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결정 -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일상인문학 5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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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로 유명한 소설가 페터비에리는 소설가이면서 인문학자인데 그가 2011년 그라츠 아카데미에서 강연한 내용을 책으로 엮어 출간됐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존엄성과 행복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없이 본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심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법적, 도덕적 규범 위에 성립돼 있지만 자립적으로 살면서 사회적 정체성을 규정해야 한다. 그 결정에 나의 존엄성과 행복이 훼손되지 않아야 진정한 자기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외부의 압력이 있을 수도 있고, 내게 처한 여러가지 상황과 사회적 규범 때문에 다소 인내의 세월을 살아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을 결정함에 있어서 타인의 눈이나 외부적 시각 때문에 흔들리고 불행한 것과는 달리 독립적으로 살면서 내 내면세계가 갖는 지휘권을 내가 갖는다면 그것은 훌륭한 자기 결정이다.

이 모든 것을 위한 방법으로 페터비에리는 우리가 우리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스스로 물음에 대한 답을 내릴 줄 알아야 하는데 이 답은 말이나 글로 내릴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함에 있어서 성숙해지고 자립적이 된다고 하는 것은 맹목적인 언어 습관에 촉을 세우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경각심을 통해 과연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 이를테면 자유, 정의, 애국심, 존엄성, 선과 악 등 중대한 주제를 접했을 때 본능처럼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 바로 자기결정적인 삶이라고 한다. 그러니 나만의 생각, 나만의 소신으로 나의 말과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자기 결정인데 그 결정이 도덕적이어야 하며 타인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것이어야 진정한 자기결정인 것 같다.


이런 자기결정을 확장하려면 인식된 경험을 세분화하고 인식되지 못한 것을 의식화 해야 한다. 이런 경험은 문학작품을 통해서 이룰 수도 있다.

인간이 삶을 이끌어 나가는 모습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알게 되면서 사고의 스펙트럼이 넓어진단다.


실례로 나도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자기 결정력이 나아진 것을 느꼈다. 나는 남들이 '다독하시네요.' 할만큼 책을 읽은지 이제 5-6년이 되었다. [데미안] 의 싱클레어가 알을 깨고 나오듯이 나 역시 '나' 밖에 몰랐던 삶에서 '주위' 를 둘러보는 삶으로 점점 변하는가 하면, '좋은 게 좋은 것' 으로 대충 살아가던 나의 삶에 행복에 대한 고민삶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가는 보다 열린 사고가 가능한 사람이 된 것이다. 그것이 독서의 힘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여전히 '나'를 찾는 과정으로 독서와 글쓰기를 이용하고 있다. 물론, 나를 일깨우는 여러가지 책이 있지만 무엇보다 문학작품, 특히 소설에서 나는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아마 피터 비에리도 삶을 결정하고 명확한 정체성을 확립하는 방법으로 문학의 독해와 문학의 창작을 제시하고 있을테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기가 쓴 글이 어떤 울림을 가지는지 알아내는 과정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발견하고자 합니다.

이 울림을 통해서 자신이 얼마나 순수한지 아니면 냉소적인지, 얼마나 감상적인지, 실망스러운지 아니면 분노해 있는지 나타낼 수 있습니다.p.30


나는 지금도 글을 쓰고 있지만 글을 쓰고 싶어한다. 글을 쓰면서 나를 발견한 적은 터무니없이 많다. 그러나 그 글을 남에게도 읽힐 수 있느냐의 문제는 다른 일 같다. 그럼에도 계속 쓰려고 하는 이유는 오랫동안 미완성인 나를 완성해나가는 길이 글이기 때문은 아닐까.

페터 비에리는 자기 결정의 가장 중요한 과정으로 자기 인식을 뽑았지만 이 인식이 타인과도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흔히 자기 결정이라고 하면 '나' 하고만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우리는 타인과 분리해서는 절대적으로 살아갈 수 없다. 외부의 시선과 관계에 동요한다. 타인이 삶을 많이 차지할수록 자기 결정력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비에리는 타인을 존중하고 그들의 욕구를 배려하되 타인을 타자로 인식해야 한다. 그러려면 자기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단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타자와의 관계든 나혼자의 결정이든 '자기 인식'이 선행되어야 이 모든 일이 존엄성과 행복을 해치지 않는 한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피터 비에리의 강의록은 솔직히 말하면 좀 어려웠다. 얇은 책이라 얕봤는데 절대 얕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두번 읽었고, 문장 하나를 여러번 읽은 적도 많았다. 결국 자기 결정이니까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타고난 것들을 결정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살아갈 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고 한다.

