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황석영이 언젠가 아는 사람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나중에 만나기로 약속까지 했는데, 알고 보니 자기가 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과 닮은 사람이었다, 라는 어이없는 일화를 듣고 분개했습니다. 그것이 진정 뻥이 아니라면 황석영은 작가로서 천재성을 타고 난 사람입니다. 좀 괴상하고 지극히 대중적이기는 하지만 스티븐 킹이 그 짝입니다. 더도 덜도 아닌 대중소설인 <스탠드>를 읽다보면 작가의 빌어먹을 천재성 때문에 눈이 부실 지경이니까요. 다른 건 모르겠습니다. <스탠드>에 등장하는 인물은 실제로 살아있습니다! 팬들이 “<스탠드>에 나온 그 사람 그 후로 어떻게 지내요?”라는 식의 질문을 던진다고 하는데... 이것은 잘난 척하기 좋아하는 작가의 호들갑이 아닙니다. 번역된 작품만 봐도 <스탠드>에 등장하는 인물을 실제로 살아있는 듯 합니다. 한마디로 <스탠드1,2>에 등장하는 인물 묘사는 환상적입니다. 그렇습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작가의 자의식이 드러나는 작품이 아니라 등장인물이 살아 숨 쉬는 작품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스티븐 킹이 경이로운 상상력을 가진 작가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삶에 대한 통찰력도 그냥저냥이고요. 한 번도 그의 작품을 읽고 삶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전혀 불만이 없었어요. 그의 무시무시한 필력과 지칠 줄 모르는 창작력은 항상 감탄을 자아내게 하니까요. 생동감 넘치는 묘사와 유려하고 재치있는 입담, 살아있는 캐릭터는 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추종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편 지칠 줄 모르는 창작력...! 그의 작품 목록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독자들이 책을 읽는 속도보다 빠르게 작품을 써내는 그는 괴물입니다!! <스탠드2>를 읽으며 짜릿짜릿했던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앞서 말한 무시무시할 정도로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 때문입니다. 1편과 함께 2편은 <스탠드>의 서두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본격적인 사건이 벌어지기에 앞서 중심인물들을 소개하고 있죠. 인물소개가 어찌나 흥미로운지 중심 사건이 이만큼 재미있을 지 걱정될 지경입니다. 솔직히 사건은 예측 가능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거든요.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인거죠. 이야기가 나중에 어떻게 되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읽기로 했습니다. 타자기가 설사하든 글을 쏟아낸다는 작가처럼 강박에 시달리는 독자가 되긴 싫습니다. 작가는 열심히 쓰고, 독자는 게으르게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