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의 목 동서 미스터리 북스 17
조르주 시므농 지음, 민희식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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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두 편의 소설(<사나이의 목>과 <황색의 개>)이 실려 있습니다. 두 편 모두 살인사건이 일어나며, 메글레 경감이 등장하고, 사건은 당연히 메글레 경감이 해결합니다. 두 편 모두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틀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작품을 읽은 후 감상은 여느 추리소설과는 조금 다릅니다.

심농의 작품은 여느 추리소설에서 보기 힘든 심리묘사가 돋보입니다. 적어도 이 책에 실린 두 편의 소설에서는 말이죠. 작가는 시종일관 메글레 경감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독자들의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범행에 대한 정보(혹은 단서)가 아닙니다.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반응이 보입니다. 살인사건의 용의자 혹은 주변인물의 심리가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거죠.

이 두 편의 작품을 조금 단순하게 설명하면, 전형적인 추리소설과 하드보일 탐정소설의 중간쯤되는 것 같습니다. 무뚝뚝하고, 냉소적이며, 고집불통이며, 직관에 의존하여 사건을 수사하는 메글레 경감은 하드보일 소설의 주인공과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작품 전체에 감도는 우울하고 스산한 분위기도 그렇고요.

반면 작품의 말미 용의자들을 모아놓고 사건을 친절하게 복기해가며 범인을 밝혀내는 장면은 우리가 추리소설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것들입니다.  

하지만 작품을 읽고 며칠이 지난 후 머리 속에 남는 건 ‘사건’보다 ‘분위기’입니다. 심농의 매력적인 묘사로 표현된 우울하고 스산한 분위기말입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시큰둥한 태도로 사건을 수사하는 메글레 경감의 캐릭터도 잊을 수 없습니다. 메글레 경감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는 벌써 잘 기억나지 않지만 말입니다.

당연히 이 작품들(<사나이의 목>, <황색의 개>)의 관전 포인트는 여느 추리 소설과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작품을 읽다보면 추리소설의 '이성'보다 범죄소설의 '감성'이 앞서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살인사건을 머리로 이해하기보다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는 거죠. 심농의 다른 작품들도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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