왜냐면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고 행복할 권리가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혼자 살지 않으니 홀로만 즐거워서는 안되고 더불어 살면서 그 안에서 행복을 저당잡히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행복하지 못하고 자기 비하를 하는 가장 첫번째는 타인과의 비교, 외부로부터의 억압이다. 이것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나'를 아는 것부터 해야한다. 나의 행복의 이유 , 삶의 이유, 내가 존엄해야 하는 이유를 먼저 알고나면 타인으로부터 내가 어떻게 내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나'를 인식하는 것이 잘 안되는 사람은 문학을 읽어라. 그러면 인물들의 세계 속에서 '나'와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 글을 써라. 자기가 글을 창조해보면 그 안에서 내가 원하는 바를 인식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이뤄지고 나면 타인을 타자로 인식하라. 타자는 내 삶을 흔들 수 없다. 그러면 우리는 존엄을 지키면서도 행복할 수 있다.


내가 이해한 것은 여기까지. 혹자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이나 소수자들은 자기 결정 자체가 불가능한데 무슨 소리냐고 따질 수도 있겠다.

이 책은 교육보다는 성찰과 관련이 있다. 그래도 그들보다는 좀 더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우리가 먼저 존엄을 회복하고 나아가 타인의 존엄을 위해서도 일할 수 있다면 이 세상은 더욱 행복해 질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자기를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생기도록 보다 자유로운 우리가 더 많은 자의 그것을 위해 애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쨌든 우주의 중심은 '나' 니까. 인류의 행복도 '나'로 부터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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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1-13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결정에 대한 좋은리뷰 잘 보았습니다! 김영하작가님 라이브하기 전에 읽어야지하고 마음만 먹었는데 친절한박선생님의 리뷰보니 읽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네요!ㅎ 즐건 저녁되시구요!
 
루터 - 근대의 문을 연 최후의 중세인 클래식 클라우드 26
이길용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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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크리스찬이다. 클래식클라우드에서 루터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눈을 의심했다.

마르틴 루터는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목사님이기 때문이다.

놀랐다.

인문학에서 종교를 다룰 땐 그저 역사의 획 수준으로, 제국주의의 도구 정도로 다루기 때문에

명사들의 발걸음을 찾아 떠나는 클래식클라우드에서 성직자 편이 나올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거의 선지자 수준으로 종교개혁을 이끈 혁명가 마르틴 루터에 대해서 덜 크리스찬적인 시각으로 바라 볼 수 있을지 염려하면서 읽었다.
마르틴 루터가 태어나기 전 중세 종교계는 썩을 대로 썩어있었다. 요즘 철종 나오는 드라마를 즐겨 보고 있는데 배경이 되는 세도정치 60년의 세월과 닮아 있었다.



교황을 위시한 성직자들이 권력을 잡고 황제 위에 군림하였다. 교회는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됐다. 민중을 개돼지로 알았으며, 그들이 계몽할까봐 두려워서 어려운 말로 아주 적은 수의 성경을 자기네들끼리 읽었다.

교황과 바티칸의 도덕적 해이는 상식 수준을 넘었다.



게다가 페스트가 번졌다. 장례를 진행해야 하는 성직자들은 자연스럽게 노출이 자주 됐다. 그래서 많이 죽었다. 교황은 성직자를 우후죽순 뽑았고, 사제의 성품이나 실력이 되지 않는 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사치와 향락이 심해져서 교회에서는 면벌부를 팔았고, 성상을 세웠고, 성물이라며 돈을 받게 했다. 돌하르방의 코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류의 미신을 교회에서 자행하고 있으니 내 생각에 하나님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을 것이다.



