책장이 그냥 술술 넘어가더라구요. 벨아미 요 인간 더 강력한 여자 만나 제대로 당했으면 좋겠어요 ㅋㅋ

페넬로페 2021-12-24 18: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벨아미는 먹이를 찾아 높은 곳만 향하는 하이에나네요~~
쿨캣님께서 벌아미의 마지막을 공개하지 않으셔서 넘 궁금한데요.
이 책 읽으면 열받으며 읽을 것 같아요^^

coolcat329 2021-12-24 18:59   좋아요 4 | URL
벨아미가 나쁜 놈이긴 한데요...그 주변 인물들도 다 탐욕덩어리들이에요. 소설 속 벨아미 말대로 그야말로 ‘잡탕‘이거든요. ㅎ 더 못된 강력한 여자가 나타나 응징을 좀 해주면 좋겠지만요 ㅎ

페넬로페님 메리 크리스마스 🎄

청아 2021-12-24 19: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벨아미 2 누가 써주면 좋겠어요ㅎㅎ
타락이 성공의 발판이 되는 세계에서는 양심과 도덕은 오히려 약점이 되겠죠! 쿨캣님 해피 크리스마스🙋‍♀️🎄🎅🤶🌟

coolcat329 2021-12-25 09:43   좋아요 2 | URL
미미님도 즐거운 성탄절되세요~

잠자냥 2021-12-24 22: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근데 저도 이 책(펭귄클래식 버전)으로 읽었는데요. 뒤 루아가 저 표지처럼 생겼다면 도저히 벨아미 아니지 않습니까? 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1-12-25 09:45   좋아요 3 | URL
오 맞아요 ㅋㅋㅋ 저도 같은 생각을 했어요. 민음사도 저 표지던데 이해가 안 가네요ㅋㅋ

잠자냥 2021-12-25 09:57   좋아요 2 | URL
프랑스 꽃미남 기준이 음… 암…. 음…..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