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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 프롬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7
이디스 워튼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20년 8월
평점 :
이디스 워튼 (Edith Wharton 1862~1937)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이선 프롬>(1911)은 작가의 자전적인 성격이 짙은 작품이라고 하는데, 불행했던 결혼생활로 인한 자신의 괴로움을 '이선'이라는 인물을 통해 표현했다고 한다.
이선은 매사추세츠 주 스탁필드(Starkfield)라는 마을에 사는 농부이다. 스탁필드는 작가가 만든 가상의 마을로 Stark는 '황량한'이라는 뜻이다. 작가는 왜 마을 이름을 황량한 마을이라고 했을까...
그 이유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곧 알게 된다. 일년 중 반이나 되는 겨울의 긴 추위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벗어나지 못하는 가난, 먹고 사느라 서로에게 무관심한 외로운 마을.
이곳의 기후는 그 찬란함으로 인간의 삶을 생기 넘치게 했다가도 눈과 추위로 인간을 외부세계와 고립시켜 무력하게 만든다.
이선은 바로 이런 마을에서 '너무 많은 겨울을 난' 사람이다. 왜일까...
이 마을에 우연히 직장 일로 머물게 된 화자는 독자를 대신해서 묻는다.
'도대체 어떤 방해물이 뒤얽혀 있었기에 이선 프롬같은 사람의 탈출을 막았을까요?' (p.13)
가혹한 주변의 환경과 그로 인해 형성된 자신의 성격, 청교도 사회의 규범으로 인해 자신의 뜻대로 살지 못하고 평생을 노동과 외로움 속에서 살아야 했던 한 인간을 통해 작가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또한 이선의 아내 지나, 이선이 사랑한 여인 매티, 이 두 여인은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나는 이선, 지나, 매티 이 세 인물에게 나의 감정을 대입해가며 읽었는데, 공통점은 외로움과 가난, 병, 즉 인간은 주어진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셋 다 불쌍하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에필로그는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인 만큼 많은 질문을 하게 되는데, 이런 나의 고민도 현실의 가혹함 앞에서는 참으로 무력하게 느껴진다. 옳은 선택이란 과연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