그리고 루터가 태어났다. 루터는 자라서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명강사가 되었다. 그러나 자꾸만 파고들수록 신앙생활에 환멸이 있었다. 성서대로 살아야 하는데 교회가 정치하는대로 살아야 하는 자신의 운명이 어딘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이런 신앙은 잘못된 길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만들었다. 그 유명한 95개조 논제를!!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성교회 문에 라틴어로 쓰여진 95개의 비판하는 조항이 붙었다.

면벌부 판매를 반대하고 죄와 회개의 문제는 오직 신과 자신만의 관계에서 이루어진다고 천명하였다.

루터는 이 일이 있은 후 거대 세력의 미움을 샀다. 그러나 그의 용기가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 중세의 끝자락에서 근대의 문을 열었다는 말처럼 진짜 그랬다. 때론 두려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끝내 옳은 것을 향해 나갈 수 있었다.

칭의와 만인사제주의가 올바른 신앙의 길이라고 믿었다.



그리스도인의 '의' 란 두려움이 아니라 믿음에서 오는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루터는 믿음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읽음' 에서 왔다고 말한다. 성서를 읽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올바른 신앙에 대해 깨우칠 수 있었다.

루터는 그 선봉에서 어려운 라틴어 성경을 번역해 독일어로 출간했고, 값을 현저히 낮춰서 누구나 성경을 가질 수 있게 했다. 읽으니 앎이 되었고, 앎이 또 행함이 되었다. 이 일에는 구텐베르크 활자의 영향도 컸고, 당시 유럽이 처한 상황도 잘 맞아 떨어졌다.

그 중세의 끝자락을 찾아가는 길에 이길용 교수가 있었다.



저자의 글은 처음 읽어본다. 그런데 문체가 좋다. 술술 읽힌다. 어쩌면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여서 그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이어도 석가의 생애와 관련된 글을 얼마든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그러니 논크리스찬이어도 루터의 발자취를 얼마든지 즐겁게 따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여정은 저자가 친절하게 설명해 두었다.

루터는 성직자이기 전에 선각자였다. 우매한 대중을 일깨우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런데 어쩌면 성직자라는 이유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신앙고백서가 아니라 철저히 위인전의 형식을 띄고 있다. 그가 얼마나 많은 고뇌와 번뇌 속에서 결단하였고, 그것이 근대의 문을 여는 대단히 중요한 열쇠가 됐음을 배우지 못하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좋은 책이다. 누구나 접할 수 있고, 흥미롭게 다가 갈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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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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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름살의 깊은 골짜기로 산산함 대신 우수가 흐르고, 달라지고 퇴락한 사물들을 잔인하게 드러내던 광채가 사라지면서 사물들과 부드럽게 화해하는 시간,
나도 내 인생의 허무와 다소곳이 화해하고 싶다." p.257

현존하는 작가 중에 이 정도의 문장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몇이나 될까. 2011년에 타계한 박완서 작가는 죽지않고 살아서 그 문장이 읽는 이로 하여금 거부할 수 없는 추억 열차에 탑승하게 하고, 말할 수 없이 놀라운 정서로 흠뻑 젖게 한다.

2000년대 박완서 작가가 본인의 산문집에 실었던 수필 660편 중 35편을 추려 책으로 엮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을 읽어보았다.

이미 노령이었던 작가가 세상을 발견한 여러가지 일화는 아직은 젊은 축에 속하는 내게 많은 울림을 주었다.
몰랐던 친절을 발견하게 되는 일, 오해로 빚어진 아둔함에 대한 반성부터 시작해 보통의 무게, 어머니와 고향에 대한 양가감정, 문학과 작가 자신과의 관계, 이웃과 나와의 관계, 신과 본인과의 교통 등을 진솔한 문장으로 정직하게 빚어놓은 산문들을 한 번에 보는 일은 마흔을 바라보는 나에게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었다.

모두가 자기의 피해사실에 목소리를 높일 때 이만하니 나는 좋다며 입을 다물 줄 아는 이에게서 배우는 삶의 철학. 그것이 비단 많이 '알아서' 가 아님을 깨닫게 했다.

