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소리 마마 밀리언셀러 클럽 4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아웃>의 강력한 위력을 생각하면 <아이 소리 마마>는 기리노 나쓰오의 ‘실패작’인 듯 합니다. 그럼에도 독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작가의 개성은 충분히 드러난 작품이고, 숨가쁘게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불쾌하고 음습하며 그로테스크한 악취미를 충분히 즐기기에는 모자란 감이 듭니다.

일단 <아임 소리 마마>는 장편이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의 적은 분량입니다. 페이지 수 가지고 시비 거는 것이 아닙니다. 후반부에 접어들 즈음 어째 서둘러 마무리하는 기색이 역력하더니 결국 황망하게 이야기를 끝냅니다. 이렇게 끝나도 되는 건가? 그간 동분서주했던 인물들은 도대체 뭐야? 무시무시한 괴물의 활약을 더 보여 달란 말이야~! 책을 다 읽고 난 후 허전한 기분으로 얄팍한 책을 만지작거리게 만들더군요.(솔직히 본전 생각도 쫌 하면서 만지작거렸더랍니다.)

좀 심하게 불평하면 작가의 안일함이 느껴질 정도로 후반부의 손길은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아웃>에서 독자를 쥐락펴락하던 작가의 엄청난 힘과 카리스마는 어디로 갔을까요? 아니 독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작가의 카리스마는 여전한데, 끈덕지게 작품을 마무리하는 두터움이 실종되었습니다.(이렇게 날림(?)으로 작품을 마무리한 데는 무슨 흥미로운 사연이 있지 않을까요?) 다른 작품이라고는 <아웃> 밖에 읽어보질 않아 단언하긴 그렇지만 역량 있는 작가의 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품의 완성도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기리노 나쓰오가 만든 아이코라는 인물은 정말 굉장합니다. 아이코는 실로 무지막지한 반사회적 살인마입니다. 너무나 끔찍한 나머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죠. 이런 인물이 실제로 있을까요?
그런데 작품을 읽다보면 아이코라는 괴물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현실감을 획득합니다. 아이코가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는 듯 한 기분마저 들어 불쾌해질 정도입니다. 그 유명한 호러 캐릭터인 제이슨이나 프레디 따위는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 그들은 가짜 티가 팍팍 나는 영화 속 가상의 캐릭터라면, 아이코는 진짜로 존재할 것 같은 극악한 아줌마입니다. 어느 날 TV 뉴스에서 아이코의 사진을 볼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임 소리 마마>는 분명히 실망스러운 태작이지만, 그것이 작가에 대한 실망으로는 이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른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상한 태작입니다. <아웃>을 읽고 난 후 나가떨어진 것과는 전혀 다른 ‘독후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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