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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보석 - An Inspector Morse Mystery 3
콜린 덱스터 지음, 장정선.이경아 옮김 / 해문출판사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옥스포드에 관광을 온 미국인 여행객들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랜돌프 호텔에 머뭅니다.(늘 그렇듯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고 시리즈의 다른 작품에도 종종 모습을 보이는 곳입니다.) 그런데 여행객 중 하나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동시에 사망자가 박물관에 기증하려고 했던 ‘보석’이 들어있던 핸드백이 사라집니다. 사망사고와 도난 사건이 한꺼번에 일어난 거죠. 당연히 모스 경감과 루이스 경사가 사건을 수사하는데, 실마리를 찾기도 전에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피해자는 ‘보석’의 기증을 주선했던 인물이죠.
이번에도 모스 경감은 사건을 해결한다는 핑계로 술을 마시고, 루이스를 괴롭힙니다. 그리고 예외 없이 기회만 있으면 자신의 교양을 과시하고, 매력적인 여자를 만날 때마다 추파를 던집니다. 그래도 사건은 잘도 해결합니다. 그러니까 모스 경감이죠.
모스 경감을 처음 만난 <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은 정말 대단한 작품이었습니다. 지금과 달리 추리소설에 꽤나 야박하게 굴던 때였습니다. 그럼에도 <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옥스포드 운하 살인사건> 역시 좋았습니다. 신선한 시도였고, 짧지만 야심 찬 작품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어느 때보다 모스 경감의 캐릭터가 잘 나타난 작품이었습니다. 간호사와의 로맨스도 압권이었고요. 게다가 모스와 루이스가 거의 만담 콤비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웃겼습니다.
<숲을 지나는 길>의 경우 ‘최고!’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아니 ‘단연 최고!’라는 표현이 어울리겠네요. 여러 인물들을 한 데 엮어내는 머리 좋은 작가의 솜씨가 발군이었고, 모스 경감의 치밀한 작전 역시 탄복할 만 했습니다.
<제리코의 죽음>도 빛나는 작품입니다. <숲을 지나는 길> 만큼은 아니지만요.
냉정하게 말하면 <사라진 보석 The Jewelry Is Ours>은 시리즈의 다른 작품에 비해 완성도가 조금 덜한 작품입니다. 그래도 무척 즐겁게 읽었습니다. 모스 경감의 마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린 거죠.
<사라진 보석>의 출간 년도는 1991년입니다. 바로 두 해전에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으로 골든대거(황금단도)상을 받았고, 이어 다음 해인 1992년에 출간한 <숲을 지나는 길>로 또 한번 골든대거상을 수상했더군요. 이 시기가 바로 모스 경감 시리즈의 두 절정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첫 번째 절정기는 <Service of All the Dead>(1979), <제리코의 죽음>(1981)로 역시 한 해 걸러 실버대거상을 수상했던 시기였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시리즈물을 읽을 때 출간 순서를 따져 가면 읽는 것에 집착하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순서대로 읽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책읽기의 재미도 더 하다는 건 분명합니다.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과 <사라진 보석>, <숲을 지나는 길> 역시 순서대로 한데 묶어 읽었다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스 경감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종종 옥스퍼드 관광홍보용 책자에 어울릴 법한 정보들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사라진 보석>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합니다. 옥스퍼드에 관광을 온 미국인 여행객들이 중심인물이니 오죽하겠습니까. 그 만큼 옥스퍼드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한번이라도 그곳을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더욱 신나게 읽었겠다 싶었습니다. 혹여 영국 여행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모스 경감 팬들 대부분은 옥스퍼드는 반드시 빼놓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재치 있는 작가의 인용문을 여럿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는 이런 것들도 있었는데, 콜린 덱스터와 앰브로스 비어스가 동시에 좋아지는 인용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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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명사
다수가 악당인 통치자들와 다수가 바보인 군인들이 만들어 낸 대부분이 중요하지 않고, 대부분이 거짓인 이야기.
앰브로스 비어스, <악마의 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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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콜린 덱스터의 바이오그래피를 살펴보니 할아버지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같은 1930년생이네요. 콜린 덱스터는 1975년에 첫 작품을 발표했고, 1999년 <The Remorseful Day>가 마지막 작품이네요. 클린트 이스트우드 할아버지가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것을 생각하면 아쉽습니다. 하긴 새 작품을 써도 국내에 출간되어야 말이죠. 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