박완서의 문장은 세세히도 아름다웠고, 눈부셨다. 독자인 나는 별다른 노고를 취하지 않고도 그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손녀 딸과 함께 엎드려 동화책을 보던 해묵은 시절을 문질러 바라보고 있는 노인 작가의 따뜻한 카디건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가 그의 등에 어른거리는 참척의 슬픔에 코끝이 찡했다. 작가가 말한대로 아름다운 것 뒤에는 왜이런 뜻 모를 슬픔이 비추는가.

작가가 가진 정서가 부럽다가도 자식을 잃은 슬픔이 간간이 비칠 때는 너무 가슴 아팠다. 그러나 그것마저 누구나 겪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성품을 지닌 사람, 그전보다 시린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결코 따뜻함을 잃지 않고 숭고한 인간애를 창작할 수 있는 사람이 박완서 작가였다. 사라졌다고는 절대로 말하지 못하겠지만 곁에 있는 것으로 이겨내었다고 말해주니 나 역시 사는동안 비견할 슬픔을 만나거든 곁에 있는 것으로 이겨내보자 다짐해 보기도 했다. 엄마 생각도 났고.

우리는 종종 곁에 있는 것에 대해 염증을 느낀다. 그럴 때 부서지고 깨지기 쉬우니 잠시 떠나있는 것도 답이다. 작가는 여행이야기를 하지만 나는 관계를 읽었다. 관계에 있어서도 그렇지 않을까. 잠시 모른 척 해주는 일, 친절한 친척집보다 불친절한 여관방이 편한 것처럼.

작가는 또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우연히 잃어버린 여행가방 속 물건들을 함부로 적치한 본인에 대한 혐오가 잃어버리지 않은 것에 대해 좀 더 정리할 필요를 느끼게끔 한다. 곁에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
박완서 작가가 좋아하는 단어는 '넉넉하다' 인데 이유가 남다르니 나도 오늘부터는 '넉넉함' 에 대하여 생각하면서 감사로 살아보겠다 다짐해봤다. 이거 무슨 신앙고백 같네! 그만큼 좋았던 수필들이 가득하다. (실제로 작가는 크리스찬이니 이점 염두하고 글을 읽으시길)
박완서 작가의 책은 다는 아니어도 많이 읽은 편에 속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단편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였다.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독자 역시 부끄러움을 느꼈다면 작가는 성공한 거 아닌가?
마흔에 소설가가 되고서야 습작을 시작했다는 이상한(?) 이력의 소유자 박완서 작가. 지금은 물리적으로는 곁에 없지만 내 인생 전반에 있어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 여전히 남아 있는 분! (앞으로도 그럴.)
2021년이 되자마자 만나게 된 그녀의 문장들이 느낌이 좋다. 글 우물에 갇혀 남의 글만 탐독하는 나에게 색다른 자극이 되어준 책.
올해는 안 읽어본 작품과 산문들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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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강의 - 개정판 프로이트 전집 (개정판) 1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임홍빈.홍혜경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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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가 심리학의 대가인 것은 익히 알았지만 어째서 그러한지 , 그의 이론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잘 몰랐다. 사실은 책이 어려웠지만 그래도 열심히 읽었다. 꼭 완독하고 싶었다.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강의록 형태기 때문에 다른 책들과는 달리 존칭을 썼다. (나는 그 존칭형 어미가 읽기에 좋았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정신분석 이론을 주창하기 위해 세 가지 방법을 썼다. 간단한 정리와 함께 알아보자.


1. 실수 행위들

모든 정신적 행위들은 그 자체가 무의식이며 의식적인 행위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실수 행위나 망각 행위는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정신적 운동이지 우연이 아니다. 어떤 실수 행위는 매우 깊은 의미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계획을 잊는 것은 그 계획을 실행하고 싶지 않은 의지가 숨어있기도 하다. 


2. 꿈


옛날 사람들은 모두 꿈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고 징조와 전조를 찾았다. 모든 꿈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우리가 잠을 자고 있따는 것. 꿈과 수면 사이에는 더욱 깊은 관계가 성립돼 있다. 수면은 어머니의 자궁으로 돌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따뜻하고, 어둡고, 자극이 없는 상태다. 우리는 꿈이 숙면을 방해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숙면을 꿈이 지켜주는 셈. 

