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당연하고 늘 곁에 있지만 잊고 살아가는 것, 죽음입니다. <에브리맨>은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뻔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는 작품입니다. <에브리맨>은 지금까지 본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무섭습니다, 진심으로! 작품을 읽고 있노라면 주인공과 함께 늙어가는 것 같고, 주인공처럼 죽음의 공포에 몸서리치게 됩니다. 서서히 다가와 목을 조이는 죽음의 담담하고 엄격한 태도 앞에 독자는 무기력해집니다. 주인공이 겪는 상황을 독자들도 예외 없이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죽음 앞에는 모든 사람이 평등합니다!!(이건 축복이겠죠??) 죽음을 둘러싼 풍경을 묘사하는 작가의 어투는 무심할 정도로 담담합니다. 어찌나 담담한지 사망신고서를 접수하는 공무원을 보는 듯해요. 도처에 널려있는 것이 죽음이고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죽는데 굳이 호들갑을 떨 필요가 있는가? 그래서 더욱 무섭습니다. 흔해빠진 죽음. 방식은 다르지만 모든 죽음은 결국 똑같습니다. <애브리맨>은 ‘너도 죽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작품입니다. 제발 좀 망각에서 벗어나라고 나지막이 말하고 있죠. 몸서리치도록 무섭고 슬픈 사실이지만 이런 자각은 당연히 삶의 소중함을 역설합니다. 매우 철학적이죠. 여든 살을 눈앞에 둔 노작가 필립 로스가 들려주는 메시지이니 결코 제스추어가 아닐 겁니다. 이 짧고 분명한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을 앞에 두고 무슨 이야기를 길게 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