프로이트는 모든 꿈이 상징적이라고 말한다. 꿈은 욕구의 해소와 소원 성취의 통로다. 어느 것도 우연인 것은 없다. 꿈은 다양한 상징성으로 해석되지만 특히 성적인 욕망과 관계가 깊다고 한다.


3. 신경증

모든 신경증 성향도 리비도가 행하는 무의식적인 정신 활동이다. 강박증이나 과민증은 모두 해소되지 않은 욕구나 불안 증세의 상징적 행동이며 성적 행위가 기저에 깔린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린아이의 성생활부터 성인의 성생활, 성도착증을 파헤쳐야 한다.



이 책은 본인의 방대한 이론을 설명하는 개요에 불과하다. 상당히 어렵지만 28개의 챕터가 모두 어려운 것은 아니다.  반복되는 부분이 지루하지만 여러 내담자들의 상황이 예시가 돼서 완독 후에는 결국 가닥이 잡히는 형태를 띈다. 그가 제시하는 정신분석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면 프로이트 전집을 읽어보면 된다. 그렇지만 생에서 프로이트를 완독해야 할 피치 못할 이유나 특별한 도전의식이 없는 분이라면 [정신분석 강의] 만으로도 충분히 프로이트 이론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이 책으로 먼저 맛보기를 추천한다.


물론, 쉽게 읽는 프로이트 판도 있겠지만 한번쯤 이런 완역본을 읽어보는 것도 독서인생에 있어서 대단한 기쁨일 수 있다. 이 책을 읽고나니 내가 좋아하는 소설 속 인물들의 모든 꿈과, 실수와 , 신경증에 대해서 통찰력이 생긴 기분이다. (이제는 어려운 독일 소설 속 인물들도 프로이트적으로 다 파헤쳐버리겠다. ㅎㅎ)

두께도 상당하지만 말도 어려워서 읽는 내내 고생 좀 했다. 그렇지만 반복되는 문장과 적절한 예시들이 이해를 돕고 자꾸만 뒤로 가도록 채찍질 했다. 친구들도 한 몫 했다. 같이 읽으니까 독려하면서 끝내 완독하게 만들었다. 친구들이 정리한 써머리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됐다. 총 3부로 나눠진 이 책의 1개의 부가 끝날 때마다 서로 카카오톡으로 토론 한 것도 이해에 도움이 됐다.  역시 뭐든지 함께 하면 좋은 법이다. 프로이트 박사도 주변에서 그를 돕는 사람이 있었을까?


 들리는 말로는 그 당시 프로이트의 이론이 너무 센세이션해서 프로이트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눈을 흘기거나 두려워서 도망갔다고 한다. 현대 여성인 내가 읽어도 놀라웠는데 그 시대에는 어떨까 싶다. ㅎㅎ 어쨌든 대단한 사람이다. 좋은 기회로 그의 책을 만나 볼 수 있게 돼서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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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28가지 세계사 이야기 : 사랑과 욕망편
호리에 히로키 지음, 이강훈 그림,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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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닿으면 꼭 읽어보려고 하는 책이 있는데 미학에세이와 세계사다. 특히 몇가지 사건들로 구성된 이야기 형식의 단편적인 세계사들을 좋아한다. 특별한 사건이나 자극적인 이야기도 좋지만 유명한 인물들의 몰랐던 뒷 얘기나 처음 알게된 인물을 탐구하는 것도 좋다. 그러니 이 책이 나를 사로잡지 않을 수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개구쟁이 같은 그림이지만 자세히보면 기괴하기 짝이 없는 그림들! 막상 열어보니 엄청 그로테스크 한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었지만 또 그런 이야기가 흥미를 끄는 법 아닌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이야기부터 명사들의 다소 변태적인 욕망까지!!!

너무 재밌었다.

28가지 이야기가 있다. 책을 딱 덮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 몇 편을 골라보면 역시 피카소를 빼 놓을 수 없다. 피카소의 그림이야 상당히 많이 접했고 예술 사조적으로 대충 알고는 있지만 이정도로 여성편력이 심했을 줄은 몰랐다. 아니 중년 아저씨일 때도, 할아버지가 돼서도 애인이 모두 이십대면 어쩌라는 겁니까. 거기에다 애 낳고 살기까지 하고 버리고. 그나마 한 번은 버림받았다고 하니 좀 후련한데 그러면 뭐해 또 여성을 갈아치우기 바빴는데!!! 성욕이 해결돼야 작품이 나온다는 말도 안되는 자기만의 루틴을 가지고 아주 몹쓸 인생역사를 써내려간 피카소의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았다.

두번째로 기억에 남는 것은 코코샤넬 이야기다. 나는 지금까지 샤넬이 얼마나 멋진 여자였는지 같은 여자로서 부럽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왠걸, 그게 아니었다. 루이제린저의 [삶의 한가운데 ] 속 여주인공처럼 남성에게 기대지않고 독야청청 살아왔었겠거니 싶었나보다. 나의 환상을 완전히 박살냈다. 그녀는 남성의 재력과 자신의 재능을 적절히 섞어서 한발씩 나아갔다. 다만 결혼이라는 제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뭔가 신여성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역시 남성의 재력에 기대지 않고는 혼자 커리어를 이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말년에는 조국으로 돌아오지도 못하고 망명지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는데 내가 잘 알아보지도 않고 착각 속에 살았다는 생각에 조금 움츠러들었다. 그래도 죽을 때 하녀에게 '잘봐 죽는 건 이런거야.' 라는 말을 남겼다니 희한하고 특이한 사람인 것은 확실하다. 뭐 사생활이 중요하나 그녀의 업적이 길이 남은 것은 확실하니까 뭐 ㅋㅋ

또 기억에 남는 사람은 루돌프 황태자의 동반자살 사건이었다. 나는 루돌프 황태자는 잘 몰랐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그는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탓에 풍운아처럼 살다가 간 사람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자살을 결심하면서 별로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 메리를 자살상대로 결정한다. 메리는 황태자를 사랑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더 아쉬운 마음이다. 황태자 나쁜놈!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는 살게 두고 별로 안 사랑하는 여자를 데리고 같이 죽다니. 게다가 총으로 그녀를 먼저 쏘고 지도 죽었다니까 참 독하기 짝이없는 사람이다. 희대의 동반자살로 남았기에 이 <사랑과 욕망 편> 에 엄청 잘 어울리긴 하지만 여자로서 뭔가 기분 나빴던 것은 사실이다 ㅎㅎ

또, 모차르트의 처가 악처로 소문났었다는 것과 그녀가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편을 들어주는 저자의 말하기 방식도 재밌었고, 아인슈타인의 뇌를 200조각으로 잘랐다는 말에 경악해 그 페이지로 달려가기도 했다. 차례만 봐도 너무너무 흥미로우니까 궁금한 사람은 직접 만나보길 바란다.

그래도 꼭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사람은 나폴레옹 3세의 부인인 외제니였다. 그녀는 남편의 외도와 붕괴되는 제정을 보면서 철저히 무너졌던 여잔데 본인의 삶에 대한 회의와 일말의 희망을 개인의 영달에 쓴 게 아니라 여성의 인권을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여성의 참정권을 위해 노력하고 여성도 바칼로레아 시험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다고 한다. 물론 죽음도 그녀를 피해갈 수 없었지만 아흔이 넘는 나이를 사는 동안 풍진 세월 속에서도 끝내 의로운 일을 했다는 것이 가슴에 남았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지만 존경심이 확 드는 그런 사람이라 소개하고 싶었다.

이 밖에도 재밌는 내용이 많다.

저자 호리에 히로키의 저서는 이 것이 처음인데 이렇게 참신한 시각을 가진 사람의 저서라면 다른 책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번역할 때 '추정된다' 라는 동사가 너무 많이 쓰여서 읽는데 부자연스러웠다. 물론 원서를 보지 못해서 어떻게 번역이 된건지 모르지만 약간 의역처럼 느껴졌다. 그저 개인적인 생각이다.

세계사를 알고 싶지만 지루한 사람들에게 한 챕터씩 읽어보라고 권유해주면 좋을 것 같다. 역시 예나지금이나 가십거리가 제일